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생활/2020년감상영화

워프드라이브 2020. 9. 2. 03:53

▶ 영화 기본 정보
제목: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원제: ツレがうつになりまして。
감독: 사사베 키요시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사카이 마사토  
기타: 일본, 121분 

▶ 퍼온 줄거리 (네이버 펌)
평범한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원 '미키오(사카이 마사토 분)'와 겨우 연재를 지속하는 만화가 '하루코(미야자키 아오이)' 부부.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일본어로 츠레'ツレ'라고 발음) 미키오에게 알 수 없는 무력감과 통증이 찾아오고 이내 '우울증' 판정을 받는다. '마음의 감기'에 걸린 남편을 위해 하루코는 그녀의 가족과 애완동물 '이구'와 함께 서두르지 않고 남편의 재활을 돕는다. 일러스트 만화가 '호소카와 텐텐'의 자전적 실화를 바탕으로 쓴 에세이 만화가 원작. 우울증에 걸린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나가며 부부관계에 대해 돌이켜보는 계기를 만든다. 중간 중간 나오는 하루코의 일러스트와 함께 우울증의 증상과 치료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간병을 하는 아내 또한 성장해 간다는 또다른 교훈을 준다.

▶ 영화 내용 3줄 요약 
1. 어느날 우울증에 빠져버린 미키오. 아내 하루코는 우울증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2. 미키오를 돌보며 하루코는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3. 하루코는 우울증 극복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고자 책을 쓰게 되는데.

▶ 영화 감상 3줄 요약
1. 귀엽고 밝은 영화. 병을 받아들이며 서로가 성장하는 부부.
2. 우울증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3. 그래도 역시 가족. 곁에 아무도 없다면...    

▶ 별점 (별 5개 만점)
★★★ (잔잔하게 볼만한 영화) 

▶ 이런 분들께 추천

우울하신 분들이라면.

▶ 다시 정리하는 줄거리 

 

엄밀히 말해 '우울증'이라고 하면 ゆううつしょう[憂鬱症], 그러니까 유우츠쇼라고 해야겠지만
영화에서는 우츠뵤, 그러니까 울병 정도로 사용하는 것 같다.

 

영화는 잔잔하고 여유가 있다. 초반에 집을 한번 훑고 들어가는 카메라의 흐름부터가 그렇다.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서 먹을 도시락 준비에 여념이 없는 츠레. 
원래 이름은 다카자키 미키오지만 아내인 하루코는 늘 그를 츠레라고 부른다. 
(츠레도 아내를 하루코라는 이름 대신 하루 상이라고 부른다.)
영화 도입부에는 츠레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도시락과 넥타이가 요일별로 딱딱 정해져 있는 것이 뭔가 성실해보이기도 하고 융통성 없어보이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이름을 쓰는 법에 대해서만큼은 고집이 있다고나 할까. 
일본에서는 (잘은 모르지만) 높을 고(高)자를 쓰는 데에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가운데 입 구(口)를 쓰는 방법. 하나는 입구 양옆의 선을 쭉 이어서 사다리(하시고)처럼 만드는 방법.
대부분 입 구(口)로 쓰지 가운데를 쭉 붙여 쓰는 사람이 잘 없다보니 많이들 다카자키의 이름을 틀리게 쓴다. 
그 부분만큼은, 다카자키도 절대 양보가 없다. 

 

회사에서 츠레는 조용조용하고 정중하고 성실한 사원이다.  
만원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해 매번 클레임을 거는 '데키나이(할 수 없어)' 씨에게 전화를 받을 때도
꾹꾹 참고 응대를 하면서도, 츠레는 자신의 이름을 잘못 써서 보낸 항의서에 대해서만큼은
똑부러지게 자기 할 말을 다하곤 한다. 
('할 수 없어'씨라고 불리는 고객 '미카미'는 컴퓨터라는 물건을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놓은 거냐며
정말 별 꼬투리를 다 잡아서 아주 우아하고 품격있게 따진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날들. 하지만 사실 츠레는 우울증에 점점 침식되고 있었고 
'할 수 없어' 씨에게 자신의 이름을 잘못 쓴 것에 항의했던 그 다음날, 
도시락조차 쌀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도시락을 싸다가 울어버린 츠레는 그 길로 병원에 가고 전형적인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하루는 자신이 매일 쓰는 그림 일기장을 보며 
그제야 츠레가 갑자기 우울증에 걸린 게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전조현상을 보여왔음을 깨닫는다. 
잠을 잘 못잔다든가, 이유없이 등이 아프다고 했다든가... 
마음의 병인데 왜 몸이 아프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너무 깊게 아파서 몸도 아픈 거겠지... 두통, 근육통, 불면증, 식욕부진, 무기력감... 

 

그러던 어느 날, 츠레는 출근길에 구토까지 하게 되고, 
회사에 우울증 증세를 고백하며 근무형태를 바꿔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힘들어 하는 츠레에게, 하루는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한다. 그만두지 않으면 이혼할거야... 라며. 
하루의 말대로 츠레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이 무렵, 하루는 자신이 연재하던 잡지사에서 
연재를 중단하자는 전화를 받게 된다. 독자들의 앙케이트 결과에 밀렸다고 해야 하나. 
이때부터 하루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건 뭘까. 
영화 중간에 보면 하루는 자신의 사고방식이 '마이너스 덩어리'라고 얘기하는데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의욕을 보인 일이 바로 '만화'였다. 
그리고 하루에게 "당신에겐 다른 사람에겐 없는 재능이 있다"고 말해준 게 츠레였다. 
"만화만 그려. 뒷바라지는 내가 할게."라며 결혼을 약속한 것도 츠레였고. (다정한 남자...) 
다른 만화가들의 재능을 부러워하며 자신없어하던 하루에게 
재능이 있다고 인정해주고 뒷바라지 해준 남편 츠레. 
하루는 우울증에 대해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츠레와 우울증을 극복하기로 한다. 

 

이후 내용은 영화를 직접 보시면 좋겠는데요... (귀찮아짐 ㅋㅋ)
중요한 사건이 3가지 정도 있었다. 
하나는 하루의 고향에서 일어난 사건. 
하루의 부모님은 고향에서 이발소를 하는데, 어릴 때부터 이발소를 다니던 청년이 놀러옴. 
도시에 갔다가 고향으로 되돌아온 청년은 시종 밝은 표정으로 하루의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지만
실은 우울증이 깊어 도시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스스로 세상을 등져버렸다. 
며칠 전까지만해도 머리 깎으러 오던 녀석이었는데... 하루의 부모님은 서늘한 가슴을 쓸어내린다. 


두번째 중요한 일은 연재 중단을 당했던 하루가 새로운 일을 하게 된 것. 
벌어놨던 돈도 점점 바닥을 보이자 하루는 일을 다시 하기 위해 출판사를 찾는다. 
일을 달라고 하고 싶었던 하루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렸으니 일을 주세요!"라고 외친다. 
어? 네? 뭐요? 그녀의 절박한 심정이 출판사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고 
하루는 만화잡지 대신, 자기계발서 같은 책의 삽화를 그리는 일을 맡게 된다. 
해당 부서의 편집장은 하루에게 자신도 우울증에 걸렸었다고 고백한다. 


세번째 사건은... 바로 앞에 언급한 사건이 츠레에게도 일어날 뻔했던 일이다. 
하루는 기한 내에 삽화를 그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츠레가 계속 하루에게 말을 걸었던 것. 영화 초반에 나왔던 그 '이름'에 관한 건데 
이름 한자가 틀린 걸 출판사에 말하라고 츠레가 계속 하루에게 권하자 
하루는 츠레에게 그러면 네가 전화 좀 하라고 화를 낸다. 
우울증에 걸린 후 전화조차 할 수 없게 된 츠레는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틀어놓고 펑펑 울어버린다. 
하필 그날의 기분이... 너무 다운되어 버렸던 것. 울다가 자신이 너무나 민폐스럽다고 생각한 츠레는 
목을 매려고 했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하루가 얼른 달려와 츠레의 행동을 저지한다.   
자신이 너무 싫어지는 츠레와 츠레에게 너무 미안한 하루. 두 사람은 울면서 포옹한다. 

 

시간은 흘러 흘러... 츠레가 회사를 그만두고 2년인가? 지났을 때 
하루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결심한다. 
그러자 츠레는, 책 쓰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그동안 자신이 쓴 일기장을 건넨다. 
이리하여 두 사람의 이야기가 책으로 엮이고,  밖에서 일할 수 없게 된 츠레를 위해, 

하루는 이참에 집 대문에 간판을 내걸고 가내수공업(?) 회사를 차리기로 한다. 
심지어 회사 이름이 주식회사 하시고임... ㅎㅎㅎ
(高를 쓰는 2가지 방법 중, 츠레의 이름을 쓸 때 쓰는 그 사다리(하시고) 형태의 高를 따서...) 
(근데 둘이서 사업해도 주식회사가 될 수 있군요? 누가 주주죠???)

이후 하루의 책은 큰 인기를 얻게 되고 츠레는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아직은 두렵지만 큰 용기를 내서 강연에 나서는 츠레. 
헌데 그 자리엔 뜻밖의 인물 2명이 와 있다. 
한 명은 그만둔 회사의 상사. (그 회사는 망했음... 츠레가 퇴직하고 3개월 만에 문닫음)
또 한 명은... 츠레에게 날마다 전화해서 진상부리던 '할 수 없어'씨... 였다. 
날마다 들었던 목소리인지라, 츠레는 처음보는 얼굴임에도 그가 '할 수 없어'씨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린다. 
진상 부리던 '할 수 없어' 씨는 "이런 책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마루에 앉아, 지난 일과 앞으로의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살 하려던 이야기까지!) 나누는 
하루와 츠레의 모습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 여기서부터 감상

'츠레'가 사람이름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つれる (데리고 가다, 데리고 오다, 거느리다, 동반하다, 동행하다.)에서 온 말로 
つれ는 동행, 동반자, 한패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동반자'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요즘이다. 
코로나 아니라도 우울해질만한 이유는 얼마든지 있지만 말이다. 
누구나 크고 작은 우울함을 다 품고 살겠지만 

누군가는 그 우울함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 감기가 그런 것처럼. 
누군가는 가볍게 기침 몇 번하고 말지만 
누군가는 아파 죽을 것 같고 폐렴으로 발전해 큰 후유증을 갖게 되거나... 극단적으로는 죽을 수도 있는 것.
마음의 감기라고 하기엔, 증상도 제각각이고 치료법도 분명치 않아 하루는 우울증을 '우주감기'라고 했다. 

 

츠레는 참으로 지독한 우주감기에 걸렸다. 
어쩌면 너무 성실한 사람이라 그런 병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나와는 인연 없을 듯)
편지를 쓸 때조차 자간을 맞추기 위해 자를 대고 편지를 써야 했던 사람이니... (깍두기 노트 써... ㅎ)
천만다행으로 츠레에게는 그의 병을 이해하고 감싸주고
무엇보다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주려 애쓰는 아내 하루가 있었다. 
심지어 장인, 장모마저 사람들이 너무 좋아... 
물론 츠레가 좋은 사람이라 또 그런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거겠지. (아... 그래서 내가 친구가 없나?)
'할 수 없어' 씨 같이 집요하고 꼬장부리는 고객조차
결말에 이르러서는 격려의 말을 해주고 가니... 진상부린 걸 잊게 됨 ㅋㅋ 
츠레의 우울증으로 부부는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야했지만 (앞으로도 지날 거지만)
그럼에도 그 고통 속에서 또 한 번의 성장을 경험했다.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뭘 잘할 수 있는 지 알 수 있었으니
뻔한 말이지만 '아픈 만큼 성숙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사카이 마사토는 이런 역에 너무나 찰떡 같이 어울리는 배우였다. 
예전에 내가 사카이 마사토에 대해 짧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블로그에서 찾아보셈 ㅎ)
그를 말해주는 키워드는 '성실함'이라고 썼다. 내가 보기엔 정말 성실한 사람이다. 
빙의형 배우들을 조금은 부러워하며, 주어진 역할에 최대한 자신을 다듬고 맞추려고 애쓰는 그는
언제나, 늘, 주어진 역에 걸맞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천상 배우'다. 
그런 그에게 츠레 역은 정말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미야자키 아오이랑은 나이차가 좀 있어서(12살!) 그런지 외적으로 그리 케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보다보니 점점 케미가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야자키 아오이는 이 때 한 25-26살 쯤 됐겠구나. 양갈래 당고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누구보다 믿어주고 아껴주는 츠레에게 그저 기대고 사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츠레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사표 안 내면 이혼한다!"며 당차게 말하던 하루. 
그리고 '만화'가 정말 하고 싶어서, 절박함에 부딪혔을 때 어떤 벽 하나를 훌쩍 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첨언하자면, 영화가 잔잔하고 현실에서 쓰는 표현이 많고 어렵지 않아서 
일본어 교재로 써도 되겠다 싶었다. 늦게라도 일본어 공부를 좀 해볼까... 싶을 정도.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여드릴게요. (회사에서 쓰는 표현들도 쓸만하다.)

 

私、最近思うんだ。저도 요즘 생각해요. 
ツレがうつ病になった原因じゃなくて、うつ病になった意味は何かって。
츠레가 우울증에 걸린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우울증에 걸린 의미가 무엇인가, 라고요. 

がんばらなくてもいいんですよ。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つらかったらがんばらなくだっていいんです。힘들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そのままでいいんです。그대로도 괜찮아요. 
うちのだんなうつ病なんです。우리 남편은 우울증이에요. 
でも私がんばらないってきめたんです。그렇지만 전 힘내지 않기로 했어요. 
だいへんだけどがんばらないって。큰일이지만 힘내지 않겠다고. 

 

일본어 조금이라도 배워보신 분들이라면 어렵지 않죠? (한자 잘 몰라서 히라가나로 쓰는 얍삽(?)함)

물론 나이 많은 나에겐 돈 안 되고 시간 버리는 취미지만 (먹고 사는데 전혀 도움 안 됨)

그냥 치매 예방 차원에서 외국어 공부 좀 끼적거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성 싶어요~~ 

옆길로 새긴 했지만~ 암튼 볼만한 영화였음. 
시간을 가지고, 책을 읽듯 찬찬히, 대사들을 음미하고 보면 더 좋을 듯하다.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