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전 이야기/주역 이야기

수미니 2007. 11. 30. 18:37

 

 

 

 

     앞서 단이 형성된 시기를 살펴보면서, 시초점의 원칙(占筮體例)이나 사상적 연원 등과 관련해서 살펴볼 때, 단의 형성 년대는 맹자보다 빠를 수 없으며, 전국시대 중기 이후인 맹자와 순자 사이라고 확정하였다. 여기서는 상전象傳과 문언전文言傳의 형성시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1. 단, 상, 문언의 형성(2) - 상, 문언의 형성

 

상象이 형성된 년대와 관련해서, 고형高亨은 대상大象에서 64괘卦의 괘명卦名과 괘의卦義만을 풀이하고 괘사卦辭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까닭은, 단彖에서 이미 괘사卦辭를 풀이했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상象은 단彖보다 늦게 나왔다고 생각했다. (高亨, 周易大傳今注 참고) 이 것은 매우 상전의 형성 시기를 매우 정확하게 지적한 말이다. 

 

단에서는 괘사卦辭만을 풀이하고 효사爻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소상小象에서는 상전象傳임에도, 효사爻辭를 보충할 때 단전의 효위설을 동시에 채택하고 있는데, 이 역시 상이 단보다 뒤늦게 나왔다는 증거가 된다.  또 상의 문구에서는 여러 곳에서 단의 주장을 발휘해내고 있다. 예를 들어 단에서는 건괘乾卦를 풀이하면서 “만물이 이로부터 비롯되며 마침내 하늘을 통할한다.(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는데, 대상大象에서는 “하늘의 운행이 굳건하다.(天行健)”라고 하였다. 단은 곤괘坤卦를 풀이하면서 “곤坤은 두텁게 사물을 싣고 있어서, 그 덕德은 끝없는 지경에 합한다.(坤厚載物, 德合无疆)”라고 하였는데, 대상에서는 “땅의 형세가 곤坤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두터운 덕德으로 사물을 떠받친다.(地勢坤, 君子以厚德載物)”라고 하였다.  단은 태괘泰卦를 풀이하면서 “이것은 천지가 교합하여 만물이 서로 통하는 것이다.(則是天地交而萬物通也)”라고 하였는데, 대상에서는 “천지가 교합하는 것이 태泰이니 제후(后)는 이를 본받아 천지의 도道가 알맞게 운행되도록 한다.(天地交泰, 后以財成天地之道)”라고 하였다. 단은 다시 비괘否卦를 풀이하면서 “이것은 천지가 교합하지 않아서 만물이 서로 통하지 못하는 것이다.(則是天地不交而萬物不通也)”라고 하였는데, 대상에서는 “천지가 교합하지 않는 것이 비否이다.(天地不交, 否)”라고 하였다.

 

이상 살펴본 예에서 그 말투를 살펴보면 상의 문장은 바로 단의 문장에 대한 해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에서는 또 준괘屯卦를 풀이하여 “굳센 것과 부드러운 것이 처음 만나서 어려움이 생겨난다.(剛柔始交而難生)”라고 하였고, 소상小象에서는 이 괘卦의 육이효六二爻 효사爻辭를 해석하여 “육이六二의 어려움은 굳센 것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六二之難, 乘剛也)”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단의 의미를 사용해서 효상爻象을 해석한 것이며, 이런 유형의 예는 매우 많이 보인다.

 

예기禮記 심의편深衣篇에서는 일찍이 곤괘坤卦 육이효六二爻의 소상을 인용하여 “육이六二의 움직임은 곧고 방정하다.(六二之動, 直以方也)”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상의 하한선은 당연히 심의편이 기록되기 이전이다. 그렇지만 심의의 형성 년대는 이미 고증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예기라는 서적이 대체로 전국시대에서 진한秦漢 교체기(진나라가 혼란에 빠진후, 한나라가 자리를 잡을 때 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사이의 작품이라고 여겨지고 있을 뿐이다. 또 중용中庸(본래는 예기의 한 편篇이었으나, 송대 주희는 대학大學과 함께 중용中庸을 독립시켜, 논어 맹자와 더불어 사서四書라 불렀다.)에서는 군자의 덕행을 이야기하면서 “넓고 두터운 것은 땅과 짝지을 만하고, 높고 밝은 것은 하늘과 짝지을 만하며, 유구悠久함은 끝이 없다.(博厚配地, 高明配天, 悠久無疆.)”라고 하였다.  그리고 ‘유구悠久’에 관해서는 “쉬지 않으면 오래되고(不息則久.)”, “유원悠遠하면 넓고 두텁게 된다.(悠遠則博厚. )라고 해석하였다. 또한 “넓고 두터우니 만물을 떠받칠 수 있고, 높고 밝으니 만물을 덮어 주는 것이, 유구하기에 만물을 완성하는 것이다.(博厚所以載物也, 高明所以覆物也, 悠久所以成物也.)”라고 하였다. 이 논조를 따르자면 하늘의 덕德은 쉬지 않는 것이며, 땅의 덕德은 사물을 떠받치는 것이다. 이것은 상에서 “하늘의 운행은 굳건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라고 말한 것이나 “땅의 형세가 곤坤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두터운 덕德으로 사물을 떠받친다.(地勢坤, 君子以厚德載物)”와 일치한다. 중용은 예기의 한편이었으며, 진한秦漢 교체기의 작품인데, 그 안에서 군자의 덕德과 천지의 도道에 대해 해석한 것은 상象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근거로 하면 상의 하한선은 마땅히 진한秦漢 교체기 이전으로 보아야 하며, 마찬가지로 전국시대 후기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문언文言은 경학자가 건곤乾坤 두 괘卦의 괘효사를 풀이한 기록이다. 그 가운데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子曰)”라고 하는 부분은 사실 공자의 말이 아니라 경학자의 말이거나 혹은 거짓으로 공자의 말이라 의탁한 것이다.(정통주의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신성시되는 훌륭한 사람 이름으로 자기 생각을 많이 발표한다. 어떻게 보면 사기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근데 이건 유가儒家 학자들에게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도가 무리들 역시 이런 경향이 있었다. 물론 각종 도가 전적들의 은유적 말투는 작자가 처음부터 그 내용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라지 않고 있었던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이 들게도 하지만....  또 이런 일들은 동양에서만 일어난 일도 아니다. 서양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했었다. 물론 교회다니시는 분들 가운데 어떤 분들은 절대 아니라 그러시겠지만, 성경에 쓰인 내용 가운데서도 이런 내용들이 아주아주 많다.  한마디로 고대 문헌들을 100% 글자 그대로 믿는것 그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하다 못해 역사서에도 사기친게 한두가지가 아니니까..... 이전에 '삼국지와 영웅이야기'에서도 여러번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역사책은 절대 글자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무슨 허무맹랑한 국수주의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아니고, 우리 역사서가 중국의 눈치를 봐도 너무 보는 사람의 손에 의해 쓰여졌기 때문에, 절대 중국에 대해 독립적인 행위나 언사를 한 사람들을 좋게 보지 않았고, 그 내용을 많이 왜곡했기 때문이다. 이런건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시 연구해야할 문제라 생각된다. 조선시대 모화관慕華館이라는 곳이 있었다. 중국 사신을 영접하던 곳인데 이름자체가 지금 보면 굴욕적이라 할만큼 사대적이다. 또 이런 사람들이 기록한 역사를 100% 글자 그대로 믿는거 자체가 우습다.) 문언의 건괘乾卦 여섯 효爻에 대한 해석은 크게 세 단락이 있으며, 대체적 의미는 대동소이한데, 이는 문언이 경학자의 강의 기록이며 한사람의 손에서 저작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문언의 건괘乾卦 괘사卦辭 “원형이정元亨利貞”에 대한 해석에서는, 이 네 글자를 네 가지 덕德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것은 좌전左傳 양공襄公 9년 조에 기록된 목강穆姜의 수괘隨卦 괘사 해석을 옮긴 것이며 몇몇 글자만 차이가 있다.

 

문언의 기타 해석은 대부분 단이나 상의 내용을 인용하고, 여기에 작자의 생각을 덧붙인 것이다. 예를 들면 ‘건乾’과 ‘원元’을 연결시켜 읽고, 동시에 단의 내용을 해석하여 “때로 여섯 마리 용을 타고 하늘을 날며, 구름이 떠가고 비가 내려서 천하가 평안하다.(時乘六龍以御天也, 雲行雨施天下平也.)”라고 하였다. 또 곤괘坤卦를 해석하면서 “만물을 포용하고 길러냄이 빛나는 것은 곤坤의 도道가 순응하는 것이니, 하늘을 받들어 때에 맞게 이행한다.(含萬物而化光, 坤道其順乎, 承天而時行)”라고 하였다. 이것은 단의 “만물이 이로부터 생겨나서 마침내 하늘을 순응하여 받든다.(萬物資生乃順承天)”이나 “포용함이 빛나고 커서 만물이 모두 형통하다.(含弘光大, 品物咸亨)”에서 나온 것이다.

 

또 소상小象에서는 “잠복해 있는 용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양기가 아래에 (숨어)있는 것이다.(潛龍勿用, 陽在下也)”라고 하였는데, 문언에서는 “잠복해 있는 용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양기가 잠복해서 숨겨져 있는 것이다.(潛龍勿用, 陽氣潛藏)”라고 하였다. 그리고 소상에서는 곤괘坤卦 육이효六二爻의 효사爻辭를 풀이하여 “육이六二의 움직임은 곧고 방정하다. 익히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것은 땅의 도道가 빛나는 것이다.(六二之動, 直以方也. 不習无不利, 地道光也)”라고 하였는데, 문언에서는 “직直은 바른 것이며, 방方은 의로움(義)이다. 군자는 공경스럽게 (마음) 속을 곧바르게 하고, 의로움으로 바깥(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방정하게 한다.(直其正也, 方其義也. 君子敬以直內, 義以方外)”라고 하였고, 다시 “땅의 도道(地道)는 완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늘을 대신하여 끝냄이 있다.(地道無成而代有終也)”라고 말했다. 이상은 문언이 단전이나 상전 보다 늦게 나왔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문언에서는 건괘乾卦 구오효九五爻의 효사爻辭를 해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추구하며, 물은 습한 데로 흐르고 불은 건조한 데로 타오르며, 구름은 용龍을 따르고 바름은 호랑이를 따르며, 성인이 일하면 세상 만물이 이를 지켜보니, 하늘에서 근원한 것은 위와 친하고 땅에서 근원한 것은 아래와 친해서 각각 그 무리를 따른다.(同聲相應, 同氣相求, 水流濕, 火就燥, 雲從龍, 風從虎, 聖人作而萬物覩, 本乎天者親上, 本乎地者親下, 則各從其類也.)”  그런데  여씨춘추呂氏春秋 응동편應同篇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같은 부류의 사물은 서로 끌어당기는데, 기운이 같으면 합해지고 소리가 같으면 서로 응해서, 궁음宮音을 치면 궁음宮音이 진동하고 각음角音을 치면 각음角音이 진동한다. 평평한 땅에 물을 대면 습한 데로 흘러가고 가지런한 섶나무에 불을 놓으면 불은 건조한 데로 타들어간다. 산의 구름은 풀이 우거진 듯하고 물의 구름은 물고기 비늘 같으며, 가뭄 때의 구름은 연기와 같고 우기의 구름은 물결과 같아서, 모두가 그것이 (인하여) 생겨난 무리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 없다.(呂氏春秋, 有始覽, 應同: 類固相召, 氣同則合, 聲比則應, 鼓宮而宮動, 鼓角而角動. 平地注水, 水流濕. 均薪施火, 火就燥. 山雲草莽, 水雲魚鱗, 旱雲煙火, 雨雲水波, 無不皆類其所生以示人.)”

 

이 말은 문언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여씨춘추 응동은 바로 전국 후기의 음양오행가陰陽五行家의 저술로 생간된다. 그러므로 문언은 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형성시기의 하한선은 당연히 여씨춘추 이전이 될것이다.

 

 

 

 

  용어, 인물 해설

 

 

.........................  목강穆姜: 목강은 노魯나라 양공襄公의 조부로서, 좌전左傳 성공成公 16년조의 기록에 의하면 성공成公을 제거하고 교여僑如를 옹립하려다 실패하여 동궁東宮에 구금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