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흙이다> -2장 좋은 흙이란(첫째), 흙의 경도와 뿌리를 지지하는 흙의 두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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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생태계

2020. 10. 15.

표 1-1에 나온 좋은 흙이 되기 위한 4가지 조건 가운데 가장 처음의 조건은 흙의 경도와 뿌리를 지지하기 위해 필요한 흙의 두께이다. 대체로 어느 정도 경도의 흙이라면 문제가 없을까, 또 어느 정도의 두께가 작물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걸까? 이러한 구체적인 '수치 정보'가 없다면 지향하는 '좋은 흙'에 다가갈 수 없다.

 

 

1  우선, 흙을 파 보자 

꼭 자력으로 파길 바란다

자기 눈앞에 있는 흙이 어느 정도 경도이고, 어느 정도 뿌리를 지지하기 위한 두께를 지니고 있는지는 가만 서서 바라보더라도 전혀 알 수 없다. 여기는 흙을 삽으로 파 볼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한번으로 좋으니 꼭 자력으로 파길 바란다. 자력이 중요하다. 왜 자력이 중요한지는 책을 읽어가면 알 수 있다.

 

그림 2-1 흙을 파서 단면을 만든다. 파낸 흙은 구덩이의 오른쪽에 표층토, 왼쪽에는 하층토로 분류해 놓는다. 두 가지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 깊이는 1m가 목표. 파는 도중 단단해 파지 못하든지, 잔돌이 많이 나와 파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거기까지만 판다.

 

삽으로 파는 깊이는 대략 1m(그림 2-1). 파다가 흙이 단단해 파기가 어렵든지, 잔돌이 여기저기 나와 파지 못하게 되었다면 작업은 거기까지. 흙을 파는 작업은 태양을 등에 지고 행한다. 그리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파는 게 아니라, 자기 정면의 파내는 곳은 흙 표면에서 수직으로 벽 모양이 되도록 조심하길 바란다. 이 벽 모양이 된 곳을 '단면'이라 한다(그림 2-2). 이 단면에, 뒤에서 기술하듯이 여러 가지 흙의 정보가 숨어 있다. 

 

그림 2-2 흙 단면을 만드는 방법.

 

흙을 삽으로 팔 때 파기 쉬움, 즉 삽에서 전해지는 흙의 경도를 똑똑히 기억하길 바란다. 쉽게 흙을 팔지 어떨지, 그것이 '좋은 흙이 되기 위한 조건'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뭇한 흙에서부터 차츰 거뭇함이 사라진 흙으로

정면에 목표로 한 1m 정도의 단면을 만들 경우, 정면의 단면을 삽으로 깨끗이 정리하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면서 파 나아간다. 파낸 흙을 놓아두기 위하여 미리 가빠를 2장 준비해 구덩이의 오른쪽과 왼쪽에 깔아 놓는다(그림 2-1). 파낸 흙은 한 곳에다 쌓지 않는다. 파기 시작한 곳에서 나온 비교적 검은 흙은 오른쪽 가빠에 놓는다. 계속 파내어 흙의 색에서 거뭇함이 사라져 간다면, 이번엔 그 흙을 왼쪽 가빠에 놓는다. 표면에 가까운 비교적 검은 흙과 계속 파내 깊은 곳에서 나온 흙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 파낸 흙을 각각 구덩이의 왼쪽과 오른쪽에 분리해 놓는 건 표면에 가까운 쪽의 흙과 아래쪽에나 파낸 흙이 섞이는 걸 방지하는 동시에, 다시 메울 때에도 둘을 가능하면 원래 위치에 돌려놓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 나아가면, 파고 있는 곳이 자연스럽게 계단 모양이 된다(그림 2-2). 1m 정도 파냈다면 다시 한 번 단면의 표면 흙을 삽으로 깎아 없애 단면이 깨끗하게 보이도록 한다. 여기까지 비교적 쉽게 파내는 흙이라도 1시간, 단단하고 점토질인 흙이면 삽에 흙이 달라붙어 좀처럼 파지 못한다. 3시간 이상이나 걸릴지도 모른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파길 바란다. 파는 도중에 물이 스며나오는 일이 있다. 그와 같은 때에도 물이 스며나오는 곳의 근처에서 작업을 마친다. 

 

파기를 마치면, 단면을 정면으로 하고 구덩이에 들어가 계단 모양이 된 곳에 걸터앉아 본다. 흙 구덩이에 몸을 넣어 보면, 갑자기 소리가 사라진다. 그와 함께 흙의 향기를 느낄 것이다. 걸터앉아 정면의 단면을 주시하길 바란다. 잘 응시하면 파낼 때에 흙을 좌우로 분류했듯이, 단면도 거뭇한 층과 그렇지 않은 아랫층으로 나뉘어 있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그림 2-3). 이 위쪽의 층을 '표층토'(또는 작토作土), 아래층의 흙을 '하층토'(또는 심토)라고 한다.

 

그림 2-3 표층토와 하층토. 표층토(작토)의 두께와 부드러움이 중요. 하층토(심토)에서는 물빠짐의 좋고 나쁨을 보여주는 정보가 숨어 있다.

 

 

 

 

단면이 줄무늬 모양인 흙도 있다

그런데 파 보면 흙의 단면이 그림 2-3처럼 되어 있지 않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흙의 단면은 그림 2-3처럼 약간 거무스름한 색의 표층토와 그 아래에 황갈색의 하층토라는 조합이 기본이다. 그러나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정확히는 안도솔) 안에는 몇 층이나 쌓인 것처럼 보이는 흙도 있다(그림 2-4). 이것은 화산 폭발이 반복되어 화산재가 몇 번이나 강하한 데에서 유래한다. 강하된 화산재에 다음 화산재가 내려 쌓이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면, 그곳에서 생육하던 식물의 유체 등이 그만큼 축적되어 흙에 다량으로 첨가된다. 그들은 흙의 유기물(부식)이 되어 흙에 남고, 그것이 표층토에 검은색을 띠게 한다. 그런데 다음에 화산이 다시 폭발해 화산재가 지표면에 떨어지면 이전의 지표면은 지하로 묻히고, 그 결과 쌓였던 유기물로 검은색을 띠던 표층토가 지하로 묻혀 버린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 안도솔의 단면은 줄무늬 모양이 된다. 바꾸어 말해, 이 그림 2-4와 같은 줄무늬 모양을 흙의 단면에서 발견한다면 그 흙이 안도솔이라 알 수 있다. 

 

그림 2-4 화산재에서 유래한 흙(안도솔)의 단면. 안도솔의 단면은 표층토(거무스름한 흙의 층) + 하층토(황갈색 흙의 층)이란 흙의 단면이 기본적인 구성은 아니다. 몇 층이나 거듭 쌓인 것처럼 보인다.

 

 

안도솔은 이러한 흙의 생성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도솔이 아닌 흙과 단면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단순히 표층토와 하층토로 나누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지표면에서 30cm 정도까지를 우선 '표층토', 그 아래 30cm를 '하층토'라 편의상 생각하고, 앞으로 계속 읽고자 한다. 

 

 

 

2 적당한 흙의 경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