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들/시로 표현한 세상

Genie 2013. 6. 19. 22:56

 

 

 

사랑에 대한 짤막한 단상 (I ~ VI)

 

 

I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어

전신을 흠뻑 적시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는개비 마냥

한번도 제대로 원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내가 되어버린 

사랑이 있다.

 

II

 

네가 있는 곳은

멀지 않은

내게서 가까운 곳이어라

작은 목관 악기

피콜로

네겐 그것의 맑고 가는 음색이 있어

바람을 막아 청아한 소리를 낸다

 

III

 

세상 어디에도 없는 네가

내 안 깊숙이 보금자리를 틀어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없게

두터운 방어막을 치고는

모든 접근을 금지시킨다.

 

IV

 

세상에 준비된 사랑은 없다.

어느 순간 우연이 다가와서는

심장 깊숙이 녹아 들어가

심장박동이 뛸 때마다

내안에서 살아숨쉬는 그넬 감지하며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동행

그네 아니면 안 되는 지독한 인연

피할 수 없는 천생연분

어릴 적 동화나 오래된 전설 속에서나

가능할 거라 믿었던 신화가

비로소 현실로 다가서는 거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V

 

신이 낙원이라 부르는 그곳에서

사랑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신이 가두어 두었던 그 곳에는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가슴을 휘도는

그런 열정적 사랑은 없었다.

사랑은

그녀가 밀리어 나면서 터득한

최초의 자유였다.

 

VI

 

내가 너를 부른다 해서
아무도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다.

너는 높은 성()에서 잠을 자고
나는 행길 목로에서
형벌처럼 술잔을 비우지만
그 슬픔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제 사랑은 너무 더럽혀져서
지폐 몇장에도 팔고 사지만
내가 네게 주는 것은
아무 뜻도 없는 달빛 하나
네게서 훔쳐내는 건
네 최후의 순수같은 플룻소리

늘 떠나는 바람의 동네여
떠남도 사랑의 모습이라
그러나 아무도 그게

사랑인 줄
알지 못한다

 

VI

 

가슴이 멈췄다

어디에도 내는 없고

네만 존재한다 

심장이 멈췄다

내 멈춘 심장 위로

네 맥박이 뛴다

네 없으면

이미 내는 죽은 박제다

이 광적인 사랑을 어떻게 멈출 수 있단 말인가

끊임없이 분출되는 네로 향한 그리움을

어떻게 절제할 수 있단 말인가

광적이지 않고

어떻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