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록/뿌리가 있는 곳

천부인권 2020. 1. 8. 09:28

 

2012.1.5. 성주사 곰절을 장복산 줄기에서 본 모습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인 1617년 창원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아 창원부사 신지제(申之悌)가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 위해 웅신사(熊神寺) 즉 지금의 성주사(聖住寺)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지은 애절한 시(詩)가 있어 소개를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농경이 경제의 첫 번째이고 치수(治水)가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이었던 시대를 살아 온 선인들의 생활상을 엿 볼 수 있는 제례의 한 단편을 본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우제는 천주산(天柱山)의 용지봉(龍池峰)에서 지내 왔다는 설(說)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부사가 기우제를 올린 곳은 성주사 곰절임을 밝힌 자료이다. 또한 기우제문을 짓는 형식도 감상할 수 있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때 사용한 심리치료의 형식을 넌저시 보게 된다.

 

熊神寺¹⁾-申之悌²⁾
기우제를 지내기 위하여 절에 가서 묵었다.

 

峽路崎嶇滑碧苔 산길 험하고 푸른 이끼 미끄러운데
巖頭下馬去登臺 바위 꼭대기에서 말에 내려 대에 올랐네.
石溪響碎塵根洗 개울물 돌 부셔지는 소리에 더러워진 근본을 씻으니
亭樹陰稠爽氣廻 정자 숲 빽빽한 그늘에서 상쾌한 기운 돌아오네.
庵老衣冠依古昔 암자의 늙은 중 의관은 오랜 옛날과 다름없는데
邑君顔面帶悲哀 부사의 얼굴은 슬프고 가련함을 띠구나.
白頭未斷蒼生念 백발에 백성 걱정 끊이지 않으니
夜向靈壇祝雨來 밤중에 기우단 향해서 비오기를 빌 구나.

 

【주석】
웅신사(熊神寺)¹⁾:현재 창원시 천선동 불모산에 있는 성주사(聖住寺)를 말한다.
신지제(申之悌)²⁾ : 신지제(申之悌1562~1624)는 의성 사람으로 자가 순보(順甫)이고 호는 오봉(梧峰) 오재(梧齋)이다. 본관은 아주이다. 광해 9년(1617)에 창원부사로 부임하여 1618년 8월에 교체 되었다. 창원부사 근무 때 명화적(明火賊) 정대립(鄭大立)을 체포하여 가자되었다.

 

疊巘簪抽磵玉流 첩첩 산 뾰족하고 맑은 냇물 흐르는 곳
鑿巖新搆小堂幽 바위를 깎아 작은 암자 새로 지었네.
僧眠佛日鑪香散 중이 잠든 불일암에는 향로 연기 흩어지고
鳥宿禪枝葉影稠 새가 깃 든 나뭇가지에는 그늘이 짙네.
試問諸天分咫尺 제천에게 묻건대, 지척의 땅을 나눠 주어
欲招群帝共夷猶 여러 상제 불러 함께 어울리려고 하시는지³⁾
靈壇祭罷淸齋臥 기우단에서 제례 마치고 방에 누우니
夢裏依然到十洲 꿈속에 마치 천상에 이른 듯하였네.

 

【주석】
제천(諸天)에게……하시는지³⁾:비 내리기를 기원하면서 온갖 신들의 감응을 바라는 표현으로 보인다. 제천은 불법을 수호하는  하늘의 신이며, 여러 상제[群帝]는 오방(五方)의 제(帝)를 가리킨다.

 

기우제문-祈雨祭文
회산檜山⁴⁾ 수령으로 있을 때이다.

 

崇高維嶽 神獸攸藏 우뚝 솟은 이 산은 신령스런 짐승이 깃든 곳.
配彼朱鳥 鎭此南方 저 주작⁵⁾과 짝이 되어 이 남방을 진무합니다.
興雲吐霧 厥施洋洋 구름 일으키고 안개 토하여 은택을 흠뻑 내리나니
有事而告 冥應輒彰 일이 있어 신명께 고하면 신명이 금방 감응했습니다.
哀今之民 天降大殃 슬프게도 지금 백성에게 하늘이 큰 재앙을 내려
自春不雨 徂夏恒暘 봄부터 비가 오지 않더니 여름 들어선 늘 햇볕이 쨍쨍하여
麥秀而枯 荳芽而痒 보리는 이삭 피운 채 마르고 콩은 싹이 튼 채 병들었습니다.
矧丁小滿 節近分秧 더구나 소만⁶⁾을 당하여 모내기철이 다가 왔는데
黃埃滿溝 赤土連疆 도랑에는 먼지만 풀풀 날리고 온 대지가 타들어 갑니다.
昨者興雨 庶答民望 어제 비가 내리기 시작해 백성의 바람 들어줄 것 같더니
初纔霡霂 竟未霈霶 처음에 가랑비만 살짝 뿌리고 끝내 충분히 적시지 못했습니다.
三農興歎 九鳸含傷 농민들은 한숨을 내쉬고 권농관⁷⁾은 안타까워하니
生人何罪 惟吏無良 백성이 무슨 죄이겠습니까. 오직 관리가 못난 탓입니다.
尫巫浪舞 土龍虛觴 무당이 부질없이 춤추며 토룡⁸⁾에게 술잔 올리니
圭璧宜殫 靡神不禳 마땅히 귀한 제물 다 바쳐서 모든 신께 제사 드려야 합니다.
惟山有靈 尙或我量 오직 영험한 산신께서는 부디 제 정성 헤아려서
閔我憂勤 顧我芬芳 저의 근심을 가엾게 여기고 마련한 제물을 흠향하소서.
雲師奔走 風伯翺翔 먹구름이 몰려들고 바람이 불도록 해 주소서
下訴方后 上告圓皇 아래로 땅 신에게 호소하고 위로 하늘 신에게 고하노니
驅除虐魃 鼓舞商羊 모진 한발 싹 몰아내고 상양을 춤추게 하소서⁹⁾
雨我公私 惠我黎蒼 모든 밭에 고루 비를 뿌려 우리 백성에게 은택을 베풀고
登玆五穀 豐年穰穰 이 오곡이 모두 여물어 풍년이 되게 하소서 
山川鬼神 同我樂康 온 산천의 귀신들이 나와 함께 즐거워하고
佑我家邦 福履彌長 우리나라를 보우하여 길이 복을 누리게 하소서
 
【주석】
회산(檜山)⁴⁾:창원의 옛 이름이다. 신지제는 1617년에 창원 부사로 부임하였다.
주작(朱雀)⁵⁾:남방을 수호하며 불을 관장하는 전설속의 새을 가리킨다.
소만(小滿)⁶⁾:24절기 중의 하나로, 양력 5월 20일 무렵이다. 햇볕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하고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모내기 준비에 바빠지는 시기이다.
권농관(勸農官)⁷⁾:백성에게 농사를 권장하고 감독하는 관리, 즉 지방 수령을 가리킨다. 신지제가 수령으로 있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토룡(土龍)⁸⁾:흙으로 빚은 용의 형상으로, 이 형상을 놓고 용신에게 비를 내려 달라고 빌던 제사를 ‘토룡제’라고 한다.
상양(商羊)을 춤추게 하소서⁹⁾:비가 내리게 해 달라는 말이다. 한(漢)나라 왕충(王充)의 논형(論衡) 「변동(變動)」에 “상양은 비가 내리는 것을 먼저 아는 신물이다. 비가 오려고 하면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일어나 춤을 춘다.[商羊者 知雨之物也 天且雨 屈其一足起舞矣]”라고 하였다.

 

출처 및 참조
오봉선생문집Ⅰ- 한국국학진흥원/도서출판 영남사(20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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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성주사에 깃든 옛사연들...
우리네 조상님들의 발자취가 배어있는
이 땅이 단지 성주사터뿐이랴..
이 땅에 살면서 소멸한 소박한 영혼과 육신들의 체취 한껏 깃든 수많은 발자취들...흙이되어 풀이나고 나무로 자라...우리가 살아가니...
우리 또한 이렇게 흙으로 돌아가
자연의 섭리대로 돌고 돌아 ...억겁세월 거치면서 윤회하는 우리네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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