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생활/2016년감상영화

워프드라이브 2016. 12. 25. 03:50

대한민국이라서 가능한 시나리오. 



▶ 영화 내용 3줄 요약

1. 지진, 그리고 한별 원전 폭발. 하지만 정부는 숨기기 급급하다. 

2. 한별 원전 기술자인 재혁은 동료들을 구해주다 피폭되고. 

3.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재혁은 모두를 위해 희생을 결심하는데... 


▶ 영화 감상 3줄 요약

1. 구성의 재미는 없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모습에 묵직함마저 느껴진다. 

2. 대한민국의 민낯. 어느 재난 상황에나 적용 가능한 정부의 메뉴얼. 

3. 어색한 사투리를 쓰는 연기자들. 그러나 김영애의 연기만큼은 일품. 


▶ 별점 (별 5개 만점)

★ (몰라, 남들은 평가를 어찌할 지 몰라도 난 감동 받음)


▶ 퍼온 줄거리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원자력 폭발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 앞에 한반도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믿고 있던 컨트롤 타워마저 사정없이 흔들린다.

방사능 유출의 공포는 점차 극에 달하고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2차 폭발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발전소 직원인 ‘재혁’과 그의 동료들은 목숨 건 사투를 시작하는데…!




제목을 잘못 지은 것 같기도 하고 잘 지은 것 같기도 하고. 

<판도라>가 아니라 <빡돌아> 아님? ㅋㅋㅋ 

특히 이경영 나올 때마다 진심 빡돌았음. 빡도라야, 빡도라 ㅎㅎ


개인적인 취향에는 이 영화가 잘 맞는 것 같은 것이 

원래 블로그 주인장은 재난 영화를 좋아함. 재난 영화라면 일단 체크해둠. 

그리고 또 하나 좋아하는 장르가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인데 

이건 실화는 아니지만 그럴싸한, 그럴만한, 그럴수도 있는 그런 영화다.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그런 내용.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게다가 이렇다 할 '기적'이 없다. 주인공은 죽는다. 그게 더 현실적이라서 끌림. 

잔인함도 고통도 괴로움도 다 보여주고 

방사능에 대한 공포로 도망가고 혼란스러워지는 상황도 최대한 있을 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제작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찾아보니 155억 원 정도 들었나보다. 

손익분기는 얼마나 되려나. 족히 600만 관객은 넘겨야 한다던데 현재 스코어는 좀 암울함.

350만 돌파면 보통은 나쁜 성적이 아니지만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었으니... 

개봉 3주차에 상영관도 줄어드는데... 아이고, 남의 살림까지 걱정하다니. 오지랖도 참.  




영화 문외한으로서 이래저래 평가하긴 어렵지만 

<판도라>는 쉽게 말해 '정공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핀 조명을 비추거나, 이야기를 비틀어서 구성을 바꾼다거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거나, 특정한 인연을 강조한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어떤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이 수습되는 과정을 

조금은 지루할 정도로 쭉 나열하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정말, 그게 지루해보일 수도 있는데 

디테일이 더해지면 그 지루함이 날아가버린다. 

이 영화가 그 정도로 디테일하냐 하면 아주 아주 디테일한 건 아니지만 

지루함을 희석시킬 정도로는 디테일하다. 파고드는 느낌. 

사실 포스터에 써진 카피 문구만 봐도 어느 정도 짐작 된다. 

지진발생. 원전폭발. 살아남아야 한다. what else?

그냥 그 과정을 쭉 그리는 거다. 비틀고 꼬는 거 없이 그냥 쭉. 

이런 류의 영화들은 스포일러를 알고 가든 모르고 가든 상관 없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뭐, 어디까지나 내 생각임. 




영화 시작 20분 만에 지진이 오고 

영화 시작 40분 만에 원전이 터진 후, 

영화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됐을 때는 주인공이 그대로 죽을 줄 알았다. 

그런데 죽진 않았고요... 힘들게 살아남아 마지막 뒷수습까지 다 해낸다. 


줄거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최대한 사건 중심으로만 써보고자 함~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경상도의 어느 어촌 마을에 사는 주인공 재혁(김남길)과 그 가족. 

어느 날, 이 지역에 강도 6.1의 지진이 발생하고 그 때문에 원전이 폭발한다. 

이미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고 받았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던 대통령(김명민).

그리고 그 대통령을 무시하고 원전 폭발 소식을 감추기 위해 

주민 대피 명령은 내리지 않고 언론통제에 급급하는 총리(이경영). 

일단 주민들은 훈련상황이라 믿고 대피하고 재혁의 여자친구 연주(김주현)가 

원전이 폭발한 것을 눈으로 보고서야 드디어 원전 폭발이 주민들에게 알려진다. 

한편, 원전 폭발로 발전소 안에 갇힌 재혁과 그 동료들은 

간신히 살아서 대피하는데, 이미 피폭을 심하게 당한 상태다. 

핵연료 다발이 녹아 흘러내리는 이른바, 멜트다운 현상이 일어나는데도 

돈 많이 들여 지은 원전이 폐로가 될까봐 이 놈의 악덕 원전 업체는 

바닷물을 퍼넣지 말라고 경고한다. 




원전 폭발 소식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서로 도망가느라 바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원전 소장(정진영)과 대통령의 핫라인이 연결되면서 사태 수습이 시작된다. 

간신히 멜트다운 상태를 막아내는데 성공하지만, 

문제는 냉각수에 담긴 폐연료봉이 공기 중에 노출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 

근데 더 심각한 문제는, 냉각수가 세는 걸 막으려면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작업해야 한다는 거다. 

한마디로 죽으러 들어가야 한다는 것. (피폭 100%인데다가 그 강도가 엄청나니까)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작업에 재혁과 그 친구들이, 

우리가 기술자인데 안 들어가면 어떡하냐며 최후의 사명감을 가지고 들어간다. 

그러나 냉각수가 줄줄 세는 천장을 보수하는데 실패하고 

마지막 수단으로 아예 천장을 폭발시켜서 새로운 수조(폐연료봉을 담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차선책을 택한다. 문제는... 그 새 수조를 만들려면 누군가 그 공간 안에서 

폭탄을 터뜨려야 하고, 그 안에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역할을 재혁이 하게 된다. 

유일하게 폭탄을 만질 줄 아는 기술자였기 때문.

심하게 피폭돼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지만 재혁은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상황 보고를 위한 카메라가 헬멧에 장착돼있어 그걸로 전국 방송을 해버림)

천장을 폭파시킨 후... 슬픈 최후를 맞게 된다. 

전국이 아수라장이 됐지만 일단 급한 불을 끈 채로 영화가 마무리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원전 상황에 대해 알려주는 감독의 말이 엔딩 크레딧 직전에 나온다. 

대한민국은 원전이 너무 밀집된 나라라고. 그런데 몇 개 더 짓고 있는 중이라고. 




이 영화를 <판도라>가 아닌 '빡도라'로 부르는데 큰 역할을 한 게 바로 이경영이었는데 ㅋㅋ

이경영이 연기한 총리는, 보통 시민들이 알고 있는 흔한 '정치인'의 완전체라 할만 하다. 

위기 상황이나 중요한 일엔 패기보다 연륜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뭔가 자기 주장이 안 먹힐 것 같을 땐 '민생 살리기'와 '국가 경제의 위기'를 언급하며 

1만 명의 주민이 위기에 빠진 사실을 5천만이 알면 일이 더 커진다고 숨기기 급급하며

위기가 점점 커지는데도 그 위기를 알릴 언론의 목을 비틀 생각이 앞서는... 

이야... 써놓고 나니 진짜 뻔뻔함의 완전체네 ㅋㅋㅋ 근데 그걸 또 엄청 품위있는 척하며 얘기함. 

참모들도 젊은 대통령 대신 연륜 있어 보이는 (있는지 모름, 있어 보일 뿐) 총리를 따른다. 

처음에 지진으로 원전 벽에 균열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 

총리는 인근 주민들이야 죽건 말건 일단 공기를 빼자고 말한다. 

쉽게 말해서, 방사성 물질이 있는 공기를 빼서 압력을 줄여 폭발을 막자는 건데

여기에 당장 방사능 피해 입을 주민이 1만 7천 명 정도였다고 한다. 

대통령은 1만 명도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며, 일단 소개령을 내려 주민들을 대피시키자고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는 상태.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원전 소장이 지시도 받지 않고 공기를 빼는데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그냥 터져버린다. 

이걸 계기로 총리는 대통령에게 거 봐라... 네가 빨리 공기 빼라고만 했어도 

폭발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니? 하고는 자기가 컨트롤 타워에서 대장 역을 맡는다. 

(근데 대통령이 공기 빼라고 지시했어도 터졌을 상황이다. 이미 제어장치가 손상돼서)


그러나 사실 원인과 결과를 놓고 보면 총리는 잘한 게 전혀 없다. 왜?

애초에 원전 소장이 이 원전이 불안정하다며 수차례 얘기했지만 전해지지 않아

결국 비선, 그러니까 비공식적인 라인으로 영부인 손에 원전 소장의 보고서가 전달된다. 

그걸 전달한게 대통령의 비서였는데, 그 사실을 안 총리는 곧바로 비서를 경질한다. 

이게 뭘 말하는 걸까? 뭐만 있으면 숨기고, 총리를 따르는 세력이 통과시킬 법에

걸림돌이 될만한 것들은 일단 입막음부터 했다는 거 아닌가. 

영화가 한 60%? 정도 진행됐을 때 대통령이 정신 차리고 컨트롤 타워를 지휘하면서 

총리는 스르르륵... 자취를 감춘다. 망할. ㅋㅋ 


어째서 일은 정부가 키워놓고 수습은 늘 국민이 하는 걸까. 

영화 속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왜 우리가 수습해야 하냐고... 

그렇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이거였다. 

수조 천장 공사하러 들어가기 전 재혁이 한 말, "우리 천국 가겠지?" (정확치는 않은데 비슷)




나는 또 보고 싶고, 다른 사람도 꼭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영화지만 

쉬운 점도 물론... 당연히 있다. 일단 지루함이 좀 있다는 거고요~

두 번째 아쉬운 점. 병원 간호사... 신참 간호사 말이다. 

그 간호사는 뚜렷하게 하는 일도 없는데 왜 자꾸 카메라에 비춰지는지 모르겠다. 

별 역할이 없는데도 말이다. 의료인의 신념을 지키며 맹활약한 것도 아니고. 

(그런 역할을 키울 필요도 없다. 그럼 영화가 산만해져버릴 것이다.)

나중에 재혁이 죽기 전에 TV에 나오는 걸 볼 때도 

이 간호사가 한 번 또 등장한다. 왜??? 조금 이해할 수 없는 인물. 


그리고 또 아쉬운 점. 눈물 나는 마무리가 너무 길다. 

마지막에 카메라에 대고 가족들에게 얘기하는 장면 말이다. 

혹시 투자자가 눈물 뽑아내라고 그 장면을 길게 늘린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그냥 추측일 뿐이지만. 

그러나 그 즈음에 객석에서 콧물 훌쩍이는 소리가 제일 많이 난 것도 사실이니

어쩌면 감독의 의도가 통한 것일지도 모르겠군. 




연기자들의 연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다들 좋았다. 

좋은데 도대체 어느 지방 사투리인지 모를 정도로 흔들릴 때면 살짝 웃음마저 났다. 


그 와중에도 김영애의 연기는 빛났다. 

정말 진짜 어디 식당에서 일하는, 목욕탕에서 만날 것 같은, 시장에서 마주친 것 같은

그런 나이 많은 아줌마의 모습이었다. 생각하는 것도, 그 생각을 말하는 것도. 

이게 칭찬인 까닭은, 그만큼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위화감이 없달까. 

저 상황이라면 정말 저랬을 것 같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 

특히, 손자를 구하고는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한 쪽 신발이 벗겨져 있는 모습이 왜 그리도 안쓰럽고 안타까워보이던지... 

방사능 막으라고 마스크 하라고 하는 모습 역시 답답해보이면서 안쓰러웠다.

방사능이 그런 마스크로 막아질 거면 이렇게 겁내지도 않겠죠.

하지만 방사능에 노출된다면 

장삼이사 갑남을녀,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그거 밖에 없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입 꼭 다물어라. 마스크 해라" 하고 가르쳐주는 

그 수준의 대책 밖에 없다. 황사가 불면 돼지고기라도 먹지 이건 뭐... 대책 없다.

씻는다고 막는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방사능이란 게 그래서 무서운 거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방사능에 대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고라면

네, 제대로 먹혔습니다. 과거 체르노빌 사건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딱 저런 모습이었다. 원전은 폭발하고, 정부는 숨기기 급급하고, 

주민들은 소개령이 내려지기 전에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창문을 닫는 것 정도였고... 

결국은 북유럽 쪽에서 방사능을 감지해 체르노빌 사태가 전세계에 알려졌다는 거. 

제일 기가 막힌 건, 예를 들어 방사능 수치가 1만 단위까지 치솟았다면

그걸 재는 기계가 1천까지 재지 못해서, 1천 단위까지 나오니까  

아유, 방사능 수치 1천 밖에 안돼요 걱정 마세요~ 이러고 넘어가는 대목이 있다. 

환장... 이미 사람 다 죽을 판인데. 실제로 체르노빌은 그랬습니다.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꼭 체르노빌 다큐멘터리도 보셨으면 하고

권하고 싶을 정도다. 아마도 영국에서 만든 건데 우리나라에 수입한 다큐였던 듯.


원자력 발전소를 당장 사라지게 만들 순 없지만

순차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늘리는데 급급하지 말고. 

<판도라>는 교훈도 있고 감동도 있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감상문 끝!!! 


체르노빌에서 실제로 있었죠..저런 사례가..죽을 걸 알고서도 방사능이 가득한 시설로 들어가 더 큰 사고를 막았던 3인의 영웅이..왜 우리가 수습해야 하냐는데 정말 동감합니다ㅠㅠ
이 영화는 후기가 별로 안 좋아서 안 보고 있었는데 이제라도 봐야겠네요^^
네, 저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봤습니다. 원전 정말 무섭죠... 영화 자체는 호불호가 좀 갈리는 듯 하지만 경각심 주기에는 좋은 영화라고 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