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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④] 중랑천의 노랫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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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1&gt;&lt;A href=&quot;http://www.vop.co.kr/2004/11/27/A00000015947.html&quot; target=&quot;_blank&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④] 중랑천의 노랫소리&lt;/FONT&gt;&lt;/U&gt;&lt;/A&gt;&lt;/H1&gt;
&lt;H2&gt;&lt;U&gt;&lt;FONT color=#0000ff&gt;&lt;/FONT&gt;&lt;/U&gt;&lt;/H2&gt;
&lt;DIV id=writer&gt;&lt;SPAN id=writer_name&gt;민중의소리 기자&lt;/SPAN&gt; &lt;SPAN id=writer_email&gt;vop@estoneme.kr&lt;/SPAN&gt; &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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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gt;&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①] 선배와의 만남 &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②]기묘한 풍경 &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③] ‘독수리 5형제’와의 인연&lt;BR&gt;&lt;FONT color=#cd853f&gt;[제종철평전 5장 - ④] 중랑천의 노랫소리 &lt;/FONT&gt;&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⑤]직업혁명가의 길 &lt;/B&gt;&lt;/DIV&gt;&lt;/DIV&gt;&lt;BR&gt;&lt;BR&gt;&lt;BR&gt;
&lt;DIV style=&quot;WIDTH: 254px&quot; class=&quot;news_photo news_align_left&quot;&gt;&lt;IMG alt=&quot;[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④]  중랑천의 노랫소리&quot; src=&quot;http://archivesb.vop.co.kr/images/2004-11/15947jebokab_book2.jpg&quot; width=250 longDesc=&quot;△제종철평전-[어느 혁명가의 초상]&quot; height=368&gt; 
&lt;P style=&quot;WIDTH: 234px&quot;&gt;△제종철평전-[어느 혁명가의 초상]&lt;SPAN class=photo_copyright&gt;ⓒ 민중의소리&lt;/SPAN&gt;&lt;/P&gt;&lt;/DIV&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FONT color=#0000ff&gt;중랑천의 노랫소리&lt;/FONT&gt;&lt;BR&gt;&lt;BR&gt;한참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어둠속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제종철이었다.&lt;BR&gt;그는 한 손을 번쩍 들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한 손을 들고 살짝 웃으며 인사하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것이었다. 그는 늘 지니고 다니던 서류가방을 둘러메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제종철의 모습은 전혀 변한 데가 없었다.&lt;BR&gt;늘 그랬다. 제종철은 한결같았다. 그의 옷도, 가방도, 구두도 값 나가거나 비싼 것은 없었다. 수년간 영업사원으로 근무했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학생운동할 때나 회사 다닐 때나 똑같았다. &lt;BR&gt;&lt;BR&gt;&lt;BR&gt;이제 여섯이 되었다. 여섯 사람은 빙 둘러앉아 서로의 눈빛을 확인했다. 모두 찬란히 빛나는 것 같았다. 차는 많이 줄어 이제 제법 속도를 내며 달렸다. 가로등 불빛이 있어 그들을 밝게 비추었다. &lt;BR&gt;“야, 근데 여기는 누가 잡았냐?” &lt;BR&gt;제종철의 첫 물음이었다. &lt;BR&gt;“예? 전데요?” &lt;BR&gt;태수가 답했다. &lt;BR&gt;“왜 하필 여기로 잡았어? 여긴 아무것도 없잖아.” &lt;BR&gt;“그냥 여기가 의정부를 가로지르는 하천이고 우리가 의정부에 왔으니 신고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lt;BR&gt;“하하하.” &lt;BR&gt;박장대소. 그는 항상 웃을 때 손뼉을 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 웃음을 가리켜 박장대소라 하던가? &lt;BR&gt;“주변을 봐. 우리 밖에 없잖아. 여기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이야.” 계속 웃으며 제종철이 말했다. &lt;BR&gt;“아무리 지역 사정에 어둡다고 해도 여기로 결의대회 장소를 잡은 건 좀 심했다.”&lt;BR&gt;“우하하. 맞아요. 저희도 여기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아무도 없고. 냄새도 나는 것 같고. 그래도 저희는 여기가 제일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거든요. 서울로 따지면 한강 고수부지 같은 데잖아요.” &lt;BR&gt;“하하, 고수부지....... 그건 맞지. 그러나 의정부가 서울이 아니듯 여기도 한강이 아니다.” &lt;BR&gt;&lt;BR&gt;&lt;BR&gt;제종철은 그 자리에서 다섯 동지들이 지역 사정에 어둡다는 점을 간파해냈다. 실상 물이 흐르는 하천이면 다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이었다. &lt;BR&gt;“지금 무슨 얘기하던 참이었나?” &lt;BR&gt;주거니 받거니 몇 순배 돌아간 다음 제종철이 물었다.&lt;BR&gt;“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어요.”&lt;BR&gt;박태주가 말했다. &lt;BR&gt;“그래 무엇을 하기로 했어?” &lt;BR&gt;“일단 직장 생활을 계속하면서 자체 준비를 다그쳐 나가야 할 것 같구요. 그리고 생활도 좀더 잘 꾸려야 겠고....... 그리고 어떤 단체를 만들까 각자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lt;BR&gt;&lt;BR&gt;&lt;BR&gt;제종철은 순간 상념에 잠겼다. &lt;BR&gt;‘이들은 학생운동을 짧게는 7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한 일꾼들이다. 하지만 지역운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혁명에 복무하고 싶은 열정은 높이 살만 하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lt;BR&gt;“형님, 무슨 생각하세요.”&lt;BR&gt;“어, 그래. 내 생각에 지금 무엇을 벌이기는 좀 이른 것 같다.”&lt;BR&gt;잠시 침묵한 뒤 제종철은 힘주어 말했다.&lt;BR&gt;“우선 첫째 할 일은, 의정부를 잘 알아야 할 것 같다. 준비없는 투쟁은 실패하기 마련이니까.”&lt;BR&gt;‘의정부를 잘 알아야 한다!’ 제종철의 이 한마디는 향후 의정부 운동에서 철저히 지켜진 제일원칙과도 같은 것이었다. &lt;BR&gt;&lt;BR&gt;제종철은 박태주를 곁눈질하며 말을 이어갔다.&lt;BR&gt;“조선의 혁명가는 조선을 잘 알아야 한다고 했지. 의정부 지역운동을 하려면 의정부를 잘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의정부에 뿌리내리고 평생운동을 결의하는 마당에 의정부를 잘 아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의정부의 실정을 장악해야 무얼 할지 계획도 나오고 방법도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태주 생각은 어떠냐?” &lt;BR&gt;제종철이 박태주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독수리 5형제’의 리더격인 박태주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의 배려였다. &lt;BR&gt;&lt;BR&gt;&lt;BR&gt;“예,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 우리는 의정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럼 무엇을 알아야겠습니까?” &lt;BR&gt;박태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종철은 힘주어 말했다.&lt;BR&gt;“의정부의 모든 것. 의정부의 유래, 역사, 그리고 의정부의 자랑거리까지. 지역운동 현황과 이 고장 사람들의 특성도 중요하지. 그리고 이 지역은 미군기지로 인해 고통받는 곳인 만큼 미군기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야 되겠지. 참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단순히 의정부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의 큰 포부는 동두천, 포천까지 포괄하는 경기북부 전체를 껴안아야 할 것이다.” &lt;BR&gt;&lt;BR&gt;&lt;BR&gt;함께 있던 다섯 명은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어둠속에 헤메다 빛을 발견한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당장 일을 벌이자고 생각했던 자신들이 부끄러웠다. 준비가 너무 없었다는 반성이 일었다. &lt;BR&gt;“좋습니다. 당장 하겠습니다.” &lt;BR&gt;자연스럽게 결의가 모아졌다. &lt;BR&gt;“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출발하는 것 같구나. 참, 나를 여기에 끼워주겠니? 그것부터 물었어야 되는데. 태주야, 어때?” &lt;BR&gt;박태주는 자신을 깍듯하게 대우해 주는 제종철에게 오히려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lt;BR&gt;“당연히 환영입니다.”&lt;BR&gt;“자, 그럼 우리 같이 건배할까? 나를 환영해 줘서 고맙고, 앞으로 지역운동의 승리를 위해 끝까지 함께 가자는 뜻으로!”&lt;BR&gt;“위하여!”&lt;BR&gt;“위하여!” &lt;BR&gt;&lt;BR&gt;&lt;BR&gt;그날 밤 중랑천에 드리운 하늘은 별을 가득 안고 빛났다. 별빛을 머금은 냇물은 유난히 반짝이며 흘렀다. 이들은 밤이 이슥하도록 함께 어울리며 결의를 다졌다. 비록 서로 가깝게 만난 지 불과 몇 시간이지만 이미 오랜 벗과 같이 친숙했으며,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심정이었다. 사람의 한생에서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하지만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만남의 순간이 몇이나 되겠는가? 비록 수려한 경관과 아름다운 선율은 없어도 더럽혀진 강물은 살아있는 의정부의 아픔이었고, 흐드러진 잡초와 들꽃은 고난에 찬 민중의 삶과도 같았으니 그 날의 맹세는 한 순간도 잊을 수 없는 감격으로 ‘독수리 5형제’의 뇌리에 새겨졌다.&lt;BR&gt;&lt;BR&gt;&lt;BR&gt;제종철은 자신도 어느 새 눈굽이가 축축해 오는 것을 느꼈다. &lt;BR&gt;‘이제 시작이구나. 의정부야! 미군아! 제종철이 왔다. 인생의 구비를 돌고 돌아 내가 왔다. 그날의 맹세, 그날의 약속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구나. 여기 이렇게 훌륭한 동지들과 함께 있으니 벌써 내 꿈이 다 이뤄진 것 같구나!’&lt;BR&gt;제종철과 다섯 동지는 어깨를 걸고 노래를 불렀다. 취기도 올랐지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만감은 열혈 청년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lt;BR&gt;&lt;BR&gt;&lt;BR&gt;“우리는 대지에 솟는 불이요.......” &lt;BR&gt;중랑천 변에 〈혁명가〉가 울려 퍼졌다.&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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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어느 혁명가의 초상'(민중의소리 출판사)이 다음 주부터 판매됩니다. [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는 [yes24]에서 구입신청하시면 됩니다.(www.yes24.com) 서점에 가시기 전 [교보문고]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lt;/DIV&gt;&lt;/DIV&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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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⑤] 직업혁명가의 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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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10:02:29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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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1&gt;&lt;A href=&quot;http://www.vop.co.kr/2004/11/27/A00000015948.html&quot; target=&quot;_blank&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⑤] 직업혁명가의 길&lt;/FONT&gt;&lt;/U&gt;&lt;/A&gt;&lt;/H1&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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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gt;&lt;BR&gt;&lt;FONT color=#cd853f&gt;[제종철평전 5장 - ⑤] 직업혁명가의 길 &lt;/FONT&gt;&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⑥] ‘조사없이 발언없다’&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⑦] 진정한 지도자의 탄생&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⑧] 핵심제일주의&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⑨] 첫출발 &lt;/B&gt;&lt;BR&gt;&lt;/DIV&gt;&lt;/DIV&gt;&lt;BR&gt;&lt;BR&gt;&lt;BR&gt;
&lt;DIV style=&quot;WIDTH: 254px&quot; class=&quot;news_photo news_align_left&quot;&gt;&lt;IMG alt=&quot;[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⑤] 직업혁명가의 길&quot; src=&quot;http://archivesb.vop.co.kr/images/2004-11/15948jebokab_book2.jpg&quot; width=250 longDesc=&quot;△제종철평전-[어느혁명가의 초상]&quot; height=368&gt; 
&lt;P style=&quot;WIDTH: 234px&quot;&gt;△제종철평전-[어느혁명가의 초상]&lt;SPAN class=photo_copyright&gt;ⓒ 민중의소리&lt;/SPAN&gt;&lt;/P&gt;&lt;/DIV&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FONT color=#0000ff&gt;‘직업혁명가의 길&lt;/FONT&gt;&lt;BR&gt;&lt;BR&gt;병역특례로 군생활 대신 방위산업체 근무를 하던 2000년 8월 말, 사장이 제종철을 불렀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한 유명 컴퓨터 회사의 한국 지사로 소프트웨어와 컴퓨터를 취급했다. 제종철은 처음엔 기술직으로 들어갔다가 영업직으로 바뀌어 영업사원으로 뛰고 있었다. &lt;BR&gt;“종철군. 자네가 언제 해제지?”&lt;BR&gt;군대 간 사람은 제대를 하지만, 병역특례병은 소집 해제라 불렀다. 사장의 입에서 해제란 말이 나오는 것을 보니 어느덧 세월이 훌쩍 지났던 것이다. &lt;BR&gt;&lt;BR&gt;&lt;BR&gt;“예, 이제 한 보름 남았습니다.”&lt;BR&gt;“얼마 안 남았군. 그래서 내가 제안 하나 하려고 한다. 지금 받는 월급을 두 배로 올려 주고, 자네가 딴 영업실적에 따로 커미션을 줄 테니 그냥 남게. 내가 너무 아쉬워서 그러는 거야.”&lt;BR&gt;&lt;BR&gt;&lt;BR&gt;파격적 제안이었다. 지금 받는 월급의 두 배에 실적별로 커미션을 준다면 대단한 금액이 될 듯했다. 병역의 의무를 대신해 산업체에 근무할 경우 보통은 시간때우기가 많았다. 회사도 싼 맛에 쓰는 거지 큰 기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제종철은 달랐다. 정규 직원들을 제치고 언제나 영업왕은 그의 차지였다. 영업에 목을 걸던 회사 입장에서 보면 제종철은 놓치고 싶지 않은 인재인 셈이었다. 원래 그의 직책은 연구직이었다. 하지만 회사에 요청해서 영업직으로 전환했다. 규정상 안 되었지만 활동을 하려면 영업직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병역 특례 기간에도 항상 머릿속에는 혁명만을 생각했고, 혁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했던 것이다.&lt;BR&gt;&lt;BR&gt;&lt;BR&gt;그 무렵 제종철은 이미 지역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영업에서도 뒷자리로 밀려 본 적이 없었다. 회사에선 그저 영업을 잘 하는 사원이라고 알았지만 제종철에겐 남모를 고충이 많았다. 남들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시간을 아껴 학습과 연구를 해야 했고, 총선 때는 지역운동의 정형을 배우기 위해 직접 실천의 장에 뛰어들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는 천성적으로 게으른 걸 제일의 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탓이기도 했고, 방황을 마치고 혁명의 길에 뛰어든 다음부터는 촌각을 아껴 혁명에 바치는 것이 습성화 되었기 때문이었다. &lt;BR&gt;&lt;BR&gt;&lt;BR&gt;그는 애초부터 군문제 해결만을 목적으로 일하지 않았다. 영업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영업 비결에는 사상이 숨어 있었다. 언젠가 후배들이 그에게 물었다.&lt;BR&gt;“형님, 어떻게 그렇게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영업도 잘 합니까? 무슨 수를 부리는 것 아니에요?”&lt;BR&gt;제종철은 웃으며 말했다.&lt;BR&gt;“우리에겐 사상이 있잖아, 항상 사람을 중심에 놓는 사상이....... 영업도 사람을 중심에 놓으면 성공하게 되어 있다. 나는 영업하면서도 사상 수양을 한 셈이다.”&lt;BR&gt;그랬다. 그의 영업방식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인심’을 얻는 것이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결코 소홀히 하는 법이 없었고, 늘 정성을 다했다. 물건보다는 믿음과 인간적 관계를 앞세웠다. 가장 자본주의적이라는 ‘영업’에서도 그는 언제나 돈보다는 사람, 눈앞의 이익보다는 사람 관계를 우선했다.&lt;BR&gt;&lt;BR&gt;&lt;BR&gt;그가 판 제품이 문제가 생기면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달려가 책임을 졌고 이상이 있나 없나 늘 챙겨 주었다. 심지어는 그와 상관없는 제품도 자기 발품을 팔아서 가장 싼 가격으로 구해 주는 일도 다반사였다. 고객들에겐 그는 단순한 영업 사원이 아니라 친구였고 동반자였다. 사람을 얻고 믿음을 얻는 과정을 몸소 실천하면서 그는 자기가 신념으로 간직했던 ‘사람을 중심에 놓는’ 사상을 몸으로 체득했다.&lt;BR&gt;&lt;BR&gt;&lt;BR&gt;회사 직원들도 그를 좋아했다. 그것도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사장의 결심을 굳게 해준 원인 중에 하나였다. 그는 항상 웃으며 일했고, 다른 직원들에게 활력을 주는 데 열성을 아끼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그가 분위기 메이커였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모든 직원들이 그를 좋아했고, 그가 있음으로 해서 회사 분위기도 좋았다. 훗날 회사를 그만둔 지 오래된 제종철의 빈소에 회사 동료들이 대거 몰려온 것은 그의 회사 생활이 어떠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lt;BR&gt;&lt;BR&gt;&lt;BR&gt;제종철은 영업직이라는 환경을 자기 과업을 수행하는 데도 적극 활용했다. 그는 의정부에서 사업하기로 방향을 정한 다음부터는 영업 전략을 새롭게 짰다. 주요 영업 지역을 경기북부지역으로 정한 것이다. 그가 파는 물건은 일반 가정용이 아니라 학교나 기업에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지역운동의 기반이 될 사람을 영업 과정에서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실천했다. 포천에 있는 대진대는 그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그는 대진대 모든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안면을 트고 관계를 만들었고, 그 중에서 향후 지역운동을 본격화 할 때 든든한 후견인이 될 수 있는 품격과 덕망을 갖춘 사람을 찾았다. 그의 이런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어 나중에 대진대의 한 교수는 「청년문화학교」를 할 때 교장을 맡아주었고, 다른 교수는 여중생 경기북부대책위 활동에 자문역할을 해주기도 했다.&lt;BR&gt;&lt;BR&gt;&lt;BR&gt;“호의는 감사합니다만, 저는 할 일이 있습니다.” &lt;BR&gt;제종철은 사장의 파격적인 제의를 한마디로 사양했다. 표현은 정중했지만 어조는 단호했다. 그에겐 달리 판단할 여지가 없었다. 제종철은 이미 의정부에서 펼칠 새 형의 지역운동에 대한 구상과 포부로 마음이 한창 고무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좋은 조건에 안정된 직장은 남들에겐 유혹일 수 있지만 혁명의 길을 평생의 직업으로 택한 그에겐 사치에 불과했다. 더구나 병역특례를 통한 군문제 해결의 선례를 남긴 그가 조건이 좋다고 직장에 계속 머물러 지낸다면 인생의 길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삶은 자기만의 것이 아니었다. 제종철은 그런 점까지 고려했다. &lt;BR&gt;&lt;BR&gt;&lt;BR&gt;레닌은 일찍이 혁명가의 자격을 ‘혁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제종철은 자신의 정체성을 직업혁명가로 생각하고 거기 맞게 생활을 꾸리고자 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열성을 바쳐 일하듯 혁명가가 자신이 맡은 초소에서 모든 것을 쏟아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lt;BR&gt;&lt;BR&gt;&lt;BR&gt;직업을 돈과 결부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이는 돈 벌지 않고 혁명하는 것을 마치 누구를 위해 희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종철은 돈을 벌어도 혁명을 위해 벌었다. 혁명은 그에게 유일한 천직이고 보람이었다. 자신에게 임무가 주어지면 그것이 곧 생업이고 직장이요, 매일 매일의 투쟁이 그에게는 곧 일감이었다. 그것은 조직의 요구이기도 했다.&lt;BR&gt;자기가 맡은 일에서 제종철은 매사에 정성을 쏟아 완벽을 추구했다. 한 치의 오차도 그에겐 커다란 과오였다. 그는 일종의 ‘프로’였다. 운동의 뒤꽁무니를 터벅터벅 쫓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혁명을 위해, 혁명을 잘 하기 위해 주동적으로 삶을 영위하고 모든 것을 쏟는 진정한 ‘직업혁명가’였다.&lt;BR&gt;&lt;BR&gt;&lt;BR&gt;병역특례를 마치고 직장을 정리하려니까 그에겐 생계라는 커다란 짐이 다가왔다. 직업혁명가라고 해서 먹지 않고 사는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 무렵에는 식구가 늘어 갓 태어난 아들 민국이까지 있었다. 아기가 딸리면 생계문제란 것은 안 쓰고 안 입고 버틸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 한층 절박해질 수밖에 없었다.&lt;BR&gt;&lt;BR&gt;&lt;BR&gt;이런 고비에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의정부 지역활동에 전념한다는 것은 결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단이 아니었다.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 스스로 남모르는 몇 날 며칠의 고심과 걱정에 부대꼈을 법도 하지만 제종철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일절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lt;BR&gt;이래저래 생계문제는 해결해야 할 최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부인도 얼마 전부터 은근히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나마 근근히 이어오던 생활이 이제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 것이었다.&lt;BR&gt;&lt;BR&gt;&lt;BR&gt;“여보, 얘기 좀 하자.” &lt;BR&gt;어느 날 제종철이 말을 건넸다. 언젠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이 왔다고 부인은 느꼈다. 부인은 이미 제종철이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의정부로 이사 가자고 했을 때, 의정부에서 새로운 후배들을 자신에게 소개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다. &lt;BR&gt;“이제 나는 본격적으로 혁명의 길에 나서야 돼. 지금까지는 준비과정이었고 이제부터는 완전히 달라질 거야.” &lt;BR&gt;그날 제종철은 아내에게 자신의 구상과 포부를 설명하며 의정부 활동에 대해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애썼다. 이미 부인은 남편에 대해 두터운 믿음이 있었고, 남편이 하고자 하는 일과 남편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lt;BR&gt;“당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저도 좋아요. 최선을 다해 도울께요” &lt;BR&gt;&lt;BR&gt;&lt;BR&gt;평소 집에서는 드러눕지도 않을 정도로 절제된 생활을 해왔고, 늘 집안일도 나서서 함께 해온 남편에 대한 믿음은 닥쳐온 시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주었다. &lt;BR&gt;제종철은 자신이 이제 본격적인 혁명운동에 나선다는 것을 몇 번이고 힘주어 말했다. 어쩌면 앞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할 아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앞섰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남자라서 큰일을 하고 여자라서 가정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자면 반드시 가정을 지킬 사람이 필요했다. 혁명과 생계를 한 사람이 모두 책임지기에는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보통 기준으로 보면 맞벌이를 해서라도 빨리 집을 장만하고 안락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생활대책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혁명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그에게는 최소한의 생계만 보장되면 생활대책으로 족했다. &lt;BR&gt;&lt;BR&gt;&lt;BR&gt;“좀 어려워도 웃으며 살자. 우리에겐 돈보다 훨씬 소중한 민국이와 동지들이 있잖아.”&lt;BR&gt;부인에겐 좀 어렵게 들리는 말이었다. 운동의 애환과 고초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동지’란 말이 쉽게 가슴에 다가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부인은 제종철을 만나면서 동지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lt;BR&gt;&lt;BR&gt;&lt;BR&gt;제종철은 늘 ‘동지’를 입에 달고 살았다. 밥 먹을 때도 ‘동지’, 잠자기 전까지도 ‘동지’ 얘기뿐이었다. 그것은 의정부 생활에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거의 5년 동안 비공개 활동을 해오다가 의정부로 오면서 ‘독수리 5형제’와 늘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을 그는 너무나도 좋아했다. 그의 이런 언행을 통해 그의 부인도 점차 ‘동지’에 대해 눈을 떠갔다.&lt;BR&gt;&lt;BR&gt;&lt;BR&gt;다음 날부터 당장 부인은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다. 벌어 놓은 돈도 없는 집안이라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끼니 때울 걱정부터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제종철에게 아내는 평생 동지 그 이상이었다. 혁명을 몰랐던 아내가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해 주고, 그 어려운 생활의 짐을 기꺼이 떠맡아 안을 때 제종철은 자신이 아내가 아닌 동지를 얻었다고 느꼈다.&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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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어느 혁명가의 초상'(민중의소리 출판사)이 다음 주부터 판매됩니다. [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는 [yes24]에서 구입신청하시면 됩니다.(www.yes24.com) 서점에 가시기 전 [교보문고]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lt;/DIV&gt;&lt;/DIV&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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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③] ‘독수리 5형제’와의 인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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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10:01:54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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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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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1&gt;&lt;A href=&quot;http://www.vop.co.kr/2004/11/27/A00000015944.html&quot; target=&quot;_blank&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③] ‘독수리 5형제’와의 인연&lt;/FONT&gt;&lt;/U&gt;&lt;/A&gt;&lt;/H1&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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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id=writer&gt;&lt;SPAN id=writer_name&gt;민중의소리 기자&lt;/SPAN&gt; &lt;SPAN id=writer_email&gt;vop@estoneme.kr&lt;/SPAN&gt; &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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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gt;&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①] 선배와의 만남 &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②]기묘한 풍경 &lt;BR&gt;&lt;FONT color=#cd853f&gt;[제종철평전 5장 - ③] ‘독수리 5형제’와의 인연&lt;/FONT&gt;&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④] 중랑천의 노랫소리 &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⑤]직업혁명가의 길 &lt;/B&gt;&lt;/DIV&gt;&lt;/DIV&gt;&lt;BR&gt;&lt;BR&gt;&lt;BR&gt;
&lt;DIV style=&quot;WIDTH: 254px&quot; class=&quot;news_photo news_align_left&quot;&gt;&lt;IMG alt=&quot;[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③] ‘독수리 5형제’와의 인연&quot; src=&quot;http://archivega.vop.co.kr/images/2004-11/15944jebokab_book2.jpg&quot; width=250 longDesc=&quot;△제종철평전-[어느 혁명가의 초상] ⓒ민중의소리&quot; height=368&gt; 
&lt;P style=&quot;WIDTH: 234px&quot;&gt;△제종철평전-[어느 혁명가의 초상] ⓒ민중의소리&lt;SPAN class=photo_copyright&gt;ⓒ ⓒ민중의소리&lt;/SPAN&gt;&lt;/P&gt;&lt;/DIV&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FONT color=#0000ff&gt;‘독수리 5형제’와의 인연&lt;/FONT&gt;&lt;BR&gt;&lt;BR&gt;“실업자 상담합니다!” &lt;BR&gt;상대원 좁은 골목길에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청년들이 무리지어 걸어가며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명함에는 ‘경기동부실업자대책위원회 위원장 정형주’라고 씌어 있었고, 뒷면에는 실업자 상담 내용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lt;BR&gt;&lt;BR&gt;&lt;BR&gt;98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IMF시대’는 생산의 주역이자 경제 발전의 동력이었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거리로 내몰았다. 국가 부도를 메워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빌려준 IMF는 빌려준 돈을 받아 내기 위해 가혹한 구조조정을 강요했다. 정작 국가부도를 불러온 재벌들은 이리저리 빠져나갔지만 직격탄은 노동자와 서민들이 맞았다.&lt;BR&gt;&lt;BR&gt;&lt;BR&gt;IMF는 정부에게 ‘긴축재정’을 요구했다. 이는 복지 예산의 축소로 저소득층의 붕괴를 가져왔다.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지원받지 못하게 된 저소득층들은 노숙자로 전락했고, 아이들은 끼니를 굶어야 했다. 한편, 은행에게는 ‘고금리’를 강요했다. 은행들은 금리를 높여 자금시장을 압박했다. 은행에 돈을 저금할 수 있는 배부른 자들은 고금리로 막대한 금융소득을 챙겼지만, 돈을 빌려 기업을 유지했던 대기업, 중소기업들은 자금압박에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도산한 기업의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란 미명으로 정리해고제를 합법화한 것이었다.&lt;BR&gt;&lt;BR&gt;&lt;BR&gt;IMF는 어려운 나라에 긴급자금을 장기 저리로 빌려주는 자선단체가 아니었다. 철저하게 투기자본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첨병이었다. 투기자본들은 헐값에 한국기업을 사들이거나, 적은 돈을 투자해서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려 했다. 적은 인원과 투자로 최대 이윤을 뽑아내는 것이 그들의 최종목표였고, IMF는 이들의 요구를 한국에 강요하는 행동대였던 것이다.&lt;BR&gt;&lt;BR&gt;&lt;BR&gt;‘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말이 유연화지 무제한적인 대량해고의 자유를 기업에게 주는 것이었다. 사회 안전망, 즉 해고가 되어도 실직수당이나 각종 사회보험을 통해서 다시 직장을 얻을 때까지 안정적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선진국들과 달리, 사회 안전망이란 용어조차 낯선 한국 땅에서 그들은 노동자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가혹한 기준을 들이민 것이다. 정리해고로 인해 멀쩡한 30대 가장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절망에 빠졌다. 요행히 정리해고를 피해간 사람들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해고의 위협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lt;BR&gt;&lt;BR&gt;&lt;BR&gt;IMF시대는 아비규환의 시대였다. 정작 국가부도를 불러온 무능한 관료, 정치권 그리고 재벌들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가진 자들은 오히려 헐값에 나온 알짜 기업들을 인수하여 더 큰 부자가 되고 있었다. 2000년 한 해만 해도 빈부격차가 전보다 20% 이상 더 커졌다. ‘부자 20’이 ‘가난한 사람 80’보다 더 많은 부(富)를 가졌다고 평가되던 한국사회는 2000년에 들어와 ‘10대 90 사회’로 진입했다.&lt;BR&gt;&lt;BR&gt;&lt;BR&gt;2000년 한국사회에서 ‘중산층’이란 말은 국어사전에나 나오는 공허한 수사로 전락했다. 거리에는 실직자가 넘쳤고, 서울역 등 주요역 주변에는 노숙자 수가 천 명을 넘어섰다. 하루 1백 명이 넘게 자살자가 급증하여 사회기능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더 큰 문제는 실직가정이 급속도로 붕괴되면서 아이들도 덩달아 피해를 보는 것이었다. 취약한 사회보장제도가 홍수에 둑 무너지듯 무너져내렸다. &lt;BR&gt;&lt;BR&gt;&lt;BR&gt;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운동단체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성남을 중심으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을 망라하는 「경기동부실업자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실업자 긴급지원,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급식활동, 일자리 창출 사업 등을 진행해 나갔다. 대책없이 실업자를 양산하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투쟁도 이들의 몫이었다. &lt;BR&gt;&lt;BR&gt;&lt;BR&gt;98년부터 「경기동부실업자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주도적으로 활동해 온 사람이 정형주였다. &lt;BR&gt;정형주는 지난 96년 총선에서 전국연합 후보로 출마, 13%의 득표를 해 기염을 토한 전력이 있었다. 일찍부터 성남에서 학생운동과 청년운동을 하면서 지역의 모든 운동역량을 결집해서 ‘민중의 정치세력화’ 노선을 몸으로 실천한 ‘진짜 386’이었다. 정형주는 실업자대책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의 방과후 급식과 공부를 돕는 「푸른학교」를 세워 주민들의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 이런 지역사업은 자연스럽게 일하는 서민을 대변하는 진보정당 건설사업과 연결되었다. &lt;BR&gt;&lt;BR&gt;&lt;BR&gt;&lt;BR&gt;2000년은 4·19 이래 최초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출범한 해이자 16대 총선이 있던 해였다. &lt;BR&gt;성남에서 정형주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여 중원구의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했다. 실업대책사업을 통해 지역기반을 다졌던 정형주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당선되어 최초로 민중의 힘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하겠다는 결심이었다. 선거전에 임하면서 모든 선거전술은 실업자의 힘을 조직하는 데 모아졌다.&lt;BR&gt;&lt;BR&gt;&lt;BR&gt;IMF를 불러온 한나라당과 IMF를 극복한다는 구실로 빈부격차를 벌려온 민주당 모두 민중의 이익을 실현하는 민중의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민중을 표로 보고, 표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일 뿐 진정 민중을 주인으로 세우려는 정치세력은 아니었다. &lt;BR&gt;실업자들을 조직하고, 지역활동 속에서 만난 주민들을 정치의 주인으로 세우는 정형주 선거운동본부의 전술은 선기시기에 빛을 발했다. 중원구 선거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진보정치의 격전장으로 전국 활동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lt;BR&gt;&lt;BR&gt;&lt;BR&gt;각지에서 선거를 돕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왔다. 당시 학생운동을 마치고 지역운동을 모색하던 박태주, 송진석, 강승찬, 김민수, 한정우 등도 중원구 선거전에 뛰어들어 지역운동의 정형을 배우고 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들이 ‘정형주 선거캠프’에 합류한 것은 그 해 3월이었다.&lt;BR&gt;&lt;BR&gt;&lt;BR&gt;2000년 3월. 아직은 봄이라고 말하기가 무색하게 쌀쌀한 날씨였다. 골목 곳곳에 빙판이 남아 있어 조심스럽게 걷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표정도 희망에 차있었다. 학생운동의 지도부를 맡아 수배와 구속 등 결코 평탄하지 않은 생활을 했던 이들이기에 거리를 활보하며 민중을 만나고 마음껏 선거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 될 수밖에 없었다.&lt;BR&gt;&lt;BR&gt;&lt;BR&gt;이들의 선거운동 방식은 독특했다. 이들은 매일 매일 실업자를 찾아 상대원동 골목에 가두 상담소를 차리고 상담을 통해 대중을 조직하는 것이었다. 아직 민주노동당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라 민주노동당을 그대로 말하면 오히려 지지를 얻어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실업대책 상담을 통해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었다.&lt;BR&gt;&lt;BR&gt;&lt;BR&gt;실업자에겐 실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상담을 해주고, 실직가정 아이들에겐 「푸른학교」를 소개해 주었다. 실업가정이 아닌 일반 주민들이라도 실업자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제안해서 대중운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몇 분간 상담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동부실대위(실업자대책위원회)를 소개하고 정형주 위원장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을 보였다. 이때 좀더 적극적으로 정치사업을 하면 민주노동당 지지까지도 이끌어 낼 수 있었다.&lt;BR&gt;&lt;BR&gt;&lt;BR&gt;아직 인지도가 낮고, 중앙언론으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정치 신인이 대중을 만나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일대일로 접촉하는 방식 외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여 구체적인 지지자가 확보되면 선본으로 즉시 연결이 되어 그 중에 적극 지지자들은 다시 자신의 주변사람을 후보에게 소개해 주는 특별자원봉사자로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lt;BR&gt;&lt;BR&gt;&lt;BR&gt;그날도 상대원 골목에서 좌판을 펴고 실업자 상담을 벌이려고 분주히 준비하던 참이었다. 이미 집집마다 유인물과 안내쪽지를 붙여놓은 상태라 조금만 홍보해도 더 많은 사람들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슴을 부풀게 했다. 그들 앞에 난데없이 한 사람이 나타났다. 제종철이었다. &lt;BR&gt;&lt;BR&gt;&lt;BR&gt;제종철을 알아 본 사람은 박태주였다. &lt;BR&gt;“형, 안녕하세요. 여기 웬일이세요?” &lt;BR&gt;“나도 실천하러 왔지. 아까 선본에 가니깐 여기로 가라고 하던데.”&lt;BR&gt;박태주는 놀랐다. 한참 위의 선배가 이렇게 직접 실천 장소에 나오다니 의외였다. 그날 실천은 제종철과 ‘독수리 5형제’가 함께한 첫 실천이자 그들의 운명을 하나로 맺어준 실천이기도 했다. &lt;BR&gt;&lt;BR&gt;&lt;BR&gt;지나가는 주민을 붙잡고 실업대책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지지자를 찾는 작업은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진심이 우러나야 지지자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선본에서 여러 차례 평가된 바였다. 다섯 명의 청년들은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lt;BR&gt;하지만 그날 처음 온 것 같은데도 제종철은 달랐다. 그야말로 쉴틈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만났다. 다섯 사람도 처음에는 힘들고 잘 되지 않아 쉽게 주저앉았지만 제종철의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그머니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lt;BR&gt;‘저 선배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저렇게 열심이지’ 모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lt;BR&gt;&lt;BR&gt;&lt;BR&gt;어느덧 실천을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lt;BR&gt;실천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제종철은 벌써 여러 명의 지지자와 적극적 지지자를 발굴해 냈다. 그 수는 다섯 명이 한 것보다 많았다. 다섯 명도 평소보다 더 열심히 했지만 제종철을 따라잡지는 못했던 것이다. 함께 마치고 평가를 하려는데 제종철은 무엇엔가 쫓기듯&lt;BR&gt;“미안하다. 나 지금 가봐야 한다”며 훌쩍 가버렸다. &lt;BR&gt;&lt;BR&gt;&lt;BR&gt;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제종철은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열성적으로 실천하고 어느 새 사라지는 것을 반복했지만, 다섯 사람은 여기 대해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가 실천한 성과보다 제종철이 거둔 성과가 훨씬 앞질렀기 때문이었다. &lt;BR&gt;어느 날 주말에 함께 평가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모든 평가의 중심은 제종철의 탁월한 능력에 맞춰졌다. 비결이 뭔가? 무슨 얘기를 하는가? 후배들의 궁금증이 쏟아졌다. &lt;BR&gt;&lt;BR&gt;&lt;BR&gt;조용히 듣고 있던 제종철은 웃으며 한마디 했다.&lt;BR&gt;“나는 결코 너희보다 말을 잘하거나, 사람을 잘 파악하는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성과가 많다면 그 이유는 너희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그것뿐이다.” &lt;BR&gt;그랬다. 같은 시간 실천을 하지만 제종철이 항상 많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조건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이었다. 같은 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10명을 만날 때 제종철은 20명을 만났던 것이다. 제종철은 실천하면서 쉬는 법을 몰랐다. 한 사람에게 말을 걸다 실패하면 바로 다음 사람을 찾아갔다. 실천할 때 걷는 법이 없었다. 오로지 뛰면서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다. &lt;BR&gt;&lt;BR&gt;&lt;BR&gt;다섯 사람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단지 제종철이 언변이 뛰어나서 그럴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그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실천 끝나기 무섭게 사라지는 이유가 회사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점이었다.&lt;BR&gt;제종철은 회사원이었던 것이다. 오전에 자기 영업 분량을 빨리 끝내놓고 성남으로 와서 실천에 참가했던 것이다. 그리고 끝나기 무섭게 다시 회사로 들어갔던 것이다.&lt;BR&gt;&lt;BR&gt;&lt;BR&gt;이런 상황이었음에도 제종철은 항상 웃고 다녔다. 늘 웃는 모습에 편하게 사는가보다고 쉽게 생각했던 후배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병역특례로 회사근무를 하는 처지라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었을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할 일을 기어이 했으며, 그럼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던 그가 놀랍기만 했다. 그들의 기억에는 이런 제종철이 또렷이 각인되었다. &lt;BR&gt;&lt;BR&gt;&lt;BR&gt;총선의 결과는 패배였다. 아직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났다. 21% 득표. 수도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 사이에서 신생정당 후보가 21%를 득표한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반드시 당선될 것이라고 믿었던 ‘독수리 5형제’에게는 커다란 실망이었다.&lt;BR&gt;선거가 끝나고 선거관계자 모두가 모여 평가와 뒷풀이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실망하지 말자!”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우리는 이겼다!”라는 소리도 나왔다. ‘독수리 5형제’와 함께 자리를 한 제종철은 평소와 다름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lt;BR&gt;&lt;BR&gt;&lt;BR&gt;“형,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lt;BR&gt;약간 취기가 오른 강승찬이 푸념 섞어 말했다.&lt;BR&gt;제종철은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힘주어 말했다. &lt;BR&gt;“이번 선거에서 나는 민중의 진출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았다. 실직자로 부끄러워 집안에 꼭꼭 숨어 있던 사람이 직접 나서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평소 가난 때문에 무시당하고 살았던 사람들이 이제 자신이 주인되는 세상이 온다는 말을 굳게 믿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승리를 이미 보았다.”&lt;BR&gt;&lt;BR&gt;&lt;BR&gt;그의 머리속에는 민중의 위대한 진출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제종철은 “가장 고통받는 민중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시에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독수리 5형제’는 미처 알지 못했다.&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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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R&gt;[제종철 평전]이 [어느 혁명가의 초상]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습니다. &lt;BR&gt;조만간 서울에서는 주요서점, 지방은 인터넷 주문의 형식으로 책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서점에 배포되는 대로 광고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lt;BR&gt;&lt;/DIV&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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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②]기묘한 풍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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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고른세상</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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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10:01:18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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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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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1&gt;&lt;A href=&quot;http://www.vop.co.kr/2004/11/27/A00000015943.html&quot; target=&quot;_blank&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②]기묘한 풍경&lt;/FONT&gt;&lt;/U&gt;&lt;/A&gt;&lt;/H1&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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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gt;&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①] 선배와의 만남 &lt;BR&gt;&lt;FONT color=#cd853f&gt;[제종철평전 5장 - ②] 기묘한 풍경 &lt;/FONT&gt;&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③] ‘독수리 5형제’와의 인연&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④] 중랑천의 노랫소리 &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⑤] 직업혁명가의 길&lt;/B&gt; &lt;/DIV&gt;&lt;/DIV&gt;&lt;BR&gt;&lt;BR&gt;&lt;BR&gt;
&lt;DIV style=&quot;WIDTH: 254px&quot; class=&quot;news_photo news_align_left&quot;&gt;&lt;IMG alt=&quot;[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②]기묘한 풍경&quot; src=&quot;http://archivedr.vop.co.kr/images/2004-11/15943jebokab_book2.jpg&quot; width=250 longDesc=&quot;△제종철 평전-[어느 혁명가의 초상]표지 ⓒ민중의 소리&quot; height=368&gt; 
&lt;P style=&quot;WIDTH: 234px&quot;&gt;△제종철 평전-[어느 혁명가의 초상]표지 ⓒ민중의 소리&lt;SPAN class=photo_copyright&gt;ⓒ ⓒ민중의 소리&lt;/SPAN&gt;&lt;/P&gt;&lt;/DIV&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FONT color=#0000ff&gt;기묘한 풍경&lt;/FONT&gt;&lt;BR&gt;일찍 찾아 온 더위가 아스팔트를 달구고 있었다. 중랑천을 끼고 난 도로 위에 정체로 멈춘 차 안 사람들의 표정은 비라도 한판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어려 있었다. &lt;BR&gt;숨막힐 듯 올라오는 열기와 조금도 움직일 줄 모르는 차들. &lt;BR&gt;에어컨 바람에 지쳐 차창이라도 열고 싶지만 여기는 그 유명한 중랑천이 아닌가? 하천 썩는 냄새를 맡느니 차라리 더위를 참는 게 낫다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lt;BR&gt;&lt;BR&gt;&lt;BR&gt;&lt;BR&gt;기다림에 지쳐 창밖을 무심코 쳐다보던 한 운전자는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가는 하천가 한 쪽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그림자는 분명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lt;BR&gt;‘뭐하는 거지? 이 똥물 가에서....... 설마 고기라도 구워먹겠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자세히 보니 정말 그림자의 주인공들은 고기를 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야, 대단하다. 어떻게 저 냄새나는 잡초밭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생각을 했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중랑천변은 워낙 오염이 심해서 평소에도 사람들이 가급적이면 피해다니는 곳이었다. 그런 장소에서 판을 벌이고 있으니 그 풍경은 짜증나는 도로 위에 선 자신을 위로해 주는 한 편의 코미디 같이 다가왔다.&lt;BR&gt;&lt;BR&gt;&lt;BR&gt;똑같이 차 안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던 다른 운전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꽉 막힌 도로의 풍경과 대조적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하천가에 태연자약하게 마치 좋은 유원지에나 온 듯이 자리를 잡고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의 태평한 모습은 묘한 흥미를 유발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이는 대놓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재미있어 했다. &lt;BR&gt;“저 사람들 분명 의정부 사람은 아닐 거야.”&lt;BR&gt;“아니야, 의정부 사람이라고 저런 짓 못해? 의정부 사람 맞어.” &lt;BR&gt;가벼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다시 못 볼 풍경이었다. &lt;BR&gt;&lt;BR&gt;&lt;BR&gt;중랑천, 과거에는 맑은 물이 흘러 한강을 풍요롭게 해주던 하천이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경기 북부권 일대에는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이뤄지게 되었고 그 여파로 급기야 중랑천은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중랑천은 의정부 시내를 관통하지만 하천이 드러나 있는 구간과 난개발의 흔적인 복개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미군기지로 인해 도시가 기형으로 되면서 도로를 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복개를 해야 했던 것이다. 복개된 밑으로는 죽은 물이 흘러나온다. &lt;BR&gt;미군기지로 죽어버린 도시의 운명을 상징하듯 악취와 잡초로 황폐화된 중랑천 가에 다섯 명의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lt;BR&gt;&lt;BR&gt;&lt;BR&gt;한여름, 더위에 지쳐 벌레조차 숨죽이던 어스름 저녁녘에 아무도 오지 않는 그 곳에 태평하게 자리잡고 앉은 그 다섯 명의 젊은이는 제종철과 훗날 생사고락을 같이 하게 되는 ‘독수리 5형제’였다. ‘독수리 5형제’란 제종철이 붙여 준 별명으로 다섯 명의 막강한 팀이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실제 그들은 학생운동을 같이 하면서 수배와 구속이라는 시련을 동지애로 함께 이겨낸 형제적 의리를 맺은 사람들이기도 했다. &lt;BR&gt;&lt;BR&gt;&lt;BR&gt;깔고 앉은 신문지 그리고 자취방에서 쓰다가 바로 가져온 듯 지저분한 기름 얼룩이 잔뜩 묻어있는 휴대용 가스렌지와 손잡이도 덜렁거리는 후라이팬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고 있었다. 차린 상은 초라했다. 고작 몇 근의 돼지고기와 일회용 쌈장, 그리고 소주가 전부였다. 그 흔한 상추 한 장 없었다. 단촐하다면 단촐하지만 이 날의 자리는 어느 자리보다 열기가 높은 자리였다. 이른바 의정부 입성을 축하하고,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결의대회였기 때문이다.&lt;BR&gt;&lt;BR&gt;&lt;BR&gt;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이나 그것을 먹는 사람이나 모두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lt;BR&gt;“자! 건배하자. 우리는 드디어 의정부 입성에 성공했다.”&lt;BR&gt;팀의 리더격인 박태주가 먼저 잔을 들며 건배를 청했다. 김민수, 강승찬, 한정우 그리고 송진석 이렇게 나머지 네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잔을 들었다. &lt;BR&gt;한 순배 돌아가자 모두 기분이 좋아진 듯 큰 소리로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lt;BR&gt;“처음 의정부로 올 땐 정말 막막했다. 지리를 아나, 아는 사람이 있나. 하지만 방도 잡고 취직도 하고 이젠 정말 의정부 사람이 된 것 같아.”&lt;BR&gt;박태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lt;BR&gt;“그래도 우린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잖아요. 빨리 뭐든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lt;BR&gt;나이는 어리지만 늘 어른스러운 강승찬이 박태주를 쳐다보며 말을 받았다. &lt;BR&gt;&lt;BR&gt;&lt;BR&gt;그들이 처음 의정부로 왔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 의정부로 가자는 결심은 했지만 갓 수배에서 벗어나거나 구속에서 풀려난 처지인 그들은 그야말로 ‘적수공권’이었다. 일단은 생활의 근거지를 마련하고 생활비를 버는 것이 급선무였다. &lt;BR&gt;이미 결혼해서 살림을 차리고 있던 박태주가 제일 먼저 이사를 왔다. 그리고 나머지 총각들은 자취방을 구하러 다녔다. 하지만 의정부 지리에 어두웠던 그들이기에 처음 찾아다닌 데는 무조건 역 근처였다. 허름한 자취방, 그것도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자금을 변통해서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lt;BR&gt;&lt;BR&gt;&lt;BR&gt;살림집을 차린 태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 사람은 같이 살아야 했다. 당장 가재도구나 이불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리를 돌며 옷장이니, 옷걸이를 주웠다. 내다버린 TV, 냉장고, 세탁기를 구하기 위해 하루 종일 다녀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지리를 몰라 헤메기 일쑤였다. 살 집과 가재도구가 장만되자 일단 일을 다니기로 했다.&lt;BR&gt;의정부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공장을 알아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벼룩시장을 뒤지고 뒤져 한 사람, 두 사람씩 취직을 했다. 그런 끝에 모두 직장을 잡고 첫 월급을 타면서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안정되자 비로소 처음으로 전체 술자리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은 박태주가 오늘 자리를 제안한 것이었다. &lt;BR&gt;&lt;BR&gt;&lt;BR&gt;리더격인 박태주는 강승찬의 말이 결코 가볍게 넘겨지지 않았다.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고 박태주가 말했다. &lt;BR&gt;“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할 일은 얼마든지 있을 거야. 문제는 준비를 어떻게 잘 하는가지. 참, 조금 있다가 선배 한 분이 올 거야. 우리랑 같이 이곳에서 활동하겠다고 결심한 분이다.” &lt;BR&gt;순간 나머지의 눈길이 일제히 박태주에게 쏠렸다. &lt;BR&gt;“누군데?” 사람들이 일제히 물었다. &lt;BR&gt;“응, 잘 알거야. 보캅이형.” &lt;BR&gt;“뭐, 제보캅!” &lt;BR&gt;놀람은 잠깐,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lt;BR&gt;“우와! 잘됐다.”&lt;BR&gt;“이야!” &lt;BR&gt;“정말이야?”&lt;BR&gt;“응, 그 형님이 오래 전부터 의정부에서 지역운동을 일구고 싶다는 얘기를 해왔잖아. 아마 너희들도 잘 알 거야.” &lt;BR&gt;“맞아, 그 얘기는 나도 들었어.” 송진석이 받았다. &lt;BR&gt;&lt;BR&gt;&lt;BR&gt;박태주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lt;BR&gt;“형님이 우리가 여기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잘됐다며 의정부로 이사 오겠다는 거야.” &lt;BR&gt;“잘됐다. 그 형님이 있으면 정말 든든하겠어.” 오랜만에 김민수가 입을 열었다. &lt;BR&gt;“형님이 오늘 결의대회를 한다는 소릴 듣고 인사하러 온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보자. 자 형님 오기 전에 한잔 더 하자구. 고기도 좀더 굽고.“ &lt;BR&gt;&lt;BR&gt;&lt;BR&gt;후라이팬에 고기를 얹자 지글지글 기름끓는 소리가 났다. 모두들 잔을 높이 들었다. &lt;BR&gt;학생운동을 마감하고 지역운동을 개척해 보겠다는 일념을 안고 의정부로 온 지 두 달째. 이제 자리도 잡히고 뭔가 모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참에 제종철이 합류한다는 소식은 낭보 중의 낭보였다. 이제야 제대로 진용이 갖춰질 것 같은 기대에 넘쳐 그들은 힘차게 잔을 부딪치고 단숨에 소주를 들이켰다. 일순 잠잠해진 가운데 박태주는 지난 겨울 성남의 기억을 떠올렸다.&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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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R&gt;[제종철 평전]이 [어느 혁명가의 초상]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습니다. &lt;BR&gt;조만간 서울에서는 주요서점, 지방은 인터넷 주문의 형식으로 책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lt;BR&gt;서점에 배포되는 대로 광고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lt;BR&gt;&lt;/DIV&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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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 5장 - ①] 선배와의 만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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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고른세상</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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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10:00:35Z</updated>
	    <published>2009-11-19T10:00:35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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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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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id=writer&gt;&lt;SPAN id=writer_name&gt;민중의소리 기자&lt;/SPAN&gt; &lt;SPAN id=writer_email&gt;vop@estoneme.kr&lt;/SPAN&gt; &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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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gt;&lt;BR&gt;&lt;FONT color=#cd853f&gt;[제종철평전 5장 - ①] 선배와의 만남 &lt;/FONT&gt;&lt;/B&gt;&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②]기묘한 풍경 &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③]‘독수리 5형제’와의 인연&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④] 중랑천의 노랫소리 &lt;BR&gt;[제종철평전 5장 - ⑤]직업혁명가의 길 &lt;/DIV&gt;&lt;/DIV&gt;&lt;BR&gt;&lt;BR&gt;&lt;BR&gt;&lt;BR&gt;&lt;FONT color=#0000ff&gt;선배와의 만남&lt;/FONT&gt;&lt;BR&gt;&lt;BR&gt;어느 가을, 제종철은 땀을 흘리며 산중턱을 오르고 있었다. 봄 여름 내내 바쁘게 돌아치다보니 산에 오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가을산이 이제 막 깊어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이른 단풍이 눈인사를 보냈다. 본격적인 단풍이 들자면 좀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었다. 지리산은 반도 남쪽에 치우쳐 있는 산이라 다른 산들보다 단풍이 한두 주 더 늦는 것 같았다.&lt;BR&gt;&lt;BR&gt;산행도 오랜만이지만 지리산은 더욱 오랜만이었다. 고향이 지리산 기슭이라지만 먼 빛에 산을 보기는 해도 정작 산에 오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바쁜 일정 가운데 지리산 산행이란 맘 먹고 시간을 내서 밀어붙이지 않으면 좀처럼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산도 명산이려니와 한국 근대사의 피어린 자취가 생생하게 스며 있다 해서 사람들이 더욱 즐겨찾는 지리산이었다. 제종철은 지리산에 올 때마다 외세에 맞서 빨치산 투쟁을 벌인 혁명 선열들의 치열했던 삶이 떠올라 돌 하나, 풀잎 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다난했던 학생운동 시절을 마감하고 혁명적 삶의 전환기에서 지리산을 찾은 그의 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웠다.&lt;BR&gt;&lt;BR&gt;가파른 비탈길을 숨차게 오르던 중에 문득 제종철은 인생이란 마치 산행과도 같다는 상념이 떠올랐다. 인생은 한 걸음 한 걸음 땀흘려 디디다 보면 어느 땐가 정상에 이르는 것이었다. 땀흘리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인생에 힘든 고비도 있지만 고비를 넘어서면 상쾌하고 가슴뿌듯한 성취감도 있었다. 힘들다고 중간에 멈추면 평생 그 맛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lt;BR&gt;&lt;BR&gt;완만한 백무동 계곡길을 오르노라니 갈림길이 나왔다. 제종철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목표는 세석산장. 일행도 없이 혼자 오르는 산길이었다. 급할 것 없어 보였지만 그는 걸음을 빨리 했다. 실은 세석산장에서 한 선배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세석산장에서 일박할 요량을 하고 저녁 전까지 도착하기로 약속을 해 놓은 참이었다. 그 선배는 제종철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다. &lt;BR&gt;&lt;BR&gt;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의의있는 일이 무엇일까? 많은 돈을 벌거나 사회적 성공을 거머쥐는 순간이 가장 뜻깊었노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제종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의 삶에서 돈보다 출세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제종철의 지론이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사람의 삶의 궤적이 달라지는 것이다. 세석산장에서 만나기로 한 선배는 그런 의미에서 제종철의 삶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lt;BR&gt;&lt;BR&gt;선배를 처음 만난 것은 멋모르던 학창시절 초기였다. 영웅적인 대중투쟁의 주인공이며 견결한 혁명투사로 알려져 있었던 선배는 막 학생운동에 눈뜬 제종철에게 거의 신화적인 존재였다. 선배와 같이 일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가깝게 아는 사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가끔씩 마주칠 때 선배가 한 마디씩 던져주는 이야기는 그때마다 제종철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주곤 했다. ‘이철규 사인규명을 위한 단식투쟁’을 제안받고 망설일 때 선배는 이렇게 한 마디 했다.&lt;BR&gt;“네 가슴 속에 분노가 있니? 분노가 없으면 죽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단식 같은 건 할 필요없다.”&lt;BR&gt;제종철은 죽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단식도 하고 투쟁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lt;BR&gt;제종철이 본격적인 조직생활을 하면서 학내 핵심간부로 활동하고 있을 때는 선배를 만나기가 어려웠다. 선배가 학교에 들릴 일도 없었고 수배중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한총련 핵심간부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자기활동에 대한 자부심이 커져갈 때 제종철은 가끔 선배의 영상을 떠올렸다. 그 선배가 지금 나를 보면 뭐라고 말할까? 은근히 선배로부터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한 구석에 있었다. &lt;BR&gt;&lt;BR&gt;그러던 어느 날, 참으로 우연하게 제종철은 길에서 선배와 마주쳤다. 지방에 내려갔다가 수도권으로 돌아오기 위해 대전 터미널에 들렸을 때 거짓말같이 터미널 가는 골목 어귀에서 선배와 마주쳤던 것이다. 공교로운 우연에 놀랍기도 했고, 무엇보다 반가웠다. &lt;BR&gt;“야, 이거 몰라보겠는데, 제보캅! 아주 듬직해졌구나, 응, 하하.”&lt;BR&gt;선배가 환하게 웃으며 제종철을 힘차게 껴안았다. &lt;BR&gt;“원 형님두....... 어떻게....... 잘 지내십니까?”&lt;BR&gt;선배를 마주 안으며 제종철은 말을 더듬거렸다. 너무 반가워서 그런지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lt;BR&gt;“이럴게 아니라, 어디 가까운 데 가서 식사나 하자. 아직 식전이지?”&lt;BR&gt;서울에서 늦게 일정이 있었지만 좀 늦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lt;BR&gt;&lt;BR&gt;터미널 뒤쪽 어느 술집에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lt;BR&gt;이러저런 근황 이야기를 주고받고나서 선배가 불쑥 물었다. &lt;BR&gt;“그래, 앞으로는 뭘 할 건지 생각해 보았니?”&lt;BR&gt;“앞으로....... 글쎄요.”&lt;BR&gt;사실 제종철은 앞날에 대해 별반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한총련 간부로 활동하는 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일단 일에 매달리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품이라 나중 일을 굳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한켠에 있었다.&lt;BR&gt;“나이가 벌써 서른 아니냐....... 언제까지 학생운동만 할 거냐?”&lt;BR&gt;“.......” &lt;BR&gt;“학생운동은 학교 실정을 잘 아는 세대가 해야 해.”&lt;BR&gt;“....... 네.”&lt;BR&gt;&lt;BR&gt;그러고보니 학교를 떠난지도 오래 되었다.&lt;BR&gt;“너도 이제 고민해 봐야지.” 건배를 청하며 선배가 말했다. &lt;BR&gt;“형님은 제가 무슨 일을 하면 좋겠습니까?” 술 한 잔을 단번에 꺾고서 제종철이 되물었다.&lt;BR&gt;“무슨 일이라....... 할 일은 많지.”&lt;BR&gt;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선배가 입을 열었다.&lt;BR&gt;“이런 생각을 해 보렴....... 지금 시대에 진정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 새 시대가 오고 있는데, 우리는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예수가 그런 말을 했나....... 신랑이 오는 날 잠 안 자고 준비한 신부만이 신랑을 맞아들일 수 있다고 했지. 군사독재가 물러가고 정권교체가 되니까, 모두들 다 된 듯이 들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이야. 생각해 보면 근본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말이다. 왕년의 전대협 세대들, 386세대들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렴. 모두들 눈앞의 성과만 보고 위로만 올라가려고 하는 판이 아닌가? 이런 때에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겠냐?”&lt;BR&gt;&lt;BR&gt;선배는 딱히 답을 주지 않고 더 생각해 보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훗날 다시 만날 약속을 정했다. 그날 선배의 지적은 제종철에게 자기 삶의 진로와 전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학생운동은 선배의 말대로 학교생활에 밀착해있는 후배들이 맡아서 해도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은 이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선배를 다시 만났을 때 제종철은 그간 고심했던 포부를 털어 놓았다.&lt;BR&gt;&lt;BR&gt;“형님, 저는 현장에 들어갈랍니다.”&lt;BR&gt;“현장? 현장도 좋지.......” 선배가 덤덤하게 받았다.&lt;BR&gt;“노동자, 농민이 준비되어야 혁명도 하고 통일도 이루지 않겠습니까? 저는 공장에 가서 노동운동부터 다시 시작 할랍니다.”&lt;BR&gt;“너는 혁명가가 맞냐?”&lt;BR&gt;“혁명가요......? 그럼요....... 맞는데...... 아직 좀.......”&lt;BR&gt;선배가 갑작스럽게 질문하는 의도를 잘 몰라 제종철은 더듬거렸다.&lt;BR&gt;“혁명가가 민중 속에 들어가는 것은 혁명하기 위한 필연적인 요구다. 혁명가라면 당연히 현장에 몸담아야지 어디 공중에 떠서 할 셈이냐? 현장이든 뭐든 중요한 것은 지금 무엇부터 출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lt;BR&gt;“무엇부터 해야 합니까?”&lt;BR&gt;“혁명의 시작점이 뭐라고 배웠니?”&lt;BR&gt;“혁명은 동지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배웠습니다.”&lt;BR&gt;“옳다. 한 사람의 동지를 만나는 데서 출발해서 만 사람을 동지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혁명이다. 동지가 뭐냐, 바로 조직 아니냐? 혁명은 곧 조직이고 조직이 곧 혁명인 것이다. 레닌이 말했지, 내게 혁명가 조직을 다오, 그러면 우리는 러시아를 뒤엎을 것이다.......”&lt;BR&gt;“.......”&lt;BR&gt;“그러니까, 출발점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라야 한다. 혁명을 하자면 새로운 조직이 있어야 한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이런 것이 아니라, 혁명을 전업으로 하는 새로운 조직!”&lt;BR&gt;&lt;BR&gt;선배의 말은 새로운 감동이었다. 운동하는 데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야 상식이었다. 그러나 제종철은 조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참으로 막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운동 시절에는 늘 같이 해 온 동지들이 있어서 조직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학생운동을 정리하고 현장에 들어가면 거기서 또 자연스럽게 조직을 만들고 해 나가면 될 줄 알았다. &lt;BR&gt;&lt;BR&gt;선배의 말은 그런 것이 아니라 조직이 혁명의 시작이고 끝이라는 것이었다. 혁명가에게는 조직이 삶의 모든 것이다. 조직을 만들고 조직을 강화, 확대하는 것 이외에 혁명활 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 이외에 인생에 중요한 일은 없다. 조직에 모든 것을 쏟는 것이 혁명가의 인생인 것이다. 자신이 이제 무엇을 해야 할 지 제종철은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lt;BR&gt;&lt;BR&gt;선배를 만나고 나서 제종철은 인생의 전망을 분명하게 세울 수 있었다. 이전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말고 무슨 다른 야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전에는 ‘내일’에 대한 생각없이 ‘오늘’에 충실하고자 했다면, 이제는 ‘내일’의 목표와 설계를 가지고 ‘오늘’을 새롭게 느끼게 된 셈이었다. ‘이제 내 삶에 불확실한 것은 없다’ 제종철은 생각했다. 내게는 목표가 있고 길이 있다. 십여 년의 운동경력을 쌓는 동안에도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그 목표와 길을 깨닫도록 인도해 준 사람이 바로 선배였다.&lt;BR&gt;&lt;BR&gt;선배와의 만남, 그것은 어떤 운명같은 것으로 제종철에게 다가왔다. &lt;BR&gt;선배와는 그 뒤로 두어 차례 만남을 더 가졌다. 선배가 제종철을 찾기 전에 제종철이 선배를 찾았다. 선배의 지도를 받겠다고 제종철은 자청했다. 선배의 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단지 이러저러한 일에 대해 선배의 지시와 조언을 듣는다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제종철은 잘 알고 있었다. 제종철이 그 말을 할 때는 자신의 삶을 통째로 선배에게 맡기겠다는 심장 깊은 결의를 밑바탕에 깔고 말한 것이었다. 선배는 잠시 묵묵히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더니 흔쾌히 그의 요청을 수락했다. 지리산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은 그때 정한 것이었다. &lt;BR&gt;&lt;BR&gt;제종철은 서울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남원에 내려왔다. 새벽바람에 집을 나와서 움직이는 동안에 그가 신경 쓴 일은 단 하나, 혹시라도 누가 따라붙는 기척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종철은 아무도 자신에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원에 와서 재차 주변을 살핀 다음에 제종철은 백무동행 버스에 몸을 싣고 오후 무렵부터 지리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고향집이 지척이었지만 고향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의 일정에 제종철은 몰입해 있었던 것이다. &lt;BR&gt;&lt;BR&gt;땀에 차서 산장에 도착하니 아직 해가 설핏한 시간이었다. 세석평전은 빨치산들의 훈련장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봄이면 이곳은 온통 철쭉꽃 바다였다. 세석에 피는 철쭉은 그 빛깔이 유난히 붉기로 유명했다. 철쭉이 그토록 붉은 것은 그곳에서 죽어간 빨치산들의 피가 배여서 그렇다고 하는 말을 제종철은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을의 세석에는 물론 꽃은 없었다. 꽃 대신 점점이 단풍에 물든 정갈한 산야의 풍경이, 스며드는 어스름 속에 제종철을 맞이했다. &lt;BR&gt;&lt;BR&gt;산장 어귀에서 선배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선배는 예의 그 환한 웃음을 얼굴에 가득 담고 그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도 환하게 웃음으로 화답했다. 선배는 일찍 와서 기다린 모양이었다. 편한 옷차림으로 선배는 코펠에 물을 끓이고 있었다. 끓는 물에 커피를 타서 선배가 그에게 건넸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뜨거운 커피가 식어가는 몸을 훈훈하게 덥혀 주었다. 커피향이 그렇게 구수할 수 있다는 것을 제종철은 처음으로 느꼈다. 무사히 선배를 만나니 안도감과 함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lt;BR&gt;&lt;BR&gt;그날 밤은 제종철의 평생에서 가장 의미깊은 날이었다. 이후 자신의 속내를 토로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종철은 이날의 감동을 입에 올렸다. 죽을 때까지 그는 그 감동을 가슴에 안고 하나뿐인 삶을 아낌없이 불사를 수 있었다. 그날 선배는 제종철에게 조직의 이름으로 새로운 생명을 주었다. 사람을 낳기는 부모님이 낳지만 불변하는 정치적 생명은 조직이 주는 것이었다. 사람의 삶에 온갖 복잡다단한 욕망의 추구가 있지만 욕망은 늘 일시적이고 수시로 변하는 것에 불과했다. 변덕스러운 욕망이 삶의 지표가 될 수 없고 길잡이로 될 수 없었다. 삶에 영속하는 기쁨과 보람을 주는 고귀한 조직만이 참된 삶의 지표로 될 수 있었다. &lt;BR&gt;&lt;BR&gt;제종철은 지금까지 자신이 운동을 하면서 목마르게 갈구해 온 삶이 그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날 제종철은 확고하고 뚜렷하게 새로운 정치생명을 얻었다. 그것은 진정한 혁명적 삶의 출발이었다. 한 밤에 세석평전에 올라서서 지리산의 깊은 어둠을 응시하며 선배는 이런 말들을 했다.&lt;BR&gt;&lt;BR&gt;“제종철 동지, 이제부터 동지에게 새로운 삶이 열리는 것이다. 이것은 나 개인이 열어주는 것도 아니고 동지 스스로 새롭게 각성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조직이 있고, 조직이 동지에게 새로운 생명을 승인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 점을 명심하자....... &lt;BR&gt;&lt;BR&gt;이제 동지에게 임무를 주고자 한다. 임무를 주는 것은 믿음의 표현이고 사랑의 증거라는 것을 동지는 잘 알 것이다. 동지의 기본임무는 동지를 획득하는 것이다. 모든 사업에서 사람과의 사업을 중심에 놓고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지와 같은 값진 정치생명을 누릴 수 있게 키워주고 도와주고 이끌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모든 일의 근본이다. 절대 이 점을 놓치지 말아라....... 더 상세한 임무는 추후에 전달하기로 하겠다. &lt;BR&gt;&lt;BR&gt;오늘은 우리 만남 자체가 중요한 날이다. 옛말에 일생에 가장 감격스러운 일은 동지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동지는 곧 조직의 표현이다. 그 원리를 잘 알아야 한다. 흔히들 동지를 혁명을 잘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상은 우리와 인연이 없다. &lt;BR&gt;&lt;BR&gt;우리에게 동지는 혁명의 목적 그 자체이다. 동지를 늘리고 만인을 동지로 만드는 것이 혁명의 경로이고 종착점인 것이다. 혁명가의 심장에 ‘동지’ 두 글자만큼 귀중한 단어는 없다. ‘동지를 위해서’, 그것이 우리 삶의 좌표이다. 우리는 거기에 목숨을 걸었다. 그러므로 동지를 얻는 날은 온 세상이 새로운 동지의 탄생을 축하하는 감동과 흥분으로 들끓어야 한다. 제종철 동지, 오늘은 동지의 진정한 탄생일이다. 이날을 마음껏 축하하자!”&lt;BR&gt;&lt;BR&gt;제종철은 가슴이 쿵쿵 뛰었다. 삶에 이런 기쁜 순간이 있을까 싶게 환희의 감정이 전신을 사로잡았다. 무언가 고함이라도 외치고 싶었지만 속으로 억눌렀다. 이제부터 진정한 혁명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뭐든 해낼 수 있다! 조국이여, 역사여, 민중이여, 기다려라! 제종철이 간다! 잔잔하게, 그러나 힘있게. 이어가는 선배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제종철의 뇌리에는 문득 학창시절에 혁명을 처음 결의할 때 읽었던 소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lt;BR&gt;&lt;BR&gt;“얼마 전에 전라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 동지가 나에게 말하기를 ‘진리란 근로하는 사람들을 구원하고 빛나게 만들어 주는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신통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진리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깨우치고 정신의 보배를 찾아 주어 힘 있는 존재로 만들어 주자는 것입니다. 또 그들의 생존환경을 개조하여 근로하는 모든 사람을 가장 자유롭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드는 그런 사랑을 주장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투쟁이고 당을 창건하는 목적입니다.”&lt;BR&gt;장호는 가느스름한 눈길로 동지들을 돌아보기도 하고 힘을 뻗치면 담벼락도 단매에 허물 수 있는 자기의 크지 않은 손을 가볍게 흔들기도 하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lt;BR&gt;“그런데 이러한 사랑의 진리를 세상에 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lt;BR&gt;장호는 숱진 눈썹을 찌푸리고 울분과 애섧은 빛이 엉킨 눈으로 천장구석이며 작은 창문 너머의 푸른 하늘조각을 쏘아보기도 하면서 절절하게 말했다. &lt;BR&gt;&lt;BR&gt;“사랑의 진리를 펴는 사람은 자아를 희생해야 합니다. 역사를 돌아보시오. 민중의 영웅들이 누리는 영광은 그들이 아낌없이 쏟은 피땀과 눈물에서 피어난 꽃입니다. 스스로 노예이기를 거부하고 동료노예들에게 그것을 가르치고 반항의 기치를 든 노예투사들의 운명이 어떠했던가? 우리 나라와 다른 나라 농민전쟁의 기수들이 어떻게 되었던가? 그들의 대두분은 시체도, 무덤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칼과 단두대, 화형의 불길과 형틀을 넘어선 영웅은 드물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의 죽음의 고행길을 생각해 보십시오. 맑스주의자, 각국의 공산주의자들이 걸어온 길은 또 어떠했던가! 자연의 강과 함께 피눈물의 강이 흘러내렸습니다. 나는 이따금 사람의 피는 왜 붉은 빛일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열사들의 분노와 원한이, 그리고 후손들에게 남긴 혼신의 외침이 그렇게 붉은 빛으로 우러나는 것이 아닐까요?”&lt;BR&gt;&lt;BR&gt;이른 새벽 캄캄한 어둠 속에 제종철은 선배와 함께 산장을 출발했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까지 약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길이었지만 두 사람은 잰 걸음으로 빠른 시간에 정상에 닿을 수 있었다. 천왕봉에는 해뜨는 것을 보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지리산에 오더라도 천왕봉 일출을 보는 것은 운이 통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지리산 첩첩산중은 날씨 변동이 심하고 구름과 안개 끼는 날이 많아 좀체로 일출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안 3대가 덕을 쌓아야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lt;BR&gt;&lt;BR&gt;두 사람은 행운이었다. 가을 맑은 날씨 덕에 이날 천왕봉에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일출의 장관이 펼쳐졌던 것이다. 멀리 캄캄한 하늘 동쪽에 붉은 점이 솟는 것 같더니 점차 어둠이 가시면서 사위가 푸른 여명에 휩싸였다. 세찬 바람이 머릿결을 날리게 했다. 제종철은 푸른 빛살 속에 큰 날갯짓하며 새 떼가 날아오르는 것 같은 환각을 느꼈다. 날갯짓 소리는 자신 앞에 놓인 내일의 비상을 예고하는 소리였다. 붉은 덩어리로 이글거리던 해가 점차 투명해지고 하늘이 더욱 창백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에 빛이 온 세상을 덮었다. 어둠이 완전히 가셨다. 이미 해는 온전하게 동녘 하늘에 떠올랐고 이제 더 이상 정면으로 마주볼 수가 없었다. 해뜨는 천왕봉 정상에서 제종철은 벅찬 감동으로 선배의 손을 굳게 잡았다.&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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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R&gt;[제종철 평전]이 [어느 혁명가의 초상]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습니다. &lt;BR&gt;조만간 서울에서는 주요서점, 지방은 인터넷 주문의 형식으로 책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lt;BR&gt;서점에 배포되는 데로 광고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lt;BR&gt;&lt;/DIV&gt;&lt;/DIV&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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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 평전 연재 -⑧] 두부요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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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9:23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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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1&gt;&lt;A href=&quot;http://www.vop.co.kr/2004/11/18/A00000015647.html&quot; target=&quot;_blank&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제종철 평전 연재 -⑧] 두부요리&lt;/FONT&gt;&lt;/U&gt;&lt;/A&gt;&lt;/H1&gt;
&lt;H2&gt;&lt;U&gt;&lt;FONT color=#0000ff&gt;&lt;/FONT&gt;&lt;/U&gt;&lt;/H2&gt;
&lt;DIV id=writer&gt;&lt;SPAN id=writer_name&gt;민중의소리 기자&lt;/SPAN&gt; &lt;SPAN id=writer_email&gt;vop@estoneme.kr&lt;/SPAN&gt; &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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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gt;&lt;BR&gt;[제종철평전 -⑤] 부인과의 첫 만남&lt;BR&gt;[제종철평전 -⑥] &quot;전화만 해도 연애가 돼요?&quot;&lt;BR&gt;[제종철평전 -⑦] '킬러 제종철' &lt;BR&gt;&lt;FONT color=#cd853f&gt;[제종철평전 -⑧] 두부요리&lt;/FONT&gt; &lt;/B&gt;&lt;/DIV&gt;&lt;/DIV&gt;&lt;BR&gt;&lt;BR&gt;&lt;FONT color=#0000ff&gt;두부요리&lt;/FONT&gt;&lt;BR&gt;&lt;BR&gt;차츰 의정부에서 생활의 기반을 잡기 시작하면서 정영자는 화장품 외판원 일을 시작했다. 제종철은 생활보다 지역활동에 바빴으므로 생활경제에 대한 고민의 많은 부분은 정영자가 해결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제종철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되도록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거나 집안일을 도우려고 노력했다.&lt;BR&gt;&lt;BR&gt;&lt;BR&gt;그러던 어느 여름날이었다.&lt;BR&gt;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역전에서 헤어져 정영자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도를 걸었다. 이틀간 세미나와 합숙생활을 하는 동안 집안 일이 조금 맘에 걸리긴 했지만 워낙 남편이 깔끔하게 살림을 하는 편이라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교육이 있던 첫 날 아들 민국이가 유치원 소풍을 가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을 말고 도시락을 챙기기까지 했던 남편이었으니.&lt;BR&gt;&lt;BR&gt;&lt;BR&gt;정영자는 그날 아침을 떠올리며 혼자서 웃었다. &lt;BR&gt;그는 화장을 마치고 방에서 나온 정영자를 보더니 “당신 너무 예뻐. 더 이상 예쁘면 눈이 부실 것 같아. 딱 거기까지만 예뻤으면 좋겠어” 했다.&lt;BR&gt;정영자는 그의 아부 섞인 어조에 웃으면서도 그가 손에 비닐 장갑도 끼지 않고 김밥을 만 뒤 예쁘게 썰어서 도시락을 싸고 있는 모습을 보니 미안했다.&lt;BR&gt;“이틀동안 당신이 고생 좀 해야겠네” 그녀가 미안해 하자, “고생은......”하며 그녀 앞에 김밥이 쌓인 접시를 내밀고는 “배 고플 텐데 이거라도 먹고 가” 했었다.&lt;BR&gt;제종철은 집안일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자취 생활 때문이었는지 요리도 곧잘 했다. 특히 두부요리는 그가 결혼 전부터 공언했던 것처럼 일품이었는데 가지를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했다. 정영자는 그때까지 그렇게 많은 두부요리가 있는 줄도 몰랐을 정도였다.&lt;BR&gt;&lt;BR&gt;&lt;BR&gt;집으로 가는 걸음이 빨라질 즈음 정영자의 시선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와이셔츠 가게 앞에 놓인 줄무늬며 푸른색과 회색등 다양한 셔츠를 팔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생각났다.&lt;BR&gt;“이거 얼마예요?” 주인에게 가격을 묻자, “지난 봄 상품 재고라서 싸게 팔아요” 했다.&lt;BR&gt;정영자는 그 중에 맘에 든 것 몇 개를 골랐다. 늘 검소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는 옷차림이 맘에 걸렸는데 다행이었다.&lt;BR&gt;&lt;BR&gt;&lt;BR&gt;역전에서 집까지는 몇 십분 안 걸렸다. 시간을 보니 아직 민국이는 유치원에 있을 시간이었고 남편은 일 때문에 한참 바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영자는 버스에서 내려 이틀간의 교육으로 몸이 피곤했지만 드디어 집에 왔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아파트 문을 열었다.&lt;BR&gt;집안은 그녀가 예상한 대로였다. 씽크대와 가스렌지는 깨끗하게 닦여 있었고 화분의 화초들도 방금 물을 준 것처럼 생생했다. 정영자는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순간 냉장고 안을 확인하고 가슴이 뭉클해지고 말았다.&lt;BR&gt;&lt;BR&gt;&lt;BR&gt;계란을 입힌 두부부침과 간장과 양념으로 간을 한 두부조림, 두부찌개, 두부전 등이 냉장고 안에 가득히 놓여 있었던 것이다.&lt;BR&gt;그날 저녁 일 때문에 늦게서야 귀가한 제종철을 보며 정영자가 말했다.&lt;BR&gt;“세상이 좋아져서 우리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좀 많았으면 좋겠어. 같이 영화도 보고 아이랑 놀이공원에도 가고 일요일엔 등산도 다닐 수 있으면 좋을 텐데.......”&lt;BR&gt;그녀가 그에게 바라는 희망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lt;BR&gt;그가 떠나고 없는 지금 그녀가 가장 마음이 아픈 건 그와 함께 한 시간이 그다지 많지 못했다는 사실이다.&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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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A href=&quot;http://www.voiceofpeople.org/new/special.html?key=제종철&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 제종철평전 연재물 보기&lt;/FONT&gt;&lt;/U&gt;&lt;/A&gt; &lt;/DIV&gt;&lt;/DIV&gt;&lt;BR&gt;&lt;BR&gt;
&lt;DIV class=&quot;news_box news_align_center&quot;&gt;
&lt;DIV class=news_box_article&gt;4장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연재를 마치고 내일부터는 5장 ‘민중속에 뿌리내리다’편이 연재됩니다. 모두 27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편집자 &lt;/DIV&gt;&lt;/DIV&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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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 -⑦] '킬러 제종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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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고른세상</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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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8:50Z</updated>
	    <published>2009-11-19T09:58:50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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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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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gt;&lt;BR&gt;[제종철평전 -⑤] 부인과의 첫 만남&lt;BR&gt;[제종철평전 -⑥] &quot;전화만 해도 연애가 돼요?&quot;&lt;BR&gt;&lt;FONT color=#cd853f&gt;[제종철평전 -⑦] '킬러 제종철'&lt;/FONT&gt;&lt;BR&gt;[제종철평전 -⑧] 두부요리 &lt;/B&gt;&lt;/DIV&gt;&lt;/DIV&gt;&lt;BR&gt;&lt;BR&gt;&lt;BR&gt;&lt;FONT color=#0000ff&gt;‘킬러’ 제종철&lt;/FONT&gt;&lt;BR&gt;&lt;BR&gt;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서울에서 생활을 시작하였다. 정영자에게 서울은 낯선 곳이었으나 제종철과 함께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물론 결혼 전부터 활동가로서 그의 생활이 어떨 것이라고 대충 짐작은 하였으나 그의 활동이 그렇게 큰 폭으로 진행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lt;BR&gt;&lt;BR&gt;&lt;BR&gt;사전에 마음을 먹었고 몇 번을 다짐했지만 막상 결혼 후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신혼 초에 제종철은 직장을 마친 후 밤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왜 늦었냐는 질문을 감히 던지기 어려울 정도로 자기생활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신혼생활이라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저녁식사를 같이 할 것을 간절히 바랬고 그런 부인의 요구에 종철이도 수긍을 하고 가급적 시간이 허락하면 집에 일찍 가려는 노력을 잠시나마 했었다. &lt;BR&gt;&lt;BR&gt;&lt;BR&gt;그러나 집에 들어오고 나서도 제종철은 아늑한 신혼생활에 뭍혀 있지를 않았다. 그는 저녁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할라 치면 느닷없이 가방을 들고 나가거나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들어간 후 전화 카드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lt;BR&gt;&lt;BR&gt;&lt;BR&gt;어느 날 부인은 혹시 이 사람이 ‘킬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집에 일찍 들어와 저녁을 함께 한 후 남편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바로 밖으로 나가곤 했다. 첫 신혼살림을 서울 외곽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한 제종철은 아파트 밖으로 나가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한 번은 부인이 남편이 어딜 가나 하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려 보게 되었다. 남편은 아파트 입구 건너편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서 한 시간 이상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lt;BR&gt;&lt;BR&gt;&lt;BR&gt;남편의 근황과 관련되어 질문을 했다가 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그런 질문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를 알고 있던 터라 부인은 자세한 것을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부인은 당시 유행했던 킬러의 활동을 그린 영화 몇 편을 떠올렸던 것이다. 집에 있는 전화를 놔두고 밖에 있는 공중전화로 무려 1시간 이상 통화하는 것을 자주 본 그녀로서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갖기에 충분했던 것이다.&lt;BR&gt;&lt;BR&gt;&lt;BR&gt;그녀가 임신하고 나서 5개월쯤 되던 때였다. 둘은 함께 병원에 가기로 약속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제종철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며칠간 연락이 닿지 않자 임신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녀는 무척이나 속이 상했다.&lt;BR&gt;그렇게 5일이 지나서인가 문을 열고 들어선 제종철을 본 순간 정영자는 울컥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lt;BR&gt;&lt;BR&gt;&lt;BR&gt;“미안해. 바빴어. 그동안 별 일 없었지?”&lt;BR&gt;그는 이 말만 할뿐 대충 씻고 밥을 먹었다.&lt;BR&gt;“몸은 어때?”&lt;BR&gt;“.......”&lt;BR&gt;그가 밥을 먹다가 말고 정영자를 바라보며 물었다.&lt;BR&gt;“의사는 뭐래?”&lt;BR&gt;“.......”&lt;BR&gt;오랜만에 들어온 그는 하루 종일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답답한지 화를 내기 시작했다.&lt;BR&gt;“이거야 원. 말 좀 하고 살자. 말을 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lt;BR&gt;그가 정영자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lt;BR&gt;“난 말을 하지 않은 게 제일 싫어. 나에 대한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줘. 비판도 괜찮고 나를 때려도 괜찮으니까 제발 말 좀 하자.”&lt;BR&gt;&lt;BR&gt;&lt;BR&gt;제종철과의 결혼생활에서 두 번의 싸움은 모두 그가 일 때문에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경우였는데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그녀가 입을 다물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것 말고는 크게 싸우거나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그는 가족에게 시간을 내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던 것 빼고는 좋은 남편이었고 가장이었다.&lt;BR&gt;&lt;BR&gt;&lt;BR&gt;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으나 행복한 생활이었다. 아이도 건강하게 자라났다.&lt;BR&gt;그는 자신의 활동에 이해와 배려를 아끼지 않는 부인을 만나게 된 것과 아이가 건강하다는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은 그 자신보다는 부인의 노력 덕분이었다.&lt;BR&gt;그래서인지 제종철은 늘 부인에게 미안해했다.&lt;BR&gt;“당신이 나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아. 당신 최고야.”&lt;BR&gt;그는 자주 설거지나 요리를 해주면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부인은 그가 하는 말이 괜한 입발림이 아닌 진실에서 우러나오는 말임을 알기에 언제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감동했다.&lt;BR&gt;&lt;BR&gt;&lt;BR&gt;2년 후 그들은 서울에서 생활을 접고 의정부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그동안 같이 살면서도 일 때문에 바쁜 서로를 위해 가끔 낮 시간을 이용해 만나곤 했고 그럴 때면 어쩐지 연애하던 시절이 떠올라 마치 지난 날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lt;BR&gt;&lt;BR&gt;&lt;BR&gt;언젠가 그날도 제종철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lt;BR&gt;그는 만나기로 조용한 커피숍에 앉아서 창 너머로 건너편 신호등 근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오랜만에 물방울 무늬의 원피스를 차려 입고 더운지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햇살은 따가왔고 주변엔 한낮을 피하려는 이유 때문인지 사람들조차 지나다니지 않았다. 제종철은 당장 달려가 그녀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손수건으로 땀이라도 닦아주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발이 떨어지지 않아 그냥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lt;BR&gt;&lt;BR&gt;&lt;BR&gt;자신의 부인인 그녀를 이렇게 오랫동안 바라보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lt;BR&gt;그는 8년 전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 냈다. 서로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을 때 무슨 운명의 끌림처럼 단 이틀만에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던 그날에 대한 기억이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지금 그는 그녀가 간직하고 있는 소박한 꿈, 소박한 생활, 그리고 소박한 마음을 사랑했다. 그것은 이 땅을 살아가는 낮은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든 이들이 간직한 마음일 것이다. 하나의 개인으로서 그녀가 아닌, 전체민중의 모습과 함께 겹쳐오는 그녀를 제종철은 사랑했다.&lt;BR&gt;&lt;BR&gt;&lt;BR&gt;신호등이 드디어 바뀌었다. 정영자는 차들이 멈춰선 횡단보도를 건너 그늘이 진 도로 쪽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5분이 채 되지 않아서 그가 앉아있는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서서 그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lt;BR&gt;&lt;BR&gt;“많이 기다렸어?”&lt;BR&gt;그녀는 앉자마자 제종철 앞에 놓인 물 컵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lt;BR&gt;“민국이가 유치원에서 좀 안 좋았나 봐. 얘들이란 다 그렇잖아?”&lt;BR&gt;그는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온 종업원에게 음료를 시킨 뒤 그녀의 손을 잡았다.&lt;BR&gt;“우리 잠깐만 이렇게 있자.”&lt;BR&gt;손을 잡은 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창 밖으로 여전히 햇살은 거리를 가득 메웠고 인적은 드물었다. 하지만 대기는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마음은 둘 다 똑같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lt;BR&gt;&lt;BR&gt;&lt;BR&gt;그녀는 그날 제종철과 함께 걷다가 시장근처의 커피숍을 보며 진주에서 그들이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그 날이 마치 어제 일처럼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자 마음이 설레기도 하면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었다.&lt;BR&gt;그곳을 지나치면서 “여기서 장사하면 정말 좋겠다”고 그녀가 말하자 제종철도 그때를 떠올렸는지 “그래, 그러자.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지”하며 대답했다.&lt;BR&gt;그녀는 그의 대답에 지금 당장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마음에 희망을 심어주려는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들이 품은 작은 희망이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lt;BR&gt;&lt;BR&gt;- &lt;계속&gt; -&lt;BR&gt;&lt;BR&gt;&lt;BR&gt;
&lt;DIV class=&quot;news_box news_align_center&quot;&gt;
&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A href=&quot;http://www.voiceofpeople.org/new/special.html?key=제종철&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 제종철평전 연재물 보기&lt;/FONT&gt;&lt;/U&gt;&lt;/A&gt; &lt;/DIV&gt;&lt;/DIV&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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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 -⑥] &quot;전화만 해도 연애가 돼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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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고른세상</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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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8:09Z</updated>
	    <published>2009-11-19T09:58:09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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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P&gt;&amp;nbsp;&lt;/P&gt;
&lt;P&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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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1&gt;&lt;A href=&quot;http://www.vop.co.kr/2004/11/16/A00000015579.html&quot; target=&quot;_blank&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제종철평전 연재 -⑥] &quot;전화만 해도 연애가 돼요?&lt;/FONT&gt;&lt;/U&gt;&lt;/A&gt;&lt;/H1&gt;
&lt;H2&gt;&lt;U&gt;&lt;FONT color=#0000ff&gt;&lt;/FONT&gt;&lt;/U&gt;&lt;/H2&gt;
&lt;DIV id=writer&gt;&lt;SPAN id=writer_name&gt;민중의 소리&lt;/SPAN&gt; &lt;SPAN id=writer_email&gt;&lt;/SPAN&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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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gt;[제종철평전 -⑤] 부인과의 첫 만남&lt;BR&gt;&lt;FONT color=#cd853f&gt;[제종철평전 -⑥] &quot;전화만 해도 연애가 돼요?&quot;&lt;/FONT&gt;&lt;BR&gt;[제종철평전 -⑦] '킬러 제종철'&lt;BR&gt;[제종철평전 -⑧] 두부요리 &lt;/B&gt;&lt;/DIV&gt;&lt;/DIV&gt;&lt;BR&gt;&lt;BR&gt;&lt;BR&gt;&lt;BR&gt;&lt;FONT color=#0000ff&gt;&lt;B&gt;“전화만 해도 연애가 돼요?”&lt;/B&gt;&lt;/FONT&gt;&lt;BR&gt;&lt;BR&gt;고향을 떠나기 전에 그는 주변의 풍경과 그녀를 뇌리에 깊이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lt;BR&gt;진주에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긴 시간 그곳에서 정체할 수 없었던 그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 진주에서 보낸 날들은 까마득히 멀어져갔다.&lt;BR&gt;하지만 서울로 돌아온 지 두어 달쯤 지나 그의 호출기에 찍혀 있던 정영자의 전화번호를 확인했을 때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lt;BR&gt;“형, 연애해요?” &lt;BR&gt;종철은 그게 무슨 소린가 하고 후배를 바라보았다.&lt;BR&gt;“얼굴빛이 다른데....... 사람에겐 숨길 수 없는 게 세 가지가 있대. 사랑, 가난, 배고픔....... 지금 형 얼굴에 나타난 건 배고픈 표정이 전혀 아니라서 말야.”&lt;BR&gt;&lt;BR&gt;&lt;BR&gt;그렇다면 내가 연애를 하고 있는 걸까?&lt;BR&gt;그러고 보니 매일이다시피 정영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건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하루 일과에 없어서는 안 될 시간표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lt;BR&gt;언제부터 생긴 습관일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lt;BR&gt;그의 하루가 누군가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과의 관계에 매몰되지도 않았다. &lt;BR&gt;&lt;BR&gt;&lt;BR&gt;“왜 나를 좋아했지?”라고 나중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그가 물었던 적이 있다. 왜냐면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은 아주 짧았고 그 기간에 가졌던 감정으로 결혼까지 이어가기에는 항상 멀리 있었던 것이다. 그의 질문에 “처음엔 외적인 것이 맘에 들었고 나중에는 진실해 보여서”라고 그녀가 대답했다.&lt;BR&gt;‘진실’. 그는 오랫동안 그녀가 했던 그 말을 간직했다. 어쩌면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낀 것처럼 그 역시 비슷한 감정이었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lt;BR&gt;연애는 특별한 부침도 힘든 고비도 없었다. 두 사람에게 생긴 감정이 다행히 엇갈리지 않았고 서로에게 크게 기대하거나 부담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적당한 거처가 없었던 제종철이 늘 연락을 해야만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번거로움이 있었다.&lt;BR&gt;때문에 공중전화박스는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갔다. 통화는 매일 하루에 삼십 분. 그건 얼굴을 보기 힘든 연인들에게 ‘불문율’이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 있어도 그는 그 시간만은 지켰고 그건 두 사람에게 강한 인연의 매듭을 엮어주었다. 신중한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애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았던 그에게 언젠가 후배가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lt;BR&gt;“전화만으로도 연애가 돼요?”&lt;BR&gt;&lt;BR&gt;&lt;BR&gt;결혼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이뤄졌다.&lt;BR&gt;두 사람이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한참 사귀고 있을 무렵, 어머니가 추석을 쇠기 위해 집에 내려와 쉬고 있는 제종철을 불렀다. &lt;BR&gt;“내년이면 너도 서른이다. 올해는 아홉수가 있다고 치자. 내년엔 서른인데 사귀는 여자는 없냐? 없으면 이 처자 한번 만나 봐라.” &lt;BR&gt;&lt;BR&gt;&lt;BR&gt;여태까지 아무런 득달도 없더니 갑작스레 압박을 해오자 약간 당황스러웠다.&lt;BR&gt;‘어머니도 무지 급하셨구나’ 속으로 생각했다.&lt;BR&gt;그는 너스레를 떨며 그런 어머니를 향해 웃어 보였다.&lt;BR&gt;“에이, 어머니두.”&lt;BR&gt;품에서 어떤 처자의 사진을 꺼내려는 손을 잡으며 말렸다.&lt;BR&gt;“때가 되면 소개시켜줄려고 했는데....... 실은 사귀는 사람이 있어요. 벌써 10년 동안 나를 기다렸는데 정말 좋은 사람이니까 잘 봐주세요.”&lt;BR&gt;그러자 어머니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lt;BR&gt;“뭐 10년? 그 동안 소개도 안 시키고 어쩌면 그럴 수가 있냐? 무심한 놈 같으니라구. 당장 내일 데려오너라.”&lt;BR&gt;&lt;BR&gt;&lt;BR&gt;이튿날 그는 정영자를 집안 식구들에게 소개 시켰다. 모두들 10년간 제종철을 기다린 처녀가 어떤 모습인지 잔뜩 궁금해서 떠들썩하게 그녀를 맞이하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연애와는 통 무관하게 사는 듯한 제종철이 갑작스레 애인이야기를 꺼내자 모두 당황했던 것이다.&lt;BR&gt;물론 어머니와 가족들은 그녀를 보자 모두 만족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lt;BR&gt;&lt;BR&gt;&lt;BR&gt;가족들과 상견례가 끝난 후 추석연휴동안 둘은 남강 근처를 돌아다니며 오랜만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정영자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향해 의아한 듯 물었다.&lt;BR&gt;“왜 10년 동안 사귀었다고 거짓말했어? 여긴 좁은 동네라서 금방 들통날 텐데.”&lt;BR&gt;그는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물결의 끊임없는 흐름에 시선을 던지다가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 정영자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만난 지 2년이 되었지만 가족들에게 말한 것처럼 정영자는 그에게 십 년도 넘게 알아온 사람처럼 느껴졌다.&lt;BR&gt;&lt;BR&gt;&lt;BR&gt;“혹시나 가족들이 반대하면 어쩌나 싶어서.”&lt;BR&gt;그는 어머니가 괜히 그녀의 학력과 나이를 트집 잡을까 봐 은근히 걱정이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lt;BR&gt;오히려 그녀의 성품과 인간됨을 잘 알 수 있게 된 것과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에 서로의 집안내력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는 생각보다 결혼문제가 쉽게 해결되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lt;BR&gt;&lt;BR&gt;&lt;BR&gt;“자기 얘기 좀 해. 늘 내 얘기만 하니까 재미가 없잖아.”&lt;BR&gt;강을 배경으로 서 있는 정영자가 한마디 했다. 그녀 뒤로는 눈부신 가을햇살이 아깝게 부서지고 있었다.&lt;BR&gt;“말 많이 했는데......”&lt;BR&gt;그가 싱겁게 대답하면서 덧붙였다.&lt;BR&gt;“무슨 얘길 할까. 오늘 어머니가 해준 밥에 두부조림을 먹구. 참, 나 두부요리 잘 해.”&lt;BR&gt;그의 뇌리에 갑자기 중학교 시절 명절 때 두부 배달했던 일들이 떠올랐다.&lt;BR&gt;“아마 영자보다 더 잘 할걸.”&lt;BR&gt;그녀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며 웃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lt;BR&gt;&lt;BR&gt;&lt;BR&gt;제종철은 당장이라도 두부를 사다가 뭔가를 만들 사람처럼 보였다. &lt;BR&gt;“나중에 꼭 그 실력 좀 봐야겠네.”&lt;BR&gt;그녀의 눈에 그의 뒤로 펼쳐진 강 반대편의 풍경이 들어왔다. 멀리서 추수를 덜 마친 논에 사람들이 허리를 구부리며 마지막 가을걷이를 하고 있었고 바람에 실려온 냄새에서 나락이삭이 남긴 가을향기가 느껴졌다. -&lt;계속&gt;-&lt;BR&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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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 -⑤] '부인과의 첫 만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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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7:36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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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2&gt;&lt;U&gt;&lt;FONT color=#810081&gt;&lt;/FONT&gt;&lt;/U&gt;&lt;/H2&gt;
&lt;DIV id=writer&gt;&lt;SPAN id=writer_name&gt;민중의 소리&lt;/SPAN&gt; &lt;SPAN id=writer_email&gt;&lt;/SPAN&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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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B&gt;제종철 평전 중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목차】&lt;/B&gt;&lt;BR&gt;&lt;FONT color=#cd853f&gt;&lt;B&gt;[제종철평전 -⑤] 부인과의 첫 만남&lt;/FONT&gt;&lt;BR&gt;[제종철평전 -⑥] &quot;전화만 해도 연애가 되요?&quot;&lt;BR&gt;[제종철평전 -⑦] '킬러 제종철'&lt;BR&gt;[제종철평전 -⑧] 두부요리 &lt;/B&gt;&lt;/DIV&gt;&lt;/DIV&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FONT color=#0000ff&gt;&lt;B&gt;부인과의 첫 만남&lt;/B&gt;&lt;/FONT&gt;&lt;BR&gt;&lt;BR&gt;진주시내는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마치 그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듯이 눈에 들어오는 건물과 도로, 그리고 사람들이 한 박자 느리게 스며들어와 그의 동공에 오랫동안 머물다가 사라졌다. &lt;BR&gt;&lt;BR&gt;&lt;BR&gt;그는 곳곳을 세심하게 바라보았다. 칠이 벗겨지기 시작한 철물점, 낡은 의자가 늘 앞에 놓여 있는 제재소, 고추모종과 토마토모종이 심어진 비닐화분이 길게 늘어선 원예점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제종철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것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며 큰길을 건너 좁은 인도를 걸으면서 넉넉한 시간이 주는 여유를 만끽했다. 느슨한 사이클의 흐름은 자연의 주기에 맞물려 살아가는 사람들과 농촌을 끼고 있는 도시가 주는 매력이기도 하다.&lt;BR&gt;&lt;BR&gt;&lt;BR&gt;제종철이 이토록 한가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그의 한 시절을 보낸 거리를 푸근하게 바라보기는 거의 십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것은 그에게 어느 병사가 가지는 첫 휴가의 설레임처럼 두근거리는 일이었고 낯익은 풍경이 주는 행복과 안도의 감정이 곳곳에 박혀 있어서 새삼 고향이란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하며 감탄하게 만들고 말았다.&lt;BR&gt;&lt;BR&gt;&lt;BR&gt;오랜만에 집에 내려오는 거라 저녁 마실을 나가는 것에 부모님과 여동생은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그는 그 동안 소원했던 친구들을 한번 만나고 싶었다.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결혼한 녀석은 누구누구일까? 모두들 군대는 다녀왔겠지. &lt;BR&gt;&lt;BR&gt;&lt;BR&gt;어떻게 그가 내려온 줄 알고 초등학교 동창녀석이 전화를 했다. 얼굴 한번 보자는 것이었다. 제종철은 여동생이 챙겨준 셔츠를 입고 남강의 냉기에 밀려온 밤바람을 맞으며 진주시내를 걸었다. 6월 초였지만 밤은 그래도 쌀쌀함이 남아 있었다. 걷어 부친 소매 깃 사이로 짧게 바람이 스쳐지나갔고 여기저기서 가로등이 켜지며 작은 소도시는 불빛에 반짝거렸다.&lt;BR&gt;제종철은 서서히 몰려오는 어둠 속을 잠깐동안 배회하다가 시내 중심가로 나갔다. &lt;BR&gt;&lt;BR&gt;&lt;BR&gt;만나기로 한 친구 김영한이 먼저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lt;BR&gt;“야, 오랜만이다.”&lt;BR&gt;둘은 잠시 서로의 손을 잡고 웃었다. 서로를 확인하는 순간 손에 힘이 들어갔다.&lt;BR&gt;이십대 중반을 넘어선 친구의 얼굴엔 제법 생활의 무게가 실려 있었고 그런 친구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lt;BR&gt;김영한은 시내를 가로지르면서 그를 소박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커피숍으로 데려갔다.&lt;BR&gt;“여기서 차나 한잔하자. 내 외사촌이 운영하는 곳인데 무척 예쁘게 생긴 애야. 성격도 좋구.”&lt;BR&gt;그는 친구의 말에 삐죽이 웃었다.&lt;BR&gt;&lt;BR&gt;조용한 실내에 들어서자 김영한이 말했던 가느다란 체구의 여성이 미소를 지으면서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인상은 부드럽고 눈매는 영리해 보였는데 그의 시선에 쏙 들어오는 여성을 본 순간 그의 무심한 눈에도 약간 흔들림이 감지되었다.&lt;BR&gt;&lt;BR&gt;&lt;BR&gt;김영한이 그의 외사촌을 보며 “여긴 내 친구다. 인사해라”고 하자 블라우스에 치마를 단정히 입은 여성이 종철에게 인사를 했다.&lt;BR&gt;갑자기 이런 대면이 쑥스러워졌다.&lt;BR&gt;“안녕하세요 정영자라고 해요.”&lt;BR&gt;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제종철은 멋적게 웃었다.&lt;BR&gt;“아, 네....... 전 영한이 동창입니다. 제종철입니다.”&lt;BR&gt;&lt;BR&gt;&lt;BR&gt;그녀가 둘을 위해 자리를 안내했다. 그들은 대화를 나누기 편해 보이는 안 쪽 깊숙한 곳에 앉았는데 저녁이라 그런지 손님이 몇 테이블에 있어서 정영자는 차를 손수 날라다 준 다음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lt;BR&gt;“그동안 어떻게 살았냐?”&lt;BR&gt;김영한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lt;BR&gt;“나야 늘 그렇지 뭐.”&lt;BR&gt;제종철은 자신의 삶보다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 더 궁금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가끔씩 그녀를 향하곤 했다.&lt;BR&gt;“군대는 갔다왔어?”&lt;BR&gt;그가 묻자 친구는 히죽 웃었다.&lt;BR&gt;“그래 임마. 2년 6개월 꼬박 뺑이쳤다. 그것도 산이란 산은 다 타면서. 제대하면서 부대 쪽으로는 오줌도 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lt;BR&gt;&lt;BR&gt;&lt;BR&gt;몸서리치는 표정을 보건데 어지간히 심하게 군대생활을 한 모양이었다. 그는 친구의 얘기를 듣는 게 지겹지가 않았다. 군대 이야기가 끝난 이후로 대화는 점점 길어져서 친구들 사는 얘기와 사업하다가 말아먹은 얘기, 결혼문제, 현 정치상황 등 다양하게 흘러갔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얘기는 끝이 없었고 쉽게 자리가 정리되지 않았다. 그와 친구는 자리를 옮겨 근처의 술집으로 갔는데 커피숍 문을 닫은 정영자도 동행을 했다.&lt;BR&gt;&lt;BR&gt;&lt;BR&gt;셋은 아주 오래 전에도 그런 적이 있는 사람처럼 나란히 걸었다. 들떠 있는 마음을 달래주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회포, 그리고 정영자 역시 그를 잘 아는 사람처럼 여겨져서 그렇게 걷는 것이 낯설지가 않았다.&lt;BR&gt;그는 대화 중에 그녀가 하동 출신이며 자신보다 한 살 위지만 초등학교 입학은 같은 해에 했음을 알았다.&lt;BR&gt;“ 하동에 와본 적이 있어요?”하고 그녀가 물었다.&lt;BR&gt;“지리산에 갈 때 그곳을 거쳐갔던 적이 있어요.”&lt;BR&gt;&lt;BR&gt;&lt;BR&gt;그의 기억에 의하면 하동은 소박한 곳이었다.&lt;BR&gt;대화가 한참 무르익었을 때 굳이 어색하게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제종철이 말했다.&lt;BR&gt;“우리말 트는 게 어때?”&lt;BR&gt;정영자도 좋다고 했다.&lt;BR&gt;“여긴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여전히 비좁은 2차선 도로, 사람들이 다니기엔 불편한 인도. 포플러 가로수. 낮은 양철지붕.”&lt;BR&gt;제종철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lt;BR&gt;“그건 그래. 사람들이 별로 변화가 없으니까 주변도 달라지지 않아.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살잖아. 졸업한 뒤 더 큰 도시로 나가던가 아니면 부모님 일을 도와주던가.”&lt;BR&gt;그녀가 순간 뭔가를 생각했는지 웃었다.&lt;BR&gt;“실은 여기서 기껏해야 일어나는 사고는 남강이 홍수로 넘치느냐 마느냐야. 일년에 사건 사고 하나 없는 곳이거든.”&lt;BR&gt;&lt;BR&gt;&lt;BR&gt;그렇다고 그녀가 이 곳에서의 삶을 지리멸렬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lt;BR&gt;제종철은 정영자에게서 진주를 떠나 서울의 삶에 인이 박힌 그와 달리 여전히 남강의 흐름과 부드러운 진주시 주변의 산새를 닮은 정서가 배어있다고 생각했다. 환경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촌스럽거나 순박하기만 한 사람처럼 여겨진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서울에서 만났던 그의 동기나 선후배 여성들과는 차이가 있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편안함이었다.&lt;BR&gt;&lt;BR&gt;&lt;BR&gt;그는 오랫동안 꽤 야무지다고 소문난 여성들과 함께 사업해왔다. 그녀들은 투쟁과 사업에 남성 못지않게 치열했고 전투적이었으며 마음속 한편으로 그들을 존경했다.&lt;BR&gt;하지만 왜 그랬는지 제종철은 스물 일곱이 될 때까지 연애 한 번 하지 않았다. 연애를 굳이 거부하지도 않았지만 하고 싶은 상대도 없었고 할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오로지 그의 관심에 있었던 것은 현 시기 정세에 맞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과 어떻게 하면 자신이 변화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 뿐이었는데 뒤돌아보니 그것 또한 변명처럼 느껴졌다.&lt;BR&gt;&lt;BR&gt;&lt;BR&gt;누군가는 이런 그에게 “아직은 외롭지 않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lt;BR&gt;“진짜 외로우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정말 이상한 노릇이지. 평소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이 새롭게 다가오는 거야. 외롭다고 느끼는 시기에 적절하게 주변에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하는 연애고 결혼인 것 같아.”&lt;BR&gt;하지만 그는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생각은 없었다. 외로워서 하는 사랑이 아니라 정말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그 외로움을 견뎌야만 하지 않을까?&lt;BR&gt;&lt;BR&gt;&lt;BR&gt;인생은 누구에게도 길지 않다. 사랑과 연애는 한 인간이 가지는 관계의 총체가 드러나는 행위이며 그 인간의 정수가 담겨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과 함께 삶과 생활을 해야 할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서로의 삶에 침투되어 서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없다면 사랑은 지탱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lt;BR&gt;&lt;BR&gt;&lt;BR&gt;학생운동을 어느 정도 정리를 한 지금 그는 예전보다 넉넉한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은 이후의 삶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전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해 보기는 고교 시절 대학 시험 이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lt;BR&gt;그래서인지 고향에서의 며칠은 지난 시절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에게 좀처럼 얻기 힘든 꿈같은 휴식으로 다가왔다.&lt;BR&gt;&lt;BR&gt;&lt;BR&gt;그들은 밤이 깊도록 대화를 나누다가 차가 끊기기 전에 헤어졌다. 두 사람과 멀어져 집으로 오는 동안 그는 마음속에 무언가 하나의 그림자가 생겨났음을 깨달았다.&lt;BR&gt;그는 걸으면서 자신의 발걸음을 비추는 달을 바라보았는데 그 달은 너무나 크고 아름다웠다.&lt;BR&gt;&lt;BR&gt;&lt;BR&gt;제종철은 이틀 후에 다시 한번 정영자를 만났다. 그녀는 이제 막 커피숍 문을 닫으려고 하는 참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가로등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선선하면서도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는 잠시 멀찍이 물러서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갔다.&lt;BR&gt;“잘 있었어?”&lt;BR&gt;그의 목소리에 정영자가 고개를 돌렸다. 이틀 전보다 더욱 밝아 보이는 얼굴이었다.&lt;BR&gt;“영한이 못 봤어? 여기저기 연락을 해도 안 돼서 말야”하는 그의 질문에 “여기 안 왔는데......”하며 그녀는 버릇인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lt;BR&gt;“그런데 정말 영한이 때문에 온 거야? ”&lt;BR&gt;그녀가 다시 물었다.&lt;BR&gt;종철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lt;BR&gt;“뭐 그냥 겸사겸사....... 진주를 떠나기 전에 둘 다 보고 싶었거든.”&lt;BR&gt;&lt;BR&gt;&lt;BR&gt;둘은 누가 그렇게 하자는 말도 없었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눈앞에 어젯밤 그들이 갔었던 술집이 나타났고 두 사람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별주를 마시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는 주로 자신의 얘기를 하는 정영자를 보며 그녀와 만났던 몇 시간이 그에게 꽤 길게 느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lt;BR&gt;그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거나 그것을 기다리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귀향은 낯선 감정을 몰고 왔다. 그건 그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lt;BR&gt;&lt;BR&gt;&lt;BR&gt;그리 넉넉하지 않게 살아왔던 그녀의 삶과 생활을 위해 일찍부터 일을 해야 했던 시절, 그리고 진주시에서 보냈던 고교 시절과 그녀가 겪었던 자잘한 일들에 대한 얘기가 마치 자신의 한 부분처럼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녀의 생활들에 대한 고민이 가깝게 느껴졌다.&lt;BR&gt;“이제 네 얘기 좀 해 봐.”&lt;BR&gt;그녀의 말에 제종철은 그냥 웃었다.&lt;BR&gt;“내 얘기라.......” - &lt;계속&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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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FONT color=#0000ff&gt;많은 네티즌께서 제종철 평전 모두를 연재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이에 오늘부터는 매일 한편씩 게재하는 방식으로 전량을 연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lt;/FONT&gt;&lt;/DIV&gt;&lt;/DIV&gt;&lt;BR&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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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④]대학시절 2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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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고른세상</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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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6:24Z</updated>
	    <published>2009-11-19T09:56:24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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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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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style&gt;--&gt;&lt;B&gt;동지구출 투쟁을 통해 원칙적 태도를 배우다&lt;/B&gt; &lt;BR&gt;&lt;BR&gt;92년 대선을 얼마앞둔 12월 초 왕산은 기말고사를 치루느라 많은 학생들이 건물밖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험도 시험이지만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기말고사를 일찍 치룬 학생들은 바람을 등진채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호빵을 호호불며 무엇이 좋은지 연신 수다를 떨며 정류장으로 향하는 여학생들은 세상에 아무런 근심과 걱정없이 살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lt;BR&gt;&lt;BR&gt;‘범민주 단일후보를 추대하여 민주정부 수립하자’라는 구호와 ‘민중권력 쟁취’라는 현수막이 서로를 마주보며 거센 바람에 찢기지 않기 위해 가로수를 붙잡고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lt;BR&gt;&lt;BR&gt;진입로를 따라 오가는 학생들의 몸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양 팔꿈치를 옆구리에 바짝 부친채 걷게 만드는 왕산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황량해 보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길을 걷던 한 학생이 당선사례라고 붙어 있는 현수막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그 현수막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호 2번 ***’라고 씌여져 있었다. &lt;BR&gt;&lt;BR&gt;왕산 학생운동의 중심이었던 이곳 총학생회실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이젠 얼마남지 않았다. 학생회의 주인이 바뀐것이었다. 열흘전 실시된 선거에서 십년가까이 학생회를 이끌어 오던 일명 운동권이 비운동권학생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lt;BR&gt;&lt;BR&gt;유난히도 복잡하고 다난했던 한 해였다. 대오에서 이탈하는 간부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그 해였다. 과오를 범한 단과대 학생회장을 여름방학이 끝나자 마자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였으며 이로인한 억측과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았던 시기였다. &lt;BR&gt;&lt;BR&gt;이전에는 없었던 여러 가지 이색사조가 학교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그 해였다. 이름도 생소한 무슨파니 무슨 그룹이니 하는 명의의 대자보가 자주 보였고 대부분의 내용은 학생회가 주사파에 의해 장악되었다고 규정을 내리고 공격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내용은 공허한 유렵식 사회주의를 주장하거나 이북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글이었다. &lt;BR&gt;&lt;BR&gt;과학생회나 과학회에서 활동하는 간부보다는 학생회실에서 구름타고 다니는 간부가 더 많다는 조롱섞인 말이 나올정도로 학우대중들 속에서 묻혀사는 간부가 많지 않았다. 89년부터 매년 5월 메이데이 투쟁때면 전교생의 10%가까이가 가두투쟁에 동원되고 했던 전통은 올해는 이어가지 못했고 학생회를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어도 학생들 손이 아닌 간부들에 의해 뜯겨지기 전에는 그냥 나붙어 있을 정도였다. &lt;BR&gt;&lt;BR&gt;학생대오 내에서도 의심과 의혹의 소문이 무성할 뿐 누구하나 사실에 기초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안기부의 사주를 받고 있는거 같다. 누가 학교에서 밀어주는 사람인데 이번 선거에 나온다더라 하는식의 풍문만 무성한채 직접 나서서 진실을 규명하는 사람도 없었다. 여론에 민감한 예비역 선배들은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미 2학기가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 했지만 사사로이 여기며 지나쳐 버렸다. 결과는 선거 패배였다. &lt;BR&gt;&lt;BR&gt;갑자기 밖에서 크게 떠드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누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성남에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오는 날을 맞이해 연설회가 열리는 근처에서 민주정부수립을 외치며 가두시위를 하던 학생들이 전원 연행되었다는 소식이다.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제종철이 이문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통화 내용을 알려준 것이다. &lt;BR&gt;&lt;BR&gt;이문석과 제종철의 머리를 스쳐가는 것은 박재권에 대한 신변문제였다. 오늘 그 투쟁을 지휘한 후배가 박재권인데 그는 지금 수배 중이었다. 나름대로 안전한 실천투쟁이라고 판단하여 그가 나갔는데 선거법위반으로 전원 강제연행을 당한 것이다. &lt;BR&gt;&lt;BR&gt;자연스럽게 투쟁대오가 조직되었다. 늘 그렇듯이 한 명이 연행되면 10명이 구속될 각오로 동지를 구출할 때 까지 싸우는게 왕산 학생운동의 전통이었다. 10명이 연행되면 몇배가 구속될 각오로 투쟁을 해왔던 그들은 늘 주동에 서서 기세있는 싸움을 전개해 왔었다. 얼마전에도 가두시위 도중 연행한 여학생을 풀어달라며 새벽 5시까지 투쟁을 전개했던 터러 이문석과 제종철은 서로 씨~익 웃으며 오늘도 힘찬 투쟁을 결의하며 문을 나섰다. 이미 학교 사업을 접고 용성총련으로 진출하기로 했던 제종철이지만 애지중지 아껴온 후배인 박재권 생각에 벌써 출발대오를 정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lt;BR&gt;&lt;BR&gt;이미 날은 컴컴해지고 나서 왕산을 중심으로 오 십여명 가량이 모여있었다. 다른 학교에 연락을 해봤지만 기말고사 기간이고 아직 선거를 치룬지 얼마되지 않아서일까 타 학교 동지들은 몇 명 눈에 띄지 않았다. &lt;BR&gt;&lt;BR&gt;오늘도 날밤을 새워가며 투쟁하리라 짐작한 여자후배들은 두터운 오리털 파카와 스티로폴 방석을 미리 준비해 왔다. 사회대의 어느 과회장은 후배들에게 보온병을 가져오라 오뎅국물을 끓여오라며 부산을 떨고 있었다. &lt;BR&gt;&lt;BR&gt;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역의 인권활동을 하는 목사 한 분이 정문을 걸어 잠근 채 눈만 내놓고 있는 전투경찰 넘어로 누군가 대화를 하고 있다. 아마도 경찰측 관계자를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듯 싶었다. &lt;BR&gt;&lt;BR&gt;그러나 오늘 경찰의 태도는 완강했다. 어느 누구도 면회를 시켜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서 서장은 이미 퇴근했고 대화할 만한 누구도 경찰서 안에는 없다며 대화거부를 이미 선언해 놓았다. &lt;BR&gt;&lt;BR&gt;제종철은 바삐 움직이더니 대열을 지도하던 선봉대장에게 투쟁대열을 갖추도록 주문했다. 전경들과 몸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대열 가운데는 온몸으로 밀어 부치는 학생과 철제 정문과 방패로 진입을 저지하는 경찰간에 욕설이 오가기 시작했다. 대열 양 옆에는 담장을 넘겠다는 학생들과 이를 말리려는 경찰들간에 발길질과 방패찍기가 오고가기 시작했다.&lt;BR&gt;&lt;BR&gt;이렇게 몇 번을 싸우자 어느새 밤 12시가 다 되어 갔다. 늦게 연락을 받거나 일정이 있어 늦은 사람들이 참가하여 대오는 어느새 1백명이 훨씬 넘었다. 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나오더니 ‘오늘은 좀 힘들다. 수배자가 있어보인다. 그냥 풀어줄 수 없다. 그리고 선거사범에 대한 특별지시가 떨어져 절대로 그냥 풀어줘서는 안된다는 서장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귀뜸으로 알려주었다. &lt;BR&gt;&lt;BR&gt;점점 날씨가 추워지고 거리는 더욱 스산해 졌다. 날이 추워서인가 버스도 예전보다 일찍 끊어지고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 사라진지 오래였다. 투쟁 대열도 장기전을 고려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채 경찰서 정문앞에 대열을 갖춘 후 모여 있었다. 이미 우리와 몇 번을 대적한 전경들 중 고참인 듯 보이는 몇 놈이 정문으로 손을 내밀며 빌고 있었다. &lt;BR&gt;“우리가 무슨 죄냐? 제발 그만 하고 좀 가라”&lt;BR&gt;며 애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lt;BR&gt;&lt;BR&gt;손짓으로 빨리 가달라며 손사래를 치는 전경과 잠 좀 자자며 애원하는 사람 등 별의별 말이 다 나왔다. 한 번 시작한 싸움은 끝을 보기전까지 그냥 물러가는 경우가 없었던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전경들과 형사들은 애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정보과의 한 간부는 이렇게 얘기한 적도 있었다. &lt;BR&gt;“야! 니네는 왜 맨날 성남와서 그러냐? 너네 학교는 용인인데 거기서 좀 해라, 너네 때문에 내가 제명에 못살겠다”도 엄살을 떨곤 했다. &lt;BR&gt;&lt;BR&gt;밤 12시가 넘어 겨우 몇 명만 면회를 시켜주었다. 박재권을 비롯해서 모두가 묵비권을 행사하며 결연한 투쟁의지를 가다듬고 있더라며 동지들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모두가 일어나 함성을 지르며 안과 밖이 힘을 합쳐 끝까지 투쟁하자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lt;BR&gt;&lt;BR&gt;잠시 휴식을 이용해 이문석과 제종철은 학생회 사업과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lt;BR&gt;&lt;BR&gt;이문석은‘운동권을 비방하고 모략하는 자들이 주축이된 비운동권 학생회지만 우리와 뜻과 마음이 통할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는 제종철이의 이야기가 가장 크게 와 닿았다. 비운동권 학생회지만 학생회사업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기에 절대 외면하거나 적대시 해서는 안된다는 주문이었다. 그리고 내년 초엔 그들과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간부를 선발하여 총학생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치하자는 주문도 뒤따랐다. &lt;BR&gt;&lt;BR&gt;그러나 이문석은 간부를 선발해서 배치하자는 제종철의 마지막 주문만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다. 원칙적으로 맞는 지점도 있지만 심정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다.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우리를 비방하고 모략한 녀석들이 만든 총학생회 집행부에 들어가 그들 밑에서 일할 사람을 어떻게 준비시킨단 말인가? 누가 하겠다고 나설사람도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lt;BR&gt;&lt;BR&gt;이문석은 도저히 그렇게 할 자신도 없고 의욕도 없었다. 제종철도 그들의 심정은 이해를 했다. 우리를 욕하면서 당선된 놈들이니 지들끼리 잘해보라고 놔 둘 일이지 그들을 도와주러 학생회에 간부를 파견한다는 것은 심정적으로 잘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는 학우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관점이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서로 미워하고 싸우면 결국 손해는 학우들의 몫이었다. 비운동권 총학생회와 적극적으로 사업해야 한다는 제종철의 주장은 왕산 학생운동 대오에 받아 들여졌다. 핵심들이 총학생회 간부로 들어가 활동을 했으며,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93년 비운동권 총학생회로써는 처음으로 한총련 활동을 공개적으로 선포하는 이변을 만들었다. &lt;BR&gt;&lt;BR&gt;투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한 참이 지난 후 대열 앞쪽에서 몇 명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중간중간에 구호도 섞여 나왔다. 옆에 있는 여학생들은 벌써 추위에 지쳤는지 머리를 무릎속에 파뭍은 채 손을 들어 건성으로 노래와 구호를 외치고 있다. &lt;BR&gt;&lt;BR&gt;추위에 온갖 고생을 다해본 제종철이지만 그도 역시 몹시 힘들어 보였다. 온 몸이 얼마나 떨리던지 밤새 떨었던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고 이미 옆구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대열 뒤쪽에서 팔짱을 낀채 왔다 갔다 하면서 추위를 이겨보자고 애를 쓰고 있다.&lt;BR&gt;&lt;BR&gt;새벽녘이 될 무렵 추위가 점점 더 기승을 부렸다. 바람도 더욱 거세졌고 기온도 한참이나 떨어진 듯 했다. 누군가 지금 몇도냐고 물었더니 영하 10도란 말도 나오고 15도란 말도 나오곤 했다. 12월 초 날씨가 영하 10도면 꽤나 추운편인데 그냥 체감온도인지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lt;BR&gt;&lt;BR&gt;위 아래로 부딪쳐오는 이빨을 꽉 깨물고는 앉아서 버티는 학생들의 모습이 점점 더 애처롭게 보였다. 새벽은 점점 더 깊어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전경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담장 넘어 정문 방향으로 전경버스가 배치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정문이 열리면서 전경들이 함성을 지르며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달려나오는 것이다. &lt;BR&gt;&lt;BR&gt;경찰은 사전 경고방송도 없이 기습진압을 감행한 것이다. 앞 부근에서 남자 몇 명과 전경들간에 난투극이 벌어지고 전경 지휘관의 핸드마이크 소리와 고참 전경들의 고함소리가 뒤섞여 초겨울 새벽 거리에 더욱 크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lt;BR&gt;&lt;BR&gt;대열 앞쪽에서 추위에 웅크리고 앉아 졸고 있던 몇 몇 여학생들은 머리에 곤봉을 얻어 맞았는지 비명소리가 들렸고 선봉대 일부가 적수공권으로 달려들어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대열 뒤로 밀려나오는 여학생과 흰색 오리털 파카옷에 군화발 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채 엎혀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lt;BR&gt;&lt;BR&gt;순식간에 경찰서 정문에서 길 건너편으로 밀려난 학생들은 넓게 대열을 형성한 후 일부가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찰서 정문 바로옆 파출소 간판과 보안등이 깨져 나갔고 전경 지휘관의 “돌을 던지지 마라”는 경고방송도 함께 터져 나왔다. 경찰서 안쪽에서 몰려나오는 전경들의 숫자가 학생들 보다 다섯배는 많아 보였다. 이문석과 선봉대 간부 몇 명이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전체 대오가 골목으로 흩어져 저 아래 사거리에서 다시 모이라는 지침이 떨어졌다. 경찰도 해산이 목적이었는지 더 이상 추격하거나 연행을 시도하지 않았다. 경찰서 정문앞은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에 담요와 신발 그리고 빵과 우유 포장지가 나뒹굴고 있었다. 학생과 전경외에 아무도 없는 시간인 새벽 시간대에 기습적으로 이뤄진 경찰의 진압으로 일백명이 약간 넘는 대오가 순식간에 흩어진 것이다. &lt;BR&gt;&lt;BR&gt;사거리 부근에 다시 모인 학생들은 병원으로 실려간 몇 명을 제외하곤 전부가 모인 듯 했다. 학생회 간부들 몇 명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엔 제종철도 포함되어 있었다. 간부들은 학교로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학교에 들어가 투쟁할 물량을 준비한 후 아침에 등교한 학생들과 함께 다시 투쟁하러 오자는 것이다. &lt;BR&gt;&lt;BR&gt;제종철도 선뜻 동의했다. 숫적 역량으로 보나 기세로 보나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추위 탓인지 모두가 너무 힘들어 보였고 무엇보다 저 추운자리에 가서 또 버텨야 한다는 것에 쉽게 결의가 세워지질 않았다. 거의 모두가 학교로 돌아가 잠시 휴식한 후 등교한 학생들에게 지금의 소식을 알리고 연행된 동지들이 속한 과를 중심으로 발동하여 더욱 많은 대오를 이끌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필요하다면 쇠파이프도 준비하고 타 학교에도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은 설득력을 얻어 대부분 동의하고 있었다. &lt;BR&gt;&lt;BR&gt;몇 몇 간부들이 모여 진행한 회의는 이렇게 정리되는 듯 했다. 투쟁을 하다만 것 같아 내내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던 제종철도 전체의 입장에 다른 이견을 생각치 못했다. 회의를 마치고 잠정 결정된 사항을 각 단위에 알리자는 이야기로 마무리될 즈음 구속되었다가 2년여간의 실형을 살다 몇 달전 출소한 선배 김경훈이가 한 발 다가서며 말했다. &lt;BR&gt;&lt;BR&gt;석방된 후 과에서 조용히 지내던 그 선배는 후배들의 사업에 일체 간섭하거나 통제하려 들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나서자 모두들 의아해했다. &lt;BR&gt;“지금 뭐 하자는 거냐? 이 시간에 학교로 들어가서 뭘 하겠다는 거냐?”&lt;BR&gt;며 따져 물었다. 그 선배의 말 속에는 분노가 스며들어 있었다. &lt;BR&gt;“한번 시작한 싸움은 끝을 보는 거다. 여기서 끝을 보겠다고 싸움을 해도 이 자리에 올사람들은 알아서 오지 않겠냐?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이 정도 수만 해도 충분하다”&lt;BR&gt;그는 학교로 돌아가는 것을 반대해 나섰다. &lt;BR&gt;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단순히 선배가 한 이야기라 그런 것이 아니라 학교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묻어있던 비겁성이 탄로났기 때문이다.‘여기서 계속 싸워야 경찰서 안에 있는 동지들도 힘을 내고 끝까지 싸울텐데..’하며 제종철은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lt;BR&gt;&lt;BR&gt;제종철은 순간이나마 잠시 비겁한 생각과 타협한 자신을 되돌아 보며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경찰들의 폭력에 잠시 밀려났다고 학교로 돌아가서 더 큰 대오를 묶어 오자는 주장의 이면에는 비겁성이 스며들어 있었던 것을 양심에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추위와 피로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본능적 요구가 보이지 않게 스며든 것이었고 이쯤 했으면 할만큼 한 것 아니냐는 적당주의도 끼여 있던 것이다. &lt;BR&gt;&lt;BR&gt;원칙은 변화된 환경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니라 더욱 견고하게 지켜져야 하지만 지금 왕산의 간부들은 적당히 타협하고 본능적 요구앞에 결국 타협하는 길로 접어든 것이다. &lt;BR&gt;&lt;BR&gt;다시 힘찬 노래소리가 들리자 제종철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눈을 들어보니 이미 스크럼을 짠 채 동지가를 부르며 경찰서 방향으로 전체가 이동하고 있었다. 맨몸으로 머리가 깨져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결의는 불빛이 되어 어두운 거리를 비추고 있었고 새벽 안개가 옅게 드리우는 풍경속에 스크럼을 짠 채 부르는‘동지가’는 경찰들에게 길을 비키라는 경적소리가 되어 새벽하늘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lt;BR&gt;&lt;BR&gt;스크럼을 짠 채 학생들이 다시 경찰서 정문으로 몰려오자 밖에서 진을 치고 있던 전경 지휘관들의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혀을 내두르는 전경 지휘관들은 진입대열을 경찰서 안으로 이동시킨 후 다시 정문을 걸어 잠그시 시작했다. &lt;BR&gt;&lt;BR&gt;결국 이날 싸움은 만 하루를 넘겨 저녁 늦게 경찰이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어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석방하였다. 그 한 명은 학생회 간부들도 당시까지 몰랐던 사실인데 병역법 관련으로 이미 수배중이라 빼내올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수사과장의 다짐을 받아 놓았다.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외우고 다녔던 박재권은 구속되지 않고 경찰서를 유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날 투쟁을 통해 제종철을 비롯한 많은 간부들은 투쟁에 대한 자신의 원칙적 입장과 태도를 다시 검토해 보았으며 큰 교훈과 감동을 얻게되었다.&lt;BR&gt;&lt;BR&gt;&lt;B&gt;한총련 연사위원장&lt;/B&gt; &lt;BR&gt;&lt;BR&gt;1994년도 여름 세종대학교 구석진 곳에서 아침 일찍부터 농구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한총련 연대사업위원회(연사위) 간부들이었다. 한총련 출범식 당시 출범선언문 파동과 북한 김일성 주석 서거 이후 조문파동 등으로 인해 출범시작부터 집중적인 공세와 탄압을 받은 한총련은 한양대학교에 사무실을 두었지만 각 위원회별 사무실은 대학별로 흩어져 활동하고 있었다. &lt;BR&gt;&lt;BR&gt;한 학교에 모여 있어 봤자 놈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어 여러 학교로 흩어졌는데 그중 연사위의 사무실이 가장 각광을 받았다. 연사위 사무실은 당시 유행하던 전기 난방이 되는 침상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사업에 지친 간부들이 따뜻한 잠자리를 찾아 이곳을 많이 선호했다. &lt;BR&gt;&lt;BR&gt;한총련 혁신은 간부의 생활혁신으로부터 이루자는 당시 사무처장의 제안으로 아침운동 하는 것이 생활수칙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생활에 단련이 된 종철이는 어렵지 않게 생활수칙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lt;BR&gt;&lt;BR&gt;농구를 하는 이들 중에 유난히 폼도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몸놀림이 눈에 띄는 사람은 제종철이었다. 그는 구기종목 운동을 잘 하는 편이 못됐다. 축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족구를 할 때도 그랬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잘 하지 못하다고 해서 빠지거나 혼자 떨어져 다른 일을 하는 친구는 아니었다.&lt;BR&gt;&lt;BR&gt;축구를 할 때 제종철은 맨발로 축구를 했는데 발바닥에 굳은 살이 많아서인지 맨 땅을 잘 뛰어 다녔다. 그는 달리기를 잘해서 지치지 않고 뛰어다녔으며 공을 잘 다루지 못했어도 아무도 그에게 축구를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농구도 마찬가지였다. 하도 열심히 쫓아 다니다보니 공을 잘 못 다룸에도 불구하고 그는 꼭 있어야 하는 선수로 인정받았다.이런 것이 제종철의 장점이었다. &lt;BR&gt;&lt;BR&gt;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어느 한 단면만으로 인식되지 않는 법이었다.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그는 최선을 다했다. 토론하는 자리건 술자리건 아니면 운동과 여흥의 자리건 간에 그는 빼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lt;BR&gt;&lt;BR&gt;당시 한총련은 간부회의는 정치조직과 ‘새통체’(새로운 통일운동체)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안이 걸려 있어서 많은 시간을 토론에 할애했는데 심지어는 20시간 가까이 토론이 이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복잡하고 어려운 논쟁에 대해서도 종철이는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lt;BR&gt;&lt;BR&gt;많은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견해를 내놓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격앙된 토론을 할 때 제종철은 조용히 있다가 중요한 대목에서 무엇이 가능한 일이고 무엇이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를 가려주었다. 자기 주장을 먼저 내세우지 않는 것은 특유의 사업풍모였다. 그는 의장을 비롯한 많은 간부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제시된 방향으로 토론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키를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lt;BR&gt;&lt;BR&gt;그런 그를 한총련 간부들은 격의 없이 좋아했고 일부는 정파적 견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친밀하게 그를 대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한총련의 투쟁방침보다 제종철의 이야기가 먼저 내려가더라는 이야기가 한때 한총련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일명 [남태령 사건]이었다. &lt;BR&gt;&lt;BR&gt;한총련 간부들이 모여 회식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늘 과로로 지쳐있던 제종철은 술자리가 끝나기 전에 사라졌다. 다들 취해 있던 관계로 그를 찾지 못하고 그냥 잠자리로 떨어진 후 다음날 아침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아침 8시경 제종철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지하철 4호선인 남태령역에 있다는 것이었다. &lt;BR&gt;&lt;BR&gt;사실 제종철은 술자리 도중 연락을 받고 누군가를 만나러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피곤한 몸으로 지하철을 탄 그는 그만 지하철 안에서 잠에 들었고 지하철 역무원이나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깨웠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잠에서 깨어 눈을 떠보니 다음날 지하철 4호선 전동차 내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의자위에 혼자 누워 자는 척하던 그가 불안한 마음에 눈을 살짝 떠 보니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자신이 누워있는 자리에 앉질 못하고 몇 사람은 서서 신문을 보며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했다. 그는 너무나 황당하고 창피스러워서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 차있는 전동차에서 뛰쳐나왔다. 나와서 역을 보니 남태령역이었다. 그 상황을 들은 한총련 간부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한 간부가 3일후에 제주도에 갔더니 그곳의 총련 간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간부는 '한총련 투쟁방침이 지방에 내려가는 데 몇 주가 걸리는데 어떻게 종철이 이야기는 3일만에 제주도까지 내려가느냐'며 의아해 했다는 일화가 있었다. &lt;BR&gt;&lt;BR&gt;제종철은 용성총련 집행위원장, 경인총련 연사위원장을 거쳐, 나중에는 한총련 연사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그가 한총련 연사위원장을 맡는 과정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었다. &lt;BR&gt;&lt;BR&gt;경기동부총련에서 그를 연사위원장으로 추천했지만, 학생운동 내 다른 대오에서도 연사위원장 후보를 추천해놓은 상황이었다. 그간 경기동부총련이 중앙단위 논의에 소원했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중앙간부 선임과정에서 그가 배제되고 다른 인물이 연사위원장을 맡게 될 수도 있었다. 그도 이 문제가 고민되었다. 조직에서 한총련 사업임무를 주었는데, 자신이 한총련으로 진출하지 못하면 자신의 임무가 파탄날 뿐 아니라 조직의 의도와 계획은 출발부터 어그러지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lt;BR&gt;&lt;BR&gt;혁명가는 모름지기 조직임무를 목숨보다 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그것이 조직생활을 통해 체득한 종철이의 운동관이자 인생관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lt;BR&gt;&lt;BR&gt;대오에서 조직의 권위를 가지고 자신을 공식적으로 추천해놓았으니까 앉아서 결과를 기다릴 수도 있었다. 그가 그런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를 지적받을 일은 아니었다. 일이 잘 안 돼도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는 정도로 평가되면 그만일 것이었다. 자체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힘을 길러서 후일을 도모하자, 이런 식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제종철의 기질이 아니었다. &lt;BR&gt;&lt;BR&gt;조직임무가 파탄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앉아서 기다린다는 것은 그로서는 태만을 넘어 범죄행위에 가까운 일이었다. 임무가 주어지면 그 관철을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상식이었다. 그는 상식대로 행동했다. &lt;BR&gt;&lt;BR&gt;제종철은 연사위원장 선임에 관계된 중앙상임위원회(?) 간부들을 전부 찾아가서 만나기 시작했다. 다른 대오에서 추천된 연사위원장 후보도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 그 사람들을 만나서는 특유의 친화력과 솔직하고 소탈한 성품을 앞세워 “자신이 왜 연사위원장이 되어야 하는가”를 차분하고 끈기있게 설명해나갔다. &lt;BR&gt;&lt;BR&gt;그렇게 해서 사람들로부터 공감하는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서 반대의견 없이 무난하게 연사위원장으로 선임될 수 있었다. 그의 설득이 얼마나 주효했던지, 한총련 중상의 전반적 분위기는 제종철이 연대사업의 가장 적임자라는 것이 중론이 되어 버렸다. &lt;BR&gt;그는 이렇게 임무를 관철해냈다. &lt;BR&gt;&lt;BR&gt;&lt;B&gt;사상의 힘&lt;/B&gt;&lt;BR&gt;&lt;BR&gt;제종철은 운동하는 과정에서 많은 질병을 얻어 고생하던 날이 적지 않았다. 특히 생활이 불규칙했던 경인총련과 한총련 간부시절에는 더욱 심했다. 그는 결핵과 위염과 디스크를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었다. 결핵은 한총련 활동 이후 사회 생활하는 과정에서 잦은 과로와 부실한 식사생활로 얻게 된 병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규칙적인 생활을 목적의식적으로 전개하여 1년만에 결핵을 극복했다. &lt;BR&gt;&lt;BR&gt;그리고는 얼마 후 다시 위염으로 고생하는 날이 많았으나 그는 한동안 술을 끊고 식사를 제때하는 것을 장기적인 계획으로 세우고 실행하여 위염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는 지역사회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한 무수히 많은 회식자리나 뒤풀이 자리에 참가했지만 그리 표나지 않게 자리를 지키고 흥을 돋구기도 하면서도 충분히 절제했다. 그는 결코 조건에 타협하여 병치레를 돋구지 않았다. &lt;BR&gt;&lt;BR&gt;그는 지역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는 디스크로 인해 오랜 기간 힘들어 했다. 그가 디스크를 얻게 된 것은 동지와 조직을 위해 자기 한 몸을 아끼지 않고 활동한 결과였다. 그는 좌골신경통이라는 디스크의 한 종류로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할 정도로 지독한 고통을 겪었다. 평소 그가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가서 쓰러지기 전까지는 다른 동지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생활태도로 미루어보아 그가 아픈 표정을 지으며 고통스러워 할 때는 남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는 민족무예 택견과 요가를 꾸준히 수행하여 6개월 만에 디스크를 완치했다.&lt;BR&gt;&lt;BR&gt;그에게 무슨 신통한 재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일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사상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것이다. &lt;BR&gt;&lt;BR&gt;그는 질병을 얻으면 증상이 심해진 이후에나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이후 그는 그야말로 전투적으로 자기 몸을 치료하기 위한 활동을 목적의식적으로 전개해 들어갔다. 사업과 질병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에서 바로 증명된다. 현장에서 이신작칙하며 활동해야 할 간부가 아픈 몸으로는 무엇 하나 결의하고자 해도 부담스러운 법이다. 자신이 솔선수범하여 해내겠다는 자신감이 없을 때 사업은 곧 소극성과 지지부진함으로 나타난다. 제종철은 자신에게 닥쳐온 질병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제시된 목표와 과제를 해낼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 위에 서서 사업과 투병생활을 동시에 밀고나갔다. &lt;BR&gt;&lt;BR&gt;제종철이 질병을 극복하는 데는 동지들의 높은 배려가 중요한 뒷받침이 되었다. 동지들은 아무리 사업이 바쁘거나 많은 사업이 산적해 있어도 병치료를 위한 계획과 일일지침이 제대로 집행되었는가를 최우선으로 점검했다. 요가와 수련은 빠지지 않고 나갔는지, 그리고 물리치료는 받았는지 등등이 어떤 사업보다도 중요했다. 그의 동지들은 사업을 앞세워 병을 치료하기 위한 계획과 실천을 뒤로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그 지점에 대해 무엇보다도 엄격하게 총화했다. 그래서 제종철이 사업걱정을 떠나서 가장 우선 과제로 건강회복에 전념할 수 있게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것은 제종철이 자기 질병을 영웅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이끌어준 근본동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lt;BR&gt;&lt;BR&gt;제종철이 병을 치료하는 데서 남다른 비결이 있거나 고도한 의학적 지식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조직의 요구를 모든 것의 전면에 내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고 완수해 나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혁명적 인생관과 충직한 삶의 태도가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자신의 몸이 병들어 조직의 요구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에 난관이 조성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투장에서 병치료를 위한 사상전과 생활전을 정면으로 밀고나갔다. 목표와 기간을 설정한 후 병치료를 위한 규칙과 세부계획들을 높은 경각성으로 철저히 집행하는 것을 통해 제종철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시간에 자신의 건강을 되살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lt;계속&gt;-&lt;BR&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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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④] 대학시절 1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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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5:2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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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1&gt;&lt;A href=&quot;http://www.vop.co.kr/2004/11/08/A00000015314.html&quot; target=&quot;_blank&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제종철평전 연재-④] 대학시절 1부&lt;/FONT&gt;&lt;/U&gt;&lt;/A&gt;&lt;/H1&gt;
&lt;H2&gt;&lt;U&gt;&lt;FONT color=#0000ff&gt;&lt;/FONT&gt;&lt;/U&gt;&lt;/H2&gt;
&lt;DIV id=writer&gt;&lt;SPAN id=writer_name&gt;민중의소리 기자&lt;/SPAN&gt; &lt;SPAN id=writer_email&gt;vop@estoneme.kr&lt;/SPAN&gt; &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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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style=&quot;WIDTH: 304px&quot; class=&quot;news_photo news_align_left&quot;&gt;&lt;IMG alt=&quot;[제종철평전 연재-④] 대학시절 1부&quot; src=&quot;http://archivedr.vop.co.kr/images/2004-11/15314wangsan-3.jpg&quot; width=300 longDesc=&quot;△'왕산'의 명수당 너머 보이는 학생회관 전경 ⓒ 한국외국어대학교&quot; height=254&gt; 
&lt;P style=&quot;WIDTH: 284px&quot;&gt;△\'왕산\'의 명수당 너머 보이는 학생회관 전경 ⓒ 한국외국어대학교&lt;SPAN class=photo_copyright&gt;ⓒ ⓒ 한국외국어대학교&lt;/SPAN&gt;&lt;/P&gt;&lt;/DIV&gt;어느날 왕산에 왔지만 휴학을 하지 못한 제종철은 우연히 과 동기들을 만나 신입생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할 일도 없고 했던 그는 동기들과 88학번 후배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일단 과 사무실에서 며칠 후에 있을 원서접수하러 오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폴란드 루마니아어과를 홍보하는 행사를 같이 준비했다. &lt;BR&gt;방학후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 후배들과 학교 앞에서 술자리를 가진 그는 빈속에 소주를 연거푸 채워넣었다. 일정한 거처가 없던 그는 버스가 끊기도록 술자리를 함께 했고 속이 점점 안좋아졌다. 끼니를 제 때 챙기지 못한 그는 속병을 앓고 있었다. 속이 쓰린 날도 많아 졌고 설사를 하는 날도 많아졌다. 특히 술자리를 하고 나면 다음날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일어나 그를 괴롭혔다. &lt;BR&gt;&lt;BR&gt;&lt;BR&gt;술자리가 파할 무렵 그는 화장실로 나섰다. 화장실을 나와 모퉁이를 돌다가 그는 학교 근처를 배회하던 불량배들과 조우했다. 그들도 술이 취한 듯이 보였다. &lt;BR&gt;&lt;BR&gt;“왜 지나가며 어깨를 치냐?” &lt;BR&gt;“니들이 대학생이면 툭툭 치고 다녀도 되냐?”&lt;BR&gt;&lt;BR&gt;불량배 너 댓 명이 시비를 걸어왔다. 이제 갓 스물이나 넘겼을까 싶은 놈들이 제종철의 어깨를 툭툭 밀치며 금새 한 대 갈길듯이 다가오자 제종철은 여기서 학교까지 거리가 얼마인지 속으로 잽싸게 계산을 굴렸다. 술집으로 들어가 동기들을 부르면 싸움이 커질 것같아서 그는 혼자서 조용히 이 일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휴학조차 뜻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탄스러운데다 취기도 오르고 하여 제종철은 독기를 품고 한 사람의 얼굴을 정통으로 쥐어박았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고무 양동이를 들고 휘두르며 또 다른 한 놈을 옆차기로 거꾸러 뜨렸다. 한 겨울에 매서운 주먹 맛을 본 그들은 죽는다고 소리를 질러대며 쓰러진 동료를 챙기랴 제종철의 공격에 대비하랴 부산을 떨었다. &lt;BR&gt;&lt;BR&gt;&lt;BR&gt;기선을 제압한 제종철은 뛰기 시작했다.‘여기서 학교안까지 3백 미터, 내 실력이면 충분히 따돌릴 수 있지.’ 제종철은 찬공기를 들이마시며 한층 힘을 내어 뛰었다. 뒤틀렸던 속도 긴장해서인지 아니면 찬공기에 놀라서인지 더 이상 제종철을 괴롭히지 않았다. 정문 안내실이 다가오자 제종철은 길을 건너 산속으로 뛰었다. 아무래도 놈들이 쉽게 포기할 것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lt;BR&gt;&lt;BR&gt;&lt;BR&gt;단숨에 산 중턱에 오른 제종철은 정문 수위실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위에 올라앉아 가쁜 숨을 가라앉혔다. 산을 향해 한참 욕지거리를 퍼붓던 놈들은 오래 안 버티고 금새 사라졌다. 멀리서 잠실 방향으로 나가는 버스의 뒷모습이 보였다. 버스가 잠시 멈춰 붉은 등을 밝혔다가 실내등을 켜자 아른아른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동기들한테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붉은 정차등이 꺼지면서 버스는 모퉁이 길을 돌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메마른 겨울 하늘엔 둥근 보름달이 떠 있지만 점점 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곧 눈이 내릴 것 같았다. 가쁜 숨이 진정되자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lt;BR&gt;&lt;BR&gt;&lt;BR&gt;그는 얼마 전에도 서울 캠퍼스 다니는 고향 선배가 하숙집에 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서울 이문동 교정 미네르바 동산에서 눈을 맞으며 잠을 잔 기억을 떠올렸다. 그땐 정말 운이 좋았다. 잘못하면 얼어 죽을뻔 했는데 잠결에 누군가 자기를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깨보니 어느새 함박눈이 온몸을 덮고 있었다. 누가 자기를 불렀을까 하며 정신을 차린 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캄캄한 미네르바 동산에는 자기외엔 아무도 없었다. 작년 까지만 해도 도서관을 24시간 개방하여 잠잘 곳을 찾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최근에 무슨 이유인지 24시간 개방을 하지 않아 잠잘 곳을 찾지 못한 날이면 여간 짜증이 나지 않았다. 이문동도 아닌 이곳 왕산에서 그가 갈 곳은 없었다. 방학이라 자취하는 친구들도 없고 학교앞에 여관이 하나 있지만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었다. &lt;BR&gt;&lt;BR&gt;‘어디서 잔다?’ &lt;BR&gt;&lt;BR&gt;왕산 근처에 아는 사람이 없는 그는 결국 정문 안내실 옆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벤치에서 잠을 잘 생각을 하고 산을 내려왔다. 잠깐 눈을 부친 후 안내실 아저씨가 나오면 부탁을 해서 잠자리를 찾을 생각으로 그는 잠시 웅크린 채 벤치에 누웠다. 두려운 마음은 없었다. 춥지만 마음은 편한 곳이었다. 이곳이 왕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는 마음이 편했다. 그나마 신세를 지던 선배들이 모두 각자의 길로 떠난 이후로 그는 친구들과 술자리를 마친 후면 잘 곳을 찾아 서울역이든 시청역 지하든 아무데건 가리지 않았다. 휘경역에서 1호선 막차를 타면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술이 센 제종철이지만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지 못했다. 간혹 눈을 떠보면 인천이나 수원에 도착한 경우도 있었다. &lt;BR&gt;&lt;BR&gt;&lt;BR&gt;그나마 운이 좋아 중간쯤에서 잠을 깨면 서울역이나 시청역에서 내려 잠잘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 겨울에도 노숙하는 사람들은 한기를 피할 곳이 어디쯤인지 서로끼리 잘 알고 있었다. &lt;BR&gt;&lt;BR&gt;&lt;BR&gt;한 번은 쏟아지는 잠이 너무 힘겨워 아예 짐을 올려놓는 선반위에 올라가 잠을 잔 적도 있었다. 불편한 자리라 영등포쯤에서 눈을 뜬 그는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무안해서 전동차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뛰어내려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역 주변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을 자는 것에 비하면 지금 이 자리는 너무 편했다.&lt;BR&gt;&lt;BR&gt;&lt;BR&gt;바람은 멎어 있었지만 점점 짙은 구름이 몰려오고 금새라도 함박눈이 쏟아질 것같은 기세였다. 학교 교문안쪽 가로등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고 학교앞 몇 개 안되는 상가의 간판등도 꺼지기 시작했다. 이곳 왕산은 제종철을 따스히 맞아줄 그 누구도 남지 않은 채 추운 겨울 속에 묻혔다. &lt;BR&gt;&lt;BR&gt;&lt;BR&gt;모처럼 어머니를 뵙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한때 하숙집 신세를 지던 사촌 형들과 고등학교 선배들이 군대를 가거나 유학을 가버렸다. 이문동 교정앞에는 그가 들러서 하숙집 주인 몰래 들어가 잠자고 나올만한 곳이 더 이상 없었다. 설 명절을 지내기 위해 고향집을 찾은 그는 어머니께 이번 학기 시작 전에 군에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한두 학기만이라도 더 다녀보았으면 했지만 버틸 재간이 없었다. &lt;BR&gt;&lt;BR&gt;&lt;BR&gt;더 다니려면 아버지께 신세를 져야 하는데 그는 죽으면 죽었지 절대 아버지께 손을 벌릴 생각은 없었다. 서울로 올라가 아버지가 보내는 돈과 용돈으로 하숙집을 마련하거나 자취방을 얻어 생활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다른 구실을 내세워 집에서 그런 돈을 부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써놓았다. 처음 대학에 입학하자 아버지는 만 원 짜리 다발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소포로 보내주었다. 백 만원 짜리 돈 묶음을 소포로 받아본 그는 놀라서 기절 할 뻔했다. &lt;BR&gt;&lt;BR&gt;시골 노인네의 대담함인지 혹은 세상에 대한 순진함인지 분간은 안가지만 제종철은 신문지에 배여 있는 아버지의 정성을 느끼며 돈을 받았다. 그러나 마음은 좋지 않았다. 대학을 다니면서 그가 결심한 것은 집에 손을 벌려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돈을 받는 것으로 인해 아버지의 간섭과 통제를 받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lt;BR&gt;&lt;BR&gt;&lt;BR&gt;서울에 살면서 용인까지 통학하는 생활이 그다지 고달프지 않았던 것도 자신이 계획하고 자신이 마음먹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좋았기 때문이었다. 학교 일정을 마치면 다시 이문동 교정의 사촌형이나 고등학교 선배의 자취방을 전전하는 그였지만 넉살이 좋고 예의가 바른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집에서 부쳐주는 돈으로 신세지고 있는 선배들에게 술 한 잔 고기 한 점 대접하는 체면치레로 그는 떠돌이 생활을 용케도 버텨냈다.&lt;BR&gt;&lt;BR&gt;&lt;BR&gt;그러나 집에 내려갔을 때 그가 싸들고 다니는 짐을 보고 어머니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집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자신의 처지를 눈치 챈 것 같아 그는 마음이 언짢았다. 서울서 자신이 겪는 고생이야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에 별 문제가 없지만 어머니에게까지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 놈의 짐꾸러미가 말썽이었다. 올라오는 길에 어머니가 돈을 주셨지만 그는 휴학하고 곧 내려올테니 걱정 말라고 뿌리치며 돌아섰다. &lt;BR&gt;&lt;BR&gt;&lt;BR&gt;&lt;B&gt;첫 조직생활&lt;/B&gt;&lt;BR&gt;&lt;BR&gt;어느 날 오후 제종철은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 변을 걷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 그리고 행동거지가 매우 신중해 보였다. 이날은 제종철은 '생애 최초로' 조직생활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새로 함께할 동지들을 모처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었다.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와 일의 중요성에 따른 긴장 때문인지 종철이의 얼굴은 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lt;BR&gt;&lt;BR&gt;&lt;BR&gt;모임장소에 올 때 따라오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할 것을 사전에 주문받았던 제종철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장골목으로 들어가 빠른 걸음으로 1차 확인한 후 다시 버스터미널 정문으로 들어가 후문으로 나오는 방법으로 재차 미행 여부를 확인했다. 최근 학생처에서 나온 정보에 의하면 안기부나 보안사에서 학생회 간부들에 대해 신원과 기타 정보를 확인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아 졌다는 이야기를 제종철은 귀뜸으로 들은 바가 있었다. 선배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곧 왕산에 무언가 터질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은 ‘조직사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대형 조직사건이라고 했다. 그런 시기에 조직생활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은터라 제종철은 사뭇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lt;BR&gt;&lt;BR&gt;&lt;BR&gt;89년은 임수경 전대협 대표의 역사적인 평양 방문으로 인해 극심한 집중 탄압을 받았던 때였다. 그 해에만 왕산에서 구속된 사람이 30명이 넘었고 투쟁 도중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거나 수배중인 사람이 많아 89년 말에는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lt;BR&gt;&lt;BR&gt;제종철은‘이제야말로 내 모든 고민을 함께 풀어줄 기관을 만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뿌듯했다. 지금까지 혼자서 뭘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달려왔다면 이제야말로 조직과 함께 본격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웬지 신명이 나고 무어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동같은 것이 가슴에 밀려왔다. &lt;BR&gt;&lt;BR&gt;&lt;BR&gt;그러나 그때까지도 그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조직생활이 갖는 깊은 의미를 아직 알았다고 할 수 없었다. 조직이란 막연히 운동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학기 사업준비로 한창 바쁜 때에 차를 몇 번씩이나 갈아타고 회합장소로 가면서도 그냥 학교에서 만나면 되지 꼭 이렇게 번거롭고 복잡하게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없지 않았다. &lt;BR&gt;&lt;BR&gt;&lt;BR&gt;갑자기 비행기 굉음소리가 들려와 제종철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엔 공수부대를 태운 낙하 훈련용 수송 비행기가 계속 굉음을 울리며 날아가고 있다. 수송 비행기 유리창에 반사된 태양이 번쩍이며 종철이의 상념을 깨웠다. &lt;BR&gt;&lt;BR&gt;경기도 광주시 양벌리에 있는 특전사 훈련장은 공수특전 훈련을 받는 군인들이 낙하훈련을 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 훈련을 받고 있는 저 특전사의 선배기수들은 오래 전 베트남 전쟁에도 투입되고, 광주항쟁에도 투입되어 악명을 떨친 전력이 있는 살인 병기들이었다. 학교에서도 학생회관 4층에서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면 산을 넘어갈 때쯤 해서 낙하산을 멘 군인들이 콩나물 모양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lt;BR&gt;&lt;BR&gt;비행기 꽁무니 부근에서 내던져지듯 튀어나와 검은색 콩나물 모양을 하며 떨어지던 물체는 한번 기우뚱하다가 중심이 잡히면 낙하산이 둥글게 펴지며 안정감 있게 내려오곤 했다. 비행기가 한번 지나갈 때마다 10 명 안팎의 작은 검은 콩나물이 떨어져내렸다. 처음에 학교 머리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를 그저 신기하게만 보았던 종철이는 대한민국 군인인 공수여단(특전사)이 저지른 엄청난 만행을 알고나서부터 세계관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lt;BR&gt;&lt;BR&gt;&lt;BR&gt;87년 5월 초 경에 학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제종철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 텔레비전을 보는 광경을 목격했다. 무슨 축구중계라도 하는가 싶어서 얼핏 보았지만 환호성도 없었고 야유도 없었다. 모두가 무거운 표정으로 침묵을 삼킨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식판을 든 채 까치발을 딛고 넘겨다보는 그의 두 눈에 화면에 쓰여진 커다란 글씨가 들어왔다. ‘80년 5월 광주학살 만행 비디오 상영’ 이란 글씨가 큰 종이에 적혀 있었다.&lt;BR&gt;&lt;BR&gt;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 버스에 총탄이 날아들더니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튕겨져 나오며 길가에 쓰러지는 장면을 보자 그는 숨이 멎는 듯 했다. 80년 당시 방송에서 말로만 들었던 폭도라는 사람들은 평범한 청년들과 여학생들이었다. 그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애국가를 불렀고 참혹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관에도 태극기가 덮여 있었다. &lt;BR&gt;&lt;BR&gt;&lt;BR&gt;며칠 전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수업시간 도중에 읽고 있던 과 동기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그는 알게 되었다. 공수부대를 나온 같은 고향의 고등학교 10년 선배가 왜 군대 갔다 온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지 그는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중학교 때 광주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삐라를 파출소에 주워가면 왜 공책을 주고 볼펜을 주었는지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흔히 부르던‘오월가’라는 노래의 가사가 사실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lt;BR&gt;&lt;BR&gt;그날 제종철은 과동기들과 교문으로 달려나가 맨 앞에서 화염병과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돌을 날라주던 이야기며 누군가가 화염병을 처음으로 던져 보았다며 늘어놓는 무용담을 안주 삼아 술집에서 사람들과 밤늦도록 시국토론을 벌였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lt;BR&gt;제종철은 처음으로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대열에 합류했던 날을 떠올려 보았다. 87년 12월 어느 날이었는지 분명치 않지만 장소는 대학로 근처였다. 과동기들 몇 명과 함께 그냥 한 번 가보자고 나섰던 길이다. &lt;BR&gt;&lt;BR&gt;&lt;BR&gt;
&lt;DIV style=&quot;WIDTH: 504px&quot; class=&quot;news_photo news_align_center&quot;&gt;&lt;IMG alt=&quot;[제종철평전 연재-④] 대학시절 1부&quot; src=&quot;http://archivedr.vop.co.kr/images/2004-11/15314-1jongchul-ws.jpg&quot; width=500 longDesc=&quot;△가두시위에 나선 제종철. 평소 사진을 찍는 것을 내켜하지 않아 그의 사진을 찾긴 쉽지 않았다.  ⓒ제종철추모사업회&quot; height=361&gt; 
&lt;P style=&quot;WIDTH: 484px&quot;&gt;△가두시위에 나선 제종철. 평소 사진을 찍는 것을 내켜하지 않아 그의 사진을 찾긴 쉽지 않았다. ⓒ제종철추모사업회&lt;SPAN class=photo_copyright&gt;ⓒ ⓒ제종철추모사업회&lt;/SPAN&gt;&lt;/P&gt;&lt;/DIV&gt;&lt;BR&gt;&lt;BR&gt;당시 왕산의 선배들은 성남에서 전두환 노태우를 규탄하는 투쟁을 전개했던 걸로 알고 있었지만 참가하자고 제안하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도 잘 몰라 그는 신문을 보고 과 동기 몇 명과 대학로를 찾은 것이었다. 당시 처음 들어보는 왕산 선배의 이름이 신문에 나온 기억이 떠올랐다. 성남에서 있은 노태우의 대통령 후보 연설이 시작될 무렵 노태우의 면상에 사과탄을 집어던지며 시위를 하다가 선배들 몇 명이 잡혀가 구속이 되었던 것이다. &lt;BR&gt;&lt;BR&gt;&lt;BR&gt;대통령 후보로 나선 백기완 선생의 유세연설을 듣고 난 후 일부 학생들이 가두시위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미리 시위를 예상한 백골단과 전투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많은 인파속에서 그는 시위대열 옆 인도에서 과 동기들과 이 장면을 구경했다. 학교 선배들이 구속되기도 했거니와 여학생들이 화염병을 나르는 광경을 보자 그는 민망해서 구경꾼처럼 그냥 서있을 수가 없었다. 추위에 언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돌을 나르거나 화염병이 든 상자를 무겁게 나르고 있는 여학생들한테로 그는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상자를 뺏어들고 날라주기 시작했다. &lt;BR&gt;&lt;BR&gt;몇 번을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자 화염병이 떨어졌는지 날라오는 여학생들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때문이 아니라 그가 어느새 시위대열 맨 앞에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데모하는데 휩쓸리지 말라던 아버지의 말씀과 온순한 어머니의 미소가 교차하며 떠올랐지만 이미 그는 왼손엔 화염병을 그리고 오른손에는 짱돌을 움켜쥐고 있었다. 귀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백골단을 향해 대학로를 치달리던 그때의 기억이 다시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lt;BR&gt;&lt;BR&gt;&lt;BR&gt;&lt;BR&gt;비밀장소에서 제종철을 기다리던 동지들은 종철이를 놓고 사전 이야기꽃을 피웠다. 제종철에게 약속이 잘 전달되었는지 그리고 약속장소로 오는 몇 가지 원칙도 똑똑히 잘 전달되었는지 점검을 마친 후 한 동지가 물었다. &lt;BR&gt;&lt;BR&gt;“그 친구는 왜 ‘보캅이’라고 부르는 거지?”&lt;BR&gt;참견하기 좋아하는 제종철의 동기 한 명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lt;BR&gt;“‘로보캅’이라고 보캅이 아닙니까. 로보캅은 ‘로’가고 종철이는 ‘제’가니까 ‘제보캅’이라고 애들이 불러요.”&lt;BR&gt;“뭐, 로보캅이 ‘로’가? 그럼 안델센은 ‘안’가겠네?”&lt;BR&gt;&lt;BR&gt;사람들이 웃음보를 터뜨렸다.&lt;BR&gt;“근데 왜 종철이가 로보캅이라는 거야?”&lt;BR&gt;먼저 물었던 동지가 다시 물었다. &lt;BR&gt;“로보캅처럼 힘도 세고, 머리도 잘 돌아간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답니다.”또 다른 동기가 설명했다. &lt;BR&gt;&lt;BR&gt;&lt;BR&gt;89년도는 다른 어떤 해보다도 학내집회가 많았던 때였다. 어문대앞 광장은 집회가 열리는 단골 장소였다. 학내 모든 집회는 총학생회에서 주관했던 터라 학생회 간부들이 모든 집회와 관련된 실무준비를 도맡았다. 집회 실무준비의 핵심은 집회에 사용할 앰프 시설이었다. 학교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쓰는 차가 있으면 그 트럭을 이용하여 앰프를 옮겼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몇 사람이 낑낑 거리며 그 무거운 앰프를 3백미터 가량 들고 옮겨야 했다. &lt;BR&gt;&lt;BR&gt;&lt;BR&gt;그해 늦가을에 집회가 있던 날이었다. 중간고사 시험기간과 겹치고 잦은 탄압으로 구속자가 늘어나자 집회에 참여하는 학생대오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총학생회 간부들도 많은 사람이 구속 아니면 수배중인 터라 일할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다. 앰프를 들어 옮기려고 해도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 차에 종철이가 앰프 하나를 번쩍 들더니 학생회관 앞에서 어문대앞 광장까지 혼자 들고 날랐다. 무거운 앰프를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혼자서 들어 옮긴 이 일로 해서 그의 괴력(?)이 많은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lt;BR&gt;&lt;BR&gt;&lt;BR&gt;제종철은 오락에도 아주 능했다. 겨울 방학 때가 되면 학생회 준비사업을 위해 이문동 서울 교정에서 회의를 하는 날이 자주 있었다. 더러 시간이 나는 날이면 그와 간부들 몇몇은 오락실에 들리곤 했다. 당구를 치지 않았던 그는 주로 오락실에서 남는 시간을 보냈다. 오락실에서 그는 웬만큼 알려진 모든 게임종목에서 최고기록을 갱신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왕산 정문 앞에 있는 오락실에서도 그랬고 휘경역 부근의 오락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일이 몇 번 있은 후로 사람들은 그를 로보캅이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의 성을 따서 ‘제보캅’이 그의 별명이 되었다. 그의 본명은 몰라도 제보캅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그런 별명이 붙고 나자 그는 다시는 오락실 출입을 하지 않았다. &lt;BR&gt;&lt;BR&gt;&lt;BR&gt;드디어 약속된 장소에 제종철이 들어섰다.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가 안면이 있는 얼굴들이었다. 예상했던 인물들이 대부분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다소 긴장감이 가셨다. 정식인사는 못했지만 안면이 있는 동기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비록 동기지만 그는 예의를 갖춰 깍듯하게 인사했다. &lt;BR&gt;&lt;BR&gt;“폴란드어과 제종철입니다.”&lt;BR&gt;“반갑다. 우리 열심히 같이 해보자.” &lt;BR&gt;&lt;BR&gt;모임의 책임자가 손을 내밀어 그와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 &lt;BR&gt;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줄곧 머리를 숙인 채 수첩에 무언가를 빽빽이 적어 넣었다. 모임 시간 내내 무릎을 모은 채 미동도 없는 자세로 앉아있었다. 제종철의 첫 조직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lt;BR&gt;&lt;BR&gt;&lt;BR&gt;&lt;B&gt;담배를 끊다&lt;/B&gt;&lt;BR&gt;&lt;BR&gt;제종철은 생활규율이 무너져 있는 후배나 개인주의가 심한 후배들을 대할 때 온정주의적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와 총학생회 간부 아무개가 결정된 대로 사업하지 않고 왜 자기 마음대로 사업하느냐고 지적하고 따지면 그는 맞장구를 치기 보다는 그 후배를 변호하기에 급급했다. 그런 다음에 그는 그 후배에게로 가서 자초지종을 물은 연후에 술 한 잔 하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통해 후배가 자기 잘못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타이르곤 했다. 그런 그였지만 자기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눅이려들지 않고 엄격하게 대했다. &lt;BR&gt;&lt;BR&gt;&lt;BR&gt;91년 겨울방학을 얼마 앞둔 어느날 아침 잠에서 깬 그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현상에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문 밖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떠들고 있는 소리가 잠결에 들은 소리인지 아니면 꿈속에서 들은 소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lt;BR&gt;&lt;BR&gt;‘아직 아침 7시 전일텐데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고...이게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그는 목을 뒤로 젖히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예상과 달리 밖은 컴컴한 것이 아니라 훤하게 밝아있었다.‘아뿔사, 지금 몇 시지?’삐삐를 보니 아침 9시가 넘었다. 늦잠을 잔 것이었다. 며칠 동안 새벽 2-3시를 넘겨가며 생활하던 피곤이 겹쌓인 모양이었다. 아무리 늦게 자도 늦게 일어나는 법이 없었던 그가 그날 따라 아침 9시가 되도록 잠에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미 후배들은 오전 7시30분에 운동장에 모여 운동을 하고 아침밥을 먹고 올라온 상태였다. &lt;BR&gt;&lt;BR&gt;&lt;BR&gt;소파의 봉재선이 제종철의 얼굴에 그대로 박혀 있었다. 머리는 아톰머리를 하고 늘 그렇듯이 구두를 접어 신은 채 학생회장실 방을 나섰다. &lt;BR&gt;&lt;BR&gt;“형!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lt;BR&gt;“오늘은 좀 쉬세요.”&lt;BR&gt;&lt;BR&gt;후배들이 쑥스러워 하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한마디씩 던졌다. 후배들 중에 그의 헌신성을 모르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평소 생활태도는 철저했다. 그가 어쩌다 늦잠 한 번 잔 것을 동기들과 후배들은 대수로운 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은 후배들 앞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자신을 그냥 용납하지 않았다. &lt;BR&gt;어느날 성태기를 만난 그는 비장의 결심을 밝혔다. &lt;BR&gt;&lt;BR&gt;“담배를 100일간 끊겠다.”성태기가 이유를 물었다. &lt;BR&gt;“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담배를 끊기로 했다.” &lt;BR&gt;자신의 과오에 대한 댓가를 스스로 치루겠다는 결심이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담배를 끊고싶어서 그랬는지 그날부터 일절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lt;BR&gt;&lt;BR&gt;&lt;BR&gt;담배를 즐겨피우던 그가 담배를 끊는 과정은 쉽지는 않았던 것같다.&lt;BR&gt;제종철은 특히 술자리에서 간혹 옆에 앉은 이에게 담배 하나만 달라고 하는 일이 있었다. 옆 사람이 무심코 한 개비를 넘겨주면 그는 불을 붙이지 않은 채 담배를 입에만 물고 있었다. 술 한 잔 들어가 취기가 돌면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연신 빨아대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꼭 하는 말이 오늘이 담배 끊은 지 며칠째 되었다는 것이었다. &lt;BR&gt;제종철은 이렇게 금연기간을 몇 번을 설정했다. 100일 이후에 한 동안 담배를 피우다가 다시 6개월로 금연기간을 늘렸고 6개월 후 담배를 피우다가 다시 1년으로 금연기간을 늘렸다. 그러더니 어느 날 결국 담배를 아예 끊어 버리고 다시는 피지 않았다. &lt;BR&gt;&lt;BR&gt;&lt;BR&gt;제종철은 남들 앞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렇다고 늘 조용히만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원칙에 어긋난 지점에 대해서는 그는 단호하게 대했다. &lt;BR&gt;&lt;BR&gt;제종철은 술자리와 관련하여 많은 일화가 있었다. 후배들한테 회의 때는 진지하고 엄격해도 뒤풀이 자리에서는 화끈한 선배였다. 가끔 후배들을 위해 선보이는 반나체 쑈는 남자 후배들을 배꼽이 빠지도록 즐겁게 만들었다. 그가 18번으로 부르던 나훈아의 ‘고향역’은 멀리 타지에서 올라온 후배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특히 마지막 소절인 “그리우운 나에에 고오햐앙역~”에 가면 그는 “그리운” 에서 목에 잔뜩 힘을 주고 강한 비음을 내며 부르곤 했다. 아마 그도 역시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이 노래를 자주 불러서 그랬는지 제종철의 어머니는 그를 가슴에 묻고 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새삼 눈시울을 적시곤 했다.&lt;BR&gt;&lt;BR&gt;&lt;BR&gt;술자리가 더욱 무르익어 간다 싶으면 그 다음은 ‘메칸더브이’ 라는 만화영화 주제곡을 불렀다. 좌중의 모든 사람을 일으켜 세운 후 왼손을 번쩍 번쩍 들어가며 흥겨운 한판을 만들곤 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도 역시 마지막 소절에서 “영광의 승리는 우리것이다....용감히 싸워라 메칸더 브이~”라는 지점에 가면 어김없이 좌중을 둘러보며 왼손을 번쩍 치켜 올리고 오른손으로는 모두들 일어나라는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lt;BR&gt;&lt;BR&gt;&lt;BR&gt;그래서 그랬는지 제종철에 대한 후배들의 관심과 호감이 남달랐다. 그를 좋아하는 여자 후배들이 많았다. 어느 여자 후배는“종철이 아니면 못산다”고 술만 먹으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다니는 일도 있었다. 그 여자후배가 꽤나 사는 집의 외동딸이었는데, 그는 십만원 짜리 수표를 건네주며 생활비로 쓰라며 후한 인심을 베푼 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 돈을 받아 들고 다시 그 후배의 친구들을 통해 되돌려 주느라고 애를 먹곤 했다. &lt;BR&gt;&lt;BR&gt;&lt;BR&gt;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제종철은 술을 좀 과하게 먹었다 싶으면 승용차의 백미러를 부수는 버릇이 있었다. 무슨 적개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고급승용차의 백미러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떤 차는 아래서 위로 발로 차야 잘 부러지고 어떤 차는 위에서 아래로 차야 잘 부러진다며 친절하게 설명한 후 그는 옆에 동행하는 친구를 함께 범행(?)에 끌어들이기가 일쑤였다. 어떤 때는 술자리를 마친 후 속이 메스꺼워 구토하려는 후배를 끌고 고급승용차를 찾아 다녔다. 그리고 나서 후배의 얼굴을 정면으로 승용차의 본넷트나 유리창쪽으로 향하게 해놓고 마음껏 토하라며 등을 두들겨 주곤 했다. &lt;BR&gt;&lt;BR&gt;&lt;BR&gt;조직생활의 연륜이 쌓이면서 그런 술자리의 모습도 점차 변해갔다. 제종철은 뒷풀이 자리에 즐겁게 어울리는 것은 멈추지 않았으나 자기만의 장기를 보이거나 취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없어졌다. 술자리가 끝나면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후배라든가 과하게 술에 취한 사람들을 끝까지 챙겨서 아무 탈 없이 자리를 마감하게 했다. 가끔씩 후배들이 “종철이 형의 춤을 보지 못해 재미가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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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대학시절 2부는 내일(화) 연재됩니다. &lt;/DIV&gt;&lt;/DIV&gt;&lt;BR&gt;&lt;BR&gt;[관련기사] &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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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③] 민중의 아들 - 어린시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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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고른세상</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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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4:26Z</updated>
	    <published>2009-11-19T09:54:26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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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style=&quot;WIDTH: 184px&quot; class=&quot;news_photo news_align_left&quot;&gt;&lt;IMG alt=&quot;[제종철평전 연재-③] 민중의 아들 - 어린시절&quot; src=&quot;http://archivetb.vop.co.kr/images/2004-11/15233jongchul.jpg&quot; width=180 longDesc=&quot;△고 제종철 ⓒ제종철 추모사업회&quot; height=251&gt; 
&lt;P style=&quot;WIDTH: 164px&quot;&gt;△고 제종철 ⓒ제종철 추모사업회&lt;SPAN class=photo_copyright&gt;ⓒ ⓒ제종철 추모사업회&lt;/SPAN&gt;&lt;/P&gt;&lt;/DIV&gt;1969년 11월 20일. 진주시 문산읍 소문리 관정마을에서는 온 동네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마친 후 소금집에 모여들어 애타는 심정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소금집댁이 강우순여사가 언제 출산하는 지가 동네의 관심사였다. 혼례를 치른지 15년 만에 첫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은 동네 사람들에게 관심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착하고 고운 강우순 여사가 체격도 건장한 제경재씨와 혼인하고나서 왜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모두가 의아해 했었다. 그러다가 이곳 관정마을로 집을 옮긴 후 아이를 갖게 되었으니 동네 사람들로서는 이만저만한 이야기거리가 아니었다.&lt;BR&gt;&lt;BR&gt;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린 그해 겨울은 추위도 일찍 찾아 왔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서울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려 온 도시를 마비시켰고 그해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눈이 많이 온 겨울 이듬해 여름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던 선조들의 예측은 그해에도 어김이 없었다. 그리고 추위 역시 일찍 찾아 오고 있었다. &lt;BR&gt;&lt;BR&gt;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모여 있는 사람들 중 누구보다도 속을 끓이는 사람은 당연히 제경재씨였다.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제씨를 대문 사이로 내다보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진성댁은 보다 못해 부랴부랴 식구들의 아침밥을 챙겨준 후 아침먹은 설겆이도 내버려둔 채 얼른 부엌문을 나와 행주에 손을 닦는 듯 마는 듯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문앞에서 초초해 하는 제씨의 마음을 진정시기 위해 진성댁은 달래기나 하려는 듯 웃으면서 농을 건넸다.&lt;BR&gt;“제서방네 씨는 어데 갔다 이제 나온다고 하노? 월남갔다 왔나?”&lt;BR&gt;모여 있던 동네 사람들도 키득키득 웃었다. &lt;BR&gt;&lt;BR&gt;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참 신기해 했다. ‘결혼한지 15년 동안 자식이 없던 부부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아이가 생겼을까?’ 진주 문산에서 가장 힘이 샜고 씨름왕도 여러 번 차지했던 제경재씨를 마을 사람은 ‘제중사’라고 불렀다. 진주 문산에서 ‘제중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젊은 시절에 그는 키가 178Cm에 몸무게가 80Kg이 넘는 허우대가 출중한 청년이었다. 그래서 일찍부터 동네 여러 여인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lt;BR&gt;&lt;BR&gt;강우순 여사 역시 평소 행실이 좋고 동네 사람들로부터 얼굴도 미인인데다 덕이 많은 여자라고 칭찬을 받았다. 강우순 여사는 한 번도 남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동네사람들 모두가 강우순 여사의 임신에 대해 ‘마음이 천심이라 아이들 가졌나 보다’하며 그의 성품을 높이 평가했고 그 성품에 하늘이 보답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lt;BR&gt;&lt;BR&gt;옆 집 한의원의 내앞 댁도 강우순 여사의 순산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시집 오고부터 아이를 낳지 못하여 마음 고생을 하는 강우순 여사를 어느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생각하던 그였다. 별의 별 한약도 많이 지어먹여 보고 용하다는 곳에 모두 찾아가 점도 보았고, 절에 찾아가 드린 불공만 해도 몇 번이었던가? 한의원집 라디오에선 월남전에 참가한 한국 군인들에 대한 소식과 박정희의 장기집권 계획인 3선개헌 반대를 외치는 대학생들의 학원 소요가 벌어졌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이따금 들렸지만 내앞댁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lt;BR&gt;&lt;BR&gt;오전 11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강우순 여사가 있는 방안에서 우렁찬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전 날 밤부터 산통이 이어지더니 점심 때를 넘기지 않고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앞 집 진성댁과 모여든 동네 사람 모두가 마치 자기 집 며느리가 아이를 낳기라도 한듯이 박수치고 환호하며 산모가 있는 방문쪽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산파 할머니가 문을 살짝 열고 “여보게들, 여기 손이 귀한 이 집에 사내놈이 나왔어. 천심이 통한게야”&lt;BR&gt;하며 모든 일이 잘 됐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lt;BR&gt;&lt;BR&gt;12남매가 있었지만 모두가 전쟁통에 사망하고 이제 3남매만 남아 그나마 자신이 외아들이었던 처지라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제경재씨는 하늘에 대고 무어라 한마디 하더니 잊은 물건을 찾는 양 허둥지둥 부엌쪽으로 향했다. 씨름왕 제경재씨가 득남했다는 소식은 동네 사람들의 탄성과 축하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리고 집 뒤쪽 성당에서 때마침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온마을에 퍼져나갔다. &lt;BR&gt;&lt;BR&gt;정확히 35년 후인 2003년 11월 20일 밤 11시 53분경 많은 의혹을 남긴 채 의정부역 철로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제종철이 세상에 태어나던 순간이었다.&lt;BR&gt;&lt;BR&gt;평범한 소년시절을 보낸 후 대학에서 늦게 학생운동을 시작하여 변혁운동에 생의 모든 것을 걸었다가 짧고 굵게 생을 마감한 제종철은 그 부모와 일가친척들이 오래전부터 세상에 나기를 목마르게 고대해왔던 ‘반가운 늦둥이’였다. &lt;BR&gt;&lt;BR&gt;이후로 오며 가며 강우순 여사 등에 업힌 갓난아기를 마주칠 때마다 동네 사람들은 아기를 어르며 꼭 한 마디씩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lt;BR&gt;&lt;BR&gt;“에구, 우리 귀염둥이! 니 어데 갔다 왔노? 월남 갔다 왔나?”&lt;BR&gt;&lt;BR&gt;&lt;B&gt;재빠른 개구쟁이&lt;/B&gt;&lt;BR&gt;&lt;BR&gt;어린 시절 제종철은 총명하면서도 매우 성실한 아이였다. 돌이 지나자 마자 말을 일찍 배웠고 흔히 아이들이 하는 ‘아빠’, ‘엄마’라는 말 대신 여느 아이답지 않게 꼭 ‘아버지’, ‘어머니’란 존칭을 사용했다.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라기보다는 시끌벅적하고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는 아이였다. 제종철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앞 집으로 놀러갈 때도 한 번도 신을 신고 다닌 적이 없었다. 동생 제종훈이 신발을 신고 나설 차비를 하는 사이 제종철은 벌써 맨 발로 앞집 아주머니 집으로 달려가 귀여움을 독차지하곤 했다.&lt;BR&gt;&lt;BR&gt;제종철은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 아이였다. 높은 나무에 올라갔다 훌쩍 뛰어내리고, 방안을 빙글빙글 돌며 뜀박질을 하는 부산스런 아이었다. 어머니가 어지럽다고 그만 가만히 좀 있으라고 애원을 해도 제종철은 신이 나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lt;BR&gt;&lt;BR&gt;외할머니집이 같은 진주 문산에 있어서 제종철이 자주 놀러가곤 했다. 그 외할머니집에 가면 그의 놀이터는 장독대로 바뀌었다. 그는 장독대에 올라가 항아리를 밟고 올라가서 뛰어다니며 노는 바람에 외할머니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개구쟁이라도 외할머니는 그에 대한 사랑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한다. &lt;BR&gt;&lt;BR&gt;제종철은 고향인 진주시 문산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녔다. 문산 성당에서 운영하던 소화유치원이란 곳과 탁아소 형식의 어린이집을 다녔다. 모두가 외할머니의 지극한 보살핌덕이었다. 외할머니는 그가 늦둥이라 더욱 귀한 자식으로 여기고 그의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계셨고 어릴 적부터 교육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셨다. &lt;BR&gt;&lt;BR&gt;제종철의 개구쟁이 짓은 어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간혹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사이에 그가 상에 오른 맛난 음식을 손으로 집어먹고 도망가는 경우가 있었다. 어머니는 행여나 아버지에게 들켜 혼이라도 날까싶어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는 장난 삼아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어머니가 손으로 음식을 먹으면 안된다고 좀 엄하게 이야기를 하면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엎드린 자세로 입을 쭉 내밀어 손대신 입으로만 음식을 먹었다. 일껀 훈계하려던 어머니를 아연실색케 만드는 그였다. &lt;BR&gt;&lt;BR&gt;어린 제종철은 고집도 꽤 부리곤 했다. 옆 집 한의원집 아들인 삼성과 간혹 다투는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는 매번 삼성을 울리곤 했다. 한 번은 삼성이 형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그를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이번 싸움은 삼성이 승리한 것이다. 그는 패배한 자신을 인정할 수 없었는지 아니면 억울해서 그런 것인지 바닥에 누운 채 꼼짝없이 오랜 시간을 그대로 있었다. 어머니가 나와 그를 일으켜 세울 때까지 그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그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lt;BR&gt;&lt;BR&gt;&lt;BR&gt;&lt;B&gt;12년 개근상과 과일 사라다&lt;/B&gt;&lt;BR&gt;&lt;BR&gt;제종철 하면 떠오르는 단어 두 가지를 선택하라면 그것은 ‘성실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오죽하면 대학시절 그의 별명이 제종철과 로보캅을 합성하여 부른 ‘제보캅’이었을까? 그의 성실함을 설명하는 데는 87년 진주고 졸업식장에서 학창시절 12년 개근상을 어머님과 함께 수상한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초중고 시절 단 한번도 학교를 결석하지 않은 그도 대견하지만 12년 개근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준 어머님의 노고까지 학교에서는 높이 평가하여 어머님과 함께 상을 주게 되었다. 어떤 일이든 끈기있게 달라붙어 마침내 결실을 맺고야 마는 그의 성실함은 이와 같이 성장과정에서 이미 다져진 것이었다. &lt;BR&gt;&lt;BR&gt;경남지역의 명문으로 꼽히는 진주고등학교는 1학년 때부터 소위 0교시 자습과 밤 10시를 넘기는 야자를 편성하여 학생들이 입시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지도했다. 문산에서 진주까지는 버스로 1시간 가량 소요되는 거리였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제종철의 아침과 도시락을 챙기곤 하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결국 고3이 되자 그를 학교 앞에서 하숙을 시키게 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게 된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lt;BR&gt;&lt;BR&gt;남에 대한 제종철의 배려와 이해는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형이 결혼을 하여 형수와 함께 그의 집에 올라 온 적이 있었다. 여동생 제종숙의 결혼식을 부산에서 마친 후 제종숙이 시댁인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같이 왔다가 그의 집에 들린 것이다.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그는 일찍 집 앞의 슈퍼로 갔다. 형수가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몇 번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며칠 동안 집을 비웠던 터라 마땅한 음식도 없었고 부산서 어머니가 싸준 음식은 잔치집 음식이라 기름진 육류 밖에 없었다. 형수가 아침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았을 때 그는 손수 만든 과일 사라다를 내놓았다. 몇 번 본 적도 없는 낯선 시동생의 세심한 배려와 이해에 형수는 그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lt;BR&gt;&lt;BR&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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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평전 연재-②]'제종철은 혁명가였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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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3:39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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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지난 월요일부터 &lt;민중의소리&gt;에서는 제종철추모사업회와 공동으로 제종철 평전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평전 연재는 매주 월,수,금 3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연재할 내용은 평전 전 부분이 아니라 주요 대목을 발췌해서 실을 예정입니다. 제종철 평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lt;/DIV&gt;&lt;/DIV&gt;&lt;BR&gt;&lt;BR&gt;&lt;BR&gt;오늘 한국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이 변화의 종착점이 어디인가를 간단하게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완의 혁명인 6월항쟁 이래 한국사회는 급격한 혁명적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개량적 민주화의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양상과 더불어 20세기말에 일어난 세계사의 커다란 판도변화는 한국사회변혁운동의 지형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lt;BR&gt;&lt;BR&gt;진영대립에 기초한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자본의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80년대 한국사회 변화를 주요하게 이끌었던 진보적 지식인층 내부에서 이른바 ‘수정주의.개량주의’ 사조가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청년운동단체였던 ‘한청협’의 분열은 수정주의.개량주의의 발호를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 시기에 다수의 386들이 어렵고 힘든 혁명의 길을 접고 기성정치권으로 진출하거나, 시민운동에 안주하거나, 유휴분자로 전락하는 길을 걸었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 변혁운동은 한동안 혼란과 곡절의 수렁에 빠져 심각한 난관을 겪어야 했다.&lt;BR&gt;&lt;BR&gt;‘수정주의.개량주의’는 대략 세 가지 측면에서 변혁운동의 전통적인 관점과 대립했다. &lt;BR&gt;&lt;BR&gt;첫째는 당면한 변혁과제인 자주.민주.통일의 과제가 사회변화의 요구를 담아내는데 협소하다고 보는 것이다. 군사독재정권하에서는 자주.민주.통일이 절박하고 핵심적인 변혁과제일 수 있지만, 6월항쟁으로 사회의 민주화가 일정하게 진척되고 대중들의 요구와 취향이 다양해진 조건에서는 그것을 넘어서는 보다 폭넓은 슬로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견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실상 그 실천적 귀결은 위험한 것이었다. 사회운동의 영역을 넓힌다는 미명하에 대중들의 지엽적인 취향과 요구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정치적 과제를 내건 활동과 투쟁은 포기하는 것이 그 주장의 실체였다. &lt;BR&gt;&lt;BR&gt;폭넓은 대중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운동을 전개하는 것과 운동의 정치적 목표를 고수하는 것은 서로 대립할 일이 아니라 병행되어야 할 일이다. 대중들의 일상적, 생활적 변화요구는 자주.민주.통일이라는 사회구조적이고 정치적인 과제가 해결되어야 완전하게 충족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변혁운동은 자주.민주.통일의 목표를 고수해야 한다. 한편 자주.민주.통일의 정치적 목표는 대중들의 실생활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요구를 매개로, 거기에 결합하여 추구되어야 진정으로 대중들 자신의 요구로 될 수 있다. 수정주의.개량주의의 문제는 이같이 하나로 모아내야 할 것들을 고의적으로 대립시켜 운동의 방향을 그르치고 단결을 저해하는 데 있다.&lt;BR&gt;&lt;BR&gt;이러한 경향의 뿌리에는 한국사회 민중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변질이 놓여있다. ‘수정주의.개량주의’는 민중을 더 이상 역사의 주체로, 주류로 보지 않고 기득권을 지닌 소수 엘리트들이 역사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래서 세간에 ‘희대의 배신자’로 알려진 모씨는 심지어 박정희나 전두환같은 군사독재정권의 대표자들도 나름대로 역사발전에 기여했다는 궤변을 내놓기도 했다. 민중의 존재와 역할을 부정하면 역사도 없고, 혁명도 없다. 사회역사의 주체가 민중이고 역사는 곧 민중의 지위와 능력이 발전해온 역사라는 관점을 떠나면 모든 것이 현실에서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는 보수기득권을 찬양하고 거기 굴종하는데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민중 속에 들어가서 민중과 고락을 같이 하고 민중의 입장에서 현실에 나서는 사회정치문제를 풀어가는 전통적인 민중운동의 입장을 철저하게 배신하고 저버린데 ‘수정주의.개량주의’의 본질이 있다.&lt;BR&gt;&lt;BR&gt;이런 그릇된 관점은 결국 혁명 자체가 불가능하다거나 불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혁명을 가장 필요로 하고 실제 혁명을 성사시킬 기본동력인 민중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면 혁명을 왜 해야 하는가, 혁명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아무런 답도 할 수 없게 된다. 민중의 대의를 버리고, 민중을 떠나면 그 결론은 패배와 좌절이고, 힘든 투쟁을 청산하는 데로 가는 것이다. ‘수정주의.개량주의’는 이와 같이 처음에는 그럴듯한 이색적인 주장에서 출발해서 종국에는 인류사 내내 지속되어온 사회변화를 위한 민중들의 투쟁과 노력마저 부정하고 일신의 안일과 출세공명을 좇아 보수기득권세력에 투항하는 데로 귀결되는 패배청산의 사상이고 배신변절의 사상인 것이다. &lt;BR&gt;&lt;BR&gt;제종철은 시대의 격랑 속에서 바로 이러한 수정주의.개량주의 사조에 정면으로 맞서 피어린 80년대 민중운동의 전통을 계승하고 그것을 시대변화에 맞게 한 차원 높여내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온 우리 시대 혁명가였다. 그의 동지들이 사후에 그에게 붙인 ‘민중의 벗’이라는 애칭처럼 그는 단 한 순간도 민중의 편에서 떠나지 않고 한 생을 민중 속에서 민중과 함께 하는 운동에 헌신했다. 여기에 그의 삶의 근본가치가 있다.&lt;BR&gt;&lt;BR&gt;그의 삶이 갖는 가치는 그것만이 아니다. 외세에 예속된 분단사회에서 민족과 민중 위해 헌신하는 것을 일생의 보람으로 여기는 정의로운 청년들은 제종철 말고도 많이 있었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대중들의 정치적 식견과 자각성이 높고, 대중들이 주체가 되는 혁명의 격류가 사회 밑바탕에서 늘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는 그런 사회인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단지 민중운동에 나섰다는 것만으로 그 삶이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중운동을 하더라도 어떤 내용과 양상으로 했는가가 중요하다. &lt;BR&gt;&lt;BR&gt;혁명가 제종철의 삶이 갖는 가치의 진면목은 바로 ‘조직운동가’였다는데 있다. 지역운동을 할 때도 그는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고 이름 알리는데 연연하지 않고 기층에서 수많은 조직의 인자를 발굴하고, 토대를 일구고, 조직을 건설해서 대중운동을 일으키는 활동을 묵묵히 벌였다. 누가 알아주기를 기대하지 않고, 주체적인 자기 신념에 따라 더 나은 미래를 예비하고 그 길에서 철저하게 자신을 단련하고 완성시켜가는 과정이 그의 삶이었다. 그는 세칭 ‘언더’ 활동에 주력한 사람이었다. 그의 공개적인 경력이 크게 대단할 것이 없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lt;BR&gt;&lt;BR&gt;혁명가로서 그의 실체와 진면목은 반쯤은 사람들 시야를 벗어난 곳에서 주로 발휘되었다. 그는 80년대 조직운동의 전통을 순수하게 계승하여 90년대를 거쳐 21세기까지 이끌어간 발군의 조직운동가였던 것으로 동료들의 평가를 받는다. 제종철의 삶의 특별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lt;BR&gt;&lt;BR&gt;한 때 조직운동으로 명성을 날린 그의 선배 중 한 사람은 그를 일컬어 ‘체 게바라보다 더 완전한 인간형’이라고 평가했다. 체 게바라는 싸르트르가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형’이라고 극찬했던 남미의 혁명가이며, 오늘날 자본주의 대중문화의 최고 인기상품이기도 하다. 그런 체 게바라보다 제종철이 더 완전하다는 것의 근거가 무엇일까? 체 게바라는 혁명과정에서 조직을 떠나 독자의 길을 걸었고, 제종철은 끝까지 자기 조직과 사업의 터전을 지켰다는 것을 그는 근거로 제시한다. 제종철과 체 게바라의 차이, 그것은 바로 조직운동에 대한 태도의 차이인 것이다. &lt;BR&gt;&lt;BR&gt;&quot;다시 제종철동지를 생각해본다. &lt;BR&gt;제종철 동지, 그는 자기 앞에 주어진 임무 앞에 철저했다. 그렇진 않지만 어떤 때는 맹목적으로 보일 정도로 철저했다. 그것은 집단과 조직 앞에 가장 자기자신을 낮추며, 그 임무 수행이 동지애의 표현이자 다수와 집단 앞에 겸허하며 민중에 대한 충실함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정치적으로나 노선차이로 인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도 그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들을 무원칙하게 대하며 타협했기 때문에 받은 칭찬이 아니고 항상 자기를 낮추며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도 지혜로웠다. 집단에 충실함과 자기의 창조적 견해를 대립시키는 사람은 헛똑똑이 또는 윤똑똑이라 한다.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활동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집단에 대한 충실성과 자기의 창조적 견해를 잘 조화 시켜 민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람은 아주 지혜로운 사람인데 그가 제종철 동지이다. 거기에 무지할 정도로 보이는 자기 헌신성. &lt;BR&gt;&lt;BR&gt;나에겐 개인적으로 후배인 제종철 동지를 보면서 항상 변혁운동에 바치는 헌신성의 정도가 그 유명한 체게바라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왔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체게바라가 갖지 못한 완벽한 인간미가 제종철 동지에게 있었다. 그것은 진정한 인간미였다. '인간적이란 것은 불완전한 것일 수 있지만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고 집단 안에서 총화하며 거듭나는 것이다'. 항상 거듭나던 인간 제종철 동지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민중의 소리 블로그에서 인용)&lt;BR&gt;&lt;BR&gt;&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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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제종철 평전 연재-①]제종철은 누구인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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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고른세상</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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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3:04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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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1&gt;&lt;A href=&quot;http://www.vop.co.kr/2004/11/01/A00000015086.html&quot; target=&quot;_blank&quot;&gt;&lt;U&gt;&lt;FONT color=#0000ff&gt;[제종철 평전 연재-①]제종철은 누구인가?&lt;/FONT&gt;&lt;/U&gt;&lt;/A&gt;&lt;/H1&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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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id=writer&gt;&lt;SPAN id=writer_name&gt;민중의소리 기자&lt;/SPAN&gt; &lt;SPAN id=writer_email&gt;vop@estoneme.kr&lt;/SPAN&gt; &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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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class=news_box_article&gt;&lt;민중의소리&gt;에서는 제종철추모사업회와 공동으로 제종철 평전 연재를 시작합니다. 평전 연재는 매주 월,수,금 3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연재할 내용은 평전 전 부분이 아니라 주요 대목을 발췌해서 실을 예정입니다. 제종철 평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lt;/DIV&gt;&lt;/DIV&gt;&lt;BR&gt;&lt;BR&gt;
&lt;DIV style=&quot;WIDTH: 204px&quot; class=&quot;news_photo news_align_left&quot;&gt;&lt;IMG alt=&quot;[제종철 평전 연재-①]제종철은 누구인가?&quot; src=&quot;http://archivesb.vop.co.kr/images/2004-11/15086jejong3.jpg&quot; width=200 longDesc=&quot;△민중의 벗 고 제종철 동지 ⓒ 서양화가 김성수&quot; height=240&gt; 
&lt;P style=&quot;WIDTH: 184px&quot;&gt;△민중의 벗 고 제종철 동지 ⓒ 서양화가 김성수&lt;SPAN class=photo_copyright&gt;ⓒ ⓒ 서양화가 김성수&lt;/SPAN&gt;&lt;/P&gt;&lt;/DIV&gt;파란만장한 시대의 격동에 정면으로 맞섰다가 불꽃같이 산화해간 한 젊은이의 순결하고 치열한 생애를 상투적인 어떤 말로 담아낼 수 있을까? &lt;BR&gt;&lt;BR&gt;강물을 거스르는 연어처럼 시류에 안주하지 않고 참된 운명을 개척해온 한 인간의 강인한 삶의 궤적을 일상의 어떤 필설로 전할 수 있을까?&lt;BR&gt;&lt;BR&gt;제종철은 혁명가였다. 밤하늘의 불꽃처럼 찬란하게 어두운 시대를 밝히며 한 순간 타오르다 사라져간 그의 한생을 달리 표현할 말을 우리는 찾지 못했다. 그의 삶은 철두철미 혁명가로서 자신을 키우고 단련하고 완성해간 삶이었다.&lt;BR&gt;&lt;BR&gt;&lt;BR&gt;35년의 짧은 생을 그는 자신 위해 살지 않았고, 한 순간도 자기 잇속과 안락을 추구하지 않았고, 자기 식솔을 챙기지도 않았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이던 1980년대 학창시절부터 21세기로 접어든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꽃이라 할 청년의 시기를 그는 오로지 조국과 민중을 위한 한 길에 모두 쏟아 붓고 자신의 평소 지론대로 ‘짧고 굵게’ 생을 마감했다. &lt;BR&gt;&lt;BR&gt;살아가는 동안 그는 누구에게도 해를 미치거나 나쁜 기억을 남긴 적 없는 드문 인간 유형에 속한다. 같은 운동권이건 아니건, 나이가 많건 적건 관계없이 그를 만난 적이 있고 기억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를 칭찬하기에 바쁘다. 살면서 그 누구와 다투거나 부딪치는 일이 없었을 리가 없다. 원칙과 도리에 벗어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증오하고 치열하게 비판했던 사람이 그였다. &lt;BR&gt;&lt;BR&gt;그러나 사람관계에서 빚어지는 그 모든 불화와 대립갈등을 너그럽고 뒤끝 없는 타고난 호걸풍과 독특한 인간적인 매력으로 녹여내는 재주가 그에게는 있었던 것같다. 그래서 제종철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lt;BR&gt;&lt;BR&gt;태어나서 죽기까지 그의 이력에는 남다를 것이 없었다. &lt;BR&gt;&lt;BR&gt;1969년 경남 진주 출생, 진주 중.고등학교 졸업. &lt;BR&gt;1987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입학,총학생회 기획부장, 한총련 연사위원장. &lt;BR&gt;경원대 대학원 수학. &lt;BR&gt;군 복무 대신으로 4년 간 병역특례병 근무. &lt;BR&gt;의정부에서 청년회, 노동조합, 진보정당 활동. &lt;BR&gt;여중생 경기북부대책위원회 사무처장. &lt;BR&gt;여중생 범국민대책위원회 상황실 부실장.&lt;BR&gt;&lt;BR&gt;&lt;BR&gt;2003년 11월 의정부역 철로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되기까지 그가 살아온 표면상의 경력은 운동권 내에서 지극히 평범한 축에 속한다. 그 흔한 회장 자리, 대표 자리 하나 제대로 맡아본 적이 없는 이른바 조연급 인물에 불과해 보였다. 겉 보기에 늘상 동네 아저씨같이 수더분하고 범상하던 그 모습 속에 범상치 않은 무엇이 숨어 있었던가?&lt;BR&gt;&lt;BR&gt;그의 진면목이 세상 사람들에게 최초로 알려진 것은 묘하게도 그의 장례식장에서였다. 삶이 끝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삶의 새로운 면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종철의 장례식은 평범한 인물의 장례식이라고는 보기 어렵게 구름같이 모여든 수많은 각계각층 명망인사들의 애도와 눈물 속에 장중하고 격조 높게 진행되었다. &lt;BR&gt;&lt;BR&gt;동지들이 손수 만든 꽃상여가 그의 투쟁하는 삶의 현장이었던 의정부 미군기지 앞과 의정부 역전을 거쳐 그의 시신을 운구했고, 상여소리와 형형색색의 만장들, 수십명의 풍물대, 500명 넘는 추모객들의 행렬이 장례대열을 이루어 의정부 시가를 행진했다. 거기에는 만약의 사태를 우려한 적지 않은 기동경찰대의 동행과 과잉보호(?)가 따라붙어 한때 장례대열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lt;BR&gt;&lt;BR&gt;‘민중의 벗 고 제종철 동지 여중생범대위장’&lt;BR&gt;&lt;BR&gt;그것이 그의 장례식의 명칭이었다. 장례의 절차와 격식과 내용은 그의 가족들을 비롯, 평소에 그와 같이 했던 동지들과 친지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에서 마련했다. 장례의 규모만큼 장례비용도 적지 않았지만, 그것도 같은 방식으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lt;BR&gt;‘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누워 있는 마석 모란공원에 그를 묻을 때 가족 대표로 나선 그의 형은 이렇게 말했다. &lt;BR&gt;&lt;BR&gt;“우리는 네가 그저 사회에 자그마한 좋은 일이나 하는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까 네가 참으로 큰일을 했던 사람이었구나...우리는 미처 몰랐구나...미안하다, 종철아.”&lt;BR&gt;&lt;BR&gt;장례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일컬어 ‘심장에 남는 사람’이라고 했다. 세상에 아쉽고 애통하지 않은 죽음이 있겠는가마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견딜 수 없는 상실의 아픔으로 그를 떠나보냈다. &lt;BR&gt;&lt;BR&gt;미2사단 사령부가 있는 캠프 레드클라우드 정문 앞에서 노제를 치를 때 그와 함께 도지사선거와 우리땅 미군기지 되찾기 운동을 같이 했던 김준기 선생은 이렇게 그를 추도하며 애통한 눈물을 흘렸다.&lt;BR&gt;&lt;BR&gt;“살인미군 무죄재판에 항의해서 철야농성을 하며 동두천 미군부대 정문 앞에서 싸우다 전경들 방패에 내 머리가 찢겨졌을 때, 내가 잠시 당황해서 주저앉아 있을 때, 나한테 와서 보살펴주던 네가, 내 손을 붙잡고, 교수님 힘내십시오, 우리 이 싸움을 꼭 이겨야 합니다 하고 나를 격려하며 끝까지 싸우자던 네가, 어떻게 나를 두고 이렇게 먼저 간단 말이냐. 종철아, 이 놈아...” &lt;BR&gt;&lt;BR&gt;&lt;BR&gt;동두천에서 그와 함께 대통령선거운동과 여중생대책위 활동을 했던 한 지역선배는 그를 이렇게 추모했다. &lt;BR&gt;&lt;BR&gt;&quot;작년 캠프 케이시 앞에서 미군의 엉터리 군사재판을 규탄하면서 한국 경찰에게 신나게 맞은 날이 있었다. 그 날 이런 싸움 더는 못하겠다던 나이 많이 먹은 나를 다독거린 사람이 종철이였다...이후에 나는 시청 앞에서 수만의 촛불이 일렁거릴 때 차마 부끄러워 그를 쳐다보지 못했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너를 다시 볼 수는 없지만 너의 정신과 마음은 영원할 것이다...제종철 동지, 외로워도 말고 서러워도 말고 힘들어하지도 말라.&quot;&lt;BR&gt;&lt;BR&gt;고령의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여중생 촛불시위에 일년 내내 개근을 해서 ‘광화문 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이관복 선생은 이렇게 추도사를 했다. &lt;BR&gt;&lt;BR&gt;&quot;제종철 동지, 어찌 그리 먼저 가는가. 나 같은 늙은이를 두고. 가서 효순이와 미선이를 만나거든, 아이들이 슬피 울거든, 위로하고 달래주시게. 위로하면서 전하시게.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광화문에서 363차 촛불이 계속되고 있다고, 미국이 죗값으로 우리 땅에서 지워져 가고 있다고...&quot; &lt;BR&gt;&lt;BR&gt;여중생 촛불시위를 함께 했던 사람들만이 아니라 학생운동, 청년운동, 노동운동, 주민운동, 당운동 등 그가 관여했던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지위의 높낮이와 연령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한 마음으로 그의 죽음에 비통한 눈물을 흘렸다. &lt;BR&gt;&lt;BR&gt;운동권과 좀 거리가 있었던 그의 지인 한 사람도 이런 글로 그를 추모했다.&lt;BR&gt;“저에게 참 귀한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역에서 만나, 함께 지역운동을 고민하였고, 그 친구는 청년운동과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하였습니다. 자신의 삶보다 미련할 정도로 남과 이웃, 노동계급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였던 친구. 모든 데모현장에는 그 친구가 있었습니다. 난 그 친구를 보면서, 놀리기도 많이 하였습니다. 데모꾼, 또 데모 준비하려고 바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라 하면서 놀리기도 하였습니다. &lt;BR&gt;미선이와 효순이가 죽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유족을 위로하고, 여중생의 죽음을 전국화하고, 촛불시위를 이끌었던 친구. 그 친구는 위대함과 뛰어남보다는 선함과 열정,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난 그 친구의 그 선함과 따스함이 좋았습니다. 그 친구와의 술 한 잔은 휴식과 나눔의 장이었습니다. 21일날 그 친구는 죽었습니다.&lt;BR&gt;죽기 전에도 미2사단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 친구를 애도하는 것조차 부끄럽습니다.....살아있는 자의 부족함을 그 친구가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추석때, 여중생이 죽고, 또 한 명의 남자가 미군 차에 깔려죽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집인 진주로 가지 않고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몇 푼의 돈을 쥐어준 채, 떠나는 나의 모습을 그 친구는 오히려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배웅했습니다. 주머니가 항상 비어 있어도 행복했던 친구... 제종철! 나 역시 나의 그 친구를 혁명가라 부르렵니다.....” &lt;BR&gt;&lt;BR&gt;&lt;BR&gt;모란공원에 마련된 그의 마지막 거처를 지키는 검은 돌비석에는 그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여 이런 비문이 새겨져 있다.&lt;BR&gt;&lt;BR&gt;&lt;BR&gt;아!제종철 동지여 !&lt;BR&gt;한 생을 조국과 민중을 위하여 &lt;BR&gt;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 &lt;BR&gt;민족의 참된 일꾼이여 &lt;BR&gt;시련의 고비마다 맑은 웃음 지으며 &lt;BR&gt;새 길을 개척한 신념과 의리의 투사여&lt;BR&gt;자주민주통일의 그날&lt;BR&gt;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환하게 &lt;BR&gt;부활하리라!&lt;BR&gt;&lt;BR&gt;혁명가는 시대의 산물이다. 혁명가 제종철도 마찬가지로 시대의 아들이었다. 80년대의 큰 분수령인 6월항쟁의 영마루에서 청년기를 시작하여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와 부름에 따라 자기 삶의 행로를 정하고 그 길에 모두 바친 사람이었다. &lt;BR&gt;&lt;BR&gt;청년기는 흔히 세계관의 형성기라고 한다. 사람의 인생에서 청년기는 시대추세와 정세변화에 민감하고, 정의감이 강하며, 진리탐구의 열정이 가장 높을 때이다. 그러한 청년기의 출발점에서 6월항쟁같은 역사적인 사건을 겪었던 것은 제종철의 세계관 형성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lt;BR&gt;&lt;BR&gt;이른바 386세대는 군사독재정권과 맞서 싸우고, 그것을 무너뜨리고, 한국사회 변화의 새로운 길을 열어낸 세대였다. 유신독재에 짓눌려 암울한 청춘을 보냈던 그 직전 세대와 달리 386세대는 왕성한 대중운동과 더불어 청춘시절을 보내며 대중운동의 영향을 가장 폭넓고 크게 받았던 세대였다. ‘아침이슬’ ‘광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같은 노래는 이 시기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널리 알려진 민중가요들이다. ‘아침이슬’은 실상 70년대부터 불렀던 노래이지만, 80년대에 들어와서 가장 폭넓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80년대 노래처럼 알려졌다. 지금에 와서 이 노래들은 거의 국민가요라고 할 만큼 널리 보급되었다. 한국사회가 그만큼 변화한 것이다. &lt;BR&gt;&lt;BR&gt;그 변화를 선도했던 386들은 그러나 6월항쟁 이후 90년대를 거치면서 행보가 어지럽게 갈라졌다. 심지어 극과 극이라고 할 정도로 정반대의 길로 나뉘기도 했다. 해바라기처럼 끊임없이 권력을 좇아 급기야는 지배계급의 심장부나 언저리에 자리잡은 사람들도 있고, 끊임없이 ‘낮은 곳’을 향해 공장이나 농촌, 주민대중 속으로 찾아들어간 사람들도 있다. 제종철은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lt;BR&gt;&lt;BR&gt;사회변화에 앞장섰던 주역들이 이렇게 분화하는 현상은 6월항쟁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한때 419혁명의 기수였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보수층의 골수인물로 변신한 무수한 전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는 419혁명이나 6월항쟁이 미완의 혁명으로 그친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lt;BR&gt;&lt;BR&gt;미완의 혁명을 이어서 혁명을 계속 밀고가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고, 이제 그 정도면 됐으니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급격한 사회변화의 시기에는 이른바 “철저한 혁명세력”과 “불철저한 혁명세력”이 갈라지는 것이 우리가 경험해온 역사의 필연이었다. 그 어느 세력이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얻는가에 따라 역사의 양상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lt;BR&gt;&lt;BR&gt;80년대로부터 21세기로 가는 변화의 급류 속에서 제종철은 “철저한 혁명세력”의 편에 서고자 했고, 그 길에서 일관되게 살다가 짧은 생을 마쳤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런 삶을 살게 했을까? 이것은 단지 제종철 개인이 아니라,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제종철들에게 던져야 할 질문일 수도 있다. 지금 제종철과 같은 길에서 같은 뜻을 가지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우리는 왜 이 길을 가는 것인가?&lt;BR&gt;&lt;BR&gt;외세에 짓밟혀온 역사, 분단의 굴레, 민중들의 한숨과 고통이 끝날 날 없는 이 땅의 현실이 대강의 답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좀 더 복잡하고 세밀하다. 그것만으로는 역사 앞에 마주선 사람의 구체적인 고민과 결단을 해명하기는 어렵다. 똑같은 현실이라도 사람들마다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고, 대응하는 것이 다른 법이다. &lt;BR&gt;&lt;BR&gt;사람을 혁명의 길로 끌어가는 근본요인은 무엇보다 사람의 사상감정에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현실에서 자행되는 부정과 불의에 분노가 없고 적개심이 없는 사람이 어려운 투쟁을 동반하는 혁명에 나설 수 없다. 지금은 지배권력의 언저리에 붙어있는 386세대의 모씨가 순수했던 학창시절의 항소이유서에서 불확실하게 인용해서 유명해진 네크라소프의 시구처럼 “분노할 줄 모르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자이다.” 민중에 대해 고상하고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없는 사람이 민중들과 함께 하는 혁명에 나설 수 없다. &lt;BR&gt;&lt;BR&gt;제종철이 혁명의 길에 나섰던 것은 바로 그에게 뜨거운 분노와 사랑의 감정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혁명은 그의 심장의 명령이고 결단이었다. 그가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그 결단의 성격과 의미가 잘 이해될 것이다. 평전은 제종철의 삶의 역정과 생활자세, 활동풍모를 통해 그가 어떤 마음으로 혁명을 결단하고 실천한 사람인가를 밝히고자 한다.&lt;BR&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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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알림]고 제종철 동지의 평전을 연재합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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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19T09:52:17Z</updated>
	    <published>2009-11-19T09:52:17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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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2&gt;(가제)'한 젊은 혁명가의 초상- 제종철의 삶과 죽음' 연재&lt;/H2&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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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style&gt;--&gt;&quot;파란만장한 시대의 격동에 정면으로 맞섰다가 불꽃같이 산화해간 한 젊은이의 순결하고 치열한 생애를 상투적인 어떤 말로 담아 낼 수 있을까?&quot;&lt;BR&gt;&lt;BR&gt;&quot;강물을 거스르는 연어처럼 시류에 안주하지 않고 참된 운명을 개척해온 한 인간의 강인한 삶의 궤적을 일상의 어떤 필설로 전할 수 있을까?&quot; ( '한 혁명가의 초상' 고 제종철 평전 중에서)&lt;BR&gt;&lt;BR&gt;2003년 11월 20일,의정부 전철역 철로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여중생 범대위 부상황실장 고 제종철이 '평전'으로 찾아 온다. &lt;BR&gt;&lt;BR&gt;제종철은 누구인가? 겉보기엔 늘상 동네 아저씨같이 수더분하고 범상하던 그에게 왜 사람은 '혁명가'란 이름을 붙이길 주저하지 않을까?&lt;BR&gt;&lt;BR&gt;실상 그의 이력은 평범하다. 1969년 진주출생, 진주 중,고등학교 졸업, 1987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캠퍼스 입학하여 재학시절 총학생회 기획부장, 2기 한총련 연사위원장 역임, 후에 의정부지역으로 투신하여 여중생 사망 경기북부대책위 사무처장, 여중생 범국민대책위 상황실 부실장을 지낸 것이 전부이다. &lt;BR&gt;&lt;BR&gt;그 흔한 총학생회장, 대표 자리 하나 제대로 해 본적이 없는 이른바 조연급 인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범상한 삶을 살지 않았다. &lt;BR&gt;&lt;BR&gt;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뒤축이 닳은 구두, 항상 웃는 얼굴을 떠올린다. 6개월간의 합숙 그리고 다시 6개월의 합숙을 떠올린다. 하루 4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고, 허리 디스크를 스스로 고칠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고 기억한다. 동지를 위해 몇 개월 번 돈을 선뜻 내놓았고, 항상 5시면 일어나 사람들을 깨우고 먼저 식사준비를 하는 등 동지애의 화신으로 기억한다.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마다 잊을 수 없는 일화들을 토해 낸다. &lt;BR&gt;&lt;BR&gt;하지만, 이와같은 삶에 대해서 평전에서는 오히려 '제종철 개인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이 가장 조직적인 삶이었기에 가능했다&quot;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혁명가' 제종철은 개인 제종철이 아니라 조직 생활속에서 단련된 제종철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lt;BR&gt;&lt;BR&gt;왜 지인들은 제종철의 삶을 기록하고자 했는가? &lt;BR&gt;평전을 기획한 '제종철 추모사업회'에서는 &quot;운동을 팔아 일신의 영달을 찾는 세상, 그런 자들이 운동가로 행세하는 세상에서 밑바닥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진정한 운동가의 모습을 보여준 제종철의 삶을 통해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의 채찍질로 삼으려 한다&quot;고 밝힌다. &lt;BR&gt;&lt;BR&gt;한 젊은 혁명가의 치열한 삶의 기록, 고 제종철 평전 출판에 앞서 &lt;민중의소리&gt;는 '제종철 추모사업회'와 공동으로 (가제)'어느 혁명가의 초상 - 고 제종철 평전'을 연재할 예정이다. &lt;BR&gt;&lt;BR&gt;연재는 매주 월,수,금 3회씩 연재될 예정으로 11월 책이 출판되기 전까지 이어질 것이다. &lt;/DIV&gt;&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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