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 이야기/삼국지와 영웅 이야기 1

수미니 2007. 12. 5. 15:19

 

 

 

조조가 영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찮은 사사로운 일에 얽매이는 조조의 성격이 영웅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 바에서도 보이듯이, 사실 조조는 분명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 경우에는 이것이 도리어 솔직함이라는 조조의 성격으로 보이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또다른 매력으로 느껴진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배송지는 삼국지 후비전後妃傳을 주석하면서 위략魏略이라는 책을 인용하였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조조가 죽기전에 이렇게 말했단다.   '내가 일생동안 해온 일들 중에 별로 후회스럽거나 부끄러운건 없지만, 딱 한가지 저승에서 자수子修가 엄마 어떡했냐 그러면 뭐라 할말이 없을거 같다.'   자수는 조조의 맏아들 조앙曺昻이다. 조앙은 생모인 유劉씨 부인이 일찍 죽는 바람에 계모인 정丁씨 부인이 키웠는데, 정씨 부인이 자식이 없었기에 조앙을 친자식처럼 길러냈다는 거다.  근데 이렇게 공들여 잘 키워놓은 그 조앙이 장수張와의 싸움에서 조조를 대신해 죽어버렸다. 이것 땜에 정씨 부인 꼭지 돌아간다. 조조한테 아들내미 돌려내라고 가랑이 붙잡고 난리를 떨었나 보다. (이거 친자식도 아닌데 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친자식 아니어도 이럴 수 있는 거 보면 조조 부인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조조가 누군가? 이미 한나라의 승상으로 독재적인 권력을 누리기 시작하고 있던 인간인데...... 근데 여편네가 그러니 열받았나보다. 그래서 홧김에 정씨부인을 처갓집으로 돌려보내버린다. 그러자 정씨부인도 화가 단단히 났다. 죽을 때까지 조조네 집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자 맘 약한 조조는 처갓집에 찾아가 집으로 돌아가자고 애걸도 해본다. 처갓집에서 배짜고 있는 부인을 보고서는 이런다. '집에 가자 응'  그래도 정씨부인 꿈적도 않는다. 조조 다시 정씨부인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며 '집에 가면 내가 잘하께 응'라고 한다. 그래도 정씨부인 눈도 안돌리고 계속 베를 짠다. 결국 조조도 포기하고 돌아간다. 나중에는 정씨부인 보고 새시집가서 살라고 하지만 정씨부인이 그러고 싶지 않았는지, 아님 다른 사람들이 감히 조조의 전처를 넘보지 못했는지 평생 수절하다 죽는다. 그건 그렇고 이정도면 조조 귀엽다고 생각되지 않으신지?

 

조조가 인간적이고 귀엽다고 그랬지만, 사실 이건 그 아저씨의 솔직한 면이 가져온 이미지다. 반면에 조조의 비정한 면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예를 들자면 앞서 이야기한 허유, 이 분 나중에 조조에게 칼맞아 죽는다. 그런 부랄 친구에다 공신이었던 허유를 왜죽여? 근데 이거 사실은 허유 이 친구가 스스로 지무덤 판 격이기도 하다.  왜냐구? 관도전투 승리로 이끈 조조는 북방의 패업을 확실하게 다졌고, 원소의 근거지 업성城까지 토벌하여 최강의 무력을 과시하며, 중국 통일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쯤되면 아무도 조조한테 함부로 까불지 못한다. 근데 허유 이 친구 조조만 만나며 이런다. '야 아만阿瞞(아만은 조조의 아명이다. 이건 친구들 끼리, 혹은 연장자가 아랫사람 부르는 이름이다.)아!  너 임마 나 아녔슴 기주冀州(옛날 원소땅이다.) 땅은 니꺼 아니지.' 조조도 처음에는 '응.....응.. 니말이 맞지뭐.' 이러면서 허유를 극진히 대접해준다. 그래도 친구니까..... 근데 이 자식이 도무지 그칠 줄을 모른다. 뭐 이 정도면 지 무덤 지가 판거다. 게다가 업성?城 공략 때, 허유는 다른 사람들 보고 이렇게 말한다. '저녀석 나 아녔슴 이 성문 통과 못했지... 그럼^^'.......... 매사가 이런 식이니 안죽고 배기냐고.... 결국 조조도 이걸 그냥 두고 볼수 없겠다고 쪼잔한 생각을 했는지 눈 하나 깜짝 않고 자신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친구를 죽여 버린다. 사실 이런걸 보면 사람이 자신의 처지와 상대방의 처지에 맞추어 해야 할 행동이 있고 하지 말아야할 행동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루어낸 업적은 업적이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지켜야할 것은 지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 아닐까? 또 공公은 공이고 사私는 사라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이건 장수의 참모였다가 나중에 장수와 함께 조조에게 투항한 가후賈?라는 양반의 행동거지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자.)

  

근데 조조는 이런 것들만으로는 자신의 모습을 다 못보여 줬다고 생각했는지,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조조라는 사람의 이미지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행하고 있다. 무지 쪼잔하고 지독한 놈인줄 알았던 조조가 반대로 엄청나게 대범한 일을 하는거다. 어떤 일들이냐면.....  조조 자신을 적대시했던 사람들을 용서해주는 거다.

 

예를 들면........ 진림陳琳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관도전투 때 원소 휘하에서 일했던 양반이다. 근데 이 양반의 주된 업무는 전장에서의 선전공작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조를 비방하는 글(이런 글을 격문檄文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님 가운데 최치원 이란 분도 당나라에 있을 때 반란을 일으킨 황소를 공격하는 격문인 토황소격문을 지었다. 그 글 보고 황소라는 작자 깜짝 놀랐다고 그러는데..... 글쎄다....)을 무지막지 써내려 간다. 입에 게거품물고 조조를 욕하는게 이 양반이 해야 할 임무였던 거다. 그러다보니 있는 말 없는 말 무지하게 지어내어서 조조를 비난하고, 아비 할애비까지 욕한다.(사실 조조 할아버지는 친할아버지가 아니라 조조 아버지를 양자로 들인 내시였다. 그런 것도 욕할 거리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근데 어머!  원소는 싸움에 지고서 혼자 줄행랑 쳐버리고, 진림은 결국 조조에게 사로잡혀 버린다. 조조가 그에게 묻는다. '야! 너란 넘은 나만 욕하면 됐지 어째 돌아가신 양반들까지 끌어들이냐?'  진림, 머리를 숙이고 '활줄에 걸린 화살인데 어떻게 안쏠 수 있겠습니까?' 라고 사죄한다. 근데 조조의 반응 의외다. 조조는 그를 사공군모제주司空軍謨祭酒라는 공무원으로 임명한다.  나름대로 그의 가치를 발견했고, 그의 죄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저지른 것임을 참작해 용서한 것이다. 참고로 이 일은 삼국지 진림전陳琳傳 본문에 기록되어있는데, 이는 배송지의 주석이나 지금 까지 언급했던 다른 기록들 보다도 훨씬 믿을만한 기록이라는 말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요딴 귀여운 고양이가 표독스런 짓 하는거........ 조조랑 비슷하다고 그래야 될라나......

 

 

 

조조의 이런 관용은 자신을 배반했던 사람까지도 용서한다. 위종魏種이라는 사람은 원래 조조가 매우 아끼는 사람이었다. 근데 이사람은 조조 친구였던 장막張邈이라는 사람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와 함께 해버린다. 그렇게 위종을 철석같이 믿었으니.....  '그 녀석은 날 배반하지 않을 거라고 남들한테 이야기했건만 ㅆ ㅂ 너 잡히기만 해봐라 응!' 이런 생각 안들 수가 없다. 근데 조조 이사건 진압하고 나서 위종에게 하내河內 태수자리를 맡긴다. 또 비슷한 시기 필심畢諶이라는 사람의 부모 형제와 처자가 모두 장막에게 억류되었을 때, 조조는 그에게 장막이 한테 가라고 허락한다. 필심이라는 넘은 울며불며 ‘저는 그럴 맘 없습니다.’라고 그래놓고서는 나중에는 한마디 않고 줄행랑친다. 필심이 다시 포로로 잡혔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다 이양반 조조에게 죽는줄 알았다. 근데 조조가 한마디 한다. '이 사람 지극한 효심을 가지고 있다. 효심이 지극한 사람만이 충성을 다할 수 있는거 아닌가? 바로 내가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하고 그를 노국상魯國相(춘추 전국시기 공자가 살았던 나라가 노나라이다. 다시말해 필심을 그 지방의 행정관으로 임명한 거다.)으로 임명한다.  이  두가지 사건도 삼국지 본문에 기록되어있으니 충분히 믿을만한 내용일 것이다.

 

조조는 심지어 자신을 배반했던 옛친구까지도 용서하려고 한다. 진궁은 조조가 연주목?州牧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다른 관리들을 설득시켜 조조를 맞아들인 사람이 진궁이다.) 근데 이 사람 나중에 여포呂布에게 의탁하여 조조와 싸우다가 결국 포로가 된다. 조조는 그에게 투항하기를  권하지만 끝내 투항하지 않으려 하자 조조 한 마디 한다. '이봐 이러면 당신 목숨이야 그렇다 치고, 늙으신 어머님은 어쩔려고 그래!' 진궁 이렇게 답한다. '아직까지 인의의 정치(仁政)를 시행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후손을 멸족시켰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어머님이나 마누라 그리고 애새끼들이 죽던가 살든가는 당신한테 달려있지 않나요?' 결국 조조는 눈물을 머금고 진궁을 처형하지만, 진궁의 노모와 가족들에 대한 예우는 지극하였고, 더구나 진궁의 딸내미를 시집보내는 일까지 챙길 정도로 도와준다. 이 역시 삼국지 여포전에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조조 대단히 대범하고 인재를 아끼며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조조가 이런 대범함을 항상 보여준건 또 아니다. 한 꺼풀 벗겨보면 위에서 이야기한 바 있는 쪼잔함 혹은 악랄함이 다시 드러난다.  게다가 그는 쪼잔한 일에 대해 복수를 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일수다. 그래서 조조가 맘만 먹으면 상대방의 대외적 평판이 어떠하던 죽이지 못할 인간이 없었다. 삼국지 무제기武帝記에 대한 배송지裵松之의 주석에서는 조만전을 인용해서 한나라 말기 문장으로 매우 유명했던 변량邊讓을 죽인 이야기를 싣고 있다. 변량은 진류陳留사람으로 박학하고 말재주가 매우 뛰어났는데, 그가 지은 장화대부長華臺賦는 한때 크게 유행했고, 대장군 하진이 일찌기 그를 초빙하였으며 당시의 공융孔融 왕랑王朗 같은 유명한 사람들(사실 변량을 비롯한 공융 왕랑 같은 사람들은 정말 앞서 살펴본 허유나 진림 위종 같은 사람들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유명했던 사람들이며, 막 정치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조조도 그들과 맞먹는 명성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의 추천으로 구강태수九江太守를 역임하기도 하였는데, 훗날 스스로 사직하고 고향에 머물고 있었다. 변량은 스스로 명사임을 자부하고 있던 사람기에 조조같은 내시 양아들의 자식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가끔 이런 녀석 깔보는 말 몇마디 한다고 그래서 그깐 녀석이 나같이 유명한 사람을 어쩔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근데 아무것도 아닌줄 알았던 조조 그 유명한 변량을 눈하나 깜박않고 죽여버리고, 더나아가 일가족을 몰살시킨다.  이처럼 조조를 개무시했던 사람 가운데 환소桓邵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변량가족이 몰살당하는 걸 보고 줄행랑 쳤지만 그 가족들은 조조에게 인질이 되버린다. 이 양반 다시 돌아와 조조에게 무릎을 꿇고 빌지만.... 조조 하는 말  '무릎 꿇는다고 내가 너 살려줄거같냐?'............. 결국 지발로 죽을길 찾아온 거다.

  

조조의 이런 행동은 당시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왜? 앞서도 말했지만 조조를 무시하다 죽은 사람들 모두 명문가 출신에 스스로 잘나간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내시가문이라 무시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사실 앞에서 이야기한 진궁이 여포에게 몸을 의탁한 원인도 변량이라는 명사를 살해한 사건이 발단이 되었던 거다. 그치만 조조가 이렇게 하찮은 일로 사람을 죽인 것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물론 이때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을 추종하던 자들 가운데서도 조조에게 죽임을 당한 이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는 한때 조조가 능력을 높이 사서 휘하에 두었던 공융 최염 같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조조에게는 어떤 성격의 어떤 사람이라는 단순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행위기준의 불일치성이 발견되는 것처럼 보인다. 때론 복잡한 성격과 교활한 두뇌의 소유자로, 때론 의리를 강조하고 충성을 강조하며 개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유능한 관리자로 비쳐진다. 때론 간악하고 때론 우직하며, 때론 거짓되고 때론 진실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여러 가지 모습들이 조조 한사람의 모습 속에서 모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대범한척 하지만 쪼잔하고, 소탈한 것 같지만 허영심을 품고 있으며, 진실한 것 같지만 위선적인 모습을 한 우리의 모습과도..... 우리가 정치인이나 재벌들의 모습을 비난하지만 우리가 그 위치에 있다면 어떠했을까? 크게 다를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한나라를 세웠던 유방은 아비도 마누라도 내다버릴 것 같은 간교한(?) 계책으로 항우의 위협을 이겨내고 중국을 통일했으며, 당나라 태종太宗 이세민은 형마저도 죽이고 황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위대한 영웅으로 지금까지 추앙받고 있다. 조조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자한 유비, 의로운 유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역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배반을 밥먹듯 하면서 살다간 사람이다.(삼국지를 통털어 의탁하고 있던 제후가 망할듯 싶으면, 배반하고 도망치는 거 유비만큼 많이 한 사람도 없지 않나 싶다.) 다만 조조의 행위를 살펴보면 그의 천재성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 놓은 일들이 작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큰 반대에 부닥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또 그는 한나라 황실인 종친 유비에 비해 출신 성분이 비천하다.(이건 물론 훗날 사람들의 관점이긴 하지만...)  게다가 성姓이 조씨다.  이에 비해서 한나라를 계승하고 있다고 자처한 유비의 성은 한나라 황실의 성과 동일하다. 또 유비는 겉으로 인의仁義를 입에다 걸고 살았지만, 그에 반해 조조는 패도를 실행해 옮긴 사람이다.   이런 몇가지 이유 때문에 정통주의자를 자청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조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조조에게 우리는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만일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그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성장 과정부터 한번 살펴보자. 어줍잖은 글이지만 다음을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더불어 항상 행복한 나날들 되시길 빌면서....... 남기고 싶으신 말씀이나 의견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란다.

 

 

 

 

정말잘쓰시네요
저도 삼국지팬이지만..ㅎㅎ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