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 이야기/삼국지와 영웅 이야기 2

수미니 2007. 11. 26. 17:43

 

 

 

한漢 헌제 건안 원년(서기 196년) 조조는 낙양에서 천자와 대면한다.  황제한테 정말 오랜만에 문안인사 드리는 거다. 

 

그런데 조조가 황제를 만나 꼬라지를 보니 가관이다. 보아하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집나가 돌아다닌 넘 꼴이다. 이런 황당할 때가..... 아무리 그래도 이 녀석들은 천자를 모셨으면, 어느정도 천자 대접은 해야될거 아닌가?  그래서 조조는 가지고온 양식으로 황제에게 진수성찬을 대접해 드린다. 명색이 천자지만 일년여 거렁뱅이 처럼해서 낙양에 도착했으니,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는 동안(장안 탈출도 천자지만, 지가 혼자 기획한게 아니니...) 고기 반찬은 커녕, 밥도 제대로 못먹었던 황제가 얼마나 감격했을까? 이런 상황에서도 지를 챙겨주는 충성스런(?) 신하가 있었다니.....  이런거에 감격한 황제는 조서를 내려서 조조한테 부절符節(금속이나 옥 혹은 대나무로 만든 일종의 위임장으로 군사통수권을 의미하는데, 반으로 잘라 군주와 그 명령을 받은자가 하나씩 가졌다고 한다.)과 황월黃鉞(鉞은 본래 주나라 이전에 유행하던 청동제 도끼형 무기인데, 황제의 명을 받아 대외원정을 이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리고 녹상서사錄尙書事(궁중의 문서를 담당하던 관직으로 후한 장제章帝 이후 태부와 태위가 이 직무를 겸직하면서 삼공의 권위를 넘어서는 기구가 되었다. 대체로 어린황제가 즉위했을 때 황제를 대신하여 집정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국가 최고 행정권의 상징 정도...)등을 수여했다.   이로써 조조는 대내외적으로 황권을 수호하는 자로서 그 이름을 드높이게 된다.  사람들이 조조를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건 정치적 거물로 성장하는 첫걸음이다.

 

 월鉞이라는 무기는 이렇게 생겼단다. 

 

 

 

 

그러나, 부절이나 황월, 게다가 녹상서사..... 이딴 너저분 한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런것들은 모두가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 사실상 황제가 남의 동네 있는 한 조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예를 들어 부절(병권)이나 황월.... 중앙군이라고는 남은 넘이 없다. 군대라곤 모두 골목대장들이 이끌고 있는 군대들 뿐이다. 그러니 중앙정부의 국방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주변에 아무도 말안듣는데......  그럼 녹상서사(행정권)는 괜찮을까? 이건 뭐 별다르겠나. 마찬가지지..... 지방에서 골목대장 하는 애들이 군사 장관이고, 동시에 행정 장관인데 뭣하러 중앙정부의 행정지시를 듣고 있겠나.....   그러니 반드시 천자를 자기네 동네까지 모셔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게 부절符節이다. 반으로 쪼개서 황제와 황제가 임명한 관리가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니, 그 권한의 상징이 되었다.

 

 

 

그럼 조조가 황제를 지네 동네로 모셔가면 뭐가 달라지냐고?  그럼! 달라지지...... 황제가 조조 구역안에 있으면 조조 정부가 중앙 정부가 된다. 지금 처럼 황제 만나려고 남의 동네 갈 일이 없다는 말이다.  동시에 조조의 군대도 중앙군이 된다.  정권의 정통성이 생기는 거다.  모개가 목에 핏대 세워가면서 한 이야기가 그거다....... 그렇지만 아까 말했듯이 정통성이니, 명분이니 하는건 아무런 실질적 도움도 없지 않냐구?   당장 생기는 눈에 보이는 이익만 생각한다면..... 그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정도 밖에 생각못하는게 당시 조조를 제외한 원소나 유표, 아님 공손찬, 장수 같은 어중이 떠중이 골목대장들이었던 거다.(나중에는 원소도 침을 삼키며, 황제를 훔쳐오려 했었고, 손책도 강동을 평정한 뒤에는 어찌어찌해서 황제를 탈취해보려고 고민했었다. 근데 애네는 조조가 황제를 활용하는거 보고나서 그제야 황제의 가치를 깨달은 거다.)  애네들은 앞날 같은거는 생각도 못하는 넘들었다. 당장 가지고 있던 땅 안뺏기고 지키는게 최우선 과제였던 그들이 자신의 미래나, 집단의 발전 같은걸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그나마 원소나 원술 같은 애들이 다른 골목대장들 보다는 꿈도 있고, 싹수도 있던 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들은 조조가 황제를 모시기 전에는 황제의 가치를 알지 못했고, 그 사용처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모개가 조조집단 발전계획에서 주장한대로, 황제를 곁으로 데려와야 하는 까닭은 당장의 이익을 챙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머나먼 미래에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은 당장 부릴 수 있는 군사 수십만명을 훨씬 능가하는 큰 힘이다.  즉, 정치적으로 정통성을 얻고, 명분을 챙기게 되면, 백성들 전체를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황제를 통해 주변 제후들을 견제할 수 있고, 싸우게 할 수도 있으니, 이 천자라는건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야하는 고급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멍청한 제후들이나 낙양에서 천자를 모시고 있던 허접한 군벌들은 그 진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거다.  그저 어렴풋이 "그거 되게 비싼거겠지!  쓸데도 없이..... 그냥 장식품밖에 안되는거 아냐?" 정도의 생각을 했지만....... 어쨋든 이들은 사용처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 근데 조조는 단박에 그걸 싼값에 낼름 차지하겠다고 나섰던거다. 이런거 보면 사용법도 이미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거다.   하지만 지금의 황제는 남의 손안에 있으니 이걸 빼와야 한다. 

 

황제를 빼오는 일에도 동소가 크게 한몫 했더랜다......언제냐면, 바로 조조가 막 낙양에 도착한 이후에 동소를 찾아 감사인사하면서이다.  조조는 동소와 단둘이 앉아 자기를 대신해서 해준 수많은 일들에 감사 백배하면서, '이제 우리 앞으로는 어떡해야지?' 하고 진지하게 묻는다.  동소도 황제를 델구가고 싶어하는 조조의 맘을 다 알고 있다. 아니 그게 시대를 위해, 정의를 위해 올바른 일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신 제대로 박힌 인물이 황제를 보호하고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아님 이때부터 차기 정권의 수장은 이사람 조조라고 찍고었는지도 모른다..........  근데 이정도로 잘찍으면 무당들 할일없다.  어쨋건 동소는 이렇게 대답한다. '장군께서는 의병을 일으켜 난폭한 무리를 주멸하셨고, 드디어 조정에 들어 천자께 인사드리게 되었으며, 황실을 받들어 모시려고 하십니다. 이건 옛날 제환공齊桓公이나 진문공晉文公 같은 분들이나 이루어내신 위대한 패왕의 사업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천자의 주변에있는 몇몇 군벌들은 뜻이 어떨지 모르고, 장군의 뜻에 따를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만일 낙양에서 황제폐하를 돕는다면 주변에 있는 군바리들 땜에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겁니다.  유일한 방법은 장군님의 근거지로 황제폐하를 빼돌리는거 밖에 없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동소도 알고 있었다. 이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다른 군벌세력들의 반대도 반대지만, 보통 사람들도 동탁이 장안으로 천자를 끌고 가는걸 봤기에 쉽게 조조가 황제를 업어가는걸 찬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 막 낙양으로 천신만고 끝에 돌아왔는데, 오자마자 다시 조조네 동네 허현許縣으로 몰래 훔쳐간다면? 조조가 동탁꼴이 날 수도 있는 거다.       

 

그럼에도 동소는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바람을 넣는다. "비상시국에 특별한 일을 행해야지만, 큰 업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니, 장군께서는 잘 생각해보십시오(行非常之事, 乃有非常之功, 愿將軍算其多者.)"  조조는 동소의 말을 듣고 곧바로 동의하면서도 한가지 여의치 않은 사정이 있음을 내비친다. '그렇지! 나도 당장 황제폐하를 모셔가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다만 여기 있는 군바리 가운데 양봉이라고 있자나? 개 생긴게 한가닥 하게 생겼더라구...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이때 조조가 군대를 이끌고 온 것도 아니고, 이상황에서 남의 동네서 행패부리다간 맞아죽는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다.  동소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이렇게 말한다. '문제업서요....양봉이라는 사람 무서워하시는데,  이 인간은 사납기는 하지만 지혜가 없구요, 게다가 도와줄 친구도 없거든요. 그러니 속여넘길 수 있습니다.  장군께서 먼저 양봉에게 공손하게 편지한통 쓰시고, 거기다 선물을 좀 후하게 보내시면서, 낙양에 먹을만한게 없어서 노양魯陽에 식량구하러 간다고 그러세요. 노양은 장군님 땅이랑 그리 멀지도 않고하니, 언제든 뺑소니 칠수 있자나요? 게다가 노양은 양봉이 있는 양현梁縣과도 멀지 않으니 양봉이 그렇게 의심하지 않을테니, 걱정 붙들어매도 될겁니다.'

 

조조는 이 말대로 양봉에게 편지를 써보내고, 황제를 눈깜짝할새 빼돌려버린다. 그리고 양봉이 이 일을 알아차렸을때는 이미 일이 모두 마무리 되버렸을 때다. 애시당초 동소가 조조 이름으로 편지를 양봉에게 보냈을 때, 양봉은 철석같이 조조가 양식만 대주고, 군대를 보내서 조정에서 폼잡는 일은 자기가 하게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건 양봉이 조조라는 인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하긴 당시에는 조조가 얼마나 용의주도하고 야심만만한 사람인지 알수 없었을 거다. 조조의 이력이래봐야 동탁이 낙양 오기전에 하찮은 관직 몇가지 맡았고, 나중에 관동군에 참가했지만 주력도 아니었으니.... 게다가 조조는 이제 막 양봉 자신이 도와줘서 정식 연주자사가 된 인간 아닌가? 이런애가 자기를 배신하고 황제를 허현으로 빼돌리다니......  꼭지가 돌은 양봉은 조조랑 한판 붙자고 조조 근거지로 쳐들어가지만, 조조에게 타작당하듯 군사들을 잃어버리고, 원술에게 도망가 몸을 의탁한다.

 

허현으로 천도한 천자는 얼마간 조조의 군영을 임시 집무실로 사용했는데, 나름대로 만족했다고 한다.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말이 황실이지 조조 진영으로 흘러들어오기 전까지 황실의 살림살이란 거렁뱅이 집단이나 크게 차이가 없었으니, 조조의 융숭한 대접에 쉽게 만족할 수 있었을 거다. 후한서 헌제기獻帝記에 의하면 천자가 낙양에 있을 때, 있을 곳이 없어(동탁이 도망가고 나서 불태워졌다.) 임시로 조충趙忠이라는 늙은 내시의 집을 사용했는데, 그 생활이 비참하기 그지 없었고 신하들도 자기 먹거리는 자기가 해결해야 했는데, 심지어는 굶어죽는 신하도 있었고, 군인들한테 맞아죽는 신하도 있었단다.(지방에서 공물을 안갖다주면 중앙정부는 뭘먹고 살겠나? 게다가 동네서 한가닥하는 지방 제후 휘하에 있는 병사를 잘못 건드리면 힘없는 신하들이 찍소리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나 보다.)  근데 조조네 동네로 와보니 생활이 달라진거다. 게다가 조조는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준다. 이렇게 되고 보니 천자가 조조를 맘에들어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 

 

어린 황제가 감동할 일은 또 있다.  조조가 매번 어린 천자에게 생활용품들을 건대줄 때, 자기꺼 던져준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고, 천자에게 바쳐야할 공물이니 이제 천자께 돌려드린다고 말했단다.  조조는 또 몇가지 물건과 그 목록을 적은 글을 바치면서 이렇게 적었다. '이 물건들은 선대 황제들께서 저희 선조들을 총애하사 하사하신 겁니다. 지금껏 집안에 보관하면서 감히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만, 신하된 제가 따로 공을 세운 바도 없는데 어찌 이런 귀중한 물건들을 사용하겠습니까? 게다가 폐하께서 아쉬운대로 사용할만 하시니 당연히 돌려드려야지요.'

 

이런 조조의 행동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누굴 도와주거나 누구에게 기부했다면 그걸로 잊어버릴 때 더욱 빛이나고, 더 많은 칭찬을 듣게 되는 거다.  괜히 생색내면 치사해보이니까.....  그리고 자꾸 생색내면 이건 선물이나 도움이 아니라, 뇌물이나 댓가를 바란 행동이 되버린다.   그리고 당연히 그 댓가 혹은 좋은 소리도 듣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차라리 잊어버리라는 거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그치만 요즘은 이렇게 생색내는 기부나 선물도 필요한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기부라는거 절대 하고싶지 않는 단체나 기업, 그리고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우리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그런지, 아직은 돈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맘으로 기부하는 일보다, 경제적으로 그렇게 풍족하지 않아보이는 분들이 기부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서로 나눌때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거, 이건 해본 사람만 안다.  아주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거지만 스스로 만족하시고 행복할 수 있을거다. 이걸 어떤사람들은 우월감의 표현이라고 하는데..... 남 도와주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뭔 소릴 하는건지.... 그치만 남들이 뭐라고 부른들 어떠냐?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하는데 일조하는 거다.  남들 눈치는 안보셔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한번 해보시라. 봉사하는 방법 정말 많고 많으니,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걸 선택할 수도 있다. 기왕이면 자기 눈으로 한번 하는 일들 살펴보고, 도와주면 더 좋고... 그게 힘들면 한달에 한 5000원이라도 성금 내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자기에게도 남들에게도................................

 

 

 

 

............이정도면 조조가 처음 천자를 데리고올 때는 진심으로 천자에게 충성하는 갸륵한 맘에 그랬다고 봐야할려나 모르겠다.  그럼 제갈량이나 원소, 그리고 손권이 조조를 욕하면서 황제를 인질로 하고 있다는 말은 배가 아파서 했던 전혀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될라나?   이어서는 조조가 황제를 모시고 온 이후로 어떻게 발전해가는지, 황제 이름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고 다시 이 이야기를 계속하자.

 

 

 

넘 재밌고 소중하게 읽고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종종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