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이노 2008. 2. 26. 13:22

     

    [임종수 칼럼] 

      동영상 UCC의 가치를 생각한다

     

     

    다음 TV팟, ‘신생아 돌보기’ 시리즈

    최근 필자가 감동적으로 본 동영상 UCC이다. 꽤 오랫동안 인기 동영상으로 오르는 것을 보니 이 시리즈는 비단 몇몇 사람들에게만 유용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 콘텐츠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 필자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지만 소통의 구조변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최근 필자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이쁘기 그지 없는 보석같은 존재를 얻었다. 그러나 기쁘고 설레는 마음과 별개로 나와 아내는 육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에 직면해야 했다. 경상도와 전라도가 고향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모든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아기성장과 관련된 책 몇 권을 사서 읽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저자들의 특별한 육아 철학을 배우는데 유용했을 뿐이었다. 설혹 구체적으로 육아에 관한 책이 있기는 했지만 책이라는 평면적 커뮤니케이션 정보로 아기와 생활하는 것 하나하나를 익힌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일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우리는 자연스레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됐고, 그 와중에 다음의 TV팟 노하우에 있는 모대학병원에서 올린 신생아 돌보기 동영상 UCC를 보게 됐다. 제대관리, 씻기는 법, 신생아의 피부, 머리, 등 신체특징, 맛사지법, 트림시키는 법 등 신생아 관리를 위한 노하우가 1분여 분량으로 올라와 있다.

    멘트는 비록 어색한 아마추어였지만, 실제 행동 하나하나를 보여주는 동영상과 친절한 설명은 우리같은 초보 부모에게 자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지금도 이 동영상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우리 아기를 맛사지해 준다. 아기가 ‘좋아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생활 속 ‘경험적 지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두 말 할 것 없이 우리에게 이 동영상 UCC가 필요했던 것은, 거창하게 말해서 산업화에 따른 삶의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한 가구의 세대가 부모 형제, 좀 더 넓게는 조부모까지 함께 살던 시대에는 이런 콘텐츠가 필요 없었을 것이다. 신생아 육아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은 그들 윗 세대로부터 잘 전수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수록 우리는 1세대 혹은 핵가족 2세대의 형태로 살아간다. 일상적 삶에서 우러나오는 정보와 지식, 각종 노하우는 단절되기 십상이다. 과거 어느때보다 전통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은 아마도 이런 생활 속 전승 지식이 사라져가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육아 지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맛도 사라져 가고 멋도 사라져 간다. 동영상 UCC는 아쉽지만 사라져 가는 경험적 지식을 유지, 복원해 주는 최소한의 대안이다.

    동영상 UCC는 경험적 세계의 지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방송사 프로그램이라든가, 전문 동영상과 차별적이다. 가령 이번 신생아 UCC를 저 유명한 EBS의 <아기성장보고서>와 비교한다면, 전자는 보다 실천적이고 경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집단지성이 빚어내는 각종 노하우를 제공한다. 그에 반해 <아기성장보고서>는 신생아와 아기들의 성장에서 나타나는 몇몇 핵심 이슈들을 과학적이고 추상적인 지식으로 제공한다.

    물론 이 둘은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용자에게 이 두 콘텐츠는 질적으로나 필요성 면에서 어떠한 선후관계가 있지 않다. 다만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궁극적으로 작동하는 기능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동영상 UCC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경험적 세계의 지식을 최초로 공유케 함으로써 지식의 지평을 훨씬 넓혔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동영상 UCC 거버넌스를 새롭게 하라

    지난해 우리사회의 가장 큰 ‘뻥’을 들라면 그것은 아마도 동영상 UCC가 될 것이다. 이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동영상 UCC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통의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신선하고도 의미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던 동영상 UCC는 사실상 ‘용두사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탓인지 동영상 UCC라면 황당한 장면, 엽기적인 장면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동영상 UCC는 살벌한(?) 감시에 힘 한번 제대로 펴지 못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열심히 동영상 UCC를 떠들면서도 이에 대해 평가절하하기에 바빴다.

    우리는 동영상 UCC가 분명히 사이버 공간의 근본 자원임을 깨달아야 한다. 최근 인터넷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로 우리의 사이버 문화는 한 차원 더 높아졌다. 이미 PC통신에서부터 지금의 인터넷 이르기까지 UCC는 이제 동영상 UCC라는 새로운 콘텐츠 양식이 의미있는 지위를 가지게 됐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동영상 UCC가 없는 사이버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동영상 UCC는 우리의 문화를 보다 풍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이버 경쟁력을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하다. 콘텐츠를 많이 가진 국가가 진정한 강대국이며 문화국이라는 명제를 받아들인다면, 미래사회 우리의 삶의 바탕이 되는 콘텐츠는 동영상 UCC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영화의 힘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그런 콘텐츠의 발랄한 상상력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파괴력 있는 전문 콘텐츠 생산의 원동력이 된다.

    동영상 UCC를 더 이상 소비적인 ‘엽기 콘텐츠’로 제한하려는 일체의 인터넷 거버넌스는 IT 정책에서 철회되어야 한다. 오늘 출범한 신정부는 동영상 UCC의 가치를 생각하는 정부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임종수 열린사용자위원회 위원 (세종대 교수)

     

    *이 글은 Daum 열린사용자위원회 1기 위원으로 활동하신 임종수님의 칼럼입니다.

     

    출처 : 열린사용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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