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의 픽 17화 - 헤라클레스와 아이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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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전우용 사담

2019. 6. 13.



, 전우용의 픽입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죠.

 

이 세상에 이 지구상에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영민하고 똑똑하고, 두 손을 자유롭게 써서 정교한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이 만물에 동물 말고 기계까지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얼마 전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물리쳤습니다.

인간보다 똑똑하고 인간보다 정교한 기술을 가진 기계를 두고

그러고서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그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나아가서 인류문명 전체를 한편에서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픽은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간의 생각에 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제목은 헤라클레스와 아이언맨입니다.

 

잘 아시는 그리스 신화에는 미노스,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아킬레우스 같은 영웅들이 나옵니다.

모두 제우스와 인간의 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죠.

물론 이 밖에 제우스의 자식들은 또 있어요.

아테네, 아폴론, 아르테미스, 헤파이스토스.

다 아시다시피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이죠.

 

신과 신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은 여전히 신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 세계에 인간 외부에서만 개입하죠.

제우스와 사람의 딸 사이에서 태어난 그런 존재입니다.

아버지는 신, 어머니는 사람인 거죠. 그래서 반인반신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 줄거리는 대체로 그래요.

영웅이 괴물을 물리쳐 인류를 구제한다고 하는 이런 설정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세계의 전체를 관통하는 종교적 교리의 기본 얼개였습니다.

 

영화 히어로(Hero)는 헤테로(Hetero)와 어원이 같다고 합니다.

헤테로는 무슨 뜻이냐 하면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란 뜻이죠.

 

먼 옛날부터 영웅이라고 하는 존재는 인간과 신 사이에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태어난 그런 존재로 자리 잡았었구요, 그런 영웅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는 기대 믿음 속에서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반인반신의 영웅이 나타나서 인간을 괴물로부터 구원해준다는 그리스들의 생각은 현대에도 헐리우드 영화의 상상을 통해서 뿌리 깊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어벤져스에서 최고의 영웅은 아이언맨이죠.

 

사실은 그 이전에 600만 불의 사나이나 로보캅에서부터 이런 상상은 자리를 잡아왔습니다.

훨씬 더 진전된 진보된 형태로 구체화 했을 뿐이죠.

 

아이언맨은 기계와 인간의 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봇과 인간의 혼종이라고 해도 되겠죠. 반기계, 반인간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런 존재가 현대 영웅이죠.

 

그리스인들의 생각으로 보자면, 이제 기계는 로봇은 옛날 제우스신의 자리에 올라서 있는 겁니다.

인간을 인간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로 바꿔주는 것

그리고 그렇게 결합된 존재가 다른 평범한 인간들을 구제해준다고 믿는 것

상상하는 것

그것이 현대인들의 특징이죠.

 

그렇게 보면 그리스인과 현대인들 사이에 영웅에 대한 생각,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생각, 구원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대략, 250년 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지난 250년간 인간이 만든 나사못의 수는 아마도 지구전체에 있는 개미들의 수를 다 합한 것보다도 많을 것입니다.

지난 몇 년 혹은 몇 십 년 사이에 우리 집에 새로 들어온 기계와 기계 종류 숫자들을 세어보시죠.

우리 시대의 기계의 숫자 증가수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지구는 기계로 뒤덮여 있습니다.

기계가 늘어나고 기계를 사용하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기계를 인간의 모델로 생각하는 태도도 확산했습니다.

아시죠? 시계처럼 규칙적으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인간을 우리는 모범적인 인간으로 생각합니다.

 

특히나 최근 바이오테크놀로지(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실제로 사람 몸에 장기들을 생산 복제할 수 있는 기계부품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태도를 확산시켰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기계처럼 인식하는 태도가 폭넓게 형성됨으로써 인간들의 공동체인 국가도 하나의 기계처럼 생각하는 관념이 출현했죠.

 

이런 국가를 상상한 사람은 헤겔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국가를 실현한 사람은 히틀러였습니다.

국가는 하나의 유기체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국민들은 그 기계부품처럼 정확히 움직여야 하고

이 기계를 움직이는 뇌수는 최고 통치자인 총통이고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 나치체제였었죠.

 

그런데 이렇게 기계처럼 움직이는 국가는 그때까지 인간이 상상했던 어떤 악마나 어떤 괴물보다도 잔인했습니다. 악랄했습니다.

유태인 학살의 주요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나는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아무 죄가 없다

 

그냥 그는 자기를 사람이 아니라 기계 부품으로 생각했을 뿐이고, 기계 부품의 임무는 명령한대로 오차없이 착오없이 수행하는 것! 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의 그런 태도를 나중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하지만 악이 언제나 평범성 안에 깃드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가 하나의 기계인 것처럼 움직이고 그 사람들이 그 유기체를 구성하는 수족이거나 부품이라고 스스로 생각할 때에만 평범한 국민들이 악의 집행자가 되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현재 진행 중인 제4차 산업혁명을 기계가 인간보다도 똑똑해지는 시대, 또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시대, 이런 시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류는 이제까지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잘 아는 1978년에 처음 방영되었던 <은하철도 999>를 한번 생각해 보시죠.

머나먼 미래에 기술이 발달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져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 몸을 전부 기계로 갈아치웁니다. 그래서 영생하게 되죠.

 

영생한다는 것은 신의 고유속성입니다.

죽지 않는 인간, 곧 신이 된 인간은 기계와 결합한 인간이라는 상상은 일찍이 이 만화에서도 이 애니메이션에서도 기본적인 주제로 자리 잡았던 거죠.

 

그리고 그 시대에 이 신이 된 인간들, 기계인간들은 아직 신이 되지 못한 인간들, 생체인간들을 사냥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사냥당한 생체인간이 자기 아들에게

너는 꼭 기계의 몸을 얻어라!” 라고 유언을 남기는 것이 이 장편 애니메이션의 도입부였습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파괴 운동이래 기계에 대한 공포는 줄곧 인간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왔습니다.

인간과 대등하거나 인간보다 우월한 능력을 확보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을 지배하며 종국에는 인간을 파멸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같은 영화에서도 표현이 되었죠.

애초에 기계로 만들어진 물건이 인간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에 대한 서사는 아마도 <바이세테니얼 맨(1999)> 하나 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운위되면서 일자를 잃게 되거나 기계에게 지배당하게 될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닮아가는 것이나 인간이 기계를 닮아가는 것이나 근본에서 다를 바가 있을까요?

 

만약에 머리에 알파고를 장착하고, 바이오테크놀로지로 생산된 인공장기들을 몸에 채우고 그리고 노화하지 않는 피부조직을 이식해서 젊게 수백 년씩 사는 인간이 출현한다면 인류에게 축복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기계화라고 봐야할까요?

그렇게 만들어지는 사람이 바로 <은하철도 999>의 잔인한 기계인간들이겠죠.

 

어떻게 우리가 이 시대를 대처해야 할까요?

사실 시키는 대로 정확히 수행하는 능력은 절대로 인간이 기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제껏 인간은 기계를 닮기 위해서 노력했고, 기계처럼 살라고 사회가 개개인에게 요구해 왔습니다.

 

이제 그런 면에서 명령대로 충실히 이행하는 면에서 인간보다 평균적인 기계가 더 뛰어난 시대를 코앞에 둔 지금, 사람답게 사는 법에 대한 태도를 바꿀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계로 대처할 수 없는 영역에

인간성의 본질을 본령을 설정하고

그것을 키우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인간다움을 기계다움에 반대편에 놓는 일

그것이 기계지배 시대에서 벗어나는 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었구요,

그리고 기계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인간이 기계와 다른 영역에서 자기의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는 한

앞으로도 인간은 만물의 영장일 거라고 봅니다.

 

전우용의 픽, 오늘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