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말고

워프드라이브 2020. 10. 5. 17:55

아무래도 잡글이다보니 별로 보는 사람이 없다. 

누구 보라고 쓰기보다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니까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조회수가 너무 적으니 역시 이 블로그에 잡글은 어울리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삼세번, 3편까진 써봐야지 ㅎㅎㅎ 

 

 

 

 

 

인생 덜 망하는 방법 2편: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자. 

지난 주, 추석 연휴를 맞아 나는 작은 계획을 세웠었다. 
별로 크지 않은, 작은 계획. 
하지만 여지없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이래야 나지. 나답지. 역시 나야. 나를 믿느니 지나가던 개를 믿지. 
믿음의 끝에는 자책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너무 믿지 말자. 나를. 

걱정 많고 시샘 많은 예망인들은 아마도 계획 세우기를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일부, 주인장 같이 정말로 망루트를 제대로 타고 있다면 
이루지 못할 계획을, 똑같은 내용으로, 몇 년 동안 계속 추진하고 있을 수도 있다.  
왜 되지도 않는 계획을 세우는 걸까? 
어차피 이루지 못할 계획을 세워놓고 왜 끝내 자신을 탓하게 되는가? 
왜 나의 목표는 몇 년째 똑같은가? 
왜 그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가? 

어쩌면 내가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5킬로그램 감량하기, 이런 목표를 세웠다고 했을 때 
밥을 조금 줄이고, 간식을 끊고, 운동을 할 것이라는 세부 계획을 세울 것이다. 
유튜브에서 홈트 영상을 잔뜩 찾아볼 것이다. 살 빼기에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의 후일담을 감상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는 없다. 그냥 즐겨찾기만 하는거다. 다이어트에 대한 지식만 쌓여가는 거다. 
즐겨찾기 후엔 먹고, 눕고, 자고, 가만히 있기. 숨쉬기. 
계획표에 '숨쉬기'를 한 번 써볼까 싶다. 그러면 다음날은 숨을 못 쉬게 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계획을 안 지키니까. 

예망인 여러분.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은 진짜 '나'가 아니다. 그건 허상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 진짜 '나'다. 이게 실체다. 
그 성격, 그 태도, 그 모습을 바꾸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 깔짝, 약간 으쌰! 이런다고 바뀌지 않는다. 
그냥 자신에게 더 실망하고 또 실망할 뿐이다. 
아인슈타인이 남겼다는, 아주 교훈이 되는 명언이 있다. 
'미친 짓이란, 매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무슨 목표든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연초에 꿈꾸는 다이어트나 영어 잘하기 같은 목표는 꾸준함이 요구된다. 
오늘 저녁 한 끼 굶는다고 살 빠지지 않는다. 
오늘 영어 단어 하나 외웠다고 내일 아메리칸 맨과 대화할 수 있는 거 아니다. 
싫은 일 100개 해야, 좋아하는 일 1개 할 수 있을까 말까한 게 인생이다. 

그런데 성격, 인성, 태도에서 이미 망한 인생의 냄새가 진하게 나고 있는 예망인들은
만사가 귀찮고 힘들다. 그런데도 나를 믿고 있다. 내일은 더 좋은 날이 올거라면서. 
내일은 나 자신에게 더 실망하게 된다. 당장 주인장은 점심 때부터 벌써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자신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목표치를 낮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예망인들은, 아니 적어도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대단해질 수 있긴 하다. 하지만 타고난 성정이 계속 예망인들을 망테크 타게 만들 것이다. 
그걸 벗어날 자신이 없다면, 그래, 그냥 마음 편하게라도 살자. 스트레서 덜 받고. 
나를 너무 믿지 말자. 과대평가하지 말자. 날개뼈에 날개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할 수 있다? 해낼 것이다? 단 하나라도 뭔가 정말 해내고 그런 기대를 가져야 한다. 
이불 속에서 백날 그런 상상만 해봤자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있는 건 없다. 

부정적인 말과 생각으로 가득한 글이지만 
이것은 지난 수십년 동안 내가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책한 것에 비하면 그렇게 어둡지도 않은 글이다. 
슬퍼하고 노여워하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너무 믿어주지 말자. 

아주 믿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적당히, 분수에 맞게(?) 믿으라는 거다.
어떤 일에 있어 100이라는 목표 대신 30 정도만 던져줘보고, 그조차 못하면 10으로 줄여주고
그것조차 안할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하는 게 좋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거라는 망상은 버리자. 근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미련쟁이 예망인들의 가슴 속엔 허세가 남아 있으니까... 
날 버리기도 믿기도 쉽지 않은 망한 인생. 
게다가 늙어버리면 희망은 더욱 사그라든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넘어지면 무릎에 묻은 흙을 탁탁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지만 (무릎 까지면 빨간 약 바르고)
늙어서 넘어지면 관절 나가고 수술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이 많은 사람이 좌절하는 건 이런 의미다. 

날 과신했던 과거를 보내고 이만큼 늙어보니 정말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뭐가 잘났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왜 그리도 나를 과대평가했을까. 
그래도 아직 젊은 예망인들은 나처럼 자신에 대한 믿음을 줄이고 목표를 깎아내리기보다, 
자신의 나태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더 힘썼으면 하고 바라는 건, 꼰대 같은 생각일까. 

 

더 나은 미래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 내일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