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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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8)

2018. 6. 15.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며칠은 말 그대로 역동적인 날들이었습니다.

엊그제 밤까지는 적도의 나라 싱가포르에서, 바로 하루 뒤인 어제는 서울에서 서로 다른 내용의 특보를 전해드렸으니까

 

우선은 저부터가 정말로 흔치 않은 경험들을 불과 며칠 사이에 겪어내고 오늘 다시 앵커브리핑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잠시 숨도 돌릴 겸

특별히 두 곡의 노래와 함께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두 곡은 이미 뉴스룸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노래들이기도 합니다.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 김민기 < 봉우리 >

 

누군가

자신이 아는 가장 높은 봉우리를 향해 죽을힘을 다해 올라갔지만 오르고 보니 그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더 한참 이어져 있었다는 이야기.

그는 뒤늦게 깨달은 세상의 이치를 나지막한 읊조림으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 역시.

그가 말한 고갯마루는 아니었을까

주고받은 말들과 약속들을 현실화하기 위해 서로 애써야 할 과제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고

 

오랜 분단의 유전자를 지닌 우리가 감내해야 할 숙명 같은 시간은 생각보다 더디 흘러갈 수도 있겠지요.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 정인 < 오르막길 >

 

김민기가 삶의 끝없음을 봉우리에 올라 비로소 깨달았다면 그의 후배 윤종신이 가수 정인의 목소리에 담은 오르막길은 결국 오르고야 말, 아득한 저 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혹 서로 손을 놓치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결국은 우리는 다시 만난다.

이 가사 하나만으로도

우리 예술단 평양공연의 첫 자리에 놓일만한 자격이 있는 노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미회담도 끝났고, 지방선거도 끝났지만 결국 끝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는 것.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길고도 구부러진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래도 오늘쯤에는 낮고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서

흐르는 땀과 함께 잠시 숨을 고르는 하루를 원하신다면.

당신의 등 뒤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으면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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