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앵커브리핑] 8.22(목) '캐논…니콘…캐논은 두 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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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9)

2019. 8. 23.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는 절박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일어난 일은 정말 미안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홍콩인 모임

 

홍콩의 시위대는 공항 마비로 불편을 겪은 사람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진심을 담은 그 사과는 시위대의 절박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들었지요.

 

동양 문화에서 사과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기본적인 예의에 속합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언어들만 살펴보아도 그렇고.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송구하오나

 

중국에도 사과 문화는 뿌리가 깊어서 그들은

부하오이쓰”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죠.

 

일본으로 건너가면 그 사과 문화는 절정에 이르러서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심지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스미마셍”, ‘미안합니다를 습관적으로 외칩니다.

 

모자를 누군가가 주워 줬다면

그것을 받으면서 느끼는 마음속의 괴로움을 스미마셍으로 고백

-루스 베네딕트 < 국화와 칼 >

 

그들은 무엇이 늘 그렇게 미안할까?

 

반면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미안해하지 않을까?

바로 어제

 

캐논, 니콘,

캐논은 두 대네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2019821)

 

그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우리를 향해 말했죠.

그는 자신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한국 언론사의 카메라조차 일본산임을 조롱하듯 강조했는데

굳이 속내, 즉 그들의 말대로 혼네를 드러내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들의 속마음이 어떠한지 너무나 잘 압니다.

 

일본 취재진에게 카메라가 무거워 보여 잡담 도중 물어봤던 것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정부는 오늘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습니다.

당위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교차했지만

어쩌면 그것은 협정 종료로 가는 과정이었을 뿐

당위만큼 큰 힘을 갖는 명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대가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데

우리는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가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 자신이 더욱 정교해지고

또한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

 

 

이미 한참 전에 일본을 연구한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모순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본인만의 독특함을 설명했습니다.

 

일본인은

싸움을 좋아하면서 얌전하며,

불손하면서 예의 바르고, 용감하면서 겁쟁이며, 보수적이면서 개방적이다.”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그리고 그가 내놓은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인들은

자기 행동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놀랄 만큼 민감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자기의 잘못된 행동을 모를 때에는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불매운동이든, 지소미아의 종료든

우리의 모든 행위가

그들에겐 자각의 동기가 되기를...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