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 이야기/삼국지와 영웅 이야기 3

수미니 2007. 12. 5. 21:12

 

 

 

원소가 황제 폐하를 모셔야하나 말아야하나 이리저리 고민하는 동안,  조조는 순식간에 황제를 낙양에서 낚아채서 지네 동네로 델고 가는 사고를 저질러 버렸다.  눈 앞에 고깃덩어리, 아니 화장실을 두고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원소 인지라 이만저만 열 받은게 아니었더랬다......

 

한번 놓쳐버린 기회, 이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여러분도 명심하시라!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되신다면, 할 수 있을때 열심히 하시기를..... 그게 사업이 되었던가, 아님 좋아하는 사람이었던가 간에.... 과감하게 도전하셔서..... 성공하심 좋겠지만, 혹 실패하시더라도 훗날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후회스럽지 않는 삶이 될것같다. 시도도 못해보고, 혹은 고백도 못해보고 기회를 놓치는건 너무 아쉽지 않은가 말이다.....ㅎㅎㅎㅎ  

 

하여튼 원소가 이렇게 장고를 거듭하는 장기판에서 조조는 단숨에 '장군'을 외치며 달려들었고, 원소는 아연실색하게 되었다. 조조는 헌제를 허현으로 모신 뒤에도, 그간 원소가 이리저리 재보면서 고민하던 문제같은건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시말해 황제땜에 무슨 행동의 제약을 받는다던가, 아님 다른 제후들이 조조에 대해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선다거나 하는 식의........ 오히려 조조는 황하이남의 통치권을 공고히했을뿐 아니라, 관중關中 지방(중국 섬서성 중부의 평원 지역을 말한다. 전에 조조의 탈출이나 관동군의 성립 등을 이야기하면서 말했듯, 고대 중국에서는 북방 이민족의 침략과 각지의 반란, 그리고 범죄자의 이동 등을 통제하기 위해 중원 각지에 관문을 설치해 두었는데, 함곡관 호로관 등등 그 관문들로 둘러싸인 지역을 관중이라고 불렀다. 실은 이런 관문들은 전국시대 각국이 설치한 국경 관문에서 유래한다.) 사람들의 민심을 확실하게 얻게된다. (收河南地, 關中皆附) 

 

더우기 조조는 정치적 정통성을 얻게되면서, 대내적으로 한나라 황실을 되살린 영웅이 됨과 동시에 황제바로 아랫자리, 다시 말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대장군에 취임하였다. 또한 황제에게 뜻뜨미지근한 시선을 보내던 원소를 포함한 모든 조조의 경쟁자들은 졸지에 황실에 반항하는 불충한 세력으로 낙인찍혀버린거다. 조조의 경쟁자들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게되었다는 말이다. 이러고 나더니, 조조라는 약삭빠른 넘은 관리를 임명한다거나, 정적들을 몰아내고, 또 자신의 실질적 이익을 챙기는 일까지 모조리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훈령을 내버린다. 조조가 하는 일은 몽땅 옳은 일이 되버리는 거다. 그럼 조조랑 달리 각지에 자리잡고 있던 골목대장들은 어떡하나?  아무도 안알아줘서 거지꼴로 집나갔던 옛날 땅주인 아들이, 별안간 힘쎈 건달 친구 데리고와서, 이거내놔라, 저거 내놔라 하는 꼴이되버렸다. 

 

 

 

그렇다고 쉽사리 조조를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조조에게 반항한다는게 까닥 잘못하면 도리어 황제에게 반항하는 것으로 백성들에게 비쳐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설사 조조를 제거하여 황제를 간신의 손에서 구해낸다는 명분(청군측淸君側: 임금 주변 간신들을 정리한다는 의미이지만,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고대 왕조 시대 정권이나 왕위를 장악하기 위한 궁중 정변政變의 명분으로 자주 사용되었다.)을 가지고 나선다고 하더라도, 성공했던 여러 군사 정변처럼 순식간에 일을 마무리할 수 없기 때문에, 도리어 조조에 의해 반격당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경우, 조조는 황제의 이름으로 다시 반란군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사방에 돌릴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곧바로 손에 넣을 수 없는 한 황제의 이름을 들먹이면 곤란하다..... 그래서 훗날 원소가 조조를 공격할 때에도, 저수와 최염 등은 "천자께서 허도에 있으니(天子在許)....... 허도를 공격하는 것은....... 명분을 거스르는 것이다.(於義則違)" 라고 말했던 것이며, 제갈량 또한  조조가 "천자를 끼고 제후들에게 명령하고 있으니, 이 때문에 결코 그와 다툴 수 없는 거다.(挾天子而令諸侯, 此誠不可與爭鋒)" 라고 말했던 거다.  눈치빠른 조조의 천자 모시기 ...... 이것은 남들보다 과감한 행동으로 조조가 얻어낸 커다란 선물이다.

 

후한서 원소전에서 기록하는 내용에 의하면, 조조는 천자를 허현으로 모셔간 뒤, 황제의 명의로 조서를 발표하여 원소를 꾸짓는다.  이렇게.............

 

 '나쁜 ㅆ ㄲ! 내가 보니까.....땅은 무지하게 많이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전적으로 지 쫄따구들만 길러내고 있더구나. (地廣兵多, 而專自樹黨)..... 너 제후들 중에 힘 좀 쓴다고 남의 땅 뺐을 생각 하면서, 나 모시러는 안오더라...'

 

이로써 원소 체면 공개적으로 다 뭉개졌다. 지금 같으면 '웃기고 있네!' 그래버리면 그만일테지만.... 그래도 옛날에는 도리가 그런거 였으니, 이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없고, 그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변명하는 수 밖에 없었다.  

 

폼 잡는거 좋아하는 원소이니 이번 일이 얼마나 맘속에 상처가 되었을까는 뻔하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일찌감치 천자를 델구오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후회하고....... 아무리 후회한다고 그래도 이런 류의 인간은 자기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말 입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 자존심 상하니깐......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된, 혹은 올바른 의견을 개진했던 넘들 한테 의견을 다시 묻는게 정상이라고 생각들 되시겠지만, 이것도 성격상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런 건의 했던 저수 같은 넘들이 잘난체 하는 꼴 보기 싫어 더더욱 멀리하게 되고, 개네들 흉보는 소리는 귀에 잘 들어 오게 되는거다. 실제로 저수나 전풍은 계책을 원소에게 건의하고도 훗날 비명에 죽게 되었다.  

 

사실 세상 일이란 것들이 도식화 해보면 정말 간단한 일같기도 하고, 제삼자가 보면 어느 쪽이 바른 길인지 쉽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그렇게 간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만일 그 사람이 매우 현명하고 진정으로 솔직한 사람이라면 실패했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하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겠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 많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지만, 그걸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과 실패만 거듭하는 사람들의 차이점은 꼭 하나!  그건 바로, 지금의 실패 혹은 실수가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고쳐나가는가, 그게 아니라면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지속적으로 핑계를 대면서 환상 속에서 사는가의 차이이다.  그런데 조조와 원소 사이에는 대체적으로 이런 차이가 있었던 거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 조조가 정직하고 바른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도덕적이고 바른 사람이랑, 위대한 일을 해낸 위인이 동일한 것은 결코 아니다. 위대한 업적이 반드시 도덕적 순수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순수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도덕적인 방법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방향이며,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 혹은 지도자가 되면 좋겠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늘 사람이란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선택해야할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님 말구 ㅋㅋㅋ 

 

기분이 상당히 나빠진 원소는 순간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말 멋진 꾀가 하나 생각났다.  그리고 당장 조정, 아니 조조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폐하께서 계신 허도는 동네가 너무 축축해서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고, 글타고 낙양으로 모시자니 동네가 몽땅 잿더미가 됐자나? 그니까 천자님을 견성城(현재 중국 산동성의 견성현)으로 델구가서 잘 모시자!' 라고.......  원소가 말하는 견성은 원소네 동네서도 멀지 않다.  이건 황제를 조조 니 혼자만 독차지하지 말고 우리 같이 어떻게 좀 해보자는 거다.  조조, 이 말을 듣고 나서 속으로 '정말 꿈도 야무지네!' 라고 그랬을 거다.  요술 램프를 주운 친구한테 '그거 같이 쓰자'고 말함..... 그 친구가 '그래! 그러자 친구야!' 그러겠냐?  당연히 조조는 그 제안을 거부한다. 

 

힘이 있으면 힘으로 그냥 밀어부쳐야 되는데..... 원소는 조조랑 싸울때도 밀어부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줄기차게 보여주었다.

 

 

 

이때 원소의 참모 전풍은 한가지 대담한 계획을 내놓는다. 어차피 조조한테는 씨도 먹히지 않을 글러먹은 제안을 하느니 차라리 조조를 치자는 거다. 

 

"수도를 옮기자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조조네가 이 말을 따를리 없자나여! 일찌감치 허현을 쳐서 천자를 모셔오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여! (徙都之計, 旣不克從, 宜早圖許, 奉迎天子......), 그렇지 않으면 나중엔 손쓸수도 업서여!"

 

그렇지만 원소는 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찌보면 이게 원소의 마지막 기회였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조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상 이 때부터 조조의 입장은 원소나 여타의 제후들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었더랬다.   

 

 근데 이런 작은 실수들과 함께, 훗날 원소가 받아들여야 했던 참담한 패배는, 사실 지도자의 수준차이에서 오는 것이기도 했지만, 원소네 하고 조조네 참모들의 수준 차이에서 오는 것이기도 했더랬다. 원소네집 떨거지들이 원소에게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부린다.(挾天子而令諸侯)"와 조조네집 참모들이 이야기 하던 "천자를 모시고 불순한 제후들을 부린다.(奉天子以令不臣)"은 말투부터 다르다. 가지고 있던 생각이 기본적으로 달랐다는 거다. 물론 여기 "낀다(挾)"와 "모신다(奉)" 글자 한자의 차이는 큰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고........ 또 훗날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에 의해 위조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만일 이말이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 것고, 그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라면, 원소네는 처음 부터 자기네 집단의 이익만을 생각했던 것처럼 보이고, 조조네는 국가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던 것처럼 보이는 거다. 실력이 비슷한 두 집단이 이익을 위해 충돌할 때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주위의 도움이 승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중립을 지키던 미국이 영국, 프랑스쪽에 들러 붙음으로서 전쟁의 양상을 변화시켰던것처럼 말이다. (사실 미국이 영국 편에 들러 붙은 이유도 자신들의 이익 때문이었다. 즉,  독일이  U - 보트로 무제한 격침을 실시하여 자국과 유럽 대륙과의 통상에 방해가 되자, 영국쪽에 붙게 되었던 거다. 그렇지만 독일과 싸우기로 하면서도, 겉으로 하는 말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였다....이러니 명분이 중요하다는 거다.) 사람들의 맘은 (내뱉는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아무래도 정의를 부르짓는 쪽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원소네 집단의 행동은 원소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모양으로만 보였기 때문에 원소네 부하들도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참모들 사이의 화합은 애초부터 찾아볼 수 없게 되고, 시기와 질투만 있다보니 지도자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게 되는 것다.  이익을 추구한다는 면에서는 조조도 매 한가지 였더랬다. 그렇지만 조조네 참모들이 보기에 조조 집단의 이익은 조조 개인만의 이익이 아니라 집단 전체의 이익, 나아가 국가의 이익이라고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니 나 혼자만 출세하겠다고 남들 모함하는 행동은 쉽게 할 수도 없는거다. 하긴 지도자가 정치적인 면에서 똘똘하니 참모들의 마음가짐이야 말해 뭣하겠나........

 

 

 

이 정도면 조조가 영웅이라고 그래도 조금도 손색없이 들리지 않으시나? 물론 사심이 없는 공정한 인물이었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조조가 원소처럼 자기만 잘먹고 잘살겠다는 인간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손권이나 제갈량이 조조를 비난하는 말은 정치적 반대파의 비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치만 우리는 문화적, 역사적 영향(이건 앞에서도 수차 말씀드린 바 있다. 조조는 궁극적 승자가 아니었기에 역사적으로 왜곡된 모습을 남길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으로 인해 조조의 모든 행위를 그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조조는 자기네 부하들 능력을 꿰뚤어보고, 애네들을 다루는 건 잘했던 모양이다 ....... 계속해서 조조 집단과 원소 집단의 참모들이 하는 말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