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흙이다> -1장 이 흙은 좋은 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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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생태계

2020. 10. 12.

1  '좋은 흙이란 어떤 흙일까?' -좋은 흙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

농민들이나 텃밭에 열심히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질문을 받는 게 있다. "좋은 흙이란 어떤 흙인가요?"이다. 사실 이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현재 농작물을 재배하는 토지의 흙을 전제로 한다면, '좋은 흙이란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지 않는 흙이다'라고 답한다. 

 

그럼 그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지 않는 흙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흙일까? 그건 다음 4가지 조건을 겸비한 흙이라고 생각한다(표1-1).

 

 

표1-1 작물을 재배하는 데 좋은 흙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

조건 내용
흙의 물리적 성질에 관한 조건  
(1) 경도와 두께 : 작물의 뿌리를 확실히 지탱할 수 있도록 두텁고 단단한 흙이 충분할 것.
(2) 수분 상태 : 적당히 수분을 보유한 데다가 적당히 물빠짐이 좋을 것.
흙의 화학적 성질에 관한 조건  
(3) 산성도 : 흙이 극단적인 산성이나 알칼리성을 띠지 않을 것.
(4) 양분 상태 : 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적당히 포함하고 있을 것. 

 

  (1) 작물의 뿌리를 확실히 지탱할 수 있도록 두텁고 단단한 흙이 충분할 것.

  (2) 적당히 수분을 보유한 데다가, 적당히 물빠짐이 좋을 것.

  (3) 흙이 극단적인 산성이나 알칼리성을 띠지 않을 것.

  (4) 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적당히 포함하고 있을 것.

 

(1)과 (2)는 흙의 물리적인 성질에 관한 조건이다. 또, (3)과 (4)는 흙의 화학적 성질에 관한 조건이다. 이 조건을 조정하면 작물의 생육이 저해되는 일은 없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질문이 되돌아온다. 예를 들면, "단단하고 검은색을 띤 흙이 좋지 않은가요?"라든지 "지렁이가 많이 있는 흙이 좋은 흙 아닙니까?"라거나 "퇴비를 많이 준 흙이야말로 좋은 흙이죠."라고 이야기한다.

 

 

 

 

2  숙련된 주방장은 보기만 해도 '좋은 흙'이라 하지만...

몇 년 전 봄, 나는 삿포로의 유명 호텔 레스토랑의 숙련된 주방장과 함께 가루눈 스키장으로 유명한 홋카이도 니세코ニセコ를 방문한 적이 있다.  요테이산羊蹄山 기슭에서 감자를 심는 곳이었다. 방송국 리포터가 그 밭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주방장은 그 자리에서 "이 밭에서 캔 감자는 맛있기 마련입니다. 이 시커멓고 부드러운 흙을 보면 알 수 있죠. 숨이 막히는 이 흙의 향기는 삶으면 가루가 푸슬푸슬한 감자를 캘 수 있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 감자를 써서 어떤 요리를 만들까 생각하면 두근두근하네요."라고 말했다. 

 

그림 1-1 수확 중인 니세코의 감자밭

 

확실히 그 밭은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이른바 화산회토, 정확히는 안도솔)으로, 시커멓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꽤 검었다(그림 1-1). 하지만 그 흙을 보기만 하고서 그렇게 간단히 "맛있는 감자를 캔다"고 말할 수 있는지 나에게는 불가사의였다. 40여 년이나 흙을 공부해 온 나는 그 주방장처럼 '거리낌없이" 판단할 수 없었다. 주방장이 너무나도 자신있게 말했기에 리포터도 "그렇군요. 분명 맛있는 감자를 캐겠네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이 "동의해 주세요, 전문가이니까..."라는 표정으로 나의 얼굴을 쳐다본다. 나는 곤란해져 "제가 한번 더 여기에 오면 알겠네요."라고 이상한 대답을 했던 걸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방송 감독도 나의 대답에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그건 딱 잘라 말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주방장이나 리포터가 감자의 맛을 결정할 만큼 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 매우 기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기대하듯이 겉보기가 좋은 흙이 감자의 맛이나 생산량을 결정한다는 건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감자가 그밭에서 어느 정도 수확될 수 있으며, 그 감자의 품질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흙의 겉보기와는 다른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비닐포대에 담긴 흙으로는 좋고 나쁨을 알 수 없다

텃밭의 흙 가꾸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일이다. 채소를 열심히 재배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대화의 대상이다. 이분들은 열심히 하기에, 때때로 자기 텃밭의 흙을 비닐포대에 담아서 가지고 오신다. 그 흙을 나에게 보여주며 "이 흙은 좋은 흙입니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도 나에겐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자연 상태에 있는 텃밭에서 떼어낸 흙(이것을 토양물질이라 하고, 자연상태의 흙과 구별한다. 상세한 건 9장 참조)이라 흙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걸 텃밭 애호가는 납득하지 못한다. '전문가'가 왜 흙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는 건지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좋은 흙이란 앞에 기술했듯이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흙을 대상으로 하기에,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지 않는 흙이다. 그러므로 표 1-1의 4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흙이다. 이와 같이 고려하면, 그 조건 (1)에 있는 흙의 경도와 두께를 '비닐포대의 흙'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원래 토지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떼어냈기 때문이다.  

 

 

 

4  '검고 부드러운 흙'은 좋은 흙?

개척민을 곤란하게 만든 '검고 부드러운 흙'

 

앞의 주방장 이야기에서도 나왔던 '검고 부드러운 흙'은 확실히 좋은 흙을 떠올리게 한다. 그 대표가 안도솔Andosols, 즉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이다(그림 1-2). 화산회토를 일본어로 쿠로보쿠흙(黒ぼく土)이라 부르게 된 건, 따지고 보면 그 흙 위를 걸으면 파삭파삭 하는 소리가 난다는 것과 흙의 색이 검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이 '좋은 흙'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라고도 할 수 있는 안도솔은 그 이미지와는 달리 홋카이도의 개척민들은 곤란하게 만든 흙이었다. 개척민에게 이 검은흙과의 싸움이 개척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림 1-2 대표적인 안도솔의 토양 단면. 홋카이도 동부 시베츠쵸標津町 기타시베츠北標津. 사진 왼쪽의 막대의 한 칸은 20cm 간격. 유기물이 쌓인 두텁고 검은 흙의 층이 생겨 있다.  

 

안도솔은 작물의 영양분 가운데 하나인 인을 흙에 고정시켜 버리는 성질(인산 흡수계수라고 함)이 강하여, 그걸 모르고 재배하면 인 부족으로 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게다가 이것 역시 작물에 필요한 영양분인 칼륨의 공급력이 약하여 칼륨을 보급하지 않으면 작물이 칼륨 부족이 되어 생육이 나빠진다. 더구나 이 검은흙은 보유하는 물의 양이 많기 때문에 눈이 녹는 시기에 물을 듬뿍 머금게 된다. 물은 따뜻해지기 어렵고 차가워지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물을 듬뿍 함유한 안도솔은 이른봄 지온의 상승이 늦어져 일찍 씨앗을 심을 수 없게 된다. 반대로 흙이 건조하면 이번엔 강풍으로 겉흙이 날아가 버린다(이를 풍식이라 함). 화산회토는 문자 그대로 화산의 폭발로 날아온 물질이 내려와 쌓여서, 그것이 원재료로 생긴 흙이다. 이 때문에 원래부터 바람에 날리기 쉽고, 풍식의 피해를 받기도 쉽다. 이처럼 검고 부드러운 점, 그것이 '좋은 흙'의 증거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    

 

 

 

5  부식이 많은 흙이 좋은 흙?

부식이란?

유기농업 또는 유기재배란 농법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먹을거리의 안전성 확보와 안심이란 측면에서 확대되어 왔다. 그 유기농업에서는 '비옥한 토양이란 부식이 풍부한 흙이다'(하워드, 요코이横井 외 옮김, 2002a)라고 한다. 이는 19세기 독일에서 식물의 영양분이 '부식=Humus'라고 한 테아Thaer(1752-1828)의 이야기에 근거한다. 테아(아이카와相川 옮김, 2008)에 의하면, '부식은 생명체의 산물이면서 생명체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것 없이 개개의 생명체는 이 지상에서 (그 존재를) 생각할 수 없다. 생명체가 많이 존재하는 만큼 부식이 많이 생산되고, 부식이 많이 생산되는 만큼 생명체의 양분이 많아진다."고 한다. 즉, 부식이야말로 작물의 영양분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유명한 테아의 부식영양설(유기영양설)이다(8장 -1 참조).

 

이 부식이란 것은 흙에 포함된 유기물과 똑같은 의미를 지닌다. 테아의 부식영양설을 유기영양설이라 바꿔 말하는 건 이 때문이다. 유기농업의 '유기'도 이 유기물의 유기에서 유래한다. 그럼, 유기물이란 무엇인가? 그건 탄소(C)를 함유한 물질의 총칭이다. 따라서 흙에 있는 탄소화합물을 흙의 유기물이라 하고, 부식과 동의어이다. 이 부식과 흙의 검음은 대응한다. 부식의 양이 많은 흙일수록 시커먼색이 된다. 이것은 식물 유체(마른잎 등)도, 퇴비도, 어떠한 유기물이더라도 유기물이 흙에 첨가되어 그것을 미생물 등이 분해하면 첨가된 유기물은 검은색의 유기화합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부식이 많아도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흙

조금 전, 안도솔처럼 검은흙이 반드시 좋은 흙을 보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부식이 풍부한 흙이 좋은 흙이라고 반드시 말할 수 없다"라고 해야 한다. 그 극단적 예로 이탄토泥炭土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림 1-3 대표적인 이탄토의 토양 단면. 홋카이도 중앙부 비바이시. 사진 오른쪽의 막대는 한 칸은 10cm 간격.

 

이탄토는 주로 습지에 분포한다. 물빠짐이 안 좋은 저지에서 항상 축축한 상태로 있기 때문에 식물 유체의 분해가 충분하지 않은 채로 남아 퇴적된 흙을 말한다(그림 1-3). 이탄토의 유기물 함량은 적어도 20% 이상으로, 겉모습은 대부분이 유기물인 경우도 많다. 죽, 이탄토는 부식이 매우 풍부하다. 그러나 그 작물 생산력은 낮다. 물빠짐, 산성 개량 등 여러 가지 흙의 개량을 실시하지 않으면 작물의 재배가 어려운 흙이다. 

 

홋카이도의 이와미자와시岩見沢市와 비바이시美唄市에는 너른 이탄토가 분포해 있다. 현재 이 지역은 도내에서도 유수의 벼농사 지대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이탄토를 그대로 논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 이탄토 위에 이탄이 아닌 흙을 20~30cm 두께로 깔아서(이를 객토라 함) 만든 흙을 논으로 이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인공의 흙으로 만든 논이라고 해야 한다. 이탄토를 그대로 농지로 이용하기는 어렵다.   

 

 

 

 

6  지렁이가 있으면 좋은 흙?

좋은 흙이란 어떤 흙일지 이야기할 때, 반드시 나오는 건 지렁이가 많은 흙이라는 이야기이다. 흙속에서 지렁이가 활동하는 걸 높이 평가해 지렁이가 많은 흙이야말로 건강하고 좋은 흙이란 지적도 있다(로데일, 아카호리赤堀 옮김, 1993, 하워드, 요코이 외 옮김, 2002b, 헤닉, 나카무라 옮김, 2009). 그러나 나는 지렁이가 있기 때문에 좋은 흙이고, 지렁이가 없는 흙은 반드시 나쁜 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표 1-1에 나오는 4가지 조건이 갖추어지면 지렁이가 많이 서식할 가능성이 있기에, 지렁이가 많은 흙이야말로 좋은 흙이란 것은 그러한 조건이 갖추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윈도 주목한 지렁이의 위대한 효과   

물론 지렁이를 중심으로 한 흙속 동물들의 효과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좋은 흙이기 위한 4가지 조건 모두와 관계가 깊다. 예를 들면, 지표면의 낙엽 등이 머지않아 사라지는 데에 지렁이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렁이는 어떠한 이유로 가늘게 부숴진 낙엽 등의 파편을 흙속으로 끌고들어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흙속으로 끌고들어간 낙엽은 지렁이의 먹이가 되어 먹히고 똥으로 배출된다. 또는 흙속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흙의 유기물로 변화해 간다.

 

그림 1-4 지렁이가 흙을 뒤집는 작용

 

그것만이 아니다. 지렁이는 그러한 흙속의 유기물을 먹이로 먹는 동시에, 흙도 먹어서 자신의 소화관 안을 통과시켜 배설한다. 그리하여 지하의 흙을 혼합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상으로 들어올린다. 즉, 흙을 뒤집는 듯한 작업도 행한다(그림 1-4). 이 결과, 지표면에 지렁이의 똥덩어리(분변토)가 만들어진다(그림 1-5). 이러한 흙의 뒤섞음, 혼합에 의하여 흙속에 틈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흙속으로 공기가 깊숙이 들어가기 쉬워진다. 그와 함께 흙속의 틈에 있는 기체와 공기의 교환이 원활해진다. 흙에 큰 틈이 생기면, 흙의 물빠짐도 좋아진다.

 

그림 1-5 지렁이의 분변토

 

이와 같은 지렁이의 효과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 보고한 것은 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이다. 다윈의 두 가지 조사보고에 의하면,ㅏ 지렁이가 만드는 분변토의 양은 연간 1제곱미터당 1.9kg과 4.0kg이었다(다윈, 와타나베渡辺 옮김, 1994, 니이즈마新妻, 스기타杉田, 1996). 이것을 흙의 두께로 환산하면, 각각 2.3mm와 3.6mm에 상당한다.  

 

또, 작물의 양분으로 말하면 분변토에는 인의 양이 늘고, 흙속의 인을 포함한 유기화합물을 분해해 작물에 흡수되기 쉬워지도록 하기 때문에 효소(포스파타아제)의 활성이 높다고 한다(나카무라中村, 1998, 2005). 이외에 지렁이가 생활하며 흙속의 유해한 오염물질을 제거해주는 덕에 작물의 수확량도 늘어나는(나카무라, 19982 2005) 등 좋은 점이 많다.

 

 

지렁이보다 어떤 흙인지가 문제

다만, 이렇게 지적된 효과가 실제 밭 등에서 명확히 나타나는지는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지렁이가 어느 정도 숫자가 서식할 필요가 있는지 같은 조건이다. 또한, 지렁이에 의한 흙의 뒤집기 효과에 대해서도 연간 몇 밀리미터이고, 실제로 이 뒤집기 효과를 기대하고 흙을 전혀 갈아엎지 않을 수도 있을까? 물론 지렁이는 흙속에도 분변토를 남기기에 지표면으로 나온 분변토의 양만으로 흙의 뒤집기 효과를 평가하는 건 과소평가일지도 모른다(와타나베, 2003). 

 

지렁이는 분명히 흙에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렁이가 없다는 것만 들어서 그 흙이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렁이가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지렁이가 서식할 조건이 흙에 있는지 어떤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  퇴비를 주면 좋은 흙?

퇴비는 '좋은 흙'의 만병통치약인가?

텃밭 애호가인 사란들은 대부분 이구동성으로 "이 밭은 퇴비를 충분히 주었기에 좋은 흙이다."라든지 "퇴비를 넣지 않았기에 흙이 나빠졌다."라고 이야기한다. 농민들도 대개 마찬가지이다. 유기농업에서도 퇴비를 중심으로 이용해 재배하여 작물의 품질도, 안전성도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뒤에 상세히 기술하겠지만(7장 참조), 퇴비는 분명히 표 1-1에 나오는 '좋은 흙'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개선시키거나 유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퇴비는 '좋은 흙'을 만들어가기 위한 만능 자재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무엇이든지 퇴비면 된다는 것이 실제로 있는 걸까? 어떤 흙이라도, 어떤 작물이라도 퇴비만 넣어주면 좋은 흙이 되고, 작물도 고품질로 많이 수확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단순하다면 곤란한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퇴비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밭에 주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 주는 게 좋을지,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 등등 단지 아무 생각없이 퇴비를 주었는지 안 주었는지만으로 흙의 좋고 나쁨을 판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효과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다

또한 퇴비를 준 효과를 작물의 생육과 수확량에까지 반영시키는 데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예를 들면, 퇴비를 충분히 주고 흙과 잘 섞어서 흙을 부드럽게 하거나 물잡이와 물빠짐 등과 같은 흙의 성질을 좋아지게 했더라도, 그와 같은 흙의 물질적인 성질이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고 있는 경우에만 흙에 퇴비를 줌으로써 작물의 생육이 개선된 결과로 수확량이 증가된다. 원래 부드러운 흙에는 퇴비를 넣어 흙을 부드럽게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 그건 흙의 경도가 작물의 생육 저해 요인이 아니었기에 흙을 부드럽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작물의 영양분이 풍부히 함유되어 있는 흙에, 영양분 보급을 퇴비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의하여 작물의 생육이 좋아진다고 할 수 없다. 그 흙에 작물의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물의 생육을 저해하고 있는 요인이 어떤 것이고, 그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 있는지를 잘 고려해야 한다. 작물의 생육 저해 요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조사하지 않고 그냥 아무렇게나 퇴비를 주었기 때문에 '좋은 흙'이 된다고 할 수 없다. 퇴비를 충분히 주면 '자동으로' 흙이 좋은 상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현재 눈앞에 있는 흙에 작물의 생육 저해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그 찾아낸 저해 요인을 개선할 수단을 적확히 실천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그러한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흙을 올바르게 이해하게 돕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