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생각] 10.14(수) 당당한 태도, 조기 교육해야! (뭘 입증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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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김어준생각(2020)

2020. 10. 14.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 최고 가수들이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외국의 어느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기획인데

대개 유럽의 어느 거리를 무심히 지나치든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서

결국 박수와 탄성이 쏟아지게 만드는 구성입니다.

 

훌륭한 공연과 이국적 풍광을 세련되게 버무린 이 프로그램이

저는 근데 개인적으로 불편합니다.

 

가수나 제작진에 대한 불만은 아니고요

제가 불편한 건 그 기획의 내면화 되어 있는 힘의 질서와

그 질서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 자체가 불편합니다.

 

이미 최고의 가수들을

왜 마실나온 그 동네 행인들한테 인정받겠다고 용을 쓰게 만드나?

이미 우리 관객과 시장에서 검증된 가수들인데...

거기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아 마땅한 아티스트들인데

뭘 입증하겠다고 그러나...

 

왜냐?

상대가 유럽의 백인이거든요.

우리보다 우월한 어떤 존재들이 거든요.

머릿속 질서가 그렇게 정리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기획을 18세기에 했다면 그 행위는 중국인이었을 거고

20세기 전반부였다면 일본인이었을 것이며

20세기 후반부부터는 백인들이 그 자리를 지금까지 차지하고 있는 거죠.

 

백인들을 그래서 미워하자는 게 아닙니다.

나보다 힘세고 잘 산다고 비굴하지 말고

나보다 약하고 못 산다고 거들먹거리지 않는 삶의 태도

이거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