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代有感

참꽃마리 2013. 6. 11. 04:50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에 종편에서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입니다.

과연 몇 명의 아이들이 깨어서 보고 있을까요?

 

모든 것이 넘쳐 흘러 홍수를 이루는 세상.

 

우리의 어린 시절 6~70년대에는 TV도 흔치 않았습니다.

 

정말 부잣집에나 TV가 있던 시절.

그때 엄마를 졸라서 동생들과 돈 10원(처음 나온 삼양라면이 10원?)을 주고

만화가게 가서 TV를 보고 밤길을 터덜 터덜 걸어 집에 돌아 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에 집안 형편이 조금 펴서 처음 산 TV는 다리가 달리고

미닫이 문이 달려 드르륵 열고 닫는 모양으로 좁은 방 한면 중앙을 떡하니 차지했었습니다.

 

말단 사서직 공무원으로 평생직업을 삼으셨던 아버지가

도서관에서 가져 오신 어린이 잡지와 만화 부록은 보물 제1호로 네 귀퉁이가 해져서

너덜 너덜 해 질 때까지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방학때면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남산 국립 도서관에 가 수많은 책들 속에 싸여

하루 종일 책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지금도 즐거운 독서 습관과 책에 대한 집착은 아버지가 물려 주신 귀한 습성으로

좋은 책을 만나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 80년대 후반에도 지금처럼 하루 종일 TV를 방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침 8시 무렵 하는 "뽀뽀뽀"와 "TV유치원"은 아이들의 아쉬운 탄식 속에 끝나고

저녁 방송이 시작할 때까지 텔레비젼은 시커먼 얼굴로 우두커니 한자리를 차지했지요.

 

저녁 무렵 어지럽게 늘어 놓은 "장난감을 치우면 만화 틀어 줄께"하면

두 녀석은 후다닥 장난감을 바구니에 쓸어 담고 TV앞에 다가와 앉습니다.

애국가가 끝나고 시작하는 만화는 아이들에게 꿀맛같은 선물이었죠.

 

그 시절 만화 "미래 소년 코난" "은하 철도 999" "호호 아줌마" "플란더스의개"

"꼬마자동차 붕붕""로보트 태권 V" 등 등......

나도 그 시절 만화가 그립습니다.

 

케이블 TV에 종편까지.

모든 것이 풍요로운 세상을 더욱 식상하게 만드는데 가세를 한 미디어가

아이들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사색과 성찰을 거세당하고 그저 보여 주는 것에 시선과 생각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며 섬뜩함을 떨칠 수 없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공자님 말씀이 생각나는 새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