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마기행

임춘택-tigerim 2001. 10. 7. 11:19



< 차 례 >


5. 사회제도



5.1 높은 이혼율



5.2 거지와 건달과 도둑과 사기꾼


5.3 몸을 파는 사람들


5.4 장례와 무덤


5.5 왕과 귀족과 젠틀맨


5.6 허리가 휘도록 많은 세금


5.7 영국의 인종차별


5.8 경찰이 뇌물을 안 받는 까닭은?


5.9 개인주의와 공동체 주의


* 영국의 성들을 찾아서: 과거의 추억을 더듬는다


<특별칼럼> 마피아 한국, 한국 마피아









우리 시방 결혼했당께랑?




6회에 걸친 요크셔 집중 탐구로, 놀러 다니는 얘기는 한 뿌리 뽑은 것 같다. 너무 놀다보면 다시 일하고 싶은 법.





중국도 하고 있는 주5일 근무를 우리는 하니 마니 하면서 논란 중이지만, 오래 전부터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는 영국사람들은 좀 심하게 논다 싶을 정도로 여행들을 많이 다닌다. 적게는 1-2주일씩 많게는 1-2달씩 노는 경우도 있다. 물론 직업마다, 나이마다 노는 게 천양지차이지만......





자 다시 우리가 가고있던 길을 가자.


(가만 우리가 무슨 길을 가고 있었드라???
그렇지! '영국 갸들이 선진국이 된 비법', '영국 문화의 뿌리' 그것을 찾는 것이었지!!)





지금까지 영국 소개를 시작으로 교육제도, 의료제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번 장(chapter)은 사회제도에 관한 것이다. 먼저 오늘은 이 사람들의 가정생활과 결혼, 그리고 이혼에 대해 알아본다.




맨 먼저 이 문제를 얘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결혼관은 한 사회의 단면을 보는데 중요한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결혼보다 동거를?


우리가 영국에 있으면서 단골로 다녔던 이발소는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필자를 주로 이발해주던 사람은 22-23세 정도 되는 미혼의 서글서글한 영국 남자였는데, 예쁘장하게 생긴 다른 이발사가 있어서 물어봤더니 자기 손위 누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 아버지, 어머니도 이발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아무리 봐도 딸같아 보이는 애가 그 누이 주변에서 맴돌며 노는 것이었다. 그래서 "걔가 누구냐? (Who is she?)"고 물었더니, "조카, 맞다! (Her daughter!)"는 것이다. "그럼 남편은 어디 사냐? (Then where is her husband?)"고 물어봤더니, "아, 남자친구! (Aha, boy friend!)". 그래서 "잘못 물어봐서 미안하다 (I am sorry for my questions.)"라고 했더니 "괜찮아, 뭘 (That's all right, no problem)" 하는 것이다.





이쯤 물어봤으면 대개는 더 안 물어보는게 예의인데, 단골도 됐고 해서 몇가지를 더 물어봤다. 그랬더니 자기 누이는 남자친구하고 동거한지 3-4년 됐는데, 아마도 1-2년내에 결혼도 하고 집을 따로 얻어서 나갈거라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얘기했다. 그러면서 결혼 전에 동거하는 것은 요즘 영국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못 그래봤지만 요즘 우리 나라도 일부에서는 결혼 전 동거생활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래도 그렇지 '남자 친구 (boy friend)'라는 단어가 영국에서는 '결혼 안한 남편'이란 뜻으로 쓰이기까지 하다니...... 참 편리하고도 애매한 뜻을 가진 말이 '남자 친구'란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전 동거가 필요하다는 시각은 대개 '성격이나 생활 취향', '속 궁합'이 맞는지 미리 알아봐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몇몇 영국인들한테 물어보고 현지신문에서도 보도된 바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주로 결혼시 발생하는 복잡한 법적 문제, 예컨대 재산 소유지분, 의무관계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형태로 동거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번은 친하게 지내던 영국인 친구가 '자기 부부가 결혼했다'는 것이다. (???!!!) 이 친구는 한번 이혼한 적이 있는데, 남편과 사별한 여자와 같이 살고 있어서 우리는 당근 부부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거의 2년간 우리랑 놀러도 많이 다니고 서로 가정방문도 10여 차례 했었는데, 부부 아닌 티를 한번도 안 냈었으니까. 그러니까 지난 몇 년간 이성친구 관계로 동거를 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결혼식을 한것도 아니다. 단지 결혼기념으로 1주일간 도보여행을 다녀왔을 뿐이다.





동거라는 개념에 대해 익숙치 않아 해프닝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 친구가 결혼기념으로 여행을 갔다왔다길래 "결혼 몇주년이냐? (What is your anniversary of marrage?)고 물었다. 그랬더니 약간 흥분해서는 "이제 막 결혼했다! (We got just married!)"는 것이었다. 그래서 농담하는 줄 알고 "그래 축하한다, 새신랑 (Ok, congratulations, bridegroom.)"이라고 놀리는 투로 말은 했지만 축하선물도 화환도 하질 않았다.





이 친구는 우리 반응이 이해가 안 갔는지, (선물을 안 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봐도 진심으로 축하하질 않으니까) 그 다음주에 봤을 때도 자기들 결혼한 얘길 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친구가 정말 재미있게 결혼 기념일 여행을 다녀왔나 보다하고 또 웃어넘겼다. 결국 진짜로 결혼한 줄을 안 것은 우리가 영국을 떠나기 바로 전이었다.





영국의 10대 미혼모가 많은 게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곧바로 동거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해봤자, 겨우 만 16세니까. 영국사람들이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요즘 10대를 자기들 사고방식대로 가둘 수 없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딸애가 남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오면, 같이 잘 방을 마련해주는 부모도 있다. 대부분의 영국 부모들은 성장한 자녀들이 호텔이나 여관에서 하루밤을 지내길 원하질 않는다.





그런데, 통계수치는 필자가 영국서 피부로 느끼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발표된 유럽통계에 따르면 유럽의 30세 이하 커플 중 동거커플은 32%로 70년의 8%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영국의 경우 전체 커플 중 단지 5%만이 동거커플인 것으로 조사돼, 유럽내에서는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그 이유는 프랑스 등의 경우에는 결혼제도 자체를 번거롭게 생각하여 동거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영국은 동거 후 결혼으로 가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즉 동거후 결혼률이 높기 때문에 동거율 자체가 통계적으로는 낮아진 것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최근 통계를 보면, 약 10%의 영국 여성들이 18세 이전에 결혼을 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는 11%, 브라질은 24%, 가나의 경우는 38%다. (가만 있자 무엇이 선진국 기준이지?)





아무튼 상당수의 영국 젊은이들은, 높은 이혼율을 수반했던 '무조건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전 동거를 선호하여 동거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 동거가 이혼율을 낮추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이다. 한편 동거에 따른 약자보호, 자녀보호, 재산권 등의 법적 제도적 보완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결국 프랑스처럼 동거도 사실혼의 한 형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높은 이혼율

미국에 사는 기자친구 얘기가 "미국에서 이혼하면, 남자는 완전히 거덜난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즉 이혼할 때 여자한테 전적인 이혼사유가 있지 않는 한 판사가 약자(?)인 여자 얘기를 주로 들어주고 남자 주장은 듣는 둥 마는 둥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한테 자녀든 재산이든 필요한 것을 대부분 갖게 하고, 남자한테는 자녀 친견기회나 양육비 지원의무 등을 지운다는 것이다.





미국이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 겨우 1920년도이니까, 짧은 여성인권 역사에 비해 미국은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미국이 인권에 대해 큰 소리를 치는 것은 빈약한 인권역사를 과대포장하기 위해서? : tigerim의 의문)





이는 영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도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것은 30세이상이 1918년, 21세 이상은 1928년이 되어서이다. 또한 이혼시 남성들이 치르는 대가도 미국처럼 혹독해졌다. 영국 친구의 경우에도 살던 집은 전 부인한테 내주고 새 부인네 집에 얹혀 살고 있었다. 그리고 애들하고도 주말에만 같이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니 자기 집도 없이 살다가 재혼해서 집도 공동소유가 되고 하니 생기가 돌 수밖에. 한 마디로 영국도 이혼을 하면 남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는 셈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혼율과 여권신장은 결과적으로 비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국 사회도 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하여, 70년대 초에는 성인의 72%가 결혼한 상태였으나 지난해에는 55%로 감소했다. 또한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에 있어서도 영국은 2,9건(러시아에서는 점 대신에 쉼표를 찍는다. 그러니까 이건 러시아식 소숫점 표기법)으로 미국의 4.2건보다는 낮지만, 일본(2.0), 독일(2.3), 캐나다(2.4), 스위스(2.3), 프랑스(1.9건, 96년)보다는 상당히 높다.





여기서 지난 해 우리 나라의 경우를 보면, 2.5건으로서 영국보다는 낮지만 이미 웬만한 선진국들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의 이혼율 증가는 여권신장이 주된 원인이 아니다. 1997년에 2.0건에 불과했던 것이 IMF이후 갑자기 는 것이다. 통계에도 나타나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배우자의 부정이 늘어서 발생한 것이다.





결혼과 이혼 비율에 있어서도 우리 나라는 2000년도의 경우 하루평균 915쌍이 결혼하고, 329쌍이 이혼했으니, 3쌍이 결혼하고 1쌍이 이혼한 셈이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 결혼과 이혼 비율이 2:1이니, 선진국 중 최고의 이혼율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 근접하는 수치이다.





아무튼 어느 나라나 이혼은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에게 크나 큰 타격을 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마땅히 이러한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여러 각도로 통계를 비교해 봐도 우리 나라의 이혼율이 주요 선진국 수준을 상회하고 있지만, 차이점은 이에 따른 사회적 대책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독신자나 이혼한 부부,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보호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일단 편견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다음 이혼 과정에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남성들이 오히려 약자가 돼가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은 남자들한테 상대적으로 크게 유리한 게 이혼제도이다. 거의 무조건 여성 편을 드는 서구와는 달리 귀책사유에 따라 여성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특별히 귀책사유가 어느 일방에 없는 경우 재산형성 기여도에 따라 재산을 나누도록 한 것 등이 그 것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재산분할 비율에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10-50%에 그치고 있다. 그것도 1991년부터 법 시행이 되어서 그나마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자녀 양육권도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유리한 서구와는 다르다. 다만 한 가지 정신적으로나마 다행인 것은 결혼 할 때 마다 여성들이 성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점일 것이다.


나머지 얘긴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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