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 이야기/삼국지와 영웅 이야기 3

수미니 2007. 12.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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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에게 들러붙어서 당장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배고픔이 가시지 않은 꼬마 황제, 인제는 정말 날마다 쌀밥에 고깃국 먹는 좋은 날이 온건지? 조조가 좋은 넘 맞지? 근데 천자 밥먹여줄 능력있는 신하가 조조 하나밖에 없었었나? 

 

열아홉번째 이야기를 마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조네 편에서 늘상 말했듯이 '황제를 받들어 모시고(奉天子) 나쁜 넘(사실은 보기 싫은 넘이겠지만...) 들을 맘대로 움직여 볼려고 했는지(以令不臣)' 혹은  조조의 적들이 늘상 말했듯이 '황제를 볼모로 삼아(挾天子) 여타 훌륭하신 제후분들을 움직이려고 했는지(以令諸侯)'에 관해서는 어느 쪽이 진실이라고 단언하기 힘들어진다고........ 그래서 조조가 황제를 데리고온게 과연 황제를 진심으로 섬기고 나라를 바로잡으려는 생각에서였는지, 아님 황제를 이용해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지 쉽게 판단하기 힘들어진다는 거다.  과거의 심정을 고백했던  양현자명본지령의 내용도 진심인지 알길이 없지않나?  

 

어쨌건 조조는 이미 황제라는 커다란 명분을 독차지해버렸다. 그럼 이렇게 황제를 볼모로 전국을 다스려보자고 생각했던 사람이 조조 하나뿐이었을까?  그건 아니라는거 다들 잘 아실거다. 사실, 황제를 옆에다 두고, 중앙정치를 주물렀던건, 일찌기 뚱땡이 태사 동탁이나 이각 곽사 같은 군발이들이 해왔던 일이다. 근데 문제는 애네들이 워낙이 무도하니 백성들이 호응하지 않았고, 그러니 지방에 있던 제후들 가운데도 애네들 말 들어주는 인물이 아무도 없었던거다...... 그리고 결국은 좋은 결말은 본 넘도 없고..... 조조만 녹아났다고? 

 

근데 말야! ....... 원소네도 이런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조조네서 줄곧 이야기 해온 것은 천자를 모시고(奉天子)이지, 천자를 옆에 끼고(挾天子)가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 '천자를 옆에 끼고서'라는 말은 원소네 참모들이 먼저한 이야기이다. 이런 태도로 봐서 원소네를 평가할 때는, 첨부터 충신이니 아니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말하는 꼬라지만 봐도 애네는 황제한테 충성할 생각 전혀 없었다는걸 알 수 있다.  근데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도 사실 아주 쬐끔은 문제가 있다.  그게 뭐냐구? 역사책 쓴 넘들 중에 누구하나 원소 편들 넘이 있을리 만무하자나........

 

 

아무튼 조조한테 땡깡부려 대장군자리를 얻은 원소...... 그의 참모들 가운데 저수沮授라는 인물과 전풍사람과 田豊이라는 사람은 일찌감치 천자를 우리 동네로 데불고 오자고 했더랬었다.  모개나 순욱荀彧이 조조에게 일찌감치 황제를 모시자고 건의했듯이, 원소에게도 수많은 머리 잘돌아가는 참모들이 있었던거다. 근데 원소가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뿐이지뭐.........  삼국지 원소전의 배송지주에서는 헌제전獻帝傳을 인용하여 저수가 "천자를 델고 제후들을 부리고, 인재와 병마를 길러내서 항복해오지 않는 넘들을 토벌해야 한다.(挾天子而令諸侯, 畜士馬以討不庭)"라 그랬다고 기록했다.  또 삼국지 무제기武帝記의 배송지주에서는 헌제춘추獻帝春秋를 인용하여 전풍이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부리면, 사방을 다 맘먹은대로 지휘해서 평정할 수 있다. (挾天子以令諸侯, 四海可指而定)"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저수가 시간적으로 앞서 원소에게 건의했다는데.... 그럼 저수 이사람부터 한번 살펴보자.  저수는 원소가 한복 을 제거하고 기주冀州를 차지하면서 공짜로 얻은 옛 한복의 참모이다.  원소의 인물됨이 한복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있어보였기에 기쁜맘으로 원소를 따라나섰던거다.  삼국지 원소전에는 저수가 원소에게 몸을 의탁한 이후 두사람이 한 대화가 기록되어있다. 이게 정말 중요한건데........... 마치 모개가 조조에게 충언한 이야기가 조조 집단 발전의 기본계획이라면, 저수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실행되기만 했다면, 그와 맞먹는 효과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하여튼 모사라고 불리는 참모들은 보통 말도 잘했는데...... 저수도 말은 참 잘했나보다. 근데 원소 이넘은 애 말을 왜 못믿었지?.... 

 

저수 아저씨.... 가만 보면 불쌍한 인생이다. 못난 주인 만나서 억울하게 죽는거지...

 

 

 

저수는 이렇게 알랑방귀를 뿜어대며 말한다.

 

'장군께서는 이 시대의 영웅이시고, 젊어서부터 그 재능을 드러내셨습니다.  그 젊으신 나이에 조정의 정사에 참여하시자말자 온 사방에 이름을 드날리시고(弱冠登朝, 則播名海內), 역적 동탁이가 선황 폐하를 폐위하는 악행을 행하자, 이를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하시어 충의를 기치로 떨쳐 일어나서셨습니다(値廢立之際, 則忠義奮發).   홀로 동탁의 포위를 뚫고 동탁의 손에서 벗어나시니 동탁이 장군님과 싸우기를 두려워하였고(單騎出奔, 則董卓懷怖), 황하를 건너사 발해군에 드시니 발해군의 전체 관리들이 장군님께 고개를 숙였습니다(濟河而北, 則渤海稽首).  다시 장군님께서 겨우 코딱지만한 발해군의 역량을 모아서, 기주冀州라는 커다란 주州의 백성들을 거두어들이시니(振一郡之卒, 撮冀州之衆), 위엄이 황하변을 진동케 하였고, 그 이름이 천하에 널리 알려졌습니다(威震河朔, 名重天下).  오늘날 천하가 비록 황건적들이 일으킨 난리와 흑산의 발호 때문에 혼란에 빠졌지만(黃巾猾亂, 黑山跋扈),  그 누가 장군님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정도면 북조선 노동당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게 바치는 찬사랑 비슷하게 들린다. 여기 저수말에 의하면 원소도 어렸을 때부터 인민들을 사랑하시는 구국의 별, 민족의 영웅이셨던게 된단다........ 근데 이말 설마 진심으로 한건 아니겠지....... 우선은 이렇게 알랑거려서 원소의 귀를 쫑긋 세운 뒤에 다시 원소 집단의 살길 제시해주는게 목적이겠지....  사실 이런 시대에 어떤 책사가 대빵 앞에서 알랑방구 끼지 않았겠나....ㅋㅋㅋ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부터 영웅소리 들으며 유명했던 원소......

 

 

 

'이제 장군님께서 군대를 이끌고 동쪽에 있는 황건적을 치시면, 청주는 그냥 장군님 손에 굴러들어옵니다. 다시 군대를 돌이켜 흑산을 토벌하시면 장연을 멸망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군대를 북쪽으로 돌이켜 공손찬을 멸하신뒤, 융적들을 토벌하시면 흉노족들이 보나마나 항복해올겁니다..... 이렇게 되면 황하 이북의 네개 주를 합쳐서 수많은 영웅들과 수백만의 백성들을 끌어안으실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황제 폐하를 장안에서 모셔와 낙양에 종묘 사직을 다시 세우고..... 이걸(천자) 이용해서 천하를 호령하고, 복종하지 않는 넘들을 토벌하시는 겁니다.... 이렇게 하시면 어떤 넘들이 감히 장군님과 맞서겠습니까? ..... 이런 식으로 몇년만 계속 밀고나가시면 큰 일 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擧軍向東, 則靑州可定; 還討黑山, 則張燕以滅. 回衆北首, 則公孫必喪, 震脅戎狄, 則匈奴必從. ..... 橫大河之北, 合四州之地, 收英雄之才, 擁百萬之衆...... 迎大駕於西京, 復宗廟於洛邑.....   號令天下, 以討未服.... 以此爭鋒, 誰能敵之? ..... 比及數年, 此功不難.)

 

입이 귀에 걸린 원소 손뼉치며 한마디........ "내말이 그말이야......(此吾心也!)"

 

 

ㅂ ㅅ!  다 안다고 그러면서....... 왜 아는대로 안했나 몰라?

 

저수는 훗날 이 계획을 다시 한번 원소에게 상기시킨다. 그것도 조조가 황제를 나꿔채가기 얼마전에..... 삼국지 원소전 배송지 주에서는 헌제전獻帝傳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저수의 말을 기록하였다. 

 

'동탁이가 역적질을 행하여, 천자께서 거처를 잃고, 종묘사직이 기울어진 때부터, 사방에서 충의지사라는 인간들이 의병이라는 이름으로 군대를 일으켰지만, 실상은 지들끼리 싸우는 꼬라지였고, 제대로 천자를 모시고 백성들을 돌보는 넘은 없습니다.(外托義兵, 內圖相滅,..... 未有存主恤民者.) 장군님께서 기주 이북을 평안하게 하신 지금이야말로 황제를 업성城으로 모셔서, 천자를 옆에 데불고 제후들을 호령하며, 인재와 병마를 길러내서 항복해오지 않는 넘들을 토벌해야 할 때입니다.(挾天子而令諸侯, 畜士馬以討不庭) 장군님께서 이렇게 하시면 천하에 누가 장군님에게 함부로 까불어대겠습니까?'

 

그런데 원소도 첨에는 이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할라고 그랬었다고 한다. 근데 휘하에 둔 인재들이 많다보니 여기에 반대한 참모들이 있었단다........ 그게 누구냐면........ 헌제전에서는 이 넘이 곽도郭圖라고 그랬다. 근데 삼국지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저수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게 곽도라는 거다. 그러니 누가 그렇게 반대하고 나섰는지 지금 상황으로는 알 길이 없다. 

 

반대론자들의 생각도 이해할 수 있다. 한나라는 이미 이름밖에 남은게 없는 껍데기다. 얼마 안가 황제고 뭐고 필요도 없을거다. 이때에 황제를 모셔온다는거 신중해야하는 거...... 맞다. 괜히 황제 모셔왔다가 이리저리 치이다 원소 평판만 나빠질 수 있다. 만약에 황제를 모셔와서..... 개가 하는 말 다 듣고, 보고하고, 다시 분부 들으려면...... 어휴! 귀찮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혹 잘못해서 황제 말을 무시하기라도 하면 원소는 동탁처럼 천하의 공적公敵이 된다. 그러니 맘대로 황제를 없애버릴 수도 없다.  이런 때엔 그저 실력을 키워서 하루빨리 땅따먹기에 나서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미 천하에 원소랑 대적할 지방제후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니.....

 

아무튼, 이런 원소 휘하 모사들 사이의 다툼(?) 이랄까.... 시기심이랄까... 뭐 그런것 땜에......  원소 집단 안에서는 의견이 천갈래로 갈라진다. 게다가 원소 지가 생각해봐도 황제를 모셔와 꼬마애한테 분부 들을 생각해보니... 그저 생각만해도 똥씹은거 같다.....

  

어쩌나! 어쩐다? 어찌하나? 어쩔까? 할까? 말까?............ 해버려? 아니야.....말아? 것도 아니야. 이 일을 어쩐다?  폼잡고 고민하는 원소.... 꼭 똥 때리러 화장실 갈까 말까 고민하는 듯한 자세....

 

 

  

근데, 원소가 이러는 사이 조조가 순식간에 사고를 쳐버린다. 눈 앞에 고깃덩어리를 두고 먹을까 말까 지겹도록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딴 넘이 와서 채간거다...... 하여튼 원소의 불행은 조조라는 영리한 정치가랑 한 시대에 태어났다는거다... 게다가 원소의 우유부단牛乳不斷....  근데 우유는 원래 잘라지지 않는다.(이거 썰렁한 농담이다. 뭐 춥다고 욕하셔도 될듯한 수준이긴 하다. 내가 농담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 반응이 춥다더라.......ㅠㅠ)

 

계속해서 황제를 두고 벌인 원소와 조조의 기싸움을 살펴보자..... 그럼 조조가 어떤 넘인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