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과학]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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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과학·북툰

2020. 11. 20.

 

 

 

하루는 내가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어떤 미친 남자가 혼잣말을 크게 하며 뛰어오고 있었다.

 

눈앞에 모든 것을 발로 차며 괴성을 멈추지 않았는데

놀란 사람들은 그 미친 사람을 피해 모두 벽에 붙었지만

벤치에 앉아있던 나는 미처 그 자리를 뜨지 못했다.

버섯 됐다.

 

살짝 미쳐 보이는 그의 눈은 울먹이는 나의 눈을 마주쳤고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군대에서 배웠던 기술을 떠올리며 손을 재빨리 들어

죄송합니다라고 하려는 찰나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갈 길을 갔다.

 

마침내 지하철이 왔고

난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 오줌을 지리며 지하철에 탔다.

그리고서는 좌석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지하철 문이 열리며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그 할아버지는 어딘가 편찮아 보이셨다.

김정은 이 ..xxx...

할아버지는 이 중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저 할아버지는 지금 자신이 입 밖으로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모두가 쳐다보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하철역 그 미친놈과 내 앞에 이 할아버지를 보며

사람이 어떻게 이리 미쳐갈 수 있는지 생각하다 보니

금세 도착지에 이르렀다.

 

그렇게 지하철에서 내리려는 순간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지하철을 거꾸로 타 조금 늦을 것 같단다.

아이.. xxxx ...

 

잠깐, 내가 저 사람들과 다른 게 뭐지?

맘속으로 말한 줄 안 욕을 입밖으로 한 것이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 저 사람들과 나의 차이가 뭐지?

저 사람들은 생각을 입 밖으로 한다는 것과

나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한다는 것 말고 다른 점이 있나?

어차피 머릿속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건 똑같잖아!?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진리를 찾기 위해 평생을 고민해왔던 사람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완벽한 진리는 뭘까?

이게 모두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지?

이 모든 게 환상이 아니라 진짜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지?

 

사람의 감각은 믿을 수 없다.

사람의 감각은 차가운 게 아주 차가우면 뜨겁다고 하기도 하고

뜨거운 것을 반대로 차갑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진리를 알 수 있을까?

과학에서 진리는 1+12라는 사실이다.

이 변하지 않는 완벽한 진리는

양자역학이 되어 원자를 설명하기도 하고

상대성 이론이 되어 거대한 별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철학에서도 변하지 않는 완벽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걸 이용해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데카르트는 정말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내가 생각한다는 것만큼은 진짜고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이런 걸 생각 할 수 있겠어?

내가 존재해야 이걸 생각할 수 있는 거지

... 내가 생각한다는 것만큼은 진짜구나.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과학에 의하면 데카르트는 틀렸다.

우리가 당연하게 믿는 이 생각도 우린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린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까.

 

우리는 뇌로 생각한다.

수많은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이 뇌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소통한다.

원자들이 원자들을 보내며 원자들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이 움직임을 과연 우리가 통제하고 있을까?

 

1979년 미국의 심리학자 벤자민 리벳은 아주 유명한 실험을 한다.

연구원들은 실험대상자의 머리에 전극을 연결하고

자신이 손목을 굽히고 싶을 때 손목을 굽혀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손목을 굽히기로 결정한 순간과

실제로 손목 근육이 움직인 순간을 측정했다.

 

그들이 손목을 굽히기로 결정을 내려 근육을 움직이기까지

0.15초의 시간이 걸렸는데

놀라운 건 그들의 뇌에서는 0.5초 전에 이미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내가 아닌 무언가가 먼저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았다.

 

이 시간차가 너무 짧다고 생각하는가?

그로부터 29년 후 2008년 네이처지에 올라온 논문

특이한 실험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좀 더 정밀하게 실험을 한 것인데

 

이번엔 실험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의 선택지를 주었다.

왼쪽 버튼 하나와 오른쪽 버튼 하나

이 두 버튼 중 누르고 싶은 버튼을 마음대로 눌러 보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그들이 버튼 누르기 7초에서 10초 전에

그들이 어떤 버튼을 누를지 미리 알 수 있었다.

 

7초에서 10!!

이 경악스러운 결과에 이어 2013년 실험에선

실험 대상자가 머릿속으로 계산한 수의 답을

4초 전에 알 수 있었고

 

가장 최근인 2019년 실험에서는

실험 참가자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머릿속으로 하나의 그림을 선택해 보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머릿속으로 그림을 선택하기 11초 전에

그들이 어떤 그림을 선택할 것인지 미리 알 수 있었다.

 

우린 정말 생각이란 걸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심장이 뛰는 것처럼 우리 뇌도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

 

아무도 나는 심장을 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는 혈액순환 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린 왜 나는 생각한다라고 말해왔던 걸까?

 

우리의 몸은 뇌의 전기 신호를 받아 움직인다.

그래서 왼손을 들어 올리는 동작과 관련된 뇌 부위를 자극하면

그 사람의 왼손을 들어 올리게 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연구원들은 실험 참가자들의 뇌의 부위를 몰래 자극해

왼손을 들어 올리게 한 후

시침을 뚝 떼며 그들에게 왼손을 왜 들어 올렸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들고 싶어서 들었다.”

가려워서 들었다.”

무슨 생각이 나서 들었다.”

이미 일어난 일에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이었다.

 

연구를 마친 리벳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느끼는 자유는 뇌에서 이미 일어난 일인 것 같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나는 고로 존재한다

이 문장의 오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문장엔 틀린 게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나라는 것이다.

 

나라는 게 틀렸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나를 설명해보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예쁘다 잘생겼다 못생겼다. 키가 크다 작다. 똑똑하다 멍청하다. 사교적이다 수줍음이 많다. 팔이 길다 짧다.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모든 표현은

다른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존재해야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면 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왜냐하면 모든 건 상대적이니까.

 

뉴턴과 갈릴레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주의 배경은 고정되어 있고 물체가 이 방향, 저 방향

이 정도의 속력을 갖고 움직인다.

 

그런데 수백 년 후 아인슈타인이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다른 물체가 없으면 그 물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속력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다.

다른 물체가 존재할 때만 방향이 있고 속력이 있는 것이다.

다른 물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물체의 속력도 방향도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건 상대적이니까!

 

이건 물리학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나를 설명할 때도 똑같다.

다른 사람이 없으면 나를 설명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때 나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면

나는 정말 존재하는 걸까?

 

서로를 치고 받고 때리며 상대를 쓰러트려야 이기는 종합격투기

이보다 상대 선수를 더 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스포츠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한 티비쇼에서 격투기계의 악동 코너 맥그리거가

상대 선수를 적으로 묘사하는 영상을 보다가 이렇게 말한다.

 

저 이런 거 보기 싫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우린 모두 경쟁자라는 거예요.

전 그들을 존경합니다.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해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

상대를 주먹으로 쓰러트릴지언정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다른 파이터가 있기 때문에 나라는 파이터도 있을 수 있으니까.

다른 파이터들이 있어야 나도 파이터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없으면 나도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나는 뭘까?

테세우스 배의 역설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미노타우르스라는 괴물을 죽이고 아테네로 귀환한 테세우스.

아테네인들은 그가 탔던 기념비적인 이 배를 수백 년 동안 관리하며 보존한다.

 

그들은 배의 나무판자가 썩으면 새로운 판자로 교체하고

또 다른 판자가 썩으면 다시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계속 보존해 왔다.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계속 낡은 판자를 새로운 판자로 교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원래 배를 만들었던 판자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테세우스의 배에서 떼어낸 낡은 판자로 다시 다른 자리에서 똑같은 배를 만들었다면

우리는 이 두 배 중 어떤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것인가?

 

도무지 답이 없어 보이는 이 유명한 역설은

관점을 바꾸면 쉽게 풀 수 있다.

 

테세우스의 배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라는 것이다.

이건 모두 나무판자일 뿐이고

이렇게 나무판자를 모아 놓은 것에 우리가 테세우스의 배라는 가상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테세우스의 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엔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자.

여기에 나라는 사람이 있다.

나의 몸은 4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 세포들은 낡으면 계속해서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위산 공격을 받는 위벽 세포는 2 ,3일에 한 번

몸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피부 세포는 2~3주에 한 번씩 교체된다.

 

이렇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다 교체되기까지 약 7년이 걸린다.

7년마다 완전히 다른 몸이 된다는 것이다.

나의 7년 전 몸과 지금의 몸을 만드는 재료 중 같은 재료는 하나도 없다.

 

테세우스의 배를 이룬 나무판자가 모두 교체된 것처럼

나를 이룬 세포도 모두 교체된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아직도 나를 나라고 믿을까?

내가 이 세포들에 가상의 의미를 부여한 걸까?

 

저번 편에서 가짜와 진짜에 대해 얘기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나라는 가상을 만들고

돈이라는 가상을 만들고

회사라는 가상을 만들었어도

아무리 많은 사람이 동의하여 만든 가상이어도 가상은 가상이다.

그리고 내가 나 혼자 동의한 이 가상도 가상이다.

 

나라는 개념은 우리가 만들어낸 궁극의 가상인 것이다.

어린 아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재밌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여기 재범이라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에게 엄마가 아이스크림과 사탕 중 뭐가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이 아이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재범이는 아이스크림이 더 좋아요.”

이 아이는 자신을 나라고 부를 줄 모른다.

그냥 어릴 때부터 자신을 사람들이 재범이라고 부르니까

, 이게 재범인가보다하고 재범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린 모두 그랬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라는 개념은

처음엔 존재하지 않았다.

 

 

우주는 138년 전 엄청난 폭발과 함께 탄생했다.

우주 초기 원자들은 서로 부딪히고 튕기며 자동으로 움직였는데

그렇게 튕기고 부딪히던 원자들은 어느 순간 뇌라는 박스를 만들어

그 박스 안에서 튕기고 부딪히더니 생각을 한다.

그게 나다.

 

포켓볼을 칠 때, 포켓볼이 놓여진 위치, 각도, 속도를

모두 정확하게 컴퓨터로 계산할 수 있으면

큐대에 맞은 첫 번째 공이 어디로 가고

첫 번째 공에 맞은 두 번째 공이 어디로 가고

두 번째 공에 맞은 세 번째 공은 어디로 가는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뇌는 이보다 공이 더 많을 뿐이다.

 

인류는 기원전 500년부터 기원후 1500년까지

2천 년 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돌이 되어버릴 정도로 오래된 사람들이 했던 말을

인류는 아무런 의심 없이 2천 년 동안 믿은 것이다.

 

그러다 1543년 처음으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2천 년 동안 아무도 의심하지 않던 것을 의심하게 되었을까?

 

이때가 바로 르네상스였다.

신을 그리던 화가가 인간을 그리고

신을 쓰던 작가는 인간을 쓰고

신을 표현하던 시인이 인간을 표현하기 시작한 대격변의 시기!

 

세상을 더 이상 신의 눈으로 보지 않게 되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신이라는 가상을 내려놓고

지구가 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나라는 가상을 내려놓으면 어떤 게 보일지 모른다.

 

우리에겐 많은 가르침을 준 성인군자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 명상을 좋아했다.

 

명상을 왜 하는지 아는가?

명상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심장이 뛰는 것처럼 뇌가 뛰는 걸 멈추는 건 불가능하다.

명상은 생각이라는 걸 한 발짝 뒤에서 제3자가 되어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카페에 들어가 보자.

사람들이 많은 카페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수많은 목소리가 배경음처럼 꽉 차게 들릴 것이다.

 

명상은 나의 뇌가 하는 말을

3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이게 카페에서 들리는 수많은 목소리에

나의 뇌가 내는 목소리까지 같이 넣어서

모두 배경음으로 만들어보자.

그럼 뭐가 남겠는가.

 

...

 

의식

단 하나가 남는다.

 

외부 세상과 이 몸뚱아리를 경계 짓던 나라는 가상이 사라지고

경계를 짓지 않는 의식만 남는 것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내가 무한하다라는 것을 느끼고

우주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거다.

 

너와 나는 하나라고

우리는 모두 같다고

내가 우주고 우주가 나라고

내가 신이고 신이 나라고

내가 너고 너가 나고

내가 쟤고 내가 얘고

쟤가 나고 쟤가 얘고

얘가 쟤고 얘가 나고

얘가 쟤고 내가 얘라고

이딴 말

 

신을 버리자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버리면 다 보인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 애를 썼던 적 있는가?

나를 설명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 적 있는가?

 

사람들은 가끔 자신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변덕이 너무 심해 내 마음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에게 나를 설명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넌 존재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