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詩

又泉 김금자 2019. 1. 19. 17:43

 

아기능금        김금자

 

 

 

 

살랑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아기능금의 하얀 속살이 보인다
엄니 나무에 달려 뽀얀 젖만 먹어서일까
 
이슬보다 맑고 햇살보다 곱다
대롱대롱 매달려
옹알옹알거리는 뺨에
살짝 입맞춰 주고 싶구나.

 

 

낙엽

 


석양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고단한 낙엽 하나
툭 하고 떨어져 밟힌다

무엇을 위하여
노을보다 붉은 피를
모두 쏟아 내야 했는가?

마지막 남은 힘을 길어 올려
고운 꿈 주워 모아
불꽃 하나 하늘에 수놓고
한 마리 새가 되어
비상하는 가을 여인.

 

청령포

 


흐르는 서강 물에
천년의 한이 서려 있네

삼면은 강이요 한 면은 칼 벽
미처 피지도 못한 꽃 한 송이
습지에 가두어 놓고

밤마다 애끓는 두견의 울음소리
관음 송과 솔밭 사이를
맴돌던  열여섯의 어린 단종
혼절하던 너의 모습이 안쓰러워
지금도 밤을 지새우는 저 보름달이여.

 


나무 등걸

 


안개 자욱한 길
등 굽은 등걸 하나 걸어간다
세월의
옹이가 박혀 있는
손과 발

뜨거운 열정
불이라도 삼켜버릴 패기
냄새 나는 맨살들의 쉼터
팽팽했던 흔적의 날들

묵은 짐
훌훌 벗어 땅으로 숨어들고
바쁘게 해 저물어
버석거리는 갈 옷 입고
새벽 별 기다리는
나무 등걸 하나.

 


돌담

 

천 년 동안
버틸 줄 알았던 돌담이
뭉툭 한 줌 푸석 하고 소리를 낸다
은구슬 구르듯 쨍쨍하던 목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친다

바람이 회오리치며
아름답던 날들을 무너뜨린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혼 줄을 잡으려고
헛 손 내밀며 허둥거린다

솜털 구름 흘러가고
별들이 노래하는
미래의 공간에서 꿈꾸는
영롱한 별 하나.

 

 

 

제56기 한울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김금자**

 


심사평

시의 안테나를 켜들고


 철학적인 사람은 사색을 즐긴다. 시창작은 내재된 언어를 길어 올려 각종 미사여구를 곁들여 나만의 창작기법을 동원하여 쓰게 된다. 시는 언어의 미학으로서 문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철학이 담겨 있는 자연 서사시를 통한 김금자씨가 보낸 작품 중 「아기능금」 외 4편을 월간 『한울문학』 신인문학상으로 천거를 하며 그의 시 세계를 펼쳐보자.

살랑거리는 나뭇잎 사이로/아기능금의 하얀 속살이 보인다/엄니 나무에 달려 뽀얀 젖만 먹어서일까
- 「아기능금」 부분
안개 자욱한 길/등 굽은 등걸 하나 걸어간다/세월의/옹이가 박혀 있는/손과 발//뜨거운 열정/불이라도 삼켜버릴 패기/냄새 나는 맨살들의 쉼터/팽팽했던 흔적의 날들
- 「나무 등걸」 부분
천 년 동안/버틸 줄 알았던 돌담이/뭉툭 한 줌 푸석하고 소리를 낸다/은구슬 구르듯 쨍쨍하던 목소리가/허공에 메아리친다
- 「돌담」 부분

김금자씨만의 시안에서 건져 올려진 새로운 발견들이 번뜩인다. 시인의 낯선 조망으로 인해 한순간 사물은 뽀얀 속살을 내비치기도 하는 것이다. 그간에 쌓아 온 시인의 탄탄한 저력이 만만치 않음이 엿보인다. 보다 더 침잠하여 시의 안테나에 심지를 돋우길 바란다.

 

 

제1차 심사위원 『한울문학』 편집위원
제2차 심사위원 채규판 채수영 이기애

 

당선 소감

시인이라는 아름다운 별


십 년을 넘도록 詩를 읽고 사랑했어도 詩 한 편 쓰지 못해서 항상 하는 말이 시인들을 시중 든 영원한 독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돌담 밑에 채송화와 분꽃이 예쁘게 피던 날 詩人이라는 아름다운 별 하나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감히 바라볼 수 없던 그 별을 이젠 가슴에 품게 되었답니다. 남은 생을 마칠 때까지 詩人이라는 아름다운 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상하고 친절하게 이끌어 주신 ‘행복향기’ 문학카페 김이진 시인님, 영월문협 회원님, 서봉교 시인님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또한 부족함에도 너그러이 받아주신 『한울문학』과 『한울문학』 발행인 서정태 이사장님께도 감사의 큰절을 올려드립니다.

출처 : 계간 시평 The Poet Society of Asia
글쓴이 : 종달새 원글보기
메모 :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