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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처럼~ 2011. 5. 17. 02:19


"선진국 되려면 노동자가 부가가치 50%는 가져야"
[김상조 교수의 종횡무진 한국경제 ③] 한국 산업구조의 특징 및 과제
11.05.16 16:56 ㅣ최종 업데이트 11.05.16 16:56 김동환 (heaneye)
  
▲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종횡무진 한국경제' 강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김상조

"2008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총 부가가치의 47.1%를 노동자가 가져갑니다. 우리 경제발전 왜 합니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려면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부분이 커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는 노동자 소득 분배율이 60% 가까이 됩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노동자 소득 분배율이 적어도 50%는 넘어야 합니다."

 

나는 내가 만들어 낸 가치만큼의 임금을 받고 있을까? OECD에 가입한 30개 나라 중 유일하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연간 2200시간 이상을 노동에 쏟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가져볼 법한 의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국의 산업연관표 분석을 토대로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지난 4월 26일과 5월 3일, 두 번에 걸쳐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김상조의 종횡무진 한국경제-한국 산업구조의 특징 및 과제'라는 주제로 강의를 가졌다. 그는 이날 강의에서 산업연관표 보는 법에 대해 설명하며 "지금의 산업 구조에서는 대기업이 아무리 성장해봐야 개별 국민들에게 이득이 돌아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은 총 취업자의 30%가 생계형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런 취약한 구조를 가진 나라가 없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균형적으로 선순환적인 동반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서비스업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중간재 수입의존 경향'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일으켜

 

산업연관표란 한 국가의 국민경제 내에서 일어난 재화와 서비스의 모든 거래, 산업부문과 최종수요와의 거래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통계표다. 최종수요의 변화가 각 산업 간 연관관계를 통해 생산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경제구조 분석이나 경제정책의 파급효과 측정 등에 이용된다. 한국의 경우 한국은행이 1960년에 최초로 작성한 이래 5년마다 한 번씩 발표했으며 예외적으로 1995년과 2000년의 통계 격차가 너무 심해서 3년 만인 2003년에 한 번 더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 표를 보면 한국의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쉽게 볼 수 있다"며 "도대체 20년간 산업 간 연관관계가 어떻게 변화했기에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이렇게 양극화가 심하게 나타나는지도 산업 간 구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한국의 국내 총 수요는 3300조 원입니다. GDP는 1000조 원인데. 총 수요가 GDP보다 많은 이유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양과 생산 중간에 투입해야 하는 재화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의 정확한 모습을 보려면 3300조의 구조를 정확하게 봐야 합니다. 일단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14.5%로 일본보다 2배 가량 높습니다. 산업별로 보면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7% 입니다. 제조업은 48%로 비중이 좀 줄어드는 듯하다가 줄지 않고 최근에 다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건설업은 많이 줄었는데도 7% 선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토건국가'라고 불렀는데 한국은 더 심하지요."

 

한국의 수출은 대부분 원료나 부품을 가공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형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출하는 완제품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중간재를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조달할수록 국가 전체적으로는 그만큼 이득을 보는 구조인 셈이다. 산업연관표에서는 전체 중간재 중 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국산화율'이라고 말하는데, 문제는 최근 이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인해 국산화율이 떨어지면서 중간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의 원인"이라며 "한국 특유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역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중간재 경쟁력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화율이 떨어지니 해당산업 전체의 부가가치 창출 역시 줄어든다. 김 교수는 "제조업의 경우 다른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능력이 일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일본은 제조업으로 1000원짜리 물건을 하나 만들었을 때 그 중 부가가치가 801원, 한국은 650원으로 150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주 종목인 전기, 전자 부문의 2008년 부가가치 창출계수가 0.499입니다. 삼성전자가 속해있는 전기·전자 산업이 1000원짜리 물건을 하나 만들면 그 중에 부가가치가 500원이 안 된다는 얘기예요. 정태인 성균관대 교수가 참여정부 비서관이던 시절, '개별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보다 더 중요할지 모르지만 국민경제로 보면 현대자동차가 더 중요한 기업'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이 얘기입니다. 삼성전자 휴대폰 껍데기는 국산이라고 붙어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수입품인 셈이에요."

 

김 교수는 "2009년 한국 5대 수출품인 강철제 선박(0.581), 전자표시장치(0.505), 반도체 (0.481), 휴대폰(0.419), 승용차(0.664)만 봐도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0.5 수준임을 알 수 있다"며 "이는 한국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에 비교해 봐도 크게 떨어지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상실하고, 잘 나가는 대기업들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헤메는 이유가 이 숫자들에 나와 있다"며 "이 숫자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가 겪고 있는 청년실업이나 양극화 문제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체 GDP 중 노동자에게 가는 비율 절반도 안 돼"

 

  
▲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김상조

이렇게 창출된 부가가치는 사회 전체에 어떻게 분배되고 있을까.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상당기간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유지했다. 대기업의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이득으로 흐른다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 효과'를 유도한 것이다. 김 교수는 산업별 부가가치율 분석을 제시하며 "산업 간 연관 고리가 점점 약화되고 있는 한국의 산업구조에서는 '트리클 다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995년에는 내가 1000원짜리 저녁 식사를 하면 그 중 한국에 부가가치로 남는 양이 851원이었습니다. 나머지 149원은 국외로 빠져나간 거죠. 최근 통계를 보면 이 '851원'은 천천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산업 전반적으로 수입이 늘어나, 산업 간 연결고리가 점점 약화되고, 끊어질 상태라는 것이죠. 최근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유도 경제적으로 명백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제 수출 대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으로는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만들 수 없다는 거지요. 이 구조에서는 트리클다운 이펙트가 나타날 리가 없어요."

 

김 교수는 "부가가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부가가치 전체에서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양이 적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2008년 노동자 소득 분배율은 47.1%. 김 교수는 "전체 GDP 1000조 원 중 노동자에게 가는 비율이 절반도 안 된다"며 "그에 비해 기업은 30%에 가까운 비율을 가져 간다"고 말했다.

 

"일본은 노동자 소득 분배율이 52.8%, 기업이 가져가는 영업잉여가 20.4%입니다. 한국도 노동자 소득 분배율이 적어도 50% 이상은 넘어가야 합니다. 물론 한꺼번에 올리려고 하면 부작용이 심하니 천천히 가야 합니다. 그리고 고 부가가치 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한국의 2007년 제조업 부가가치율은 1985년과 같은 수준입니다. 한국경제가 발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지요. 부가가치 자체를 높이지 않으면 노동소득 분배율의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워요."

 

"제조업 성장 위해 서비스업의 동반성장 필요"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산업구조는 어떻게 개편해야 할까. 김 교수는 "IMF 외환위기 이후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심각한 수준으로 침체되고 있다"며 "제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산업이 다른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낼 때 이를 후방연쇄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수송 장비는 후방연쇄효과가 큰 산업입니다. 현대자동차 같은 완성차업체가 발전하게 되면 부품산업을 육성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전방연쇄효과는 자신이 다른 산업의 중간재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비스업은 전방연쇄효과가 큰 산업입니다. 특히 금융보험,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 도·소매, 운수·보관 등의 사업들이 전방연쇄효과가 굉장히 크지요. 이런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이를 중간재로 가져다 쓰는, 특히 제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없습니다."

 

서비스업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국민 대다수의 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제조업의 고용비중은 줄고 있고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용비중이 늘고 있는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 서비스업에 몰리는 사람은 많지만 그걸로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의 비율은 늘었다는 얘기다.

 

"전체 서비스업을 100이라고 잡았을 때, 보수적인 기준으로 인건비 수준 정도만 보전 받는 생계형 서비스업이 40% 정도입니다. 생산성이 낮고 노동 조건들이 열악한 직종에 해당하는 분들이지요. 또 총 취업자의 3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의 상당수 역시 생계형이고 전직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가진 나라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중에서 가장 어려운 난제이지요."

 

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도 1970년대에 제조업 위축과 함께 서비스업 고용이 증가하는 시기를 공통적으로 겪었다"며 "국가 차원에서 서비스업 중에서도 어떤 부문을 정책적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가올 대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하더라도 서비스업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