연풍이를 지키다 개에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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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少/沿風이

2019. 6. 20.

 

 

 

오늘 동네 산책을 하다가 늘 사납게 굴던 개가 담을 넘어와 연풍이를 공격했다. 내가 잽싸게 연풍이를 들어올려 안아, 연풍이는 무사하고 나는 물렸다.

 

14년 전인가? 2005년 10월 20일인가에 흙살림 신문에 쓸 글을 취재하러 청송인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보은 백록동 마을에 들러 이철희 선생님 댁에서 태어난 지 두 달 가까이 된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아직도 그날이 생각난다. 상자에 담아 차에 태우고 오는 길에 잠시 내려 오줌도 싸게 하고, 한 마리는 멀미로 토하기도 한 일을 말이다.

 

그렇게 데려 온 강아지 가운데 하나는 안산 바람들이 농장에서 키우기로 하여 준비가 될 때까지 안철환 선생님 댁에 진돗개가 있어 내가 돌보기로 했고, 다른 하나는 농장의 회원에게 데리고 온 다음날 분양을 했다. 그렇게 잠시 데리고 있던 일주일이 문제였다.

 

때는 10월 말, 점점 추워지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했고, 너무 어린 강아지(몸길이가 꼬리까지 20cm 정도였음)이기도 했으며,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가 넘치는 성격이기도 했다. 나야 원래 무언가 돌보는 걸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동물을 싫어하던 아내가 이 녀석에게 푹 빠져서 날도 추워지고 환경도 별로인데 어떻게 밭에서 키우냐며 우리가 맡아서 기르자고 했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나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14년을 살고 있다.

 

날마다 데리고 밭에 다니고 공원에 산책을 나가고 하니 집에서는 똥오줌을 안 싼다. 오직 밖에 나가야만 배변을 하기에 나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1년 365일 하루에 2번씩 산책을 나가야 한다. 그래, 네 덕에 운동한다고 생각하며 나간다. 예전에 바람들이 농장에서 농사지을 때는 자전거 바구니에 넣고 5-6km를 다녔다. 바구니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옴죽거리던 이 녀석의 까만 코도 눈에 선하다.

 

그뿐만 아니다. 발정기가 되면 암컷들 냄새를 맡고 온동네를 들쑤시고 다녀서 찾으러 다니느라 고생한 기억도 난다. 개 치고는 잘생긴 편인지 이 녀석을 마다하는 암컷은 한 마리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덩치 큰 진돗개도 발정이 나면 이 녀석과 어울려 놀고 그러더라. 그렇게 새끼도 몇 번 낳았지. 특히 麟이 태어날 때가 다 되어서 태어난 새끼들은 내가 분양을 하느라 동분서주한 기억도 난다. 하나는 부천으로, 또 하나는 광명으로, 또 하나는 파주로, 또 하나는 조치원으로, 또 하나는 강진으로. 참 많이도 낳았네.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너의 유전자를 세상에 퍼트렸다는 것에만 만족해라 이놈의 자식아.

 

진돗개에게는 두 번을 물렸다. 그것도 모두 전주에서 말이다. 아니다. 세 번이다. 첫 번째는 안산의 공원에서 어렸을 때 떠돌아다니는 개에게 살짝 등을 물렸다. 그때 네가 얼마나 놀랐는지 길을 걷다 갑자기 막 토하고 그랬던 일이 기억난다. 그래서 내가 안아 주었잖아. 안아서 진정시켜주고 했는데 기억하려나? 그러더니 이후부터 진돗개 수컷만 보면 절대 지지 않고 덤비게 되었다. 너무 객기 부리지 마라. 그러다 물리면 죽는다. 그렇게 몇 번을 타일렀는데도 막 덤비더니 결국은 진짜로 두 번이나 물려 죽을 고비를 넘겼지. 병원비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몸을 더듬으면 흉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안산에선 동네에 라이벌도 있었지. 그린 카센터의 그린이라는 개였다. 덩치가 이 녀석보다 약간 커서 싸우면 매번 살짝 밀려서 내가 도와주었잖아. 그 녀석만 보이면 서로 덤비고 싸워서 내가 발로 걷어차기도 하고 돌도 던져주고 널 많이 도와주었지. 결국 그린이는 어느날인가 죽어서 사라지고 네가 이긴 셈이 되었지. 어떤 슈퍼마켓의 할머니는 너를 마음에 들어해서 자기집 암컷과 붙여주었지. 그렇게 새끼가 태어났는데 내 눈엔 하나도 안 닮아 보이더만 그 할머니는 기어코 네 새끼라면서 너만 보면 아빠 왔다고 새끼를 들이밀고 그랬지. 거기도 기억난다.

 

이제는 많이 늙어서 하루의 대부분을 자는 데 보내고 산책 나갈 때만 신나게 돌아다니는 연풍아. 가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가라. 그래도 너 정도의 견생이면 어디 가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다. 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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