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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탁노균의 동화세상 만들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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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0-28T21:18:53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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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을 편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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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0-28T21:18:53Z</updated>
	    <published>2009-10-28T21:18:53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lt;BR&gt;&amp;nbsp; 어머니, &lt;/P&gt;
&lt;P&gt;&amp;nbsp; 낮에 잠시 거리를 혼자서 걸었습니다. 얼굴에 서늘하게 스치는 바람 속게서 어느덧 노란 은행잎처럼 세월에 물들어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나무는 때를 알고 스스로 거두고 이루어낸 것들을 욕심부리지 않고 놓아버릴 줄 아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떨어지기 전의 단풍잎들이 그토록 예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가 봅니다. 저런 것에도 생의 의미가 깃들어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lt;/P&gt;
&lt;P&gt;&amp;nbsp;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제 손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가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살면서 마음은 비우려 애를 쓰지만 생각과 달리 어느새 제 손은 공허한 하늘만 허우적거리고 있는 듯합니다. &lt;/P&gt;
&lt;P&gt;&amp;nbsp; 얼마전, 어머니의 칠순 생신을 맞아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조촐한 식사를 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앞이 보이지 않을 눈보라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버틴 은행나무가 알알이 열매를 맺듯이 자식들을 사뜰이 키워내셨습니다. 땅에 떨어진 열매가 다시 어머니의 세월을 따라 자라서 나무가 되고, 그 나무가 자라서 또 열매를 맺어 방 안 가득 웃음소리가 넘쳐났습니다. 손자, 손녀들의 고사리 같은 손이 봄날의 새파란 나뭇잎처럼 즐거이 팔랑거리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은행알처럼 온방안을 또르르 굴러다녔습니다. 어머니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하시다며 고기도 먹지 않고서 내내 웃고 계셨지요.&lt;/P&gt;
&lt;P&gt;&amp;nbsp; 어제 저녁에 아이들이 회를 먹고싶다고 하여, 아내가 배달을 시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는 도착했는데, 아직 아들 진욱이가 학원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아서 우리는 기다려 같이 먹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주방 식탁에 앉아서 혼자 가져온 매운탕 국물과 함께 서둘러 밥을 먹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왜 있다가 같이 먹지 않고 혼자서 먹느냐고 물었더니, 회가 생각 보다 양이 적다며 자기 배가 불러야 아이들 좀 더 많이 먹을 거 같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순간 아내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이들 말대로 내내 집안에서 잔소리만 한다던 아내가 자식에게 맛있는 것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하던 걸 보고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미소 짓는 아내의 얼굴이 어릴 적 어서 먹으라고 재촉하시던 바로 그 얼굴이었습니다. &lt;BR&gt;&amp;nbsp; &lt;BR&gt;&amp;nbsp; 결혼 오십년 만에 처음으로 당신이 직접 화원을 찾아가 어머니의 생일 축하 꽃다발을 사셨다며 건네주시던 아버지를 보고 우리 모두는 놀라움과 감동의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괜스레 돈낭비만 했다며 궁시렁거리는 말투 속에서 저는 오십년 전의 수줍은 새악시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도 역시 여자였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그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머니의 자리 때문에 포기해야 했을 착하고 가녀린 여인은 칠순 노인네가 되어서야 비로소 겸연쩍게 웃고 있었습니다.&lt;BR&gt;&amp;nbsp;&lt;BR&gt;&amp;nbsp; 머리 위로 나뭇잎 하나가 ‘툭!’하고 떨어졌습니다. 무게를 알 수 없는, 그저 느낌만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처음이었을 겁니다., 어머니를 업어본 것이. 어쩌다가 칠순이 되어서야 업어보게 되었는지. 마치 머리 위에 얹힌 나뭇잎 한 장의 무게. 업고도 업지 않은 것처럼 그저 느낌만이 제 등짝에 전해져왔습니다. 그렇게 나뭇잎처럼, 깃털처럼 가벼워진 어머니를 업고도 저는 쉽사리 발걸음을 떼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무거워서, 어머니의 살아오신 지난 세월이 무거워서, 가슴에 품고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너무 크고 무거웠습니다. 서너 걸음도 못 가서 자식 등에업힌 게 쑥스러운지 서둘러 내리셨지요. 어느새 먹먹해진 목울대와 시큰거리던 코끝은 시간이 지나서도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몰랐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시린 등짝에 아득하게 스며들던 엷은 체온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떠나온 머언 고향 의 숨결처럼...... &lt;/P&gt;
&lt;P&gt;&amp;nbsp; 저 거리에 떨어진 낙엽들은 머지 않아 겨울 속으로 사라질 겁니다. 그리고 봄이 오면 다시 희망이 되어 싹이 트겠지요.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분명 부모님께서 걸었던 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아들, 딸들이 뒤에서 걸어올 길입니다. 걸어가다가 찬바람이 불어 몸이 움츠려들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일 듯 말 듯 언제나 등 뒤에서 따스하게 감싸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이 있기에 꿋꿋이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그런 사랑이 제 자식들에게도 이어지기를 소망해봅니다.&lt;/P&gt;
&lt;P&gt;&amp;nbsp; 점점 날씨가 추워집니다. 신종플루 때문에 세상이&amp;nbsp; 혼란스러워집니다. 자식 보다 안부 전화를 더 많이 하는 어머니. 전화기를 붙들고 몇 마디 말도 않고 끊지만 차마 다 하지 못한 말들이 여전히 귓전을 뱅뱅거리며 맴돌아다닙니다. &lt;/P&gt;
&lt;P&gt;&amp;nbsp; 어머니, &lt;/P&gt;
&lt;P&gt;&amp;nbsp;&amp;nbsp; 내내 건강하시어 비가 오면 비 온다고, 바람 불면 분다고, 눈이 오면 조심하라는 전화 오래도록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lt;/P&gt;
&lt;P&gt;&lt;BR&gt;&amp;nbsp;&lt;/P&gt;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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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외달 강아지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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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author>
	    <updated>2009-09-26T03:31:56Z</updated>
	    <published>2009-09-26T03:31:56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외달 강아지&lt;/P&gt;
&lt;P&gt;&lt;BR&gt;&amp;nbsp; 바다에 호젓하게 떠 있는 외달도, 그 하늘에서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놈들의 긴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머리 위로, 어깨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그냥 맞고 걸어도 괜찮을 정도다. &lt;/P&gt;
&lt;P&gt;&amp;nbsp; 사랑의 섬이라고 이름 붙여진 외달도는 시나브로 가을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다지 청춘 같지도 않은 경상도 아저씨, 아줌마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에 부스스 낮잠에서 깨어났다. &lt;BR&gt;&amp;nbsp; &quot;이게 뭔 소리여? 아그들아, 잠 좀 자자, 자... 아함~~&quot; &lt;/P&gt;
&lt;P&gt;&amp;nbsp; 남해의 조용한 섬, 외달도를 낮잠에서 깨운 우리는 제 29회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 볼링종목에 참가한 선수들이다. 명색이 대구광역시란 이름표를 붙인 츄리님을 입고 다니면서... 무게는 잡지 못하고 이렇게 떠들고 다녀서야... &lt;/P&gt;
&lt;P&gt;&amp;nbsp; 경기가 없는 월요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종일 모텔에 쳐박혀 빈둥빈둥 늘어져 지내기도 그렇고... 해서... 한번 오기도 힘든 전라도 목포까지 왔는데, 가까운 섬 구경이라도 하자는 의견일치!!! &lt;/P&gt;
&lt;P&gt;&amp;nbsp; 그런데 문제다. 뭐 별로 아는 게 있어야지... 어느 섬에 갈 건지... 뭐 섬 이름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있기를 하나... 시력이 약시인 ㅂㅌ는 모텔방에 있는 컴퓨터로 인터넷을 뒤지고... 눈이 약하니 빨리빨리 찾는 것도 어렵고... 나는 전화기를 붙들고 114부터 시작하여 여기저기 전화번호를 받아가며 해운회사에 물어보고... &lt;/P&gt;
&lt;P&gt;&amp;nbsp; &quot;저어... 대구에서 온 사람인데, 섬구경을 좀 하려고요... 목포에서 한 20분이나 30분 정도 배를 타고 갈 만한 섬은 없는지요?&quot;&lt;/P&gt;
&lt;P&gt;&amp;nbsp; 전화통을 붙들고 몇 군데를 물어보다가 배로 50분 걸리는 '외달도'라는 이름을 들었다. 두 시간 마다 배가 출발 한다고... &lt;/P&gt;
&lt;P&gt;&amp;nbsp; 점심은 섬에 가서 먹기로 하고, 옆방에 있는 여자 선수들... 아니지, 아줌마 선수들에게 통기를 넣어 보니... 비도 부슬부슬 오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을 물고 늘어진다... 그러면 우리끼리 갈 거라고 하니 알았단다...&amp;nbsp; 그러면 그렇지, 언제 일부러 섬 구경 한번 해 볼 거라고...^^&lt;/P&gt;
&lt;P&gt;&amp;nbsp; 우리는 호출택시 두 대에 나눠 타고 목포여객터미널로 갔다. 넓은 터미널 대합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아마도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게다. 표를 끊고... 여기도 장애인 반액 할인 받고... 섬에 가면 슈퍼가 있을까? 식당은 있을 거야...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인데 뭐 그런 거 없을 라고... 그래도 모르잖아... 맥주나 과자라도 좀 사가지고 타자... 에이, 배멀미 하면 어쩔라구... 고까짓 50분 타면서 무슨 멀미... 갖가지 의견들이 대합실 허공을 떠돌다가... 아이구, 시끄러워라~~~&lt;/P&gt;
&lt;P&gt;&amp;nbsp; 결국 매점에 가서 캔맥주와 과자 몇개 사고... 배 타러 선착장으로 나갔다... '신진 2호'란 팻말을 찾아 손에 손 잡고서... 혹시라도 발 잘못 디뎌 바다에 빠지면 건지지도 못하니...^^&amp;nbsp; &lt;/P&gt;
&lt;P&gt;&amp;nbsp; 우리는 설레는 마음 꼭 부여잡고 조심조심 갑판에 올라섰다. 섬들을 오가는 '신진 2호'는 200인승이란다. 사람도 타고, 트럭도 타고, 오토바이도 탔단다... 그러고보니 크긴 큰가 보다.&amp;nbsp; &lt;/P&gt;
&lt;P&gt;&amp;nbsp; 배 안에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배는 이미 시동이 걸린 엔진 소음과 진동으로 시끄러웠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니 넓은 선실이 나왔다. 바닥에 앉기도 하고, 누워 잠을 자기도 한단다. 꽉 막힌 기분이 들어 답답하여 3층으로 다시 올라갔다. 테이블과 고정식 의자들이 있었다. 우리는 앉아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갔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배는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 항구를 출발한 배는 서서히 속력을 내며 뭍을 떠나갔다.... &lt;/P&gt;
&lt;P&gt;&amp;nbsp; 약시들의 아쉬운 중계를 들으며... &lt;/P&gt;
&lt;P&gt;&amp;nbsp; 섬과 섬을 연결하려고 다리를 놓는 광경... &lt;/P&gt;
&lt;P&gt;&amp;nbsp; 좌로 우로 지나가는 섬들... &lt;/P&gt;
&lt;P&gt;&amp;nbsp; 갈매기 주려고 새우깡도 사왔는데... 비 온다고 전부 집에들 들어가서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하긴 비 안 와도 안 보이지만..^^..&lt;/P&gt;
&lt;P&gt;&amp;nbsp; 뱃속이 갑자기 울렁거린다. 엘레베이터가 내려갈 때 느끼는 기분.. 마치 몸이 붕 날아오르는 듯한... 거 말로 표현하기 애매하고... 하여튼 야릇한 기분이다... 파도에 배가 아래위로 크게 흔들렸다. 전부 놀라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와아!'하고 함성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이내 요동은 가라앉았다.&amp;nbsp; 아마도 계속해서 이렇게 흔들린다면 보나마나 웩웩!!!&amp;nbsp; ^^&lt;/P&gt;
&lt;P&gt;&amp;nbsp; '뿌웅뿌웅!' 고동이 울린다. 어째 뱃고동 소리가 좀 그렇다. 흔히 들어보던 그런 소리가 아니다. 먼 바다까지 울려펴지는 저음의 크고 무거운 소리가 아니다. 그냥 뉘집 대문에 붙은 부저소리... 예전에 내가 통학할 때 타고 다니던 자전거 부저소리 같았다. 고동이 울리고나서 배는 속력을 줄이더니 첫번째 섬에 도착했다. '달리도'란다. 이름 한번 예술스럽다. 배는 선착장에 뒤를 대려다가 다시 몸을 틀어 바다로 나왔다. 내릴 사람도, 탈 사람도 없는 가 보았다. &lt;/P&gt;
&lt;P&gt;&amp;nbsp; 가을비는 여전히 우리가 탄 배를 따라 날아오고 있었다. 맥주와 과자를 놓고 마시고... ㅎㅅ이 매점에서 파는 컵라면 먹고싶다고... 3000원이란다. 그러나, 좋다 말았다. 목포에서 출발할 때 컵라면을 싣지 못했다는 것이다...&amp;nbsp; 배 안에서 먹는 컵라면이라... 게다가 이렇게 비가 오는 바다 위에서... 맛은 있겠다만.. 아까워라~~ &lt;/P&gt;
&lt;P&gt;&amp;nbsp; 두번째 섬 '율도'에 도착했다. 여기도 우리가 내릴 섬은 아니다. 율도라... 밤나무가 많아서 율도인가? 옆에 있던 ㅎㅅ이 그런가 하더니 혹 섬이 밤처럼 생겨서 그런 거 아닌가? 한다... 그런가? 정작 그 섬에 사는 사람들도 관심없을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성명풀이를 하고 있다니...^^ &lt;/P&gt;
&lt;P&gt;&amp;nbsp; 선착장을 내다보던 ㅂㅌ이 저긴 교회가 두 개나 보인다고 말했다. 섬에 교회가 두 개씩이나 있으려면 주민이 얼마나 있어야 하나...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가 보다... 아마도 저긴 짜장면 집도 있을 거야... '율도'는 우리가 탄 배가 가는 세 개의 섬 중에서 가장 크다고 했다.&amp;nbsp;&amp;nbsp; 사람들이 내리고... 다시 배는 달린다. 남해 바다로 멀리멀리 나아간다...&lt;/P&gt;
&lt;P&gt;&amp;nbsp; 목포를 떠난지 얼추 50분이 지나간다. 우리의 목적지 '외달도'에 곧 도착할 거 같다. 가느다란 뱃고동 소리가 울리는 걸 보니 선장의 시야에 섬이 들어오나 보다... 배는 점점 속력을 줄이고... 우리는 내릴 준비를 했다. 약시와 전맹이 한 조로.. 약시 셋에 전맹 셋.... 히안하게도 짝이 맞았다. &lt;/P&gt;
&lt;P&gt;&amp;nbsp; 드디어 섬에 올라섰다. 우리 말고도 섬에 내린 사람이 몇몇 더 있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갈 곳이 정해진 사람처럼 서둘러 마을로 가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선착장에서 우물쭈물... 약시들이 섬 안내도 앞에 붙어 서서 들여다보고... 사랑의 섬 외달도... 섬 일주 산책길, 해수욕장, 등대, 민박집... &lt;/P&gt;
&lt;P&gt;&amp;nbsp; 쏴아아 쏴아아... 파도가 밀려와 섬 언저리를 적시고는 자갈 속으로 힘없이 사라진다. 섬을 짝사랑한 파도의 맥빠진 흐느낌이 나의 귓가에서 울린다... &lt;/P&gt;
&lt;P&gt;&amp;nbsp; 잠시 서성거리는 사이 바닷가에는 파도와 우리만 남았다. 일단 해변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길로 걸어가기로 했다. 왼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언덕이 있었다. 산책로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걷기에는 편했다. 간간히 계단도 나오고... 관광객을 위해 만들었을 것이다. 머리 위에서는 여전히 빗방울이 안개처럼 내린다. 함께 걷던 ㅁㅅ이 걸음을 멈추고 꽃잎에 내 손을&amp;nbsp; 가져다 댄다. 무슨 꽃인지 몰라도 예쁘다며.. 조그만 꽃잎과 이파리들... 언젠가 동촌 둔치에서 만져본 금계국 같기도 하고... 확인이 안 되니... 말고... &lt;/P&gt;
&lt;P&gt;&amp;nbsp; 얼마 걸어가지 않아 등대가 나오고.. 빗방울이 조금 굵어지는 것 같아 우리는 어디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섬의 정상으로 난 길로 올라갔다. 수풀 사이로 난 산길을 걷노라니 푹신푹신한 느낌이 신발 아래로 전해져 온다. 어디서 향기로운 풀냄새도 풍겨온다. 풀냄새가 이렇게 향긋한 것은 처음이다. 정말 자연의 냄새여서 그런지... 가다가 여럿이 모여 사진 한 판 찰칵!!! &lt;/P&gt;
&lt;P&gt;&amp;nbsp; 길을 가다가 함께 걷던 ㅁㅅ이 커다란 강아지가 있다며 풀을 하나 꺽어 내게 준다. 정말 처음 보는 큰 강아지풀이었다. 내가 보았던 강아지풀들은 대개 새끼손가락 크기의 꼬리였는데... 이건 손바닥 길이 만큼이나 길고 통통하다. 아마 삽살이 꼬리 정도라면 너무 심한가? ㅎㅎ. 기념으로 대구까지 가져가란다. 그리고, 외달도에 온 거 글로 써서 올려달란다...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ㅁㅅ의 선물에 대한 보답이라면 좀 그런가? ㅎㅎㅎ... 꼬리와 줄기 그리고 이파리 한 장이 붙은 가지는 40센티미터는 넘을 성 싶은데... 이걸 어떻게 대구까지 가지고 가지... 내내 손에 들고 다녔다... 정말 외달도에 온 기념으로 가지고 가고 싶었다. 집에까지...&lt;/P&gt;
&lt;P&gt;&amp;nbsp; 정상을 넘어서니 다시 집들이 나타났다. 기와집도 있고...팬션이라는 팻말이 붙었단다. 아마도 지금은 비어있는 것 같다. 식사메뉴판이 나붙은 집도 있고... 관광객에게 음식을 파는 집들이 몇 있었다. 그러나, 장사를 하지 않는지 문이 닫혀 있고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amp;nbsp; &lt;/P&gt;
&lt;P&gt;&amp;nbsp; 지금은 철이 지나 아무도 해수욕을 하지 않는 외달 해수욕장 앞에서 우리는 걱정에 휩싸였다. 점심을 섬에 와서 먹으려 했는데, 마땅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 없는 것이다. 분식집이라고 간판이 붙은 곳에도 장사를 하지 않고... 그렇다고 슈퍼는 커녕 구멍가게 조차도 없다. 배가 들어오려면 앞으로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배는 고프고...&amp;nbsp;&amp;nbsp;&amp;nbsp; &lt;/P&gt;
&lt;P&gt;&amp;nbsp; 일단 선착장 대기소에 들어가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선착장이라 해봐야 간이 화장실이 딸린 조그만 공간이었다. 간이 의자들이 몇개 놓여 있을 뿐 아무도, 아무 것도 없었다. 섬사람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부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지... 전부 배가 고파 기운도 없이 앉아서 누가 민가에 가서 밥 좀 해달라고 해보라며 서로 등을 떠밀었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질 않는다. 나는 낯선 사람 앞에 가면 말을 잘 못해서... 사람 얼굴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나는 말 잘 못하니 니가 좀&amp;nbsp; 가라... 이런 순진한 사람 여섯 명이 대기소에 둘러앉아 실랑이를 벌인다... &lt;/P&gt;
&lt;P&gt;&amp;nbsp; 누가 짜장면 집 전화번호 아는 사람 없냐고 묻는다... 대한민국 배달민족인데 달나라까지 배달하는데 말이야, 설마 여기까지야 배달 안 될까? &lt;/P&gt;
&lt;P&gt;&amp;nbsp; 목포에서 사가지고 온 맥주라도 마시자며 과자를 반찬 삼아 마시고.... 에구, 어쩌다 이래 되었는지... &lt;/P&gt;
&lt;P&gt;&amp;nbsp; 배를 기다리는 동안 재미있는 이야기나 하나씩 하자며 ㄱㅅ이 제안을 하고... ㅎㅅ이 먼저 이야기를 하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lt;/P&gt;
&lt;P&gt;&amp;nbsp; 양계장을 하던 사람이 조류독감 때문에 키우던 닭들이 다 죽고 세 마리 만 남았다.... 그런데...&lt;/P&gt;
&lt;P&gt;&amp;nbsp; 맥주 한 모금 마시고... 과자 하나 먹고 나서... 계속...&lt;/P&gt;
&lt;P&gt;&amp;nbsp; 양계장 주인은 한 마리 만 남기고 나머지는 잡아 먹을 생각이었다. 보아하니 아무래도 부실한 놈을 잡아 먹어야 겠다며 나름대로 꾀를 냈다. &lt;BR&gt;&amp;nbsp; &quot;한 마리 만 살려두고 나머지 두 마리는 양계장의 재건을 위해 죽어주어야 겠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죽을 닭을 정할 수는 없으니, 내가 문제를 내어 맞히는 닭은 살고 못 맞히는 닭은 죽기로 하자...&amp;nbsp; 이의 없지?&quot;&lt;/P&gt;
&lt;P&gt;&amp;nbsp; 닭들은 침을 꼴까닥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은 살리고 싶은 첫번째 닭에게 문제를 냈다.&lt;/P&gt;
&lt;P&gt;&amp;nbsp; &quot;3 더하기 3은?&quot;&amp;nbsp; &lt;/P&gt;
&lt;P&gt;&amp;nbsp; 닭은 기쁘게 대답했다.&lt;/P&gt;
&lt;P&gt;&amp;nbsp; &quot;6이요...&quot;&lt;/P&gt;
&lt;P&gt;&amp;nbsp; 주인은 두번째 닭에게 물었다. &lt;/P&gt;
&lt;P&gt;&amp;nbsp; &quot;3 곱하기 3은?&quot;&lt;/P&gt;
&lt;P&gt;&amp;nbsp; 닭은 잠시 생각하다가...&lt;/P&gt;
&lt;P&gt;&amp;nbsp; &quot;9입니다.&quot;&lt;/P&gt;
&lt;P&gt;&amp;nbsp; 이번에는 주인이 잡아먹어야 겠다고 생각한, 제일 비실비실거리는 닭에게 물었다. &lt;/P&gt;
&lt;P&gt;&amp;nbsp; &quot;356 곱하기 345는?&quot; &lt;/P&gt;
&lt;P&gt;&amp;nbsp; 세번째 닭은 입이 딱 벌어지고...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콧구멍에서 김이 씩씩거리며 나오고... 급기야 몸을 부르르 떨더니만....나지막하면서도 분노에 찬 목소리로... &lt;/P&gt;
&lt;P&gt;&amp;nbsp; &quot;이보쇼, 거시기... 싸게 물 끓이쇼잉!!&quot; &lt;/P&gt;
&lt;P&gt;&amp;nbsp; 바람이 불었다. 배도 고프고... 맥주도 다 마시고... 과자도 다 떨어졌다... 이게 무슨 무인도에 갇힌 15소년 표류기도 아니고... &lt;/P&gt;
&lt;P&gt;&amp;nbsp; 결국 썰렁한 이야기로 우리를 더 춥게 만든 ㅎㅅ이 ㅈㅎ과 함께 마을로 밥을 찾아 나섰다. 역시 아저씨 보다 아줌마가 더 용감한 건가?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한다는 노래가사가 틀린 게 아닐지도 몰라...&lt;/P&gt;
&lt;P&gt;&amp;nbsp; 낭만의 섬, 자연의 섬... 아름다운 섬, 사랑의 섬 '외달도'는 지금 우리에게 배고픈 섬일 뿐이었다... ㅁㅅ이 가지고 온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며 앉아있는데... 전화가 왔다. 밥은 없고 라면은 끓여줄 수 있다는 곳을 찾았다며 마을로 올라오라는 전화였다... 라면이라도 어디냐며 서둘러 갔다.&lt;/P&gt;
&lt;P&gt;&amp;nbsp; 성수기 때 민박을 하는 집인가 보았다. 마당 평상에 둘러앉아 어서 라면이 나오길 기다렸다. 지금은 농사로 바빠서 밥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톳'이라는 걸 양식한다고. 지금이 한창 바쁠 시기란다. 톳 씨앗을 바다에 뿌려놓고 자라면 거두고... 본 기억은 없다... &lt;/P&gt;
&lt;P&gt;&amp;nbsp; 라면 한 그릇에 3천원이란다. 뭐 그리 비싸지는 않고... 김이 펄펄 나는 라면 냄비를 중간에 두고 열무김치 하나에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배가 고파서인지 라면맛이 기막히게 느껴졌다. 특히 열무김치의 맛은 정말 괜찮았다. 먹으면서 나온 말 끝에 내기가 붙었다. &lt;/P&gt;
&lt;P&gt;&amp;nbsp; 과연 이 섬에 전기는 어떻게 쓰느냐는 것이다.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생각과 목포에서 전기를 끌어온다는 생각... 발전기 쪽에 나와 ㄱㅅ, ㅎㅅ, ㅈㅎ 이렇게&amp;nbsp; 네 명이, 끌어온다는 쪽에 ㅂㅌ과 ㅁㅅ 두 명이 붙었다. 지는 쪽이 밥값을 내기로 하고... &lt;/P&gt;
&lt;P&gt;&amp;nbsp; 그리고는 주인 아저씨에게 물었다. &lt;/P&gt;
&lt;P&gt;&amp;nbsp; &quot;요즘은 다 뭍에서 전기를 끌어오지요...&quot; &lt;/P&gt;
&lt;P&gt;&amp;nbsp; 길다란 전선케이블을 바닷물 속에 빠뜨려 연결한다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부표 아래로 전기케이블이 있단다...&amp;nbsp; &lt;/P&gt;
&lt;P&gt;&amp;nbsp; 아이구... 쪽수가 많은 게 유리한 건 아니네... 3천원 짜리 밥값이 졸지에 오천원이 되고 말았다... ㅠㅠ &lt;/P&gt;
&lt;P&gt;&amp;nbsp; 라면 국물에 찬밥까지 말아 먹고나니 배가 불러왔다. 역시 놀러와서는 비 맞으며 라면 먹는 게 최고야~~ 전부 라면 예찬을 하며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뿌우웅'하며 들려왔다.... &lt;/P&gt;
&lt;P&gt;&amp;nbsp; 단지 두 시간 동안 머물러 있었지만, 추억으로 남을 만큼 재미있는 일도 적지 않은 거 같다. 목포 앞바다의 작은 섬.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를, 아마 분명하건데 다시는 또 오지 못할 섬, 가을비를 맞으며 걸어다니고, 파도와 등대, 풀내음이 향기로운 섬, 커다란 강아지꼬리를 가진 강아지풀이 자라는 곳, 톳농사를 짓는 섬사람들이 사는 곳, 라면과 열무김치가 맛있는 민박집이 있는 곳, 파도가 은은하게 들리는 섬, 외달도를 뒤로 하고 우리는 배에 올랐다... &lt;/P&gt;
&lt;P&gt;&amp;nbsp; 멀어지는 섬을 바라보며 모두들 무슨 생각을 했을까?&amp;nbsp; &lt;/P&gt;
&lt;P&gt;&amp;nbsp; 우리는 모두 바다를 떠도는 섬이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꿋꿋이 버티는 섬처럼,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어도 참고 견디며, 혼자서 가야 하는 바다에에흩어진 섬처럼, 그렇게 외로운 존재가 바로 우리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락선처럼,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케이블처럼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lt;/P&gt;
&lt;P&gt;&amp;nbsp; 내 손에 쥐어진 강아지풀이 바람에 살랑대고 있다... 마치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이... ㅁㅅ은 그걸 '외달 강아지'라고 불렀다... &lt;/P&gt;
&lt;P&gt;&amp;nbsp; 섬은 남아있고 우리는 떠난다....&amp;nbsp; &lt;/P&gt;
&lt;P&gt;&amp;nbsp;&lt;/P&gt;
	    </content>
	    	</entry>
    	<entry>
	    <title>[작은 공] 지금은 4회 말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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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author>
	    <updated>2009-09-14T22:02:59Z</updated>
	    <published>2009-09-14T22:02:59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작은 공] 지금은 4회 말&lt;/P&gt;
&lt;P&gt;&lt;BR&gt;&amp;nbsp; 150그램의 작고 하얀&amp;nbsp; 공 하나가 사람들의 애를 태우기도 하고, 기뻐서 펄쩍펄쩍 뛰게 만들고 있다. 나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다. &lt;/P&gt;
&lt;P&gt;&amp;nbsp; 작은 공은 야구공이고, 들썩이는 곳은 전국의 야구장이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 지금 밤마다 안타 하나에 환호성을 지르고, 한숨을 내쉰다. 한 마디로 작은 공 하나가 사람을 울리고 웃기고 있다.&lt;/P&gt;
&lt;P&gt;&amp;nbsp; 올해는 4강이 아직 확정이 되고 있지 않고 있다. 가을에 야구 하자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지만, 누가 가을 잔치에 초돼될는지 아직 모른다. &lt;/P&gt;
&lt;P&gt;&amp;nbsp; 누구나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 이기고, 또 4강에 들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경우 연고지에 사는 사람들이나 그곳이 고향이면 더욱 그렇다. 나는 '삼성'을 응원한다. 대구가 고향이고, 지금 사는 곳이니까... &lt;/P&gt;
&lt;P&gt;&amp;nbsp; 내가 아는 한 사람은 대구에 살지만, 대구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본적이 경남이라는 이유로 '롯데'를 응원한다. 지금 4위 싸움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두 팀이 바로 '삼성'과 '롯데'이다 보니 라이벌이 되어 있다. 내가 야구 어떻게 보는지 가르쳐 주었는데... 쩝쩝.. &lt;/P&gt;
&lt;P&gt;&amp;nbsp; 9명의 선수가 펼치는 야구는 매일같이 똑같은 룰에 따라 경기가 치루어지지만, 하나도 같은 내용의 경기가 없다. 이것은 아마도 복잡한 룰때문에 오만 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9회까지 찬스와 위기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며, 치고 달리고 잡고 잡히고, 훔치고 지키고... 그래서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는 말이 나오나 보다... &lt;/P&gt;
&lt;P&gt;&amp;nbsp; 9라는 숫자는 숫자 중에 가장 마지막 수이다. 우리의 수명이 90을 대부분 넘기지 못한다. 인생과 야구를 비교하면 나는 지금 4회 말 공격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amp;nbsp; 아직 홈런 한 방 치지 못하고 있으니... 2회 말에 선취 득점을 했지만, 3회에 역전을 당해 끌려가고 있으니... &lt;/P&gt;
&lt;P&gt;&amp;nbsp; 땅!!! &lt;/P&gt;
&lt;P&gt;&amp;nbsp; 하얗고 조그만 야구공 하나가 날아간다.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lt;/P&gt;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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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을이 오는 앞산에서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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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author>
	    <updated>2009-09-08T10:41:54Z</updated>
	    <published>2009-09-08T10:41:54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gt;&lt;/FONT&gt;&lt;/FONT&gt;&amp;nbsp;&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amp;nbsp; 앞산에서는 다람쥐가 바쁘다. 숨차게 등산길을 오르는 내 앞을 연방 지나다닌다. 한 시간 오르고서 그렇게 숨이 차서야 쯧쯧쯧... 놀리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아니, 저것들이 사람이 무섭지도 않나? &lt;/FONT&gt;&lt;/FONT&gt;&lt;/FONT&gt;&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amp;nbsp; 정말 숨이 차다. 여름 내내 산행을 하지 않다가 마음잡고 올라왔더니만... 휴-- 힘드네...&lt;/FONT&gt;&lt;/FONT&gt;&lt;/FONT&gt;&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amp;nbsp; 고산골에서 출발하였는데, 한동안 내내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 계속 되었다. 평탄한 길이 걷기에는 편했지만, 오히려 딱딱한 바닥과 단조로운 길은 건강을 위해서는 결코 좋은 게 아니다. 다리나 무릎에 쉬이 무리가 오게 만든다. 등 뒤에서 차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산길을 오르는 자동차... 길은 등산객을 위한 게 아니라 저 차의 등반을 위해서인가 보다... &lt;/FONT&gt;&lt;/FONT&gt;&lt;/FONT&gt;&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amp;nbsp; 웬만한 산에 가보면 어디에서나 콘크리트로 포장된 산길을 만난다. 비가 와도 신발에 진흙이 묻지 않아서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산에 와서 흙 밟아보기가 쉽지 않으니... &lt;/FONT&gt;&lt;/FONT&gt;&lt;/FONT&gt;&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amp;nbsp; 도우미가 길 옆으로 맨발로 걷는 길이 있다고 하여 가보니, 흙이 아니라 우레탄인지 뭔지 모르지만 말랑말랑한 인조길이 길게 깔려져 있었다. 모든 게 인공 길이라니... 골짜기라 그런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에구, 더워라~~ 숨도 차고...&lt;/FONT&gt;&lt;/FONT&gt;&lt;/FONT&gt;&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amp;nbsp; 함께 등산하는 사람 중에 제일 젊은 것 같은데, 우리가 제일 꼴지다. 중간에 쉬면서 약수 받아 마시고... 숨 고르고... 또 낑낑 올라갔다. 포장 길이 끝나고 울퉁불퉁 바윗길이 나타났다. 산길 다운 길. 차라리 힘이 덜 드는 거 같다. 한번씩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상쾌한 것이 이게 가을바람인가! 정말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주는 거 같다. &lt;/FONT&gt;&lt;/FONT&gt;&lt;/FONT&gt;&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amp;nbsp; 온 신경이 발바닥에 집중된다. 조금만 방심하면 자칫 발목이라도 삐게 될지 모른다. 한 걸음, 두 걸음 조금씩 조금씩 걸어 올라갔다. 어차피 다시 내려와야 할 산을 왜 이렇게 힘들게 오르는지. 우리는 같은 생각에 한번 웃는다. 곁에서 나와 함께 오르는 도우미는 나를 위해서 산에 오르겠지만.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마음을 발 밑에 두고 올라가는 게 좋다. 그리하여 일어나는 마음의 불길을 누를 수 있기에...&amp;nbsp; &lt;/FONT&gt;&lt;/FONT&gt;&lt;/FONT&gt;&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amp;nbsp; 앞산에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어느새 나의 가을도 등 뒤에서 나를 떠민다. 어서 내려가라고... 아직 마음은 세월 보다 더 늦게 가는데.... &lt;/FONT&gt;&lt;/FONT&gt;&lt;/FONT&gt;&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amp;nbsp; 어느 시인의 시처럼, 올라갈 때 못 본 것 내려갈 때 더 많이 눈에 띄어 마음만 안타까운데... 가을 바람은 어서 내려가라고 성화다...&lt;/FONT&gt;&lt;/FONT&gt;&lt;/FONT&gt;&lt;/P&gt;
&lt;P&gt;&lt;FONT style=&quot;BACKGROUND-COLOR: #5c7fb0&quo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 color=#5c7fb0&gt;&lt;/FONT&gt;&amp;nbsp;&lt;/P&gt;&lt;/FONT&gt;&lt;/FONT&gt;
	    </content>
	    	</entry>
    	<entry>
	    <title>위기는 곧 기회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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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author>
	    <updated>2009-05-19T08:34:53Z</updated>
	    <published>2009-05-19T08:34:53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amp;nbsp;&lt;/P&gt;
&lt;P&gt;&amp;nbsp;&amp;nbsp;&amp;nbsp; 위기는 곧 기회&lt;/P&gt;
&lt;P&gt;&lt;BR&gt;&amp;nbsp; 길을 가던 스승과 제자가 한 농장 입구에 도착했다. 농장은 넓고 좋은 위치에 있었지만, 겉모습이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스승이 농장 한가운데 있는 낡은 집 문을 두드리자, 세 아이를 둔 부부가 그들을 맞이했다. 가족은 더러운 누더기 차림이었다.&lt;/P&gt;
&lt;P&gt;&amp;nbsp; &quot;이곳에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 가십니까?&quot; &lt;/P&gt;
&lt;P&gt;&amp;nbsp; 집주인은 스승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lt;/P&gt;
&lt;P&gt;&amp;nbsp; &quot;우리에겐 매일 몇 리터의 우유를 만들어 주는 젖소 한마리가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팔거나 다른 먹을거리로 바꾸고 남은 걸로 치즈나 버터를 만듭니다.&quot;&lt;/P&gt;
&lt;P&gt;&amp;nbsp; 스승은 집주인 대답을 듣고 돌아가는 길에 제자에게 말했다. &lt;/P&gt;
&lt;P&gt;&amp;nbsp; &quot;저 집 젖소를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거라.&quot; &lt;/P&gt;
&lt;P&gt;&amp;nbsp; &quot;하지만,,, 그 젖소는 가족의 유일한 생계 수단입니다.&quot; &lt;/P&gt;
&lt;P&gt;&amp;nbsp; 그러나 스승은 말이 없었다. 제자는 어쩔 수 없이 농장주인 몰래 젖소를 절벽 밑으로 떨어뜨렸다. &lt;/P&gt;
&lt;P&gt;&amp;nbsp; 몇 년 뒤 제자는 그 농장을 다시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은 아름답게 변해 있었다. 제자는 급히 집 안으로 들어가 어떻게 농장을 훌륭하게 변화 시킬 수 있었는지 물었다.&lt;/P&gt;
&lt;P&gt;&amp;nbsp; 집주인이 말했다. &lt;/P&gt;
&lt;P&gt;&amp;nbsp; &quot;우리에게 젖소가 한 마리 있었죠. 하지만 어느 날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농장에 채소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잘라 내다 팔고 새로운 묘목을 심었지요. 그 뒤 면화 농사까지 지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 을 보내고 나니 생활이 달라졌습니다. 그때 젖소가 절벽에서 떨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quot;&lt;/P&gt;
&lt;P&gt;&amp;nbsp; '절벽에서 젖소를 떨어뜨린 이유', 알지라 카스틸유, 좋은생각&lt;BR&gt;&lt;/P&gt;
	    </content>
	    	</entry>
    	<entry>
	    <title>성인의 날에 걸려온 전화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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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author>
	    <updated>2009-05-19T02:26:05Z</updated>
	    <published>2009-05-19T02:26:05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성인의 날에 걸려온 전화 &lt;/P&gt;
&lt;P&gt;&lt;BR&gt;&amp;nbsp;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은 내 핸드폰에 뜬 문자메세지다. 아들에게서 왔다. 이게 뭔 말인가? 오늘이 제 생일도 아니고. 아들은 한여름에 태어났다. 어버이 날도 지난지가 언제인데, 그때 할 말을 깜빡 잊었다고 이제사 다시 하지는 않을 테고. &lt;BR&gt;&amp;nbsp;&amp;nbsp; &lt;BR&gt;&amp;nbsp; 핸드폰을 들고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아들의 목소리였다. 오늘 '성인의 날'인데, 꽃이나 향수는 커녕&amp;nbsp; 아무도 축하한다는 전화 한 통도 안 온다며 내 귓가에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lt;/P&gt;
&lt;P&gt;&amp;nbsp; 성인의 날도 있었나? 그러고보니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대학생이 된지가 언젠데 이제 성인 어쩌고 저쩌고 하느냐며 대꾸 같은 핑계를 대보았다. 아들은 지금 2학년이다. 만으로 20세가 되는가? 도대체 성인은 몇살부터인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대학생 되면 바로 성인이 아니었던가? 아들은 올해부터 비로소 성인이 된단다. 그러면 아직 성인도 안 된 녀석이 지난번 나랑 같이 막걸리 집에 가서 술 마실 때는 대학생이니 괜찮다고 할 때는 언제고... &lt;/P&gt;
&lt;P&gt;&amp;nbsp; 지금 아들은 학교 앞에서 원룸 얻어 자취를 하고 있다. 아침에 학교가 있는 경산까지 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도서관에서 늦게 나오면 대구 들어오는 버스도 끊기고, 등등 내가 보기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이유를 들어 2학년이 되면서 집을 나갔다. 처음으로 부모의 그늘을 떠나 혼자 독립을 시도한 것이었다. &lt;/P&gt;
&lt;P&gt;&amp;nbsp; 나도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집을 떠나 살았었다. 그래서 지금 아들의 생활에 대해 보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었다. 아주 작은 홀로서기긴 하겠지만, 부모가 챙겨주지 않아도 저 혼자서 찾고, 해결하고, 결정해야 하겠지. 생각도 많이 하게 될 거고. 철도 조금씩 들어갈 것이고. 아들이 처음 독립하겠다고 했을 때, 집사람과 달리 나는 그리 반대하진 않았다. 이제 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lt;/P&gt;
&lt;P&gt;&amp;nbsp; 한번씩 전화가 올 때면, 밥은 먹었냐?,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 이렇게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곤 한다. 이것은 홀로 생활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귀찮아서 그냥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는 걸 익히 알기에, 아들에 대한 내 걱정의 대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명색이 약대생이니 아프면 제가 알아서 약 찾아 먹을 것이고, 밥 하기 귀찮으면 식당 가서 사먹으면 될 터인데. 역시 자식은 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어도 부모에게는 여전히 어리게 여겨진다더니, 부모님의 심정을 이제사 이해가 간다. &lt;/P&gt;
&lt;P&gt;&amp;nbsp; 일주일에 한 번, 고등학생 과외 아르바이트 하러대구로 나왔다가 잠시 집에 들러 얼굴 보여주곤 버스 끊어진다며 서둘러 경산으로 들어가곤 한다. 독립하고나서는 제 생활비는 스스로 벌고 있다.그렇게 번 돈으로 얼마전 어버이 날에 카네이션 장식핀을 사와서 내 가슴에 달아주고 바람처럼 갔다. 아들은 차츰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lt;/P&gt;
&lt;P&gt;&amp;nbsp; 그렇게 이미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던 아들이 갑자기 전화에 대고 '성인의 날'인데 축하도 안 해주고, 아무 것도 없다며 불평 섞인 말투로 떠들고 있었다. 옛날엔 그런 날 없었다며 아무튼 늦게나마 축하한다고 한 마디 해주고는 언제나처럼 밥 잘 챙겨먹고, 깔끔하게 해놓고 지내라고 말했다. 아들은 또 그 소리냐며 알았다고,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나의 어머니에게 했던 같은 내용의 말과 말투로 통화를 마무리지었다. &lt;/P&gt;
&lt;P&gt;&amp;nbsp; 전화를 끊고나니 잊은 게 있었다. 반찬은 뭘 먹는지 물어볼 걸... 아직 이제 갓 깨어난 병아리 어른에게...&lt;/P&gt;
&lt;P&gt;&amp;nbsp;&lt;/P&gt;
	    </content>
	    	</entry>
    	<entry>
	    <title>삼년산성과 법주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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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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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5-15T16:19:07Z</updated>
	    <published>2009-05-15T16:19:07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lt;BR&gt;&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충북 보은의 삼년산성과 법주사를 다녀와서&lt;/P&gt;
&lt;P&gt;&amp;nbsp; 어제, 10월&amp;nbsp; 문화원의 역사 문화기행을 다녀 왔다. 벌써 15차라 했다. 나는 1차인데... 아침 딸 아이가 학교 갈 때, 따라 나섰다. 날씨도 쾌청하니 좋았다. &lt;/P&gt;
&lt;P&gt;&amp;nbsp; 오늘은 충북 보은에 있는 삼년산성과 법주사에 간단다. 이번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없어 버스가 헐렁 하였다. 이석규씨는 가족들을 몽땅 데리고 왔다. 연세 많으신 김윤섭 선생님 부부도 왔다. 나는 손수건 한 장과 물 한 통을 가지고 왔다. 김 회장이 먹을 것 많이 준다고 했는데... 그래서 아침도 굶었는데... 믿어도 될라나...&lt;/P&gt;
&lt;P&gt;&amp;nbsp; 차는 두 시간이 걸려 오정산 밑에 도착했다. 공기가 맑고 시원했다. 이 곳에는 벌써 단풍이 많이 물들었단다. &lt;/P&gt;
&lt;P&gt;&amp;nbsp; 우리는 식당에 가서 유명하다는 청국장을 먹었다. 구수한 냄새가 밥 한 공기를 뚝딱 하게 만들었다. 커피 한 잔을 디저트로 마시고 우리는 삼년산성 아래로 갔다. 경북대 역사학과에 다니는 젊은 대학생이 우리에게 삼년산성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amp;nbsp; &lt;/P&gt;
&lt;P&gt;&amp;nbsp; 삼국의 변경에 있는 삼년산성은 신라 자비 마립간 13년에 축성하였다고. 삼년만에 지었다고 삼년산성이라 했다. 한 편, 오정산에 있다고 오정산성이라고도 한다.&amp;nbsp;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산성이 대 부분 허물어져 수년 전에 다른 곳에서 돌을 가져다가 다시 축성을 했다. 그래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나를 안내해 주던 봉사자가 말했다. 원래의 돌들은 지금 내가 밟고 있는 흙 속에 버려져 있단다. 왜 원래의 돌을 쓰지 않고 다른 곳에서 돌을 가져 왔을까? 차라리 허물어진 상태로 그냥 두어도 좋았을 텐데... &lt;/P&gt;
&lt;P&gt;&amp;nbsp; 성곽을 따라 걸어 올라가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 한 장 박고 잇는데 촌 스럽게 사진 찍는다고 옆에서 핀잔을 주었다. &lt;/P&gt;
&lt;P&gt;&amp;nbsp; 산성을 둘러 보고 우리는 법주사로 향했다.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고갯길이 우리들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었다. 김 회장이 이 고개가 '말티고개'라 했다. 말티고개, 옛날에 말을 타야 만 이 고개를 넘을 수 있었을 거라고, 그래서 이 고개의 이름이 말티고개라고 했을 것이라 혼자 생각해 보았다. &lt;/P&gt;
&lt;P&gt;&amp;nbsp; 차는 법주사 주차장, 화장실 앞에 멈추어 섰다.냄새 나게시리 왜 하필 화장실 앞에다 세우는 건지... 아무튼 우리는 볼일 보고 짝을 맞춰 법주사를 향해 걸어 갔다. 가는 길 옆으로 식당들이 늘어서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어느 식당에서는 뽕짝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대체 꼭 저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법주사 부처님은 귀가 멀지나 않았을 까? &lt;/P&gt;
&lt;P&gt;&amp;nbsp; '호서제일가람' 이라는 문 앞에서 우리에게 법주사 문화재에 대해 설명해 줄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우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꼼꼼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마애불, 33미터나 되는 금동 미륵불, 거대한 솥, 범종, 목어,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었는데 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역시 단풍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lt;/P&gt;
&lt;P&gt;&amp;nbsp; 5시가 되어서야 모든 구경을 마치고 대구로 출발했다. 돌아 오는 버스 안에서 삼년산성으로 4행시 짓기도 하고 문화퀴즈도 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lt;/P&gt;
&lt;P&gt;&amp;nbsp; 오늘 역사문화 기행에서 신라인들의 축성기술과 불교문화에 대해 좀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또 한편, 가을 바람도 많이 쐬고 왔다. 모두들 기분좋은 기행이었지싶다. 다음에는 영주 부석사를 간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또 따라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lt;/P&gt;
&lt;P&gt;&amp;nbsp; 그리고 하나 더, 소득이 있었다. 삼년산성으로 사행시 짓기에서 뽑혀 상품으로 손수건 한 장을 받았다. 기분이 좋다..&lt;/P&gt;
&lt;P&gt;삼,&amp;nbsp; 삼국의 창 칼이 맞 닿은 이 곳에 &lt;BR&gt;년,&amp;nbsp; 연기가 피어 오르고 함성이 땅을 흔들더니 &lt;BR&gt;산,&amp;nbsp; 산 꼭대기에 우뚝 솟은 통일 신라의 깃발 &lt;BR&gt;성,&amp;nbsp; 성 문을 지나온 가을 바람이 통일의 역사를 들려주고 가네... &lt;/P&gt;
&lt;P&gt;&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2005년 10월 어느 가을 &lt;BR&gt;&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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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K역을 찾아서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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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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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5-15T01:31:00Z</updated>
	    <published>2009-05-15T01:31:00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K역을 찾아서 &lt;/P&gt;
&lt;P&gt;&lt;BR&gt;&amp;nbsp; K역으로 가는 길은 5월의 눈부신 햇살로 가득 찼다. 화창한 날씨 보다는 조금은 더위를 느끼게 했다. 햇빛은 고스란히 얼굴에 쏟아졌다. 혹여 자외선 과다노출로 인해 얼굴이 거무스름하게 그을릴까 걱정스런 마음도 들었다. 버스가 시끄러운 엔진음을 내며 연신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아마 저 버스를 타면 k역으로 갈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리 멀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계속 길을 걸었다. &lt;/P&gt;
&lt;P&gt;&amp;nbsp;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곁에서는 그림자가&amp;nbsp; 내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며 따라 걷고 있어 마음이 편안했다.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가게에 들어가 물어보았다. 아저씨와 아줌마의 대답에는 시간 차이가 있었다. 똑 같은 거리일진대 남자는 10분 정도, 여자는 한 30분 이상 걸릴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작 그들과 다른 내 발걸음으로는 과연 얼마나 걸릴 건가? 부지런히 앞만 보고 바삐 걸으면 남자의 시간에 도착할 것이고, 느긋하게 봄바람 맞으며 구경거리 다 즐기며 걷는다면 아줌마의 시간으로도 모자라겠지. 어쩔 거나? 길을 걸으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선택에 마음을 쓰는 꼴이라니. &lt;/P&gt;
&lt;P&gt;&amp;nbsp; 마음이 급하면 시간은 더디 가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걷는다면 시간은 빨리 간다. 똑 같은 시간을 두고도 느낌이 다른 것이다. 그러면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또한 정답이 되겠거니.&lt;/P&gt;
&lt;P&gt;&amp;nbsp; 어디선가 냄새가 풍겨왔다. 역겹지 않고 향긋하게 코를 자극하니 냄새가 아니라 꽃향기다. 싱그러운 향기가 비릿한 냄새로 느껴지는 건 아마도 화초의 몸 속에 흐르는 생명수 때문일 거다. 촉촉한 물기로 인해 탱탱해진 꽃들이 저마다 얼굴에 예쁘고 향기로운 분칠을 하고 나를 들여다보며 웃고 있었다. &lt;/P&gt;
&lt;P&gt;&amp;nbsp; 화훼단지가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한마디로 봄날의 꽃잔치집에 온 것이다. 뜻 밖의 횡재에 걸음을 멈추었다. 꽃들은 하나같이 다 예쁘고 아름다웠다. 후각을 기분좋게 자극하는 향기도 좋았다. &lt;/P&gt;
&lt;P&gt;&amp;nbsp;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꽃내음이 서로 뒤섞여 진동했다.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 다른 향기를 내뿜고 있으니 어느 게 어느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각기 매혹적인 향기가 봄날 따스한 하늘 아래에서 서로 다투고 있었다. 강렬한 자극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꽃향기 속에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은 꽃들의 질투 때문인가? &lt;/P&gt;
&lt;P&gt;&amp;nbsp; 때로는 꽃집에 있는 붉은 장미 보다 자갈밭에 핀 한 송이 이름 모를 야생화가 우리의 눈길을 더 끌기도 한다. &lt;/P&gt;
&lt;P&gt;&amp;nbsp; 네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자 K역이 나타났다. 길을 가르쳐주었던 남자와 여자의 시간 사이에서 도착한 것이니 두 사람 모두 틀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맞은 것도 아니다. &lt;/P&gt;
&lt;P&gt;&amp;nbsp; 역시나 소도시의 역은 작고 허름했다. 역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서늘한 공기가 목덜미에 내려앉았다. 차가운 뱀 한 마리가 천정에서 떨어져 내 목을 휘감는 것 같았다. &lt;/P&gt;
&lt;P&gt;&amp;nbsp; 대합실 안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일까? 횡뎅그렁한 기분이 들었다.&amp;nbsp; 텔레비전은 대기용 의자에 앉아있는 몇몇 사람들을 위해&amp;nbsp;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걸로 보아 열차가 도착할 시간이 그다지 가깝지 않은 듯 싶었다. 매표원에게 표를 사고 밖으로 나왔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lt;/P&gt;
&lt;P&gt;&amp;nbsp; 역 광장이라고 할 것 까지야 없겠지만, 그래도 작은 마당이 있었다. 대부분의 역전 풍경처럼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한낮의 봄볕 아래 길게 늘어서 나른한 졸음에 빠져 있었다. 아주머니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신물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어느 종교단체에서 발행한 신문이었다. 믿음이 강한 신도인지, 아니면 일당 받고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공짜로 주는 데도 별로 받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거의 대부분이 광고성 쪽지나 명함이다. 길을 가다보면 어느새 손에 쥐어진 그것들을 발견한다. 이미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니 그냥 거리에 버리면 내가 쓰레기를 버리게 되는 꼴이니 그렇게도 못 하고, 정말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게 불필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쓰레기 같은 기분이 든다. 세상은 끊임없이 내게 쓰레기를 안겨다주고 있었다. &lt;/P&gt;
&lt;P&gt;&amp;nbsp; 한쪽에는 지붕으로 햇빛을 가린 팔각정이 있었다. 마루에 걸터앉아 대합실에서 사온 레모네이드를 마셨다. 사방이 확 트여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이렇게 편안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는 팔각정은 색다른 풍경이었다. &lt;/P&gt;
&lt;P&gt;&amp;nbsp; 마루 한쪽에서는 노숙자인지, 낮술이라도 한잔 걸친 사람인지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어쩌면 기차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건 아닐는지.&amp;nbsp; 그런 모습에 너그러워지는 건 나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리라. 저 멀리 어느 산자락을 돌아오고 있을 보이지 않는 기차. 기다리는 시간은 따분하고 지루하다. 나는 이 생각 저 생각을 스치는 바람에 날리며 기다렸다.&lt;/P&gt;
&lt;P&gt;&amp;nbsp;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역이라고 해서 다 정차를 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순간적으로 지나치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간이역이 많았다. 게중에는 기차가 서기는 하지만 그냥 역사 구경만 언뜻 하다가 출발하는 역들도 많았다. 나의 출발지와 도착지 사이에는 다 그런 역들로 가득 찼다. &lt;/P&gt;
&lt;P&gt;&amp;nbsp; 기차에서 내려 시간을 두고 역사 구경조차도 할 시간이 없으니 이름만 기억하게된 역들 중의 하나가 바로 K역이었다. 이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어떤 말씨를 쓸까? 그저 창 밖으로 멀리 내다보이는 경치만 살피다 그냥 떠나기 일쑤였다. 인생이라는 기차가 나를 두고 갈까 차마 내리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던 세상. 사는 동안 내가 곁을 잠깐 스치고 지나는 인연과도 같은 만남. K역이 그랬다. 나는 얼마나 많은 역들을 지나왔을까?&amp;nbsp; &lt;/P&gt;
&lt;P&gt;&amp;nbsp;&amp;nbsp;&amp;nbsp; 덜컹거리는 진동음이 내 엉덩이 밑에서 울려퍼졌다. 그것은 차츰 내 몸통을 타고 위로 올라와 귓전에서 떨었다. 기차가 지나는 소리였다. 기차는 키 작은 역사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빽빽 소리만 지르고 바람만 남기고 사라졌다. 내 몸은 다시 봄날 아지랑이처럼 하늘하늘 한가롭게 잦아들었다. &lt;/P&gt;
&lt;P&gt;&amp;nbsp; 기찻길 옆에 있는 오막살이, 그집에 사는 아기는 노래 가사처럼 잘도 자는지 몰라도, 자다가 깬 어른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았다. 진짜인지 정확한지는 몰라도 기찻길 옆에 있는 집에는 아이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그것도 아들이 많다고. 요즘은 철로변에 집을 짓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방음벽을 쌓아 수면방해를 받지 않아서일까?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아서 골치를 앓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lt;/P&gt;
&lt;P&gt;&amp;nbsp; 하동으로 가는 기차는 완행열차였다. 산허리를 돌며 뻗어있는 철로, 그 끝없는 길 위를 구르는 바퀴는 1분에 몇번을 회전하는지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느린 속도로 갔다면 허풍이 너무 센 것일까? 하여튼 그렇게 느린 완행열차를 타고 갔었다. 내가 대학 1학년생이었으니 약 삼십년 전의 일이다. &lt;/P&gt;
&lt;P&gt;&amp;nbsp; 그 기차는 역이라고 이름 붙인 곳에는 다 정차를 했다. 들판을 달리다가 서고, 산을 하나 돌면 또 섰다. 기차에 올라타는 사람들은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양손에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어디 5일장에라도 가는 모양이었다. 광주리에는 푸성귀며 나물들이 담겨져 있었고, 내가 도저히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장날이면 으례 만나는 이웃처럼 먼저 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시골 장터에 가지 않아도 그 풍경이 고스란히 기찻간에서 펼쳐지고 있었으니 굳이 장터에 가지 않아도 볼 게 많았다. &lt;/P&gt;
&lt;P&gt;&amp;nbsp; 시끌벅적한 말소리들 중에는 꼬꼬댁 하는 닭소리와 낑낑거리는 강아지 울음소리도 섞여있었다. 아마도 장에 팔려가는 몸인가 보았다. 주인집 아이의 신발이나&amp;nbsp; 가방을 사주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은 것은 아닐까? 눈을 마주친 그놈들을 보며 괜스레 측은하고&amp;nbsp; 애처러운 상상에 빠져들었다. 그 완행열차는 생활을 이어주고 희망을 싣고 달렸다. 지금도 여전히 그 기차는 달리고 있을 거다.&lt;/P&gt;
&lt;P&gt;&amp;nbsp; 기차가 올 시간이 되었다.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다시 K역에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거의 그럴 일은 없을 성 싶다. 잠시 머물렀던 역, 한번 팔각정을 돌아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lt;/P&gt;
&lt;P&gt;&amp;nbsp; 기차가 도착할 시간이 되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왔을까? 개찰구를 빠져나와 기차가 들어올 4번 홈으로 갔다.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오늘 또 하루를 기억해 줄 그림자가 곁에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지었다. &lt;/P&gt;
&lt;P&gt;&amp;nbsp; 잠시 후, 안내방송이 나오고 이내 기차가 도착했다.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기차는 몸을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 밖을 내다보았다. 거기에는 언제나 내다보기만 했던 K역이 잘 가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번 만이라도 내려보고 싶었던 K역이 봄날 속으로 아련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긴 숨을 내쉬었다. 문득 머릿속으로 떠오른 생각에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K역을 돌아다보았다. 그렇다! 나는 결코 K역에 내린 것이 아니었다. K역은 도착지가 아니라 내게 출발지로 바뀌어&amp;nbsp; 있었다.&lt;BR&gt;&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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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탱자나무 울타리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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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author>
	    <updated>2008-12-20T02:14:41Z</updated>
	    <published>2008-12-20T02:14:41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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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P&gt;&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탱자나무 울타리&amp;nbsp; /탁노균&lt;/P&gt;
&lt;P&gt;&lt;BR&gt;&amp;nbsp;노란 탱자 두 알이 달콤하고 새큼한 향기를 내뿜는다. 모임에서 만난 동기가 가을 향기를 느껴보라며 건네준 것이다. 산에 갔다가 탐스럽게 익은 빛깔이 하도 고와서 따온 거라고. 그녀의 밝고 상냥한 웃음이 가을 하늘처럼 맑고 싱그럽게 다가온다. 탱자를 코에 대고 깊이 숨을 들이마셔본다. 가슴 깊이 스며드는 내음이 감미롭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다가 가슴 밑바닥에서 뭔가가 콕콕 찌르는 것 같아 눈을 뜬다. 아련한 기억 속에서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하나, 둘 솟아나더니 금세 거대한 탱자나무 울타리가 되어 눈 앞을 가로막는다. 달작지근한 향기의 깊은 곳에서 속을 거북하게 만드는 신내가 스멀스멀 피어난다. &lt;/P&gt;
&lt;P&gt;&amp;nbsp; 동네에 탱자나무 울타리를 가진 집이 있었다. 철조망을 머리에 인 벽돌담이 골목을 따라 이어지다가 채마밭을 끼고 돌면서부터 천연 철조망을 가진 탱자나무가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담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갈때마다 괜스레 가시에 찔리는 기분이 들어 멀찌기 떨어져서 걸었다. 한겨울이면 울타리를 거쳐온 바람이 가시라도 돋힌 듯 더 차갑고 매서웠다.&lt;/P&gt;
&lt;P&gt;&amp;nbsp; 뒷덜미를 서늘하게 만드는 가시나무에도 계절이 찾아왔다. 봄에는 하얀 꽃이 피고, 여름에는 새파란 잎이 초병의 뾰족한 창끝을 숨겼다. 이파리들 사이로 완두콩 같은 초록색 탱자가 자라나 저녁 노을처럼 노랗게 물들어갔다. 앙상한 가시 속에서 황금색으로 동글동글 매달린 탱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따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그렇지만, 탱자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가시에 찔리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와 동갑인 사촌은 노랗게 잘 익은 탱자를 서너 개 따서 가지고 놀았다. 나도 따보려 울타리 앞에 섰다.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가시가 눈을 부라리며 내 몸을 싸늘하게 훑어내렸다. 그 사나운 기세에 눌려 손이 자꾸만 등 뒤로 도망갔다. 지난 해 겨울 아버지가 사오신 제주도 감귤의 달콤한 맛이 입 안에 맴돌았다. 겉모양과 냄새도 비슷하니 어쩌면 저것도 달콤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용기를 내어 가시들 사이로 손을 조심스럽게 뻗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금세라도 콕 하고 찌를 것만 같았다.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숨 쉬는 것 조차 잊을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amp;nbsp;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바늘로 찌르는 통증에 놀라 급히 손을 빼버렸다. 어느 놈인지 몰라도 매정하게 내 연약한 팔에 달려든 것이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탱자를 가진 사촌이 부러웠다. 노랗게 잘 익은 탱자는 시커멓고 거친 그의 손에서 황금구슬처럼 환히 빛났다. 가지고 놀던 탱자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흙이 묻은 걸 보고는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없는 듯이 발로 밟아 뭉개어버렸다. 오히려 내가 더 아깝고 안타까웠다. 속이 터진 탱자의 진한 향기가 씁쓸하게 풍겨왔다.&amp;nbsp;&amp;nbsp;&amp;nbsp; &lt;/P&gt;
&lt;P&gt;&amp;nbsp; 형편이 어려웠던 사촌은 일찌감치 돈을 벌러 갔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서로 별말없이 그냥 씽긋 한번 웃고 지나쳤다. 희끄므레하고 연약한&amp;nbsp; 내 팔에는 무거운 책가방이 매달려 있고, 단단해 보이는 그의 손에서는 작은 도시락 가방이 달랑달랑 춤을 추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도 검게 그을린 팔뚝에 작은 반창고가 하얗게 붙어있었다. &lt;/P&gt;
&lt;P&gt;&amp;nbsp; 대학생 시절, 책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그를 만났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나와는 달리, 그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건장한 체구에 여유있는 웃음까지 지었다. 마치 나보다 몇살이나 더 먹은 어른처럼 보였다. 어디가서 술이라도 한잔 하자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는 비싼 안주와 술을 스스럼없이 주문하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거리에서 만날 때면 으례 그런 미소를 띠었던 게 생각났다. 그는 장농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술값 계산을 하려고 꺼낸 지갑 안에는 빳빳한 지폐가 가득 들어있었다. 돈을 세는 그의 손은 나무 껍질처럼 투박하고 거칠었다. 손등에 희미한 상처 자국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몇장의 지폐를 계산대 위에 던지듯이 꺼내놓고 돌아섰다.&amp;nbsp;&amp;nbsp;&amp;nbsp; &lt;/P&gt;
&lt;P&gt;&amp;nbsp; 두어 해 전에 그의 소식을 들었다. 그는 가구 공장을 차려 그럭저럭 돈도 벌고 결혼도 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밤낮으로 일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 자세한 사연은 모르겠으나 아내와 이혼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장도 문을 닫고 말았다. 게다가 건강까지 나빠져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에게 남은 건 온통 가시에 찔려 피멍이 든 몸뚱이 뿐이었다. 쓸쓸히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amp;nbsp; 다른 아이들은 갖지 못한 탱자를 그는 잘도 땄고, 그런 그가 속으로는 부러웠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그가 향기에 취해 오랜 세월 거두어들인 탱자들이 땅으로 주르르 쏟아져내렸다. 짓밟혀 터져버린 껍질 사이로 속살이 드러났다. 달콤하지도, 향기롭지도 않았다. 그의 기대와 다르게 속이 쉬어버렸는지 시큼한 냄새만이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lt;/P&gt;
&lt;P&gt;&amp;nbsp; 먹지 못하는데도 날카로운 가시가 왜 그렇게 보물처럼 감싸고 있을까? 멀리까지 풍겨오는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세상은 가시로 뒤덮힌 숲이다. 돈, 명예, 권력 등등 우리가 원하는 건 가시덤불 속에 숨어있다. 가시에 찔리지 않고는 절대 손에 쥘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세월도 나만의 탱자를 따기 위해서 보냈을 거다. 손 안에 들어있는 탱자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알 수는 없으리라. 내일이면 새로운 탱자가 열리고, 다른 탱자를 딸 시간이 아직 내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 가지고 있는 탱자는 주운 것도 아니고 얻은 것도 아니라 손수 가시를 헤치고 찔리는 고통을 참으며 땄으니 귀하고 소중하다. 가을이 내게 안겨준 탱자에서 달콤하고도 쓴 인생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흐릿한 기억 너머로 한 아이가 탱자나무 울타리에 매달려 손을 뻗는다. 가녀린 팔에 긁힌 자국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lt;BR&gt;&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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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반가운 전화와 매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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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author>
	    <updated>2008-07-24T08:55:12Z</updated>
	    <published>2008-07-24T08:55:12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반가운 전화와 매미 &lt;/P&gt;
&lt;P&gt;&lt;BR&gt;장마라고 하는데 비는 오지 않고 연일 푹푹 무더위만 찐다. 등줄기로 굵은 땀방울이 장맛비를 대신해 쏟아져 내린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와 입 안에 하나씩 넣고 우드득 우드득 깨물어보아도 그때뿐 이내 후텁지근한 열기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다. &lt;/P&gt;
&lt;P&gt;책상 위에 놓아둔 핸드폰 벨소리가 짜증스럽게 울린다. 도심의 곳곳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 같다. 거리에서 밤낮, 계절 구분도 없이 울어대는 핸드폰이 때로는 반가움 보다는 소음을 발생시키는 해충이 되기도 한다. &lt;/P&gt;
&lt;P&gt;거의 20 여년 만에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그의 목소리. 내 이름을 부르는 낯선 말투와 음성. 대학 동창이다. 내가 군에 가기 전, 3년 동안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던 같은 과 친구였다. 그렇다고 동향이나 고교 동창처럼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저 보통의 과 친구처럼 지냈었다. 내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해온 걸까? 어떻게 지내느냐, 아이는 몇이냐, 무슨 일 하느냐...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일상에 대해 서로 안부를 묻는다. &lt;/P&gt;
&lt;P&gt;사자머리, 약간은 비만했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경기도 A시에 살았던 게 생각난다. 학교 다닐 때 구내식당에서 함께 라면을 사먹기도 했고, 언젠가 미팅 자리에도 같이 나간 적이 있었다. 그저 그런 정도의 친구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과거의 기억 속으로 수없이 사라진 이름 중의 하나였다. &lt;/P&gt;
&lt;P&gt;하지만, 뜻밖의 전화 연락을 해온 그가 반갑고 기분이 괜시리 그때로 돌아가는 것처럼 기쁜 것 만은 아니다. 옛날 이야기 하며 웃다가 자기 아들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이번에 모 지역신문사에 수습사원으로 들어갔는데, 정식사원으로 승급하려면 그 지방경제지를 100부 구독을 해야 한다고, 자기도 받아보는데 참 괜찮더라고, 한 달에 얼마인데 하면서 자식 때문에 속이 상한다며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갑자기 상쾌하고 즐거웠던 머리가 뜨거워진다. 반가운 친구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수화기 너머에서 맴맴거리는 매미소리만 들려온다. &lt;/P&gt;
&lt;P&gt;그랬구나. 얼마전, 대학동문록을 받았다. 거기에는 나의 신상정보가 적혀져 있다. 전화번호, 주소 등등. 이 친구가 어떻게 내 핸드폰 번호를 알았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스무 해 만에 걸려온 전화가 반가움 보다 무더위로 다가온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들리지 않던 매미 울음소리가 다시 창 너머로 들려온다. 어쩌면 계속 울어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반갑게 들려온 옛 친구의 목소리에 묻혀 미처 들리지 않았을 뿐. &lt;/P&gt;
&lt;P&gt;당황스러워 어물쩡거리는 내 반응에 친구는 다음에 또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20년 전으로 사라진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가슴이 텅 비어버리는 기분이다. 창 밖에서는 매미가 더욱 짜증스럽게 울어댄다. &lt;/P&gt;
&lt;P&gt;잠깐 사이에 한 줄기 소나기가 지나간 걸까? 시원했던 비가 그치고 그 보다 더 습한 무더위가 온 몸을 감싸고 돈다. 차라리 날이 시원한 가을에 연락을 해왔더라면, 다음 번 통화에서 아들 이야기를 했더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살다보면 체면이고 염치고 가릴 처지가 아닐 경우도 많겠지. 어쩌면 나도 그런 전화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어색해하며 전화를 끊은 그에게 괜시리 미안해진다. 좀 더 차분하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내 전화번호를 그리 쉽사리 누르지도 않았을 텐데. &lt;/P&gt;
&lt;P&gt;염천을 달구는 매미 울음소리가 머릿속을 헤집어놓는다. 덥다. 땀에 젖은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시원하게 찬물이나 한 바가지 끼얹어야 겠다. &lt;BR&gt;&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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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수필 모임을 다녀와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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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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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8-06-14T11:58:54Z</updated>
	    <published>2008-06-14T11:58:54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amp;nbsp;&lt;/P&gt;
&lt;P&gt;마당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손님 시중을 드는 아주머니의 바쁜 발걸음이 분주하다. &lt;/P&gt;
&lt;P&gt;오래된 주택가 골목길 안에 자리한 한옥 식당인데 손칼국수가 맛있다고 소문나 있어 낮이나 밤이나 손님들로 북적이는 집이다. 점심 시간에 오면 한 두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겨우 칼국수 한 그릇 사먹을 수 있다고 한다. &lt;/P&gt;
&lt;P&gt;내가 네 번째로 도착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 수필대학 동기생들의 자리다.&lt;/P&gt;
&lt;P&gt;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서로 손을 잡고 웃음을 나누었다. 각자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수필이라는 한 가지 공통된 화제로 인연을 맺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만남을 이어가는 이들은 차츰 정리가 되더니 요즘은 예닐곱 정도 모임에 참석한다. &lt;/P&gt;
&lt;P&gt;전직 교수님도 계시고, 사업가, 공인중개업, 가정주부, 공무원... 직업도 다양하다. &lt;/P&gt;
&lt;P&gt;비빔밥과 칼국수 그리고 파전에 동동주 한 잔씩...&amp;nbsp; 시원하고 담백한 시간이다. &lt;/P&gt;
&lt;P&gt;합평작으로 나온 '코뚜레'를 읽고 나름대로 비평과 조언을 하고... 아버지와 자기와 딸에 관한 이야기다. 시골에서 자란 작가의 경험담. 지난 번에도 소에 관한 이야기를 썼는데 이것이 2탄이라고... 소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흥미있는 이야기다. 특히 요즘같이 소 때문에 온 국민이 거리로 나서서 촛불에 의지를 밝히는 시국... 한때는 우리 농촌의 가장 큰 재산이었던 소, 자식 교육의 밑거름이 되어 장으로 팔려가던 소의 커다란 눈망울에 맺힌 눈물. 아버지가 사온 송아지의 연약한 코에 코뚜레를 끼우는 장면. 더는 날뛰지 못하고 주인의 손에 이끌려 움직여야 하는 소의 운명. 나이가 들어서야, 말 안 듣는 딸을 보며 그제야 깨달았던 아버지의 심정.&amp;nbsp;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lt;/P&gt;
&lt;P&gt;지금 우리 정부는 미국에게 얼굴을 내밀어 내 코에 코뚜레를 끼워달라고 하는 형국이다. 그 대가로 외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외양간과 살이 피둥피둥 찌게하는 사료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보다.&amp;nbsp;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코뚜레를 자진해서 끼우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될 일이다. &lt;/P&gt;
&lt;P&gt;날이 더워서인지, 세 잔 마신 동동주의 알콜 때문인지 밖으로 나와서도 땀이 난다. 다음달 모임은 팔공산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하기로 했다. &lt;/P&gt;
&lt;P&gt;사람을 만나 이야기한다는 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의 세계를 통해 우리는 먼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비싼 비행기 값 들이지 않고 가는 여행. 그렇게 생각해보면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나라를 만날 수 있는가.&amp;nbsp; &lt;/P&gt;
&lt;P&gt;사람은 사람에게서 배운다는 말을 실감해본다. &lt;BR&gt;&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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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리본을 두른 숯</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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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산지니</name>
	    </author>
	    <updated>2008-06-13T03:10:46Z</updated>
	    <published>2008-06-13T03:10:46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P&gt;&lt;BR&gt;&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리본을 두른 숯 /탁노균&amp;nbsp; &lt;/P&gt;
&lt;P&gt;&amp;nbsp; 거실 한 구석에 시커멓고 커다란 숯덩이 하나가 놓였다. 아내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참숯이다. 내 종아리 만큼이나 굵고 길다. 더구나 윗부분에는 분홍 색 리본까지 두르고 있다. 세상에! 손 끝만 스쳐도 금세까맣게 검정이 묻어날까 싶어 손가락이 오므라들 정도다. 숯이 돼지갈비 굽는 식당에서나 쓰이는 줄 알았더니, 어떻게 우리 집 거실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가. 아내는 숯에서 자꾸만 멀찌기 떨어지려는 내게 설명했다. 숯은 집 안의 습기를 제거하고, 나쁜 냄새를 없애준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혹여 옷에 검정이 묻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지만 무조건 조심하란다. 딸도 옆에서 함께 거드는 바람에 입만 쩝쩝 다셨다. &lt;/P&gt;
&lt;P&gt;&amp;nbsp; 숯은 단단한 참나무로 만들어진다. 공기를 차단한 숯가마에서 가열되어 가볍고 연소가 잘 되는 연료가 된다. 불에 타기는 탔으되 마지막 불꽃을 피울 여분을 남겨두었다. 대부분 갈비나 바베큐를 구울 때 숯불을 피운다. 벌겋게 타오르는 숯덩이를 마주하고 있으면 미처 불사르지 못한 생에 대한 미련을 남김없이 태우는 거 같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본 적도 있었다. 숯에서 일렁이는 불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느껴졌다.&amp;nbsp;&amp;nbsp; &lt;/P&gt;
&lt;P&gt;&amp;nbsp; 사람이 살아가다가 원하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때 고민을 하고 속을 끓이다보면 숯덩이처럼 새카맣게 탄다고 말한다. 그렇게 가슴 속에 쌓인 숯덩이가 많아지면 몸도 정신도 바싹 말라 작은 불씨에도 금방 불이 붙어버리게 된다. 숯에 옮겨붙은 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신을 소멸시키고 만다.&lt;/P&gt;
&lt;P&gt;&amp;nbsp; 그는 스스로 불태우고 말았다. 숯덩이처럼 까맣게 가슴을 태우다가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바싹 마른 몸에 불을 붙여버린 것이다. 그는 짙은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숯처럼 검은 빛만 눈에 가득 들어와 차라리 자신을 불태워 불을 밝히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자기를 따라다니던 어둠을 저주하면서 말이다. &lt;/P&gt;
&lt;P&gt;&amp;nbsp; 그를 처음 만난 곳은 볼링장이었다. 같은 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갑장인 우리는 쉽게 친해졌다. 아직 미혼인 그는 팔순 노모의 걱정거리였다. 마흔 중반이 넘도록 그는 짝을찾지 못하고 있었다. 클럽 총무를 맡아 궂은 일, 힘든 일 마다 않고 나서서 해치웠다.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회원 간의 축축해진 습기를 몰아내기도 했고, 오래된 조직에서 역겨운 냄새가 풍겨나올 때면 분위기를 바꾸어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클럽에서 그는 공기정화기 같은 존재였다. 볼링을 치고나면 우리는 자주 술을 마셨다. 숯불에 달궈진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고기와 함께 쓴 수주를 마시고는 인상을 잔뜩 구기면서도 웃었다. 그 웃음 속에 말 못할 속사정이 까맣게 탄 숯덩이가 되어 쌓여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알았다 한들 나로서는 어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을 거다. 단지 어떻게든 장가를 보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만이 술안주처럼 오르내릴 뿐이었지만 그마저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lt;/P&gt;
&lt;P&gt;&amp;nbsp; 올봄에 손목을 다치는 바람에 한동안 볼링을 치러 나가지 못했다. 간간히 그가 위로전화를 해왔다. 하루 빨리 나아 같이 볼링을 쳤으면 좋겠다는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요즘 그가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말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바 있어 그렇거니 했다. 어버이 날이 지난 새벽녘에 그는 세상에 수분을 다 빼았겨 숯덩이처럼 바싹 말라버린 자신의 몸을 불태워 끝내 하얀 재가 되어버렸다. 장례식장에서 넋나간 얼굴로 앉아있는 노모의 가슴에 그는 또 하나의 불타는 숯덩이를 올려놓고 야속하게 떠났다.&lt;/P&gt;
&lt;P&gt;&amp;nbsp; 거실에 숯을 갖다놓은 지 며칠이 지났지만 나는 공기가 깨끗해졌는지, 악취가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잔뜩 의문스러운 얼굴로 숯을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대었다. 표면은 까칠까칠하게 여전히 건조한 느낌이었다. 습기를 잡아먹기는 먹는 건지 겉으로 보아서는 모를 일이었다. 검은 색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빛도 흡수하고, 어둠도 끌어안는다. 검게 탄 숯은 삶과 죽음을 다 포용하고 있는 듯 하다. 불 탄 숯은 숨을 쉬고 있는데 죽은 걸까 아니면 살아있는 걸까? 머리에 매어져있는 리본이 그가 늘 쓰고다니던 모자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냄새를 없애준다는 숯에서 냄새가 났다. 그것은 참나무 탄내가 아니었다. 아직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그의 향기였다.&lt;BR&gt;&amp;nbsp;&lt;BR&gt;&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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