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 이야기/삼국지와 영웅 이야기 3

수미니 2007. 12. 20. 18:39

 

 

 

원소네집 떨거지들이 원소에게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부린다.(挾天子而令諸侯)"와 조조네집 참모들이 이야기 하던 "천자를 모시고 불순한 제후들을 부린다.(奉天子以令不臣)"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발견할 수 있다고 그랬다.  여기 "낀다(挾)" "모신다(奉)"  한 글자의 차이는 큰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훗날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에 의해 위조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물론 내 생각처럼, 그리고 원소나 원술 생각처럼, 조조가 천자를 델구 허현으로 가버린게 결코 온전히 순수하게 나라에 충성하는 맘으로만 한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 망해 골로 가고 있던 한나라 왕실을 다시 일으킨건 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인 것 처럼 보이자나..... 글고 이런건 원소나 원술, 유표 같은 아저씨들 보단 훨씬 똑똑하다는 표시다. 그런데 천자를 델구 간 조조는...... 정말 천자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나라를 위해 모신건 아니라는걸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건지, 그게 아님 지 세력을 불리는게 바로 나라를 위하고 천자를 위해 일하는 밑거름이라 생각했는지, 그것도 아님 순수하게 나라를 위해 온 마음을 모아 일했는데 어쩌다보니 자기네 세력에만 이로운 일들이 되었는지 단언하기는 뭣하지만.......(나야 뭐! 조조가 딴 맘 갖고 있어따라고 생가카지ㅋㅋㅋㅋ)    

 

하여간 그 이후로 조조가 내뱉는 말, 하는 짓거리..... 모두 황제라는 이름을 이용한다. 천자라는거..... 말 그대로 '하늘의 자식' 이다.(우리 민족은 모두 하늘님의 자손인데.... ㅋㅋㅋ 중국인들은 황제만 하늘 자식인가 보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는 거다. 옛날 로마제국 내에서 초기 기독교가 박해당했던 원인이 황제숭배를 거부해서 였었는데....... 그거랑 마찬가지로 천자는 신이며, 동시에 국가였다. 그런데 조조는 바로 그 천자의 이름을 그대로 이용하고 었던 것이다.  아무리 황제가 이름만 남은 껍떼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름이 지닌 중요성이 여기서 드러나는 것이다. 조조의 라이벌들은 모두가 천자를 이름밖에 남지 않은 쓰레기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혹 데리고 오게 되면 이래저래 처리 비용만 발생한다고 생각했으니.......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가끔가다 한번씩 공물만 보내고 떠받드는 시늉만 한번씩 해주면 되는데... 가까이 있으면 날마다 한번씩 띄워줘야 되고, 날마다 보살펴줘야 되니, 귀찮아질거 같다. 아무래도 가까이 하지 않는게 좋아' 그러니 아무도 천자를 데려오는 일 따위는 생각도 않았더랬다.

 

옛말에 '처갓집이랑 변소는 멀면 멀수록 좋다' 라는 말이 있었더랬다. 여러 제후들은 천자를 딱 이정도로 생각했더랬다. 하는 일 마다 간섭하는 장모님, 아니 어린 천자를 머리 꼭대기에 두느니..... 차라리 중앙에서 뭔소리 하던지 신경쓰지 말고 내 땅에서 내 맘대로 하는게 좋아...... 이건 정치적 센스가 전혀 없는 동네 이장 아니면 골목대장들(동네 이장님이나 꼬마 골목 대장들 무시하는 거 아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젊은이들 모두 도시로 떠난 시골에서 동네일 도맡아 하시느라 수고 많으신 이장님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이나 할만한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조조는 바로 그 껍질 속에 들어있는 알맹이를 정확하게 꿰뚤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조조 이랬을거다. '간단하게만 생각해봐도...... 지방에서 폼잡고 있는 제후들 모두가 실은 황제의 이름으로 임명장을 받았기기에 그렇게 떵떵거리며 왕노릇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구..... 그런데 그 황제가 혼자서 똥오줌 못가릴 정도로 세력이 없는 경우라면, 밥먹여주고 재워주는 사람...... 그 사람 말이 황제의 말이나 다름 없어지는거 아냐?  내가 꼬마 천자 델구 밥먹여 주고, 똥따까주고.....  이런 뒤치닥거리 해주면 내가 황제라는 이름 좀 빌린다고 누가 뭐라그러겠어? ㅋㅋㅋ  까짓거 꼬마애 한테 날마다 문안인사하고, 대접만 쫌 해주면 천하가 손에들어오는데 그걸 못하는 놈들 뿐이네 ㅂ ㅅ 같은 넘들.... '  

 

"황제"는 알맹이라곤 하나도 없고 껍질만 남은 이름인듯 했지만...... 사실은 쓰는 사람에 따라 속이 꽉찬 상품이될 수도 있었던 거다. 뭔 말이냐면 ..... 이때 헌제의 나이 겨우 열여섯이었다. 아직 미성년자인거다. 동탁이 부터해서 왕윤, 이각 곽사, 동승.... 이리저리 치이고 끌려다닌지 오래니 어린 천자는 힘쎈 넘들 눈치 좀 안보고 살고 싶었을 거다. 이런 황제를 데리고와서 잘 구슬리기만 하면, 그냥 멋모르는 허수아비 황제를 뒤에서 조정하시는 실권자 되시는거다. 

 

이런건 어느정도 정치적 안목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생각해낼 수 있는 수준의  책략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 원소네 참모 저수나 전풍도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도 때가 있다는 것까정 애네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권력을 잡을려면은 기회를 놓치면 안되져, 성공할려면은 재빨리 후다닥 해치워야 됩니다.(權不失機, 功在速捷)" , "만약 일찌감치 해치우지 못하면 틀림없이 새치기할 넘이 나올거거든여... (若不早圖, 必有先人者也.) "  ............... 이 정도로 말해줬으면 알아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황제에게 예를 올린다거나,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승낙 받아야 한다는 식의 귀찮음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이걸 실행 못한 것은 귀차니즘이 몰고온 재앙이며, 우유부단함이 낳은 실패이다. 그래서 원소가 중원 장악에 실패했어도, 누굴 탓할 수 없다는 거다. 

 

 

앞에서 한번 나왔던 조조네 편 단체사진이다. 한 시대를 주름 잡았기에 이런 그림이라도 그려 주는 거다. 여러분도 열심히 노력하셔서 사진 역사에 마니 남기시길.........

 

 

 

 

다시 인간 조조의 맘 씀씀이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과연 조조는 첨부터 순전히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부린다.(挾天子而令諸侯)"는 얍실한 생각으로 황제를 지네 동네로 델구 왔을까? 아님 델구 있던 참모들이 이야기 하던 식으로  "천자를 모시고 불순한 제후들을 부린다.(奉天子以令不臣)"라는 식의 국가에 충성한다는 생각을 어느정도 품고서 천자를 모셔온 것일까?(내가 '순전히' 라고 그러고... 또  '어느정도' 라고 그러는 건.... 기본적으로 내 시각은 조조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서 조조 참모들 가운데 모개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순욱荀彧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순욱 이사람은 조조의 참모들 가운데서도 엄청나게 큰 공들을 세운 사람이다. 갠적인 생각으로는 일찌감치 세상 떠난 곽가가 아무리 천재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장수가 조조에게 투항해 오면서 함께 굴러온 복덩이 가후(이거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그래야 될라나? 실은 장수가 조조에게 투항한거 자체가 가후의 머리에서 나온 일이다.)에게 귀신같은 재주가 있었다 하더라도.... 순욱처럼 오래도록 조조를 보좌하면서 조조를 위해, 그리고 나라를 위해 충성한 참모는 드물었더랬다...... 하여간 순욱이란 사람, 처음에는 원소의 참모였다. 이렇게 똘똘한 넘을 원소는 왜 쪼까냈냐고? 그렇게 체면 따지는 원소가 사람 쪼까내고 하는 식으로 남의 눈에 드러나는 짓거리는 하지 않았다. 글타! 똘똘한 순욱이 지발로 떠나온 거다. 그것도 원소가 하는 꼴을 보고는 실망한 나머지 ......... 그러니까 헌제 초평初平 2년(서기 191년) 순욱은 "원소라는 인간이 결국에는 큰 일을 함께 도모할 수 없는 인간임을 가늠하고(度紹終不能成大事)", 그 곁을 떠나 당시 세력이라고는 허접스럽게 보이던 동군 태수 조조에게 찾아간다. 지발로.....    이때 조조 기뻐 날뛰며 '이사람이야말로 내게는 장자방같은 사람이다!(나 앞으로 팔자폈어....ㅋㅋㅋ)'라 그랬단다. 장자방은 한나라 유방을 도와 초한전楚漢戰을 승리로 이끈 한초漢初 최고의 지략가 장량張良이다.(사실 이 말만 잘 음미해도 조조의 흑심을 대충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헌제 건안建安 원년元年(서기 196년), 조조가 천자를 허현으로 모셔오기로 결정했을 때 수많은 졸개들이 반대하고 나섰다.(諸將或疑)   이때 조조의 일급 참모들 가운데는 순욱이나 정욱程昱 정도가 조조의 계획에 찬성하며 나섰다고 그런다. 정욱이 뭐라 그랬는지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니 알 길이 없지만,  순욱의 이야기는 삼국지 순욱전에 기록되어 있다. 순욱의 이야기를 어리버리 대충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순욱은 우선 정치투쟁에 있어서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이 있음을 이렇게 제시한다. '장군! 정치적 투쟁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명분이며, 우리가 정의로운 국민의 군대라고 여러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도 힘들면 최소한 한 가지, 가장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올바르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니게습니까!' 사실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측면에서 뭐하나 빠짐 없는 그런 후보님은 하나도 없는거 같다.  후보 각각이 겁나 열씨미 내세우는 갱제니 개핵이니 하는 구호(김영삼씨가 대통령할때 자주 듣던 발음 흉내 내봤다.)는 있지만, 그게 모든 면에서 완벽하며 정의롭다는 의미라고는 볼 수 없고.... 다만 지들이 중요하다고 생가카는 한가지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순욱 말은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 혹은 이미지를 선점해야 한다는 말일 거다. 그리고 항상 하는 말이지만, 고대사회에 있어 천자는 국가 그 자체이므로, 그 시대의 가장 훌륭한 명분이라는 것은  국가의 근간이며 동시에 모든 국민들의 어버이인 황실을 품는 것임을 암시한다.

 

또한 순욱은 조조가 지금까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그 명분을 내팽개치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정의의 이름으로 남들보다 앞서 행동했음을 일깨운다. 그래서 이런식으로 말한다.

 

 '장군께서는 동탁의 발호에 반대해서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키셨고(首唱義兵), 천자께서 유랑다니시는 동안 다른 제후들의 방해를 뚫고 사절을 보내 문안을 드렸습니다.(蒙險通使)  이건 바로 조 장군께서 언제나 왕실을 걱정하고 있으며(乃心無不在王室), 품고 계신 오랜 숙원이 천하를 바로 잡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습니까!(是將軍匡天下之素志也) 근데 지금 황제께서는 거처할 곳도 못찾아 방황하고 계시고(車駕旋軫),  옛 서울 낙양은 잿더미가 되다보니(東京榛蕪), 충의지사들은 나라를 바로잡고 근본을 세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義士有存本之思), 백성들은 이 나라의 옛 영화를 그리워하며 더욱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百姓感舊而增哀)  지금 이야말로 행동하실때 입니다. 만약 이 시기를 놓쳤다가는 백성들의 마음도 더 혼란스러워 질 것이고, 방방곡곡에 찢어져 있는 제후들이 딴살림 차린다고 나설 것입니다.(四方生心)  그리고 그때가 되면 국면은 수습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순욱은 조조의 그릇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또 조조가 좋은 방향으로(나라를 위해서) 그 능력을 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조조는 속마음은 어땠을까? 그건 사실 아무도 모른다. 이런게 역사일 수 밖에 없는거다. 조조가 어떤 맘을 먹고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자료(역사서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물론 역사서도 많은 부분이 덧칠되어 있겠지만, 소설이나 위인전들 같기야 할라구......)들을 통해서 판단하는 수밖에 없는데..... 

 

모사 순욱의 이야기는 다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