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글 마당

한암 2015. 7. 10. 06:51

 

<고목한아도(古木寒鴉圖)>, 원나라, 작가 미상

까마귀는 흉조의 상징으로 일컬어져 왔지만,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새라 하여 반포조(反哺鳥)라고도 한다.

 

 

반포지효(反哺之孝)

 

까마귀는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 철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외모와 독특한 울음소리는 호평을 받지 못했다. ‘길조(吉鳥)’로 대접받던 까치와 다르다.

 

예컨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신의 사자(使者)라 믿어 그 울음소리를 불길한 죽음의 징조라 여기기도 했다. 밤중에 울면 반란이나 살인이, 초저녁에는 화재가, 떼 지어 울면 싸움이 일어난다는 갖가지 속설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오해다.

 

까마귀의 진면목은 효도와 부부애다. 명나라의 학자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쓴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보면 효조(孝鳥)다. 그 내용을 보면 까마귀는 처음 세상에 나와서 60일 동안은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자라서는 60일 동안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니 인자하고 효성스러운 새라는 기록이다.

 

까마귀 새끼가 크면 거꾸로 새끼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 반포(反哺)이고 이렇게 반포의 효를 행하는 까마귀이기에 인자하다는 의미에서 자오(慈烏)라고 한다. '사문유취(事文類聚)'에 까마귀는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효성이 있다(烏有反哺之孝)고 한 것에서 반포지효(反哺之孝)란 말이 나왔다.

 

우리 선현들은 이런 까마귀의 미덕을 찬양해 효행시를 상당수 남겼다. 조선조 선비 구당(久堂) 박장원(朴長遠, 1612~1671)이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인조에게 지어 올린 시 한편이다. 이 시를 본 인조는 감동해 그에게 음식과 옷감을 내려주어 어머니를 봉양하게 했다고 한다.

 

 

反哺鳥(반포조) 까마귀

박장원(朴長遠, 1612~1671)

 

士有親在堂 (사유친재당)     선비의 어머니 집에 계시지만

貧無甘旨具 (빈무감지구)     가난하여 맛있는 음식을 드릴 수 없네

微禽亦感人 (미금역동인)     미물인 새조차도 사람을 감동시키는데

淚落林鳥哺 (루락림오포)     숲 까마귀의 반포함에 눈물이 떨어지네

 

 

우리 어머니들은 아이를 날 때 170여 개의 뼈가 움직일 정도의 고통이 있다지만 까마귀 어미는 새끼를 낳자마자 산후통으로 눈이 먼다고 한다. 그래서 새끼들이 눈 먼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고 한다. 우리말에 까막눈이라는 말도 눈이 먼 까마귀 어미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 Andre Gagnon - Deux Jours A La Campa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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