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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5. 5. 21. 16:30

남편을 자살로 잃은 여성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 김벼리, 신현균, 한규석(2011),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배우자를 자살로 잃은 여성의 경험과 그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연구참여자들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여성 5명으로 모두 최근 3년 이내에 남편을 자살로 잃었다. 자료의 수집은 개별심층면담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자료의 분석은 Giorgi(1985)의 현상학적 4단계에 의거하였다. 연구결과 4개의 핵심주제와 15개의 공통상위주제가 도출되었다. 핵심주제는 <이제야 선명해지는 남편의 자살신호-자살과 관련된 남편의 특성에 대한 참여자의 지각>, <내 남편은 만들어진 운명의 희생자-남편의 죽음에 대한 참여자의 해석과 수용>, <안팎으로 불구가 된 나-사별로 인한 참여자의 고통>, <죽음으로 기운 인생의 저울에서 생의 추 끌어올리기-회복 그리고 남겨진 삶 살아내기>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 참여자가 경험한 내용과 그 의미에 대해 논의했고, 해석학적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이들의 경험을 더 상세하게 묘사했다. 마지막으로 배우자 자살사벼자들의 회복을 위해 사회와 임상 장면에서 요구되는 역할과 함께 본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 연구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연구 결과>

 

이것은 남편을 자살로 잃은 여성의 경험의 본질이다.

 

핵심주제 1: 이제야 선명해지는 남편의 자살 신호-자살과 관련된 남편 특성에 대한 참여자의 지각

 

 

§ 우울함과 폐쇄적 생활 패턴

- 참여자의 보고에 따르면 남편은 기분변화가 심했거나 지속적으로 우울함 보였고, 운동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의 외부활동 보다 집에서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잠을 자는 것이 보통이다.

 

 

 

§ 이상적 자기와 현실적 자기 간 괴리로 인한 고통

- 참여자의 보고에 따르면 남편은 자신이 추구하고 만족할만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못했다. 남편은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보았던 것 같다.

 

 

 

§ 스트레스 해소법의 부재

- 참여자들은 자신의 남편이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없었다고 했다. 취미활동을 하거나 친목모임에 참여하는 일은 거의 없고, 집에서 술이나 담배를 하거나 컴퓨터에 매달리며 혼자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 소외감과 외로움

- 참여자가 보기에 남편은 누구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가족 내에서 조차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였고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워했다. 당시 참여자는 남편의 외로움과 고독을 의아해하거나 안타까워했다.

 

 

 

§ 넓어진 포용력

- 참여자들은 남편이 사별을 앞두고 전보다 부드러워지고 포용력이 넓어진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참여자 또는 다른 가족들과 남편과의 관계는 개선되거나 발전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남편이 죽음을 준비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져보지만, 그 때 남편의 달라진 행동과 속마음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 죽음에 대한 관심과 자살시도

- 참여자의 남편은 자살을 결행하기 전에도 죽음에 대한 관심을 보이거나,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참여자들은 남편의 이러한 행동을 술주정이나, 홧김에 하는 말이나, 정신질환 때문에 극단적으로 행동한 것 정도로 생각했지 실제 자살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참여자들은 그런 신호가 있었음에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더 신경 써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했다.

 

 

 

핵심주제 2: 내 남편은 만들어진 운명의 희생자 - 남편의 죽음에 대한 참여자의 해석과 수용

 

 

§ 남편의 순수한 의도가 아니었던 자살

- 참여자들은 남편이 정말 죽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술김에 판단력이 흐려져서 자살행동을 했거나, 무언가에 홀려서 그렇게 했거나, 질병으로 인한 결과이거나, 본인이 원하지는 않지만 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택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여러 원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로서의 자살

- 참여자들은 남편의 자살이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제시하는 원인은 어느 하나가 아니라 남편의 초기 환경,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과의 관계, 트라우마(가족의 자살력 포함), 참여자와의 갈등, 알코올문제, 정신질환, 현실적 고민으로 다양하였다. 현실적 고민으로는 재정적인 부분이 공통적이었다.

 

 

 

§ 희생적 의미를 내포한 남편의 자살

- 남편의 자살은 너무 갑작스런 충격이고 큰 상실이지만, 참여자들은 남편의 죽음에 종교적인 해석을 하여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남편의 죽음은 가족 내 갈등을 중단 시키려고, 가족이 모두 천국가게 하려고, 가족을 재정적인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아들의 질병을 낫게 하려고, 내(참여자의) 고쳐지지 않는 결점을 깨닫게 함으로써 아이를 잘 양육하도록 하기 위한 남편의 희생이요, 헌신이기도 하다.

 

핵심주제 3: 안팎으로 불구가 된 나 - 남편의 자살 후 참여자의 반응

 

 

§ 고장나서 혼자 마구 돌아가는 나

- 모든 참여자들은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사별로 인해 자신의 통제 밖의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몸 상태도 전과 같지 않았고, 생각도 가끔은 제어가 되지 않아 원치 않는 생각들로 고통 받기도 했다. 마치 어떠한 조작도 안 되고 혼자 마구 돌아가는 고장이 난 기계처럼 되었다.

 

 

 

§ 몸으로 겪는 사별 고통

- 참여자들은 사별 후 전과 다른 신체반응을 보고하였다. 섭식과 수면 문제는 공통으로 보였고, 그 밖에 어지러움, 멍해짐, 귀에 소리가 들림, 알레르기, 목에 이물감을 호소하였다. 그 중 어떤 것은 신경증적인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참여자는 증상을 호소하지만 막상 병원에 가서 진차을 받아보면 아무런 이상이 없었거나, 약물과 관계없이 증상이 계속되었다.

 

 

 

§ 수시로 떠오르는 남편 자살장면

- 남편이 자살을 결행한 현장을 목격한 3명의 참여자는 모두 침투적 증상을 호소하였다. 원하지도 않는데 수시로 자살한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서 그로 인해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온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점점 옅어지기는 하지만 완전히 잊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보고하였다. 현장을 목격하지 않은 참여자2와 참여자5도 사별 후 거죽만 남아 텅 빈 남편의 심상이 환영처럼 떠오르거나 남편의 자살하기까지의 장면이 상상돼 괴로웠던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 죽음의 그림자를 달고 사는 고독한 삶

- 참여자들은 남편의 자살 후 죽음의 그림자를 달고 살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살에 대한 오명을 인식하였고 만남을 기피했다. 죽음과 전보다 가까워져서 무슨 일을 하다가도 문득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남편이 자살한 곳은 피하게 된다. 남편의 부재를 직면하게 되고 남편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자살의 여파로 남은 가족들은 또 누가 자살할까봐 불안하다. 대화나 행동을 할 때 항상 조심스럽고 속마음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결국 혼자가 됐다. 죽음과는 가까워지고 사람들과는 멀어졌다.

 

 

 

§ 타인과의 만남을 꺼림

- 사체 처리과정이나 장례과정 등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남편의 자살을 알게 된 참여자들 대다수는 모두 한 동안 바깥출입을 꺼리게 되고, 외출을 하더라도 마스크나 모자 등을 착용해 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은 피하려했다. 참여자 5도 남편의 사연을 모르는 사람이 자신에게 '그 때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이야기할 때 소스라치게 놀라 그 자리를 바로 떠나고 싶어 했다.

 

 

 

§ 자살사고와 자살충동

- 참여자 중 참여자 1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편을 사별하고 자신도 너무나 고통스러워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충동을 느꼈다고 했다. 참여자 1도 자살사고는 아니었지만 사별 후 초기에는 살아야 되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 의미를 찾지 못해 공허함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 피하게 되는 남편 자살장소

- 이유는 직접적으로 보고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참여자들 모두는 남편의 자살한 장소를 한 동안 마주하지 않으려 했다.

 

 

 

§ 자살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가족

- 사별 후 참여자 뿐 아니라 가족들 사이에 누군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 그래서 그들은 전에 없던 확인행동(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거나 인기척이 잇는 지 확인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반응이 없을 때 안절부절 하지 못하게 됐다. 이런 불안 때문인지 참여자는 가족들에게 사별로 인한 자신의 고통이나 감정표현을 드러내는 것은 가족들 사이에서는 도리어 피하고 억제하였다.

 

 

 

§ 서로 뒤엉켜 폭발하는 감정

- 남편을 자살로 사별한 후 참여자들의 감정은 어느 한 단어로 표현할 수가 없다. 개인마다 감정의 강도나 두드러진 감정이 무엇인지에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을 호소하였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 남편이 자살한 것에 대한 분노와 원망, 좌절된 희망과 안타까움, 제3자에게 쏟아지는 분노, 순간 미안했다가도 돌아서면 원망스럽고 화가 나기도 한다. 참여자의 감정은 사별을 겪으면서 서로 뒤엉켜 언제든 격렬하게 표출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 죄책감과 후회

- 참여자들은 모두 생전에 남편에게 좀 더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하여 후회를 했고, 남편의 좌절과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보듬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남편이 자살하지 않았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에 대부분 따라붙는다. 그 중 일부 참여자는 나의 무엇이 남편을 '죽였을지도 모른다' 혹은 '죽였다'라고 표현했다.

 

 

 

§ 남편 자살에 대한 분노와 원망

- 참여자들은 남편의 자살에 대해 야속함 혹은 분노를 느꼈고 원망을 하기도 했다. 특히 과부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할 때나, 현실 속에서 남편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들(자녀양육, 아픈 가족을 돌보기, 경제활동)에 직면할 때 그런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남편의 자살이 자신에 대한 보복적 행위라고 생각한 경우 분노는 더욱 격렬했고 결혼에 대한 후회를 수반하였다.

 

 

 

§ 좌절된 희망, 안타까움

- 참여자들은 남편이 밝고 행복한 미래를 마주칠 수 있는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언급할 때 참여자 대부분 남편의 긍정적인 측명(재능이나 성품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을 부각시켰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들은 남편의 자살로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이 좌절된 희망 앞에서 참여자들은 안타까움으로 한탄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 제3자에게 쏟아지는 분노

- 참여자 대부분 누군가를 향해 격렬한 분노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분노의 대상은 남편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혹은 신)이나 남편의 죽음을 촉발시키는 데 관여된 사람이다.

 

핵심주제 4: 죽음으로 기운 인생의 저울에서 생의 추 끌어올리기-회복 그리고 남겨진 삶 살아내기

 

 

 

§ 자살에 대해 털어놓고 줄어든 마음의 짐

- 사별 후 참여자들은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과 갑작스런 부재로 인해 신체적, 인지적, 행동적, 정서적 곤란들이 뒤엉켜 혼란스럽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 털어놓았다. 털어놓고 나서 참여자들의 격렬한 감정은 추슬러졌고 복잡한 생각들이 다소 정리가 되었다.

 

 

 

§ 왜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

- 참여자들은 남편을 상실한 후 '내가 왜 살아야 될까'를 고민해보았던 것 같다. 어떠한 의미나 목적을 찾지 못하면 자연스레 죽음을 택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삶에 대한 의지를 밝혀줄 그 무엇을 부여잡지 않으면 안 되었다. 참여자들은 전보다 더 여유 있고 넉넉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삶을 살기 원하기도 하고, 남은 자녀를 잘 양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기도 했으며, 일부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과 유사한 고통을 경험한 이들을 돕기 원했다.

 

 

 

§ 위태로움 속에 살아내는 삶

- 어떠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살아가고 있지만, 참여자들의 삶은 여전히 '살아 내는' 삶이다. 한 걸음을 디뎌내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그 걸음은 더디고 위태롭기까지 하다. 다만 오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대한의 힘을 끌어올려 하루하루 살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의 자살은 참여자의 삶까지도 죽음과 더 가깝게 만들어 버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가다가도 긴장을 늦추는 순간 삶의 끈을 놓고 싶은 충동이 삼킬 듯한 태세로 덤벼든다.

 

 

 

 

 

* 출처 : 김벼리, 신현균, 한규석(2013). 남편을 자살로 잃은 여성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여성, 18(1): 191-218.

 

 

 

 

저 책(바람 참 좋다)라는 책은 어디서 구할수 있나요?
jueun lee님 안녕하세요. 자작나무 입니다^^ 게시물에 작성된 내용들은 [ *출처: 김벼리, 신현균, 한규석(2013). 남편을 자살로 잃은 여성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여성, 18(1): 191-218. ] 논문에서 발취한 내용입니다. (바람 참 좋다)는 사진으로, 추후 사진과 글 내용 배치 시 혼동하시지 않도록 게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저위에 나열된 이야기들이 모두 나에게 일어난 이야기 같아 구해서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ㅠ
jueun lee님 안녕하세요. 자작나무 입니다^^ 구글 또는 네이버 검색창에 [남편을 자살로 잃은 여성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를 검색하시면, 해당 논문을 구매하실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