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칼럼

임춘택-tigerim 2017. 6. 1. 09:10

과학국정, 이제 할 때다

 

6년 전에 우리나라 미래전략으로 과학적 합리성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을 의미하는 과학국정을 처음 제안했었다. 토건 중심 국정의 난맥상과 꺼져가는 성장동력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과학국정을 구상하게된 배경은 사고왕국, 대한민국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출발한다.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해페리호 침몰(’93)에서 시작하여, 성수대교 붕괴(’94), 삼풍백화점 붕괴(’95), 대한항공기 괌 추락(’97), 대구지하철 화재(’03), 서해 유조선충돌(’08), 그리고 세월호 침몰(’14)과 메르스사태(’15)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에서도 후진국에서도 흔치 않는 대형사고가 우리나라에서만 유난히 자주 발생했다.

 

이 뿐이 아니라,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각종 사고로 2만 명이 사망하고 43만 명이 부상했다. 구체적으로, 산업재해로 사망 1,810, 부상 80,999명이 발생했다. 지난 50년간 산업재해로 총 9만명이 사망하고 450만명이 부상했으니, 국민 10명 중 1명 꼴로 산업재해로 사상자가 된 것이다. 교통사고는 많이 줄었다고 하나 2015년에 사망 4,621, 부상 350,400명이었고, 자살사고는 사망 13,513명으로 OECD 1위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균수명 80년간 3번 사고로 다치고, 10가구 중 1가구가 사고로 가족을 잃는 슬픔을 접한다. 이런 끔찍한 나라가 우리 외에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모든 사고의 원인을 언론이나 정치권, 정부에서 안전불감증부정부패로 지목하고, 사고책임자 처벌과 제도 개선, 안전교육 강화 등으로 대처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대증적 처방을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24년 동안 이렇게 잘 해왔는데도왜 대형사고는 반복되고 생활사고는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인가에 근본 의문을 던져야 한다.

 

영국의 경우에 우리나라와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왕립 사고조사위원회가 꾸려져서 몇 개월에서 몇 년간 각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감리·평가·조사를 한다.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이틀 만에 경찰과 소방서가 허둥지둥 조사를 마치고 화재 현장을 대청소해버린 것과 크게 대조된다. 한 때는 비리의 대명사였던 영국 경찰이 오늘날 세계적인 모범경찰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도 우연히 돈봉투를 받는 교통경찰을 TV 카메라가 포착하면서부터였다. 대대적인 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단순히 해당경찰의 비위행위를 조사한 데서 그치지 않고, 경찰 선발에서부터 처우문제, 인사문제 전반을 근본적으로 파헤치고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면서 경찰이 대혁신된 것이다.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로 되돌아가 보자.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세월호 사고의 근본원인이 유병언과 그의 회사 세모, 그리고 정경유착 뿐일까? 사고의 원인 제공자를 찾아서 일벌백계로 단죄하면 이런 사고는 재발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접근이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느 한쪽만 본, 즉 다분히 인간 중심적시각인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문제에 답하려면, 유족들도 요구하고 있지만, 먼저 진상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학적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이 얽혀있는 시스템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진실을 밝히는데 현장재현 실험도 필요할 수 있다. 사고원인을 찾는 데에 과학수사가 필수다. 사후 대책도 인적 청산이나 조직 개편 등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안전기준 확립과 자동화된 감시·점검체계 마련 등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한편, 메르스 사태는 예고된 참사였다. 복지행정은 전문가일지 모르지만 보건분야의 전문성이 전무하다시피한 장관이 임명되면서부터다. 당시 보건분야의 실질적 최고책임자는 국장급에 불과했다.

 

국가적인 사고들의 표면적 원인은 부주의와 태만, 부정부패일지 모르나, 근본원인은 과학적인 국가운영능력의 결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선진국 수준의 대형 건축물과 시설, 산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후진적인 행정능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인 우리나라가 대형사고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국정(國政)의 과학화혹은 과학국정없이 대형 사고가 없는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한 것이다. 20년 이상 꾸준히 연구개선하고 투자를 해온 교통분야 사고에서 사망자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많이 부족했던 산업재해와 자살사고는 큰 개선이 없다.

 

과학국정은 단순히 사고를 줄이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과학국방이 이뤄졌을 때 병력중심의 군에서 기술중심의 군으로 갈 수 있고, 방위산업, 국방IT, 국방벤처도 육성하여 자주국방도 가능해진다. 과학정보는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손을 끊고 해외정보에 주력할 수 있는 토대이고, 정보 자주화의 기본 조건이다. 과학외교는 핵·미사일 협정, 기후협약, 미세먼지 대책, 통상무역과 지재권보호, 국제 질병, 사이버범죄 대책 등을 통해 국익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과학경찰은 과학수사와 첨단방범·보안·안전으로 시민보호의 첨병이자 치안산업을 이끄는 주체다. 과학행정은 스마트정부4.0으로 인공지능 서비스시대를 열고, 디지털 직접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과학문화는 문화콘텐츠, SF산업으로, 과학교육은 교육콘텐츠와 에듀테크산업으로 각각 새로운 국부의 원천이다. 그 외에도 과학교통과 과학식품, 과학농업, 과학해양, 과학환경 등 거의 모든 국정영역에서 과학이 추가되었을 때 국가의 품격이 높아지고 선진국형 신산업 육성도 가능해지며 전반적인 국가경쟁력도 배가된다. 창업도 기술창업이 생계형 창업보다 월등히 성공률과 부가가치가 높다.

많이 오해되고 있는 부분인데, 그저 과학기술 인재육성이나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것이 과학국정이 아닌 것이다. 이는 그저 과학기술분야 발전일 뿐이다.

 

참여정부에서는 당시 사회문제화 되었던 이공계기피에 대한 대책으로 과학기술중심국가를 기치로 내걸고 이공계 인재 공직진출을 활성화했었다. 처음으로 과학기술부총리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 두 정부를 거치면서 이러한 대책이 흐지부지된 것은 물론 멀쩡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해체되었다가 차관급으로 겨우 복귀된 수준이다. 요즈음은 극심한 청년취업난으로 인해 이과가 다시 인기라고 하니,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 것일까?

 

새 정부에서는 단순히 이공계 우대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와 선진국 진입 차원에서 국정 전반의 과학화가 추진되길 충심으로 바란다. 이는 과학기술계에 대한 차별 시정의 문제가 아니라 5년 후 국정에 대한 평가 문제이고, 나아가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국가에 대한 문제다. 우선 과학국정이 필요한 절반이 넘는 정부부처의 인사에 전문성이 적극 고려되길 바란다. 향후 정부조직에도 부처별 전문성을 중시한 개편을 기대한다. 과학기술부처 외에도 산업부처, 사회부처, 경제부처, 안보부처의 과학국정이 신산업육성과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