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진솔한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

Genie 2013. 6. 23. 09:32

   

 

책상에 발을 올려놓고 의자에 기댄 채 그대로 졸다가

무의식적으로 비몽사몽간에 부스스한 눈을 반쯤 가늘게 떠서는

본능적으로 무언가에 홀린 듯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고

곧바로 머그컵 가득 커피를 타서는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한 새벽공기로

몽롱하게 부유하듯 오락가락하는 혼미한 정신을 일깨운다.

 

잡히지 않지만 늘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만족이나 신 마냥

보이지 않지만 공간으로 흘러내려 어느새 땅바닥을 흥건히 적시는 는개비가

새벽바람에 실려 일시에 싱그러운 개운함을 가져다 주어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어둑한 거리로 비마중을 나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쌀쌀함이 갑자기 살갗으로 파고들어

몇 번인가 부르르 떨며 용트림하듯 두팔을 활짝 벌려 가녀린 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추위에 적응해가며 거릴 거닐다가 불현듯 밀려드는 외로움으로

누군가가 막연히 그리워지면서 괜스레 울적해지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흥얼거리듯 노래 가락을 허공으로 읊조리는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떡 하니 길을 막아 서서는

애처로운 눈망울로 내를 응시하며 도망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본 장면이 기억나 고양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슬금슬금 다가가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는데 반갑다는 듯이

코를 쿵쿵거리다가 혀를 내밀어 살갑게 빨아준다.

아마도 길고양이 역시 홀로 외로움에 치떨며

나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나 보다.

 

길 한복판에 쭈그려 앉아 고양이와 서로의 적적함을 채워주며

한참을 노니는데 간절히 기다리던 비는 더 이상 오지 않고

환하게 밝아오는 하늘로 인해 새벽이면 제일 먼저 동네를 접수하는

리어카 할머니 소리에 움칫 놀라 저만치 사라지면서

벌써 정이 들었는지 힐끔힐끔 곁눈질하며 애잔한 눈길을 보낸다.

 

문득 이만쯤에 누군가를 불러낼 수 있다면

과연 누굴 불러내고 싶을까 혼자 상상에 젖어본다.

 

괴팍한 독불장군인 베토벤이나

자신에게 가혹하리만큼 엄격했던 칸트,

광적 열정으로 현실에 적응치 못했던 고흐나

알코올에 절어 오직 타락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았던 로트렉,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저주하며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라고 울부짖던 랭보 ... 

아니 아니다.

그렇다고 헤세도, 예이츠도, 릴케도, 어린 왕자도, 좀머씨도, 모모도 아니다.

 

오랜 세월을 더불어 함께 동행하며 길들여져서 서로의 얼굴이나 몸짓만 보아도

아무 말이 필요 없이 느낌으로 이해하며 살갑게 흐르는 정감으로 감싸줄 수 있는 

비 오는 새벽길을 묵묵히 우산 없이 함께 걸어줄 수 있는

분신같은 지우가 간절히 그리워진다.

 

어쩜 그는 나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 June/23/2013 .....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