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전 이야기/주역 이야기

수미니 2007. 11. 26. 19:38

 

 

 

   주역周易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역전易傳이라는 주역 해설서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한바 있고, 또 역전이 성립되었기에 고대 역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 여기서는 역전이 도대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 책인지 한번 자세히 살펴보겠다.

 

 

    제 1절.  역전 형성 년대에 관하여

 

 

역전易傳은 전국戰國시대 이래로 형성되었으며, 주역周易을 체계적으로 해석한 저작으로 모두 일곱 종류 열편이 있는데,  단彖 상,하편, 상象 상,하편,문언文言,계사繫辭 상,하편,설괘說卦,서괘序卦,잡괘雜卦가 그것이다. 이 열편의 저작들을 역위易緯 건착도乾鑿度나 동한東漢의 경학자들은 ‘십익十翼’이라고 불렀는데, 이때 ‘익翼’은 돕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이 저작들이 역경易經을 해석하는데 쓰였음을 보여준다. 한대漢代의 학자들은 유가경전儒家經典을 해석한 저작을 전傳이라고 불렀는데, 십익 역시 역전이라고 불렀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돌아가신 선친께서는 이런 말을 남기셨다. ‘주공周公이 돌아가신지 오백년 만에 공자孔子께서 태어나셨다. 공자가 돌아가신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백년이 지났으니, 이를 이어 세상에 밝혀서 역전易傳을 바로잡고 춘추春秋를 계승하며 시詩 서書 예禮 악樂에 근본을 두어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뜻은 여기에 두어야 하겠구나! 뜻은 여기에 두어야 하겠구나! 내가 어떻게 감히 회피할 수 있겠는가.(先人有言, 自周公卒, 五百歲而有孔子. 孔子卒後, 至於今五百歲, 有能昭明世, 正易傳, 繼春秋, 本詩書禮樂之際? 意在斯乎! 意在斯乎! 小子何敢讓焉.)”   또   “역易은 천지天地와 음양陰陽 그리고 사시四時와 오행五行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설명하는 것)에 그 뛰어남이 있다.(易, 著天地陰陽四時五行, 故長於變.)라고 말했으며, “역易은 변화를 이야기하고, 춘추春秋는 의로움(義)을 이야기한다.(易以道化, 春秋以道義.)”

 

사마천 부자가 역전과 춘추를 함께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역전을 공자의 저작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역易은 역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역易은 변화를 이야기하고, 춘추春秋는 의로움(義)을 이야기한다.’고 말하였으며, 이 때문에 ‘역전을 바로잡고 춘추를 계승’하는 것을 공자의 사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한대 초기에는 십익에 관한 여러 저작들도 마찬가지로 역易 혹은 전傳으로 불려졌다. 육가陸賈는 신어新語에서 계사의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한다.(二人同心)”나 “하늘이 상을 드리운다.(天垂象)”를 인용하면서도 “역에서는 이렇게 말한다.(易曰)”라고 하였다.  회남자淮南子(한 무제때, 회남안 유안이 문객들을 모아서 지은 서적)에서도 서괘序卦의 글을 인용하면서 역시 “역에서는 이렇게 말한다.(易曰)”라고 하였다.  한시외전韓詩外傳(한영이라는 학자가 고대의 시詩를 주석한 책)에서는 계사의 “쉽고 간단해서 천하의 이치가 얻어진다.(易簡而天下之理得矣)”를 인용하면서 “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傳曰)”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십익과 같은 부류의 역易풀이(주역 해석) 저작을역전혹은 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대 초기 이전에 시작되었던 현상이다.

 

한대 초기의 경학자들은 때때로 자신의 역풀이 저작을 역전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예를 들면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수록된 작품들이 그러하다. 이 때문에 훗날 개인이 주역을 해석한 저술들까지 마찬가지로 역전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동한東漢의 경학자들은 공자가 지은 역전과 일반 경학자들의 저술을 구분하기 위해서 역위易緯의 말을 채용하여 전국시대戰國時代 이래의 역풀이 저작을 “십익”이라고 부르게 된다.

 

여기에는 한 가지 토론할 만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역대전易大傳이 지칭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사마담司馬談은 논육가지요지論六家之要指에서 “역대전에서는 ‘천하가 (지향하는 것은) 일치하지만 수많은 생각이 있고, 같은 곳으로 돌아가지만 수많은 길이 있다.’라고 말한다.(易大傳, 天下一致而百慮, 同歸而殊塗.)”라고 하였다. 이 역대전이라는 말은 한대 초기의 문헌들 가운데서는 오직 논육가요지에서만 볼 수 있다. 인용된 글을 살펴볼 때  역대전은 계사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계사가 역대전이라고 일컬어지는 까닭은 이 전傳이 주역의 대체적인 의미를 통론하고 있으며,  단이나  상과는 달리 경문 구절을 해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전大傳’이라는 말은 주역을 해석하는 데에만 국한되어 사용된 말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의례儀禮 가운데 상복喪服 편은 경문과 전문이 있는데, “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傳曰)”라고 이야기 하는 부분은 경문을 구절마다 해석하고 있어서 상복전喪服傳이라고 부를 만하지만, 예기禮記 가운데 대전大傳은 조상이나 인척들과 관련된 대체적 도리를 통론할 뿐, 상복경문喪服經文을 구절과 장을 따라서 해석하지는 않았고, 더구나 상복경문喪服經文에 의거해서 그 대체적 의미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대전大傳이라고 부른다.  한漢나라 초기의 경학자 복생伏生의 상서대전尙書大傳 역시 이런 체재를 가지고 있다. 근래의 학자 고형高亨은  주역대전금주周易大傳今注에서 십익十翼을 통칭해서  대전大傳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논의해볼만한 일이라 하겠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말하고 있는 역전과 역대전은 각각 지칭하는 바가 다른데, 후자는 계사繫辭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문제는 송대宋代에 구양수歐陽修가 역동자문易童子問에서 고증한바 있으며, 그 논증은 신뢰할만하다.

 

역전, 즉 십익의 형성 년대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사마천은 사기 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 역전을 공자의 저작이라고 생각하였는데, 그의 영향은 매우 커서 구양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계사가 공자의 저작이라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청대淸代의 최술崔述은 한걸음 더 나아가 단彖, 상象 두 전傳이 공자의 저작이라는 것을 의심하였다. 현대에 들어서서는 십익 역시 공자의 저작이 아니라는 생각이 생겨났고, 이것은 현재 거의 정설이 되었다. 또한 역전 각 편이 한 시대 한사람의 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전국시대 이래로 지속적으로 형성된 역풀이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전 각 편의 형성 년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이는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한 가지는 전국시대 전기라는 학설이며 다른 한 가지는 전국시대 후기라는 학설인데, 논쟁의 초점은 단, 상과 계사의 형성 년대이다. 이 주백곤의 역학철학사에서는 역전이 전국시대 후기에 형성되었다는 학설에 동의하고 있는데, 단의 형성 년대가 비교적 빠르고, 이어서 상이 나왔으며, 계사는 단, 상 등이 나온 이후에 완성되었다고 생각된다.  결국 십익은 기본적으로 선진시대에 완성되었으며, 전국시대의 저술이라는 것이다.

 

 

 

................ 참고로 이번 회부터 시작되는 내용(역전과 그 사상)은 이미 언급한 바 있는 역학의 대가 고故 주백곤 교수님의 역학철학사 가운데 역전 부분에 대한 해석을 기본으로 텍스트로하고, 간간이 필자의 견해를 덧붙여 완성한 것이다.  

 

                             2004년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주백곤 교수이다.

 

 

 

 

 용어, 인물 해설

 

 .............. 사마담司馬談 (?-기원전110): 서한西漢 시대 하양夏陽 -현재의 섬서성陝西省-사람이며, 사마천의 아버지이다. 태사령太史令(한초의 사관)을 지냈으며 태사공太史公이라고 존칭되었다. 한초漢初에 역학박사易學博士(고대 관학에서 어떤 분야에 정통한 사람에게 주던 관직이 박사인데, 역학에 정통한 사람이 역학박사이다.) 양하楊何로부터 금문역학今文易學(한대 학술은 크게 금문경학今文經學과 고문경학古文經學으로 나눌수 있는데, 금문경학은 진나라의 분서갱유이후 학자들이 예전에 공부했던 경전을 당시 사용되던 글자로 다시 적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며, 고문경학은 당시 옛집터나 묘지에서 새로 발견된 고대 서적이 진나라 이전에 사용되던 고대 글자로 기록되어 있었기때문에 붙은 이름이다.)을 배웠으며 논육가요지論六家之要指(사마담이 제자백가의 성격과 그 사상에 대해 약술한 논문)에서는 계사를 역대전易大傳이라고 불렀다.

 

...............역위易緯: 위緯는 한대에 유행한 저작 형식이다. 경經이 책을 묶는 날줄을 의미한다면, 위緯는 씨줄을 의미한다. 또 이 책들은 고대 사상가들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생각을 펼친 것으로, 그 성격상 대부분 작자가 분명하지 않다. 역위는 역경에 대비해 붙인 이름이으로 역학 서적이라는 의미이다.

 

................고형高亨(1900-1986): 고형은 중국 현대의 경학자經學者이며, 고대문화사가古代文化史家이다. 자字는 진생晉生이며, 길림성吉林省 쌍양현雙陽縣 사람이다. 경학經學과 사학史學, 금석갑골문金石甲骨文에 조예가 깊었으며,  시경詩經, 상서尙書,  주역周易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저서로는 주역고경금주周易古經今注, 주역잡론周易雜論, 주역대전금주周易大傳今注, 시경금주詩經今注, 문자형의개론文字形義學槪論 등이 있다.  

 

.............구양수歐陽修(1007-1072): 구양수는 북송北宋의 문인이자 사상가이다. 길수吉水(현재의 강서성)사람이며, 자는 영숙永叔으로 스스로를 구양거사歐陽居士라 불렀다. 저서로는 구양거사집歐陽居士集, 외집外集, 역동자문易童子問, 외제집外制集, 내제집內制集, 표주서계사육집表奏書啓四六集, 주의집奏議集등이 있는데 송대宋代에 주필대周必大는 구양문충공전집歐陽文忠公全集을 편찬하여 이를 수록하였다. 특히 역동자문에서는 공자가 십익十翼(역전)을 지었다는 전통적인 주장을 부정한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