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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가잃은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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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또 다른 걸음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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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1-06T11:19:40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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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BR&gt;&lt;BR&gt;&lt;BR&gt;&lt;BR&gt;
&lt;P style=&quot;MARGIN-LEFT: 90px; LINE-HEIGHT: 160%; MARGIN-RIGHT: 90px&quot; align=justify&gt;&lt;FONT face=&quot;바탕&quot; size=2 color=#8b6969&gt;
태생적으로 정착할 줄 모르는 빛. 그래도 생명의 근원이 거기라고 태양이 빛을 뿌리는 방향으로 쉴새없이 공회전을 거듭하는 땅. 어둠이 물러나기 전이라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듯한 숲에서 나무 사이를 떠돌거나 촉촉한 수피를 더듬으며 그렇게 서 있었다. 안개가 꼬물거리는 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바닥에서 떠있는지 땅을 딛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지경. 사방에 늘어뜨리고 있던 감각을 거둬들이자 생각은 단순하게 되었다. &lt;BR&gt;&lt;BR&gt;

울컥할 땐 달려가던 선샤인. 갈 적마다 거금이 필요했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했다. 간이 이층이 있는 음악 레스토랑이어서 천장이 무척 높았고, 밝은 색상의 목조로 이루어진 내부는 안락했다. 병렬로 연결했겠지. 네 조나 되는 스피커에서 뿜어 나오는 음색이 장난이 아니었다. 미8군에서 나온 원판이 한 벽면 가득 차 있었는데, 당시엔 구하기 힘들어 귀를 번쩍 튀우게 할만한 희귀 음반이 즐비했다. 알음알음으로 오는 매니아들을 위해 재즈 위주로 선별되고 가려진 음들이 난무하며 귀청을 울린다.&lt;BR&gt;
바깥 세상 불확실하던 시간 속에서도 그 음의 조합을 가끔씩 떠올리곤 했다. 세월이 약이라고, 부대끼는 동안 조금씩 궁글려지며 고집을 꺾고 다른 이를 수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또한 생각밖의 것에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웅얼거림에서 차츰 절규에까지 다다르는 전율의 세상, 블루스에 흠뻑 젖어 혼곤해지는 밤이 잦았다. &lt;BR&gt;
재즈가 직선이라면 블루스는 곡선이다.&lt;BR&gt;&lt;BR&gt;

낮엔 직선 지향이어도 밤엔 우아한 곡선에 마음을 둔다.&lt;BR&gt;
포물선으로 우회전을 하다가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 시간에 여기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다니. 경광등이 요란하고 주변 길목은 죄다 차단되어 있는 이런 행태의 단속은 짜증스럽다. 불특정다수의 운전자들을 모두 음주운전자인양 몰아 붙여 검색하는 행태. 의심이 가는 차량만 골라 검문할 수는 없는건가. 따지면 가타부타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는 커녕 성가신 눈빛을 던지는 행정만능주의의 관행. 상대에 대한 배려나 사안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애시당초 없다. 미쿡에 있다가 온 친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동차를 갈 짓자로 몰면 금방 신고가 들어간다. 어느새 경찰차가 따라 붙는데, 운전자는 도로 한켠에 차를 세우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 쓸데없는 행동은 경찰 총격을 받기 십상이다. 음주운전이 의심날 때에는 선을 그려놓고 운전자로 하여금 선을 따라 걸어보기를 요구한다. 몇 번을 시키고는 그래도 미심쩍을 때에는 영어 알파벳을 외우게 한다. 술이 취하면 알파벳을 순서대로 끄집어 내는 것도 결고 쉽지 않다.&lt;BR&gt;&lt;BR&gt;

홧병이 들었을까.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는 적이 많다. 계단을 오르면서도 두세 칸을 건너뛰는 서두름. 헤뜨러진 사방 짓거리들 외면하기.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에 악담 퍼붓기. 짓누르고 참다 보니 말을 꺼내기 싫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 열이 나 씨근거린다. 이런 걸 보면 외관상으로는 멀쩡해도 어린 시절 어떤 경험에 의해 자각하지 못하는 상처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닌지.&lt;BR&gt; 
예전처럼 걸어다니게 되었다. 천릿길을 한달음에 쫓아가던 기억일랑 지우자. 패대기 친 원고를 다시 보다가 붉은펜으로 직직 그어 버린 한낮의 화나는 상황은 뭉개버리자. 대신 무턱대고 아무 버스나 타고 가다가 내릴 것이다. 시멘트 담장 너머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걸음을 늦추어야지. 짖는 소리 두 번에 한 걸음 떼기. 구멍가게라도 있다면 냉큼 들러 음료수를 하나 달래 마시며 주인장 신색도 살펴봐야지. 먼지 낀 손바닥만한 유리창 너머 가을이 짓물러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상의 옷깃을 올리고는 떨어진 채 수런거리는 낙엽 더미를 아프게 밟으며 걸어가봐야지. 푸썩해진 흙에 구두가 만신창이가 되어도 상관 말아야지.&lt;BR&gt; 
격렬하게 반응하던 심장이나 폐는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불규칙하던 신진대사도 조절될 것이다. 짓눌렸던 관절이나 근육의 탄력을 살리기 위해 한발한발 차근차근 떼고 걸어가면 또 다른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cfile287.uf.daum.net/image/197866274AF101D18D7EC9&quot; class=&quot;tx-daum-image&quot; style=&quot;FLOAT: none; CLEAR: none&quot; actualwidth=&quot;1024&quot; border=&quot;0&quot; hspace=&quot;1&quot; vspace=&quot;1&quot; width=&quot;1024&quot; /&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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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MBED&gt;&lt;/FONT&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ruby0129.com.ne.kr/music1/icon-2.gif&quot;&gt;&lt;BR&gt;&lt;BR&gt;&lt;FONT face=&quot;Lucida Handwriting, Cursive&quot; color=steelblue size=2&gt;An Angel, etc. * Allpa kallpa&lt;BR&gt;&lt;/CENTER&gt;
&lt;CENTER&gt;&lt;/CENTER&gt;&lt;/FONT&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br&gt;&lt;br&gt;tag : &lt;a href=&quot;/_blog/tagArticleList.do?BLOGID=02Rv1&amp;amp;tagName=진행&quot; rel=&quot;tag&quot; target=&quot;_blank&quot;&gt;진행&lt;/a&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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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음 가듯</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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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0-30T09:55:07Z</updated>
	    <published>2009-10-30T09:55:07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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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BR&gt;&lt;BR&gt;&lt;BR&gt;&lt;BR&gt;
&lt;P style=&quot;MARGIN-LEFT: 90px; LINE-HEIGHT: 160%; MARGIN-RIGHT: 90px&quot; align=justify&gt;&lt;FONT face=&quot;맑은 고딕&quot; size=2 color=darkolivegreen&gt;
냉장고 문짝에 더덕더덕 붙은 포스트잇들. 하루이틀 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삐뚝빼뚤한 아내 글씨로 잔뜩 씌어 있다. 빨간 줄이 쳐진 전화번호나 날짜, 시각 메모에 아이에게 당부하는 전언이나 과제도 보인다.&lt;BR&gt;
마시던 우유 넣어 두지 말 것. 시답잖은 T.V 프로그램 시청 말그라이.&lt;BR&gt;&lt;BR&gt;

아이 방은 벽 여기저기를 도배한 사진 나부랑이들로 눈이 어지럽다. 쫓아다녔지만 시들해진 연예인이나 모델 대신 새롭게 뜨는 아이돌로 채워지더니, 인제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으로 바뀌기도 한다. 개중에는 유성펜으로 벽을 가로지른 화살표가 가리키는 아이도 있다. 거기 달린 경고문 하나. '넌 영원히 내꼬얌!'. 하트 모양을 사이에 두고 둘의 이름이 나란히 씌어 있어서 들여다 본다. 여리고 덜 떨어진, 그리고 이기적인 듯한 이런 아이가 어찌 마음에 드는 걸까.&lt;BR&gt;
임마, 이런 데 신경 쓸 틈이 있냐? 넌 아직 학생이란 걸 잊음 안돼.&lt;BR&gt;
자도자도 잠이 쏟아진다. 제 아빠 인기척에 겨우 부시시 눈을 떴다가 쥐어박는 애꿎은 꿀밤이 억울하다.&lt;BR&gt;
아빠, 회사 여직원들도 눈에 거슬리면 이렇게 쥐어박아요?&lt;BR&gt;&lt;BR&gt;

사무실 디자이너의 낡은 스탠드 갓. 수작업을 할 때 말이지. 맥켄토시로 모든 작업이 이루어져 예전처럼 스탠드 불을 켤 일은 없다. 대신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작업요량이나 일에 대한 경로나 잔 가지가 무시로 붙는다. 그 옆 일러스트로 처리한 사진이 우연히 눈에 띈다. 얼굴만 키워 찍은 둘만의 사진. 렌즈가 왜곡되어 이마나 코가 두드러진다.&lt;BR&gt;
사랑하는 사람인가부네.&lt;BR&gt;
대답 대신 짐짓 수그러드는 고개짓. 볼에 홍조가 핀다.&lt;BR&gt;
이 팀장한테 들키지 않게 해. 가을만 되면 초조함을 못감추던데.&lt;BR&gt;
마흔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은 그네들 팀장 귀에 들리게끔 짓궂게 놀린다.&lt;BR&gt;&lt;BR&gt;

산을 돌아 호숫가에 섰다. 고즈넉한 바람이 수면에 넌출넌출 닿아 주름을 지운다. 잊을만하면 우수수 날리는 끈 떨어진 나뭇잎. 어느 때 선물로 받은 책갈피에서 쫓아나오던 고운 가을의 흔적을 떠올렸다. 바스락거리는 삶의 자취들. 환한 꽃으로 아름답던 지난 시절은 꿈이었던가. &lt;BR&gt;사윈 볕에 간신히 벼린 생을 채워 아홉 구비를 돌아 선 구절초. 애닯은 소리로 주변을 일깨운다.&lt;BR&gt;
게 누구 없소!&lt;BR&gt;&lt;BR&gt;

수많은 계절을 지우고 넘어 마침내 이 한 계절에 닿았다. 간직하고 온 게 어디 있을까. 누군가에게라도 전하려는 그 무엇이 있었던 것만 같은데. 어떤 말을 끄집어 내기 위해 끙끙거려도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노래는 갈래를 잃고 뒤엉킨 채 실마리를 풀어 낼 수 없다. 정녕 한줄 심언이라도 기꺼이 건네줘야 할 텐데.&lt;BR&gt;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cfile245.uf.daum.net/image/16742B284AE93EF90DFA47&quot; class=&quot;tx-daum-image&quot; style=&quot;FLOAT: none; CLEAR: none&quot; actualwidth=&quot;1024&quot; border=&quot;0&quot; hspace=&quot;1&quot; vspace=&quot;1&quot; width=&quot;1024&quot; /&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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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MBED&gt;&lt;/FONT&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ruby0129.com.ne.kr/music1/icon-2.gif&quot;&gt;&lt;BR&gt;&lt;BR&gt;&lt;FONT face=&quot;Lucida Handwriting, Cursive&quot; color=steelblue size=2&gt;Paganini, Sonata No.6 In E Minor. Andante&lt;BR&gt;&lt;/CENTER&gt;
&lt;CENTER&gt;&lt;/CENTER&gt;&lt;/FONT&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br&gt;&lt;br&gt;tag : &lt;a href=&quot;/_blog/tagArticleList.do?BLOGID=02Rv1&amp;amp;tagName=미완&quot; rel=&quot;tag&quot; target=&quot;_blank&quot;&gt;미완&lt;/a&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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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원조 가위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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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updated>2009-10-22T16:53:06Z</updated>
	    <published>2009-10-22T16:53:06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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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BR&gt;&lt;BR&gt;&lt;BR&gt;&lt;BR&gt;
&lt;P style=&quot;MARGIN-LEFT: 90px; LINE-HEIGHT: 160%; MARGIN-RIGHT: 90px&quot; align=justify&gt;&lt;FONT face=&quot;맑은 고딕&quot; size=2 color=#5b5bbc&gt;
거울에 빤히 비치는 이발소 안 풍경. 대기의자에 줄줄이 앉은 아이들은 좀이 쑤신다. 입이 찢어지게 연신 하품을 하거나 코를 파내거나 껌을 씹거나 졸고 있는 녀석들 생각은 오직 하나, 어서 순번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문이 빼꼼 열리더니 고개를 디미는 영복이 엄마, 북적이는 안을 보고서는 냉큼 얼굴을 뺐다. 달고 선 영복이와 동생이 병아리처럼 제 엄마를 쫓아간다. &lt;BR&gt;
옆 이발의자에 올라 앉은 계집아이. 십이 반에 있는 경숙이잖아. 아랫동네 사는 걸로 아는 데 여기까지 와서 머리를 깎다니. 이발사가 숱 많은 경숙이의 단발을 친 다음 면돗날을 가죽띠에 문지른다. 무딘 소음이 바닥에 깔린다. 밤송이같은 머리카락을 비질하여 모으던 아줌마가 방금 머리깎기를 다한 아이를 세면대로 끌고 간다. 거울 속에서 경숙이가 움찔한다. 목 뒤에서부터 거칠게 칠한 면도거품이 이마께에서 흘러 눈썹 쪽으로 파고 든 탓이다. 진작 감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린 아이가 똘방똘방한 머리통을 흔들며 나갔다. 십 원짜리 두어 개를 쥐어주며 내몰던 어머니. 야는 밥 묵고 머리카락만 자라나? 하셨는데 들어가면 틀림없이 소리치실 거다. 온돈 주고 반머리 깎아왔다고.&lt;BR&gt;&lt;BR&gt;&lt;BR&gt;

어머니 잔소리처럼 금방 이발을 다시 하게 되었다. 헌데 웬일이지? 이발소가 비어 있다. 나중에야 알아 챈 일이지만 내가 들어서기 조금 전에야 문을 열었다. 집안 행사를 치르느라 쫓아갔던 이발사가 허겁지겁 와서는 일 채비를 하다가 나를 보며 빙글거린다. &lt;BR&gt;
이 녀석이 마수걸이니 잘해 줘야지. &lt;BR&gt;
의자 팔걸이에 널빤지를 걸치고선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린다. 시키는 대로 높다란 의자에 올라 앉자 어질하다. 포마드를 발라 번들거리는 머리카락, 선명한 가르마에 히틀러 콧수염을 단 이발사가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여느 때와 다르게 흥얼거리는 콧노래까지 곁들이면서. 때 절은 가운 깃 위로 목덜미 살이 힘겹게 삐져나와 있다. 머릿결에 분칠을 하기에 숨을 끊었다가 쉬는데, 홍시를 터뜨린 듯한 술 냄새가 진동한다. 콧잔등이 불그무레한 게 제법 들이킨 게 분명하다. &lt;BR&gt;
나른한 오후, 끊기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흥얼거림을 들으며 꼬박꼬박 졸기 시작했다. 머리가 기울어지면 툭 친다. 손을 움직이는 채로 딸꾹질도 하고 코를 훔쳤다가 저만큼 가서 가래침도 퇘액 뱉는 이발사. 귓전에 가위가 짤깍거렸다. 바닷가 물살처럼 몰아치다가 잦아드는 가위질. 거울에 비치는 앞뒤를 견주며 이어지는 가위질. 아무래도 이상했지. 평형감각이 떨어진 손길을 따라 어느새 찌그러진 풍선처럼 머리가 삐딱하다. 그걸 바르게 매만지다가는 엇박자가 되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날 무뎌진 가위에 소가 풀을 뜯어먹은 것처럼 듬성듬성 패이기도 한다. 이발사야 아무렇지 않다. 단지 오늘 왜 이러지, 하는 표정이지만 졸음을 겨우 뿌리친 나는 울상이 되었다. 시퍼런 면돗날을 쥐고 움찔거리는 사람에게 뭐랄 수도 없고. 그뿐만이 아니다. 엇차, 하는 순간에 면돗칼로 귓등을 그었는지 따끔하다가 피도 난다. 왜 이 시각까지 이 이발소에 아무도 오지 않는걸까. 무시무시한 상상을 하며 몸서리를 친다. 인제 이발사는 꼼짝하지  못하게 두상을 누른다. 아래쪽에서 수건을 끌어 쓰윽 피를 닦고서는 찢은 신문지 귀퉁이로 상처에 척 붙여 둔다. 본인은 자각 못하는 사이 가위손으로서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lt;BR&gt;
그나저나 아픔이야 순식간이지만 엉망이 되어 버린 이상한 머리 스타일로 어떻게 나다닐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안절부절한다. 다음 날은 정말이지, 학교에도 가기 싫었다. &lt;BR&gt;&lt;BR&gt;&lt;BR&gt;

시간이 지나면 뻔히 자라는 그깟 머리 스타일에 왜 그렇게 안달이었을까. &lt;BR&gt;
자라서는, 억지로 머리를 길러 지키는 눈을 피해 등교하던 녀석이 선도선생에게 걸려 머리 중앙으로 고속도로가 나는 적도 있다. 보는 우리야 큰일이라고 여기는데, 그 녀석은 악감정이 생겼는지 모자를 눌러 쓰고는 며칠을 버틴다.&lt;BR&gt;
골잡이로 명성을 떨치던 브라질의 호나우두는 월드컵 때 이마 위에 초승달같은 머리카락만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른 머리를 질끈 묶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까치 깃처럼 머리카락을 세우거나 박박 깎고 다니는 여자도 더 이상 흉이 아니다. 두상에 글자를 새기기도 하고, 색색이 물들이기도 하여 개성을 표출하는 세상이다. 나아가 문신까지도 유행하는 즈음에 굳이 하이칼라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도 습성이고 버릇이며 고집이다. 번듯하게 잘 보이기 위해 살면서도 정작 자기마저 포기하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lt;BR&gt;
휴일 한낮, 도심 인파 들끓는 거리에서 이리저리 채이며 먹이를 구하는 비둘기마냥 일차원적이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내라니.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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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MBED&gt;&lt;/FONT&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ruby0129.com.ne.kr/music1/icon-2.gif&quot;&gt;&lt;BR&gt;&lt;BR&gt;&lt;FONT face=&quot;Lucida Handwriting, Cursive&quot; color=darkolivegreen size=2&gt;Only For You * Elizabeth Lamott &lt;BR&gt;&lt;/CENTER&gt;
&lt;CENTER&gt;&lt;/CENTER&gt;&lt;/FONT&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br&gt;&lt;br&gt;tag : &lt;a href=&quot;/_blog/tagArticleList.do?BLOGID=02Rv1&amp;amp;tagName=고집&quot; rel=&quot;tag&quot; target=&quot;_blank&quot;&gt;고집&lt;/a&gt;,&amp;nbsp;&lt;a href=&quot;/_blog/tagArticleList.do?BLOGID=02Rv1&amp;amp;tagName=이발소&quot; rel=&quot;tag&quot; target=&quot;_blank&quot;&gt;이발소&lt;/a&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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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을 맴돌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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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가을, 사색보다는 활동이 좋은 때이다. 손 차양을 하고서는 길에서 길을 더듬는 이들마다 절로 감탄한다. &lt;BR&gt;
역시 우리나라 가을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훌륭해.&lt;BR&gt;
금빛 물결로 출렁이는 이 들녘이야말로 르노와르에게 맡겨야 제격일걸. 인상파 화가 손에서 재현되는 결실과 풍요의 아우름은 어떨까. 바야흐로 두툼한 잎을 하나씩 지우는 감나무. 말간 하늘을 배경으로 잘 익은 감을 촘촘히 드러내고 있다. 유난히 감을 좋아하던 이모를 퍼뜩 떠올릴 정도로. 에메랄드 빛 하늘은 또 누구의 채색인지. 몽롱하여 갸웃거리다가 꿈에서 깨듯 한마디 중얼거린다. &lt;BR&gt;
참, 이번 가을엔 어찌 태풍이 오지 않을까. &lt;BR&gt;
잘 익은 곡식이나 과일 들에겐 분명 좋지 않겠지만, 수계가 뚜렷히 가라앉은 못이나 하천을 보면 싱숭생숭하다. 햇빛 종종대는 길, 인파가 자분거리는 걸음을 따라 흙먼지가 인다. 마른 젖줄처럼 이어져 우렁찬 낙하태생을 잃은 폭포는 바윗길을 따라 흔적만을 간신히 지릴 뿐. 사방이 바짝 말라있다. 오죽하면 갈증을 해소하러 찾아든 떼까치마저 바위 틈을 쑤썩이기만 할까.&lt;BR&gt;&lt;BR&gt;&lt;BR&gt;
 
땅바닥에 줄 세운 바구니 몇 개. 길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할머니가 한가한 걸음을 불러 세운다. 당도가 높아진 사과를 깎아놓고 눈짓으로 권하다가는 당신이 성큼 집어 한 조각을 베어 먹는데, 살아온 세월만큼 패인 볼살이 실룩인다. 풍년에 쌀값은 사정없이 폭락했다. 이에 대한 항의로 벼를 수확하는 대신 논 갈아엎기가 각지에 들불처럼 번진다. 채워도 손에 쥐어지는 건 없다. 성난 사람들 얼굴을 떠올렸다. &lt;BR&gt;
그리고 필연적으로 비가 내렸다. 사나운 바람이 함께 운신했는지, 밤새 쉬지 않고 창문이 덜컥이며 벽 긁는 소리가 어지럽다. 바닥을 두드리며 꿈 속에도 요란한 천둥번개가 전해진다. 미처 못꺼내 둔 겨울 옷가지와 난방기구들을 생각하며 얇은 이불을 목덜미까지 끌어올렸다. &lt;BR&gt;
바라던 일과 바라지 않던 일이 간구대로 순번을 지키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웃어도 또다른 누군가는 울었다. 나중에는 웃는이도 우는이도 행복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빈손으로나마 살아 남아 있어야 하는 우리. 잠결이라도 세상 이치를 알 듯해 고개를 끄덕이며 입맛을 다신다. &lt;BR&gt;
물기를 업고 축 늘어진 나뭇가지와 산지사방 흩어진 나뭇잎을 보며, 지난 시간 느릿느릿 다가오던 봄을 만지작거렸다. 가을은 왜 이리 현깃증이 일도록 쏜살같이 내닫는가.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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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산에서 산을 묻다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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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0-15T16:58:16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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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혼자 집을 지키던 때가 생각난다. 누군가 있는 것만 같아 두리번거리고 힐끔힐끔 돌아보며 머리를 긁적이던 기억. 귀 기울이면 보이지 않는 뭔가가 벽을 쏠거나 나무가 걸어다니고 빗자루가 일어설 것만 같은 두려움으로 뒤통수가 섬쩍지근하다. &lt;BR&gt;
아닌 밤 중에 홍두깨로 휴일날마다 주어지는 임무. 청첩장을 두석 장이나 들고 낯선 곳을 헤매는 꼴이라니. 인적 드문 것이 유령도시가 따로 없다. 저 블록을 돌아가면 표지판이라도 보이겠지. 부지런히 걸음을 떼는데 나를 따라 다니는 구두소리만 요란하다. 쓰레기 통이 들썩이길래 깜짝 놀라 살펴보니, 머리를 쳐박고 먹을거리를 뒤지던 유기견이 고개를 든다. 그 슬픈 눈빛에 아는 누군가의 수긍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아 객적다.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서두른다.&lt;BR&gt; 
이게 뭐람. 호젓한 산길도 아니고. 나뭇잎 사이를 훑는 여린 햇살이나 맑은 물소리, 고즈넉한 숲의 그림자나 솔깃한 바람, 푹신한 흙, 풋풋한 갈내음 들이나 느낄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lt;BR&gt;&lt;BR&gt;&lt;BR&gt;

가까운 친구들도 연락이 뜸한 휴일. 그렇다고 가족들에게 봉사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허긴 나도 매일반이어서 할 말도 없지만서도. &lt;BR&gt;
별도 예정이 잡혀 있지 않으면 가까운 북한산에 걸음을 하는 바람에, 괜히 누가 연락이라도 하면 변명을 한다. 나를 아는 상대도 뻔하게 떠올리는 북한산. 어쩌다가 지방쪽에 있을 수도 있어서 아니라고 부인하면 알고 있다는 듯 되받는 말이, 딴산인가부네. 대답이 궁하다. 딴산이라는 이름도 버젓이 있다. 파로호와 평화의 댐 진입로에 있는 동산으로, 물가에 섬처럼 뜬 모습이 이른 아침 안개에라도 잠기면 볼만하다. 으레히 커다란 바위마다 서린 전설이 거기도 있다. 금강산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 걸음을 재촉하던 중 일만이천봉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앉은 것이라는데 믿거나 말거나이고. 그 딴산에 굳이 내가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대가 이를 바르게 알아들을 일도 없으니.&lt;BR&gt;&lt;BR&gt;&lt;BR&gt;

가을이 한창이어서 온 산이 북적인다. 단풍은 나날이 요란하고, 이를 보려고 유난을 떠는 인파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이니. 국립공원이라고 곳곳을 막아 두어 그 안쪽을 숨어서 드나드는 이와 관리공단 직원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잔 술이 과했는지, 웃통을 벗고선 항의하는 산객도 있다. 글쎄, 옆에서 보기에도 눈쌀이 찌푸려지지만 딴은 손등과 손바닥이어서 잘잘못을 가리기도 곤란하다. 내기 싫은 돈을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악착같이 받아내려는 종교인이나 보호라는 명분으로 금을 치고 사람을 쫓아내는 이나 하지 말라는 것을 굳이 하려고 고집 부리는 이나 &#49574; 속 곳곳 코를 잡게 만드는 쓰레기나 꼴불견의 행태들. 결론은 이타심이 부족한 탓이다.&lt;BR&gt;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산을 휘젓고 다니는 이들도 시끄럽다. 그게 참 이상하다. 내가 그 일원으로 속해 있을 땐 아무렇지 않은데,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이건 영 아니올시다 싶은 때가 부지기수이니.&lt;BR&gt;
같은 동호회원 중 닉네임을 산적이라고 쓰는 녀석이 있다. 나이가 오십 줄에나 들어서도 장가도 가지 않고 만산만 뒤진다. 와중에 어울릴 수 있는 산친구들이 좋기만 하다.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그리 환할까. &lt;BR&gt;
형님, 제가 누구유? 산적이우.&lt;BR&gt;
임마, 너 같은 넘 겁낼 과객이 우리나라 산 어디에 있겄누?&lt;BR&gt;
그넘 산적이 담배를 피다가 국립공원 직원에게 걸렸다. 다행히 구급대 복장을 한 바람에 별탈없이 넘어갔다. 이 녀석에겐 이게 무용담이다. 한동안 보이질 않더니 꾀죄죄한 몰골로 산행에 동참했더란다. 가엾기만 하여 다들 한소리낸다. &lt;BR&gt;어디 아퍼?&lt;BR&gt;
한 며칠 피곤해서 그려.&lt;BR&gt;
힘없이 웃으며 여느 때처럼 사람들이 흘린 쓰레기를 말끔히 봉투에 담아 내려온 녀석이 엊그제 죽었단다. 말이 막히는 것이 소식을 듣자 말자 눈물이 둑 터진 것처럼 흐른다. &lt;BR&gt;이게 뭔말인가?&lt;BR&gt;
동료에게 전화를 냈더니 역시 울먹이며 끙끙댄다.&lt;BR&gt;
그게 급성간염으로 그리 되었다네. 그래도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그 몸 끌고 와선 실실 쪼개더라니. 살고 죽는 게 차암 암것도 아니네.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cfile285.uf.daum.net/image/1320E41F4AD6B29BB23603&quot; class=&quot;tx-daum-image&quot; style=&quot;FLOAT: none; CLEAR: none&quot; actualwidth=&quot;1024&quot; border=&quot;0&quot; hspace=&quot;1&quot; vspace=&quot;1&quot; width=&quot;1024&quot; /&gt;
&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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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툰 가을맞이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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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0-13T14:35:22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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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치 않은 수다가 계속 이어진다. 사무실에서 그러고 있으려니 주변에 신경이 쓰여 나중에는 이마가 뜨끈하다. 이넘 가시나가 목소리는 왜 이리 커? 짧은 응대만 하려고 해도 그럴 수 있어야지. 다들 무심한 척하고선 쫑긋하는 모습. 옆에 소근거리겠지. 저 사람이 이른 시각부터 웬일이람. 그러거나 말거나 전화기 안에서 여자애는 더욱 신이 나 고음으로 떠든다. 코맹맹이 소리로 덕지덕지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엄지손가락으로 나는 정수리를 꾹꾹 눌렀다.&lt;BR&gt;
일 방해하는 거 아이지? 그렇찮아도 일간 함 올라갈라꼬. 반겨줄 꺼제?&lt;BR&gt;
전화질이야 가끔 하지만 그렇다고 살가운 사이도 아니어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얘가 갑자기 무슨 일이지? 통화를 마치고서야 확연해진다. 나와 같은 모임에 있는 줄 착각하고, 근황을 들을 수 없는 찬욱이 소식이 궁금한 게다. 그렇다고 얼마 전 대형마트를 하나 인수했답시고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던 애가 느닷없이 올라오겠다니.&lt;BR&gt;&lt;BR&gt;&lt;BR&gt;

바람이 제법 선득하다. 옷깃을 여미고 손바닥을 부비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느끼는 허허로움. 꽉 채운 줄 알았는데 들여다 보면 텅 빈 가슴에 스산한 바람만 잉잉 댄다. 이것저것 쓸데없이 더듬다 보면 회의감마저 들고. 이러지 않았는데, 하며 도리질하지만 걷잡을 수 없다. 숨이 가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짜증만 난다. 그나마 생각나는 이라도 있어 훌쩍 일어설 수 있다면 다행이다.&lt;BR&gt;
그런 데 비해 나야말로 어릴 적 짝꿍 이름 하나 뚜렷하게 떠올리지 못하고 어찌 이리 무덤덤한가. 고민한 다음에야 겨우 갓 입학한 때의 학예회를 떠올렸다. 숫기 없는 나를 누가 무대에 세웠는지. 연습하고 연습했다고 해도 막상 수 많은 눈길과 웅성거림을 앞에 두자 어쩔 줄 모른다. 침착하려고 입술을 깨물수록 땀이 나고 얼굴은 백짓장이 되어 울상이다. 그런데 상대역이던 이분이 고 계집애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주눅 든 내게 성큼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는다. 나중 친구들의 놀림이나 되지 않을까 싶어 비명이 절로 나는데, 이분이는 능청스레 제 역을 해낸다. 거기 휘말려 얼렁뚱땅 연극을 마치고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lt;BR&gt;
집으로 가는 길은 홀가분하다. 힘에 부친 숙제를 마친 듯 개운한데 무엇보다 이분이와 함께 한 기억이 좋다. 이전보다 훨씬 친해진 것만 같으니. 아니나 다를까. 무대 위에서의 당찬 기세나 또박또박하던 말투를 누그러뜨리면서 다소곳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lt;BR&gt;
우리 집에 과일 많은 데 들러서 하나 줄까?&lt;BR&gt;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걔네 집이 보인다. 담장 위에 가지런히 박아 둔 깨진 유리에 느긋한 햇살이 앉아 반짝거린다. 덩굴장미가 가시에 백테가 낀 채로 지친 가지를 늘어뜨린다. 가로 늦게 핀 메꽃이 수줍게 낯을 가린다. 부실한 포도덩굴을 이고, 현관 입구 시렁은 겉면에 일어나는 페인트로 까실까실했다. 이미 가을이 한창이어서 포도가 남아 있을 리는 없고. 손바닥을 쳐든 듯 잎자루를 세운 무화과나무 아래 가 서는 계집아이. 낭창낭창한 가지를 조그만 손이 비틀어 끌어내린다. 꽃이 없다고 이름 붙여진 무화. 사실은 열매가 꽃주머니이다. 뚝 딴 꽃을 성큼 내밀기에 얼결에 받았다. 손이 다시 벋어 무화를 딴다. 그리고는 시범을 보이듯 반 갈라서는 커다랗고 하얀 대문니를 내보이며 무화과 속을 다람쥐처럼 갉아먹는다. 나도 똑같이 따라 한다. 볼품 없고 향기도 없는 과일에서 웃음이 햇살처럼 돋아난다. 달콤한 과육이 입 안에서 꿀처럼 맴돌다가 꿀꺽 넘어간다.&lt;BR&gt;&lt;BR&gt;&lt;BR&gt;

바람이 지나며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뭇잎을 떨어뜨렸다. 길가에 흩어진 낙엽이 춤을 추었다. 바람 속에 어떤 이름은 떠올리려고 해도 가뭇했다. 대신에 조금씩 기억의 창고를 더듬어 가면 고깃비늘처럼 일어나 반짝이는 얼굴들.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가 어느새 손을 잡아 행복해지던 시간들. 달려 온 가을이 벌써 닁큼닁큼 지나간다.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cfile282.uf.daum.net/image/124F3D154AD3CDC36AA74B&quot; class=&quot;tx-daum-image&quot; style=&quot;FLOAT: none; CLEAR: none&quot; actualwidth=&quot;778&quot; border=&quot;0&quot; hspace=&quot;1&quot; vspace=&quot;1&quot; width=&quot;778&quot; /&gt;&lt;BR&gt;&lt;BR&gt;&lt;BR&gt;
&lt;/CENTER&gt;&lt;Embed src=http://pds6.egloos.com/pds/200709/19/84/Bandari_-_Magic_Winds.mp3 width=375 height=32 type=application/octet-stream hidden=true ? enablecontextmenu=&quot;false&quot; volume=&quot;-1&quot; loop=&quot;-1&quot; wmode=&quot;transparent&quot;&gt;&lt;/Embed&gt;&lt;/center&gt;&lt;BR&gt;&lt;BR&gt;&lt;BR&gt; 
 
&lt;/EMBED&gt;&lt;/FONT&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ruby0129.com.ne.kr/music1/icon-2.gif&quot;&gt;&lt;BR&gt;&lt;BR&gt;&lt;FONT face=&quot;Lucida Handwriting, Cursive&quot; color=steelblue size=2&gt;Magic Winds * Bandari&lt;BR&gt;&lt;/CENTE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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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경계 없는 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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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10-07T16:18:5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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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안에 숨 죽이고 있던 어머니의 남빛 공단 치마저고리. 그 옷감처럼 푸르고 평온하던 지난 봄날 바다. 치즈가 녹아내리듯 양광이 넘쳐 흘렀다. 미동도 않는 물결 위에서 고깃배도 어쩌지 못해 정지한 풍경을 떠올렸는데. 동료들과 어울려 떠들썩하니 퍼붓던 어젯밤 술자리는 숙소인 쏠비치까지 이어져 끝날 줄 몰랐다. 오죽하면 조용해 달라는 소원이 서너 번이나 날아왔겠는가. 이도 모자라 아침 상에 떠억하니 술병들을 올려 두고 있으니. 맑은 소주를 끼얹을수록 몸 안 요동은 심해진다. 오늘은 약한 파도가 있다. 너울이 쉴새없이 몰려들어 설핏 현깃증을 부른다. 그런 때 동생 전화를 받았다. 부재중인 줄 모르고 들렀노라고. 부랴부랴 제 형수가 오징어두루치기를 했는데, 매콤한 맛이 좋아 밥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나.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매콤한 맛이 장기인 아내의 손맛.&lt;BR&gt;
명절 음식을 할 적이면 어머니는 꼭 아내를 시켰다. 어물쩍거리기도 계면쩍은 동생댁은 괜히 바깥을 맴돈다. 어머니가 작은며느리에게는 부엌에 들지 않아도 된다고 아예 못을 박았으므로. 지금은 어른이 계시지 않은 부엌일이 싫은지, 아니면 귀향길 북새통이 싫은지 명절이 되어도 아내는 더 이상 시골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두어 번 채근해 봤지만 예전 아내가 아니었다.&lt;BR&gt;&lt;BR&gt;&lt;BR&gt;

손맛내기의 한계를 일찍 깨달은 동생댁은, 격식 때문에라도 몇 번은 혼자 차례음식을 장만했다. 제기를 닦던 동생이 다가가서는 방금 부친 전을 맛본다. 몇 번이나 쩝쩝, 소리나게 입맛을 다시다가는 혀를 찬다. 좀더 맛깔나게 할 수 없느냐면서 핀잔을 날린다.&lt;BR&gt;
다음 명절부터는 동생댁도 음식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할인점 식품가게마다 들러 사 온 음식, 랩을 뜯어 다른 접시에 푸욱 뒤집어 담아서는 손가락으로 가에 묻은 양념 흔적을 지워 올린다. 차례를 지낸 사촌들이 상에 앉았다. 공치사라도 하고 싶은데, 첫 숟가락을 뜨면 네맛도 내맛도 아니어서 꿀꺽 침만 삼키고 말았다. 서너 번을 그렇게 지나자 동생댁은 마침 나가기 시작한 교회를 빌미로 더 이상 차례나 제를 지내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이제 내려가면 집 안 여기저기 십자가만 요란하다.&lt;BR&gt;&lt;BR&gt;&lt;BR&gt;

큰 녀석이 입대를 하고서는 혼자 오가는 명절 걸음마저 적적하게 되었다. 작은 녀석은 제 엄마 눈치를 보며 주저앉아서는 꿈쩍하지 않으니. 힘이 있어야 예전처럼 우격다짐으로라도 끌지. 그렇다고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으니 입을 다물어 버릴 수밖에. 사촌들이야 속 없는 말을 날린다. &lt;BR&gt;
그냥 오소. 그렇게라도 모여야지. &lt;BR&gt;
그래. 대답을 씹으며 나도 끄덕인다. 명절 지내기가 전처럼 단순하지 않아. 집집마다 하루가 다르게 큰 아이들은 낯설고, 내려 갈 적마다 당신들 빈 자리는 커 보이니. 전통이 아니라도 고수해야 마땅하지만 아우르기 힘든 이 지경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가끔은 정황과 확연히 다른 생각이 불쑥불쑥 치솟아 자리잡아서는 곤란하다. &lt;BR&gt;
때 아니게 꽃을 피운 나무를 보았다. 놀랍기도 하고 일면 애처롭기 그지 없다. 새삼 지난 날 잣대로 현실을 보며 재단하는 게 나뿐일까.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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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과이고 싶던 기억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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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9-29T17:35:32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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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BR&gt;&lt;BR&gt;&lt;BR&gt;&lt;BR&gt;
&lt;p style=&quot;MARGIN-LEFT: 80px; LINE-HEIGHT: 150%; MARGIN-RIGHT: 80px&quot; align=justify&gt;&lt;font face=&quot;맑은 고딕&quot; size=2 color=#8b6969&gt;
눈을 뜨자 몰입해 있던 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익숙한 자리에서 친숙한 얼굴과 웃던 방금 전까지의 기억은 왜 다시 떠오르지 않을까. &lt;BR&gt;
말하고 실행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어둠이 대수인가. 소리내지 말고 걸을 것. 조심스레 문을 연다. 맨발에 닿는 딱딱한 감촉도 좋다. 거실을 지나 미약한 진동을 따라 부엌쪽으로 간다. 냉장고를 열자 옅은 녹색 빛의 파장이 쏟아졌다. 뭉글뭉글 쫓아나오는 냉기. 여명은 이르지만 생각 한쪽을 물들이고 있던 밤이 조금씩 옅어졌다. 냉수라도 들이키면 나을까나. 머그잔을 찾아 손가락에 끼워 빙빙 돌리는 사이 엊저녁 흩여버렸던 사념이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무의식중에 요깃거리를 찾다가 포기한다. 아내 마음처럼 한무더기씩 꽁꽁 싸둔 덩어리들을 구분할 수 있어야지. 개중 보석처럼 반짝이는 사과 한 알을 보았다. 머그잔을 대신 넣어 두고 잡은 사과를 손 안에 굴린다. 굉음이 포도를 뒤흔들며 직선으로 지난다. 누가 저리도 요란스레 새벽을 깨우나. 창가로 가 고개를 내미는 사이 소란은 이미 흔적 없다. 밤새 홀연히 떨어진 나뭇잎이 사방에 어지럽다. 신록 푸르른 지난 계절을 어찌 보냈던가.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사과를 한입 덥썩 깨물었다. 가을이 잘게 부서져서는 와싹거리며 퍼진다.&lt;BR&gt;&lt;BR&gt;&lt;BR&gt;
 
큰 녀석이 마침내 첫 휴가를 나왔다. 갇힌 곳에서 이런저런 핑게로 차일피일해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난데없이 키를 키워서는 봉봉 튀어 오른다. &lt;BR&gt;아빠, 저 왔어요. &lt;BR&gt;
전화기로 전해지는 음성은 건강하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보인다. 한편으로 사과를 베어 문다며 서걱거림이 통화하는 내내 귓가를 건드린다.&lt;BR&gt;
오래 전을 떠올렸다. 세상에 나기 위해 제 엄마가 진통을 겪던 날. 마침 다니던 병원에서는 뭔가 맞지 않았다. 부랴부랴 근방 대학병원으로 옮겼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사방이 들끓고 있다. 세상이 열리느라 진통을 겪는지, 대학생들의 평양축전 참가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필사적인 다툼이 있던 지경이라. 전경들이 병원을 몇 겹으로 두르고 있다. 쉽게 드나들 수가 없는 건 물론 검문은 상시이다. 최루가스가 난무하여 눈물을 머금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안에서 열두어 시간 사투 끝에 나온 녀석은 건강하였다. 시골에서 혼자 올라온 어머니는 어찌어찌하여 지하철도 이용하고 시내버스도 갈아타서는 용케 병실에 찾아들었다. 봇물 터지듯 민주화를 부르짖는 통에 회사마저 시끄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던 와중. 에고, 무셔라. 눈물 콧물을 찍어내던 당신이 문득 악어가죽 백을 뒤지더니 초록색 능금 세 알을 꺼낸다. 하나는 입맛 다시는 옆 침대에 건네고 두 알을 창가 난간에 나란히 올려 두었었다. &lt;BR&gt;&lt;BR&gt;&lt;BR&gt;

열매가 많으면 가지가 찢어진다더니 정말이었다. 심지어는 통째로 무너진 사과나무를 보았다. 떽떼구르르 실한 사과가 저마다 흘러내린다. &lt;BR&gt;
우리가 나무처럼 그렇게 서 있지 않았던가. 어느 때 나무이기가 싫어 뛰쳐나가 헤맨 세월. 이제는 돌아와 나무처럼 다시 숙연해지는 시간. 인디언 서머라고 했지. 습기 없이 꽤나 화끈한 볕이 사과 열매 위에서 미끄러지며 횡행하는 날, 사방에 가을이 물결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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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img src=&quot;http://cfile261.uf.daum.net/image/187740164AC1C4B03CA3CE&quot; class=&quot;tx-daum-image&quot; style=&quot;FLOAT: none; CLEAR: none&quot; actualwidth=&quot;545&quot; border=&quot;0&quot; hspace=&quot;1&quot; vspace=&quot;1&quot; width=&quot;545&quot; /&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center&gt;&lt;EMBED src=http://cfs7.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lSOHBAZnM3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E3LzE3NTAud21h&amp;filename=1750.wma&amp;filename=jean_philippe_audin-toute_une_vie.wma hidden=true type=audio/x-ms-wma volume=&quot;0&quot; loop=&quot;-1&quot; autostart=&quot;true&quot; wmode=&quot;transparent&quot;&gt;&lt;/Embed&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ruby0129.com.ne.kr/music1/icon-2.gif&quot; /&gt;&lt;BR&gt;&lt;BR&gt;&lt;font face=&quot;Lucida Handwriting, Cursive&quot; color=#8b5a00 size=2&gt;Toute Une Vie * Jean-Philippe Audin&lt;br /&gt;&lt;/font&gt;&lt;/cente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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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길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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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garden</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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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9-18T17:00:14Z</updated>
	    <published>2009-09-18T17:00:14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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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 style=&quot;MARGIN-LEFT: 90px; LINE-HEIGHT: 150%; MARGIN-RIGHT: 90px&quot; align=justify&gt;&lt;FONT face=&quot;맑은 고딕&quot; color=#5b5bbc size=2&gt;
철들기 전부터 동경하던 도시로 너도나도 쫓아나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스스로를 제어하고 갈무리할 수 있어야지. 어쩔 수 없이 고향이라는 이름의 자리에는 죄다 연세 든 분들만 남았다. 노인천국이라기엔 격이 맞지 않지만.&lt;BR&gt;
붙여 먹고 살 땅이라도 있다면 매이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떠나지 못하는 건 왜일까. 인연이라든지 지연 등의 질긴 연줄이 주저리주저리 얽혀 있던가.&lt;BR&gt;&lt;BR&gt;

여행을 모의한다. 친구들과 반도를 대각으로 가로질러서는 선유도에서 사나흘 지내기로 했다. 더위를 식힐 여름 밤 해변가와 나직하게 철썩일 파도 소리와 갈매기의 베어 문 듯한 울음, 비릿한 냄새와 장작을 돋운 재오고 지핀 캠프화이어, 기타 소리와 근사한 화음으로 아우르는 낭만과 젊음의 향연을 떠올리며 전율에 떤다. 누구는 무엇을 가져오고 등의 역할 분담도 마쳐 다짐을 놓고 지도를 꺼내 더듬어 갈 행로를 숙지한다.&lt;BR&gt;
집에서 눈치만 보며 며칠을 허비했다. 운을 떼기가 어려워서. 나중에는 가릴 계제가 아니어서 결연한 심정으로 어머니 앞에 앉았다. 여행을 가겠다고 말씀 드리는데, 누구하고 어디를 어떻게 가는지 꼬치꼬치 캐물으신다. 조심스레 꺼내고 늘어 놓는데, 두어 밤을 자고 와야 한다는 대목에서 콱 막힌다. 아니나 다를까, 선유도가 어디 붙어 있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그야말로 무척 먼 곳에 가서 자고 와야 한다는 데 이르러서는 손사래로 말을 끊는다. 당신은 하룻밤도 안된다며 길길이 뛴다. 처음에는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회유를 하다가 나중에는 기껏 키웠더니 어미 말이라고는 거지 발싸개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며 머리를 싸매고는 누워 버리시니. 약속이야 이미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두고 훌쩍 가 버릴 수는 없어 난처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나중 바리바리 싸든 친구들이 집에 왔다가는 당신 눈앞에 어른거리지도 못하고 떠나버렸다. 나는 우쭐거리며 가는 친구들 뒷모습만을 배웅하며 입술을 깨물었다.&lt;BR&gt;
당신 슬하에서 여행이나 그 밖의 일을 빌미로 나선 적이 없다. 나중에 훨씬 더 좋은 데를 실컷 다닐 수 있을텐데 꼭 지금 가야 하느냐는데 토를 달 수 있어야지. 늘 읊조리시는 그 나중에, 동생들과 돈을 마련한 적이 있다. 어느 사이에 연로해진 당신들이 안쓰럽다. 봉투를 내민다. 어디든 한번 다녀 오시지요, 하고선. 가도 되나? 새삼스레 되물으시는 당신. 여기도, 저기도 가고 싶다더니 이런 일, 저런 일을 핑게대며 짐을 꾸리지 못했다. 정녕 당신이 떠나기를 싫어했을까. 천만에. 가끔 다녀오는 친구분들과의 여행 사진을 보면, 나란히 서서 그 어느 때보다 밝게 웃으시는 모습이 눈에 아프게 들어왔다.&lt;BR&gt;&lt;BR&gt;&lt;BR&gt;

간절기에 도반들과 서해 마량포에 간 적이 있다. 차를 대고 트래킹으로 십여 킬로미터를 들어갔다 나온다. 해풍을 맞으며 선 매끈한 소사나무 군락과 갯벌과 포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뱃길을 밝히는 빨강, 하양 등대를 돌아보고 일행과 사진도 찍는다. 출출하여 포구에 면한 식당에 들렀다. 때를 넘겼을 뿐 아니라 제철도 아니어서 북적이지도 않건만 서비스가 엉망이다. 너댓 번을 소리 쳐야 마지 못해 고개를 디미는 아주머니. 던져 둔 수저가 모자라 부르고 앞접시를 달라고 부르고 물컵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 부른다. 주문한 음식은 한나절을 넘겨서야 나오니. 짜증난 일행 중 한 사람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도 그럴수록 상대는 무덤덤하다. 음식이라도 괜찮았으면 다행이련만, 입 안이 서걱거리는 게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나오면서 투덜댄다. 그런데 계산을 하던 일행이 은근히 놀란다. 우라질, 왜 이렇게 비싸? 무심코 따지다가 금액이 맞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일이만 원도 아니고 십여만 원이나 틀릴 정도여서. 따지자 사과하기에 앞서 잘못 계산했구먼, 한마디로 끝나 버린다. 그 당연한 투가 더욱 속을 뒤집었다.&lt;BR&gt;&lt;BR&gt;&lt;BR&gt;

여행이 화두이다. 때만 되면 길에 넘쳐나는 인파들. &lt;BR&gt;
태백쪽으로 갔다가 그냥 올 수가 없다. 이름난 시장쪽 한우육소간에 간다. 우리가 앉으려는 자리는 안된다며 문간방으로 내치더니, 기본 음식만 올려 두고선 코빼기도 안보인다. 몇 번 꽥꽥거렸더니 왔다갔다 하던 아주머니는 아예 보이지 않고 주인장이 직접 심부름을 한다. 애시당초 극진한 서비스를 기대한 게 무리였을까. 달리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돈푼이나 마련하겠다고 나선 시골 어른들이 닳고 닳은 사람들의 온갖 시중을 어찌 처리할 것인가. 최소한 위생적이고 친절하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에 그쪽 사람들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기야 하지만 답은 요원하다. 가볍게 즐기고 적당히 바가지를 당하고 올 수밖에. 이러고서도 길에 나서려는 내게 집에선 눈을 흘긴다. 글쎄, 소일거리가 이만한 게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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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CENTER&gt;&lt;img src=&quot;http://cfile294.uf.daum.net/image/1553ED184AB3347002FD2F&quot; class=&quot;tx-daum-image&quot; style=&quot;FLOAT: none; CLEAR: none&quot; actualwidth=&quot;778&quot; border=&quot;0&quot; hspace=&quot;1&quot; vspace=&quot;1&quot; width=&quot;778&quot;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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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br&gt;&lt;br&gt;tag : &lt;a href=&quot;/_blog/tagArticleList.do?BLOGID=02Rv1&amp;amp;tagName=여행&quot; rel=&quot;tag&quot; target=&quot;_blank&quot;&gt;여행&lt;/a&gt;,&amp;nbsp;&lt;a href=&quot;/_blog/tagArticleList.do?BLOGID=02Rv1&amp;amp;tagName=취미생활&quot; rel=&quot;tag&quot; target=&quot;_blank&quot;&gt;취미생활&lt;/a&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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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려움이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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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9-14T16:05:34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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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BR&gt;&lt;BR&gt;&lt;BR&gt;&lt;BR&gt;
&lt;P style=&quot;MARGIN-LEFT: 80px; LINE-HEIGHT: 150%; MARGIN-RIGHT: 80px&quot; align=justify&gt;&lt;FONT face=&quot;맑은 고딕&quot; size=2 color=#004c5f&gt;
늦더위에 잦아들던 매미소리가 다시 커지고, 살이의 소명을 다한 암수 고추잠자리의 느긋한 짝짓기비행이 눈에 띈다. 아열대화로 점차 잰걸음한다느니 따위의 소식에 내둘리지 않더라도 아직은 반팔옷이 어울리는 즈음. 무심코 팔 등 맨살을 긁는다. 자극이 가면 잠복해 있던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인자가 한꺼번에 일깨워지는지. 손톱질에 파동이 지듯 번지는 가려움으로 그 주변까지 꾹꾹 눌러본다. 틀림없이 통증과 가려움은 다를 텐데 말야. 긁어서 상기된 살피죽으로 또다른 통증이 알러지 반응처럼 자리를 잡는다. 나중에 보니 가려운 부위가 단단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 &lt;BR&gt;
이게 언제 상처더라? 아하, 여름 끝머리에 남쪽 바닷가에 나섰다가 밤 모기에게 물어 뜯겼지. 같이 간 일행들이 얘기를 나누다 말고 여기저기서 철썩이느라 여념이 없었지. 정작 본론은 꺼내지도 못하고선 한바탕 웃었던가. 아무렇지 않다며 지나쳤는데 나중에야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lt;BR&gt;
그게 한달여나 지난 지금에도 가려울 만큼 두드러진 옹이로 배어 있다니. 짜증스레 긁는다. 지지부진하던 올 초여름 날씨로 실종이라던 모기가 철 지난 지금도 활개를 친다. 그래도 해변가에서 맞닥뜨린 그 녀석들이 더 지독했다. 거침없이 옷을 뚫고 피를 빨아댈 정도로. 금방 가라앉겠지, 했던 게 천만의 말씀. 생체방어기능이 약화된걸까. 이렇게도 오래도록 흔적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을 정도로.&lt;BR&gt;&lt;BR&gt;&lt;BR&gt;

창을 열었다.&lt;BR&gt;
냉난방 때문에 늘 가로막을 쳐두어야 하는 풍경. 소통이라도 하려면 눈길을 줘야 한다. 어느 때 들이차던 봄의 화사함, 여름의 싱그러움을 지나 지금은 잦아들고 갈무리해야 할 때. 오랜만에 바람이 활개치며 드나든다. 입자 고운 오후 햇빛도 쓸어다 두고, 푸르다 못해 시린 하늘에다가 솜자루를 풀어놓기도 한다. 바람결에 풀잎 같은 소리가 엷게 스며들어 귀를 기울인다. 뒤쪽 연립 사는 조무래기가 학교에서 일찍 돌아왔는지, 하모니카 소리가 메마르게 붕붕댄다.&lt;BR&gt;&lt;BR&gt;&lt;BR&gt;

가냘픈 소리의 줄기를 따라 눈길을 들면 예전의 마포나루. 서해에서 거슬러 온 뱃길이 성을 쫓아나온 육로 발길과 맞닿던 자리. 조무래기들이 어울려선 오후 나절 흙먼지를 일으키며 맨발로 달려가 미역질하던 자리가 지금은 산지사방 이어진 길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강가에는 주로 과거를 떠올리고 싶은 이들만 서 있었다. 걸망에서 주섬주섬 들어내는 아득한 시간들. 길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떠내려갔다. 강을 따라 흐르는 해. 지는 해를 보며 사람들은 과거와 과거가 어떻게 이어져 왔던가를 떠올렸다. 가려움은 역성 기제인가. 원하지 않는 강화와 분화를 이루어낸다. 손톱을 세워 긁을 때마다 살비듬처럼 지난 기억이 일어났고 새 날은 통증으로 자리잡았다. 외로운 사람들이 늑대처럼 킁킁대며 물 냄새를 맡았다. 드러내지 못하는 아프디 아픈 상처를 숨기고서.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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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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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CENTER&gt;&lt;IMG src=&quot;http://ruby0129.com.ne.kr/music1/icon-2.gif&quot;&gt;&lt;BR&gt;&lt;BR&gt;&lt;FONT face=&quot;Comic Sans MS&quot; color=steelblue size=2&gt;Songs Without Words Op.67 No.2 * Humming Voice&lt;BR&gt;&lt;/CENTER&gt;
&lt;CENTER&gt;&lt;/CENTER&gt;&lt;/FONT&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br&gt;&lt;br&gt;tag : &lt;a href=&quot;/_blog/tagArticleList.do?BLOGID=02Rv1&amp;amp;tagName=연동&quot; rel=&quot;tag&quot; target=&quot;_blank&quot;&gt;연동&lt;/a&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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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 여름, 저 가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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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9-08T14:50:41Z</updated>
	    <published>2009-09-08T14:50:41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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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BR&gt;&lt;BR&gt;&lt;BR&gt;&lt;BR&gt;
&lt;P style=&quot;MARGIN-LEFT: 90px; LINE-HEIGHT: 160%; MARGIN-RIGHT: 90px&quot; align=justify&gt;&lt;FONT face=&quot;맑은 고딕&quot; size=2 color=#5b5bbc&gt;
자글거리는 초가을 볕이 저만큼 앞 아주머니가 받혀 든 꽃 무늬 양산 위에서 튄다. &lt;BR&gt;
어떻게 저러고선 나설 생각을 했을까?&lt;BR&gt;
옆에서 혀를 찬다. 아침저녁으로는 선득할 정도이고, 낮엔 양철통 안처럼 달궈진다. 간편한 겉옷을 벗어 팔에 걸었는데, 등짝이 패인 윈피스 때문에 허리 바로 위까지 골이 내려간 미끈한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일행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개중에는 '그나마 볼만하다.' 며 웃어 넘기기도 한다. 이해가 되고 말고는 자기 기준에 꿰어맞춘다.&lt;BR&gt;&lt;BR&gt;&lt;BR&gt;

자의반 타의반으로 팀을 옮겼다. 사무실이 웬만큼 멀어야지. 출퇴근이 힘겹다. 가라앉은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방치하여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주변과 대치시키며 이것저것 비교하자 차츰 자책이 일다가는 회의가 든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얼핏 지나쳐 본 장면 하나. 갖가지 생김새의 외계인들이 혼자 중얼거리거나 스킨십을 하며 어울려 술을 마시는 변두리 행성의 선술집, 그런 곳에 뚝 떨어진 것처럼 난감하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안녕을 위해 까닭없이 호의를 보이며 친밀감을 표하여야 하는가. 단연 도리질을 한다. 항해를 하듯 좌표를 기억하면 되지, 뱃전에 치닫는 물결일랑 신경 쓰지 말아야지. 애써 무관심할 것, 애착을 가지지 말 것 등을 되뇌며 사무실에 들어선다. 거기서 거기이니 일이야 집중하면 되지만 살이란게 그래야지. 속도전이 대세인 바깥 세상에 비해 여긴 느리다. 젖어들다 보면 쳐지기만 한다. 이래서는 안되지, 작심하면서도 마음을 둘 수 없으니. 창에 비친 높은 하늘 한쪽 구름 떼가 환하다. 그걸 보자 둥둥 떠올라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부서에 한둘뿐인 남자 직원들은 옆에 오지 않았다. 나이 등의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공유할만한 문화가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해 물어보는 참에 대답이라도 반듯하면 좋으련만,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어벙벙해서야. 두어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침잠한 이곳 분위기 탓이겠지. 열정 등은 아예 꺼낼 수 없다. 구성원이 죄다 여자들인데 대개 나이가 든 축이다. 영을 세우자니 시건방져 보일게고, 두자니 일이 제대로 되어질까.&lt;BR&gt;
잠깐 봅시다.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고참격인 사람이 제꺼덕 온다. 허나 눈도 맞추지 않고 시선을 발 끝에 두고 있다. 간신히 고개를 들게 했더니 돗수 높은 안경을 추키는데, 안경 너머 시선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어질어질했다.&lt;BR&gt;&lt;BR&gt;&lt;BR&gt;

휴일에는 숲길을 거닐었다. 바람은 흔적 없다. 땀이 끝도 없이 솟아 뚝뚝 떨어졌다. 습한 기운이 휘감아 끈적하다. 고개를 넘고 다시 고개를 오르며 허덕거려도 닿아야 할 곳은 까마득했다. 늦더위에 잠식된 여름은 훨씬 길게 느껴진다. 군데군데 난무하는 햇볕이 따갑다. 오가리가 든 것처럼 생기를 잃고 허덕이는 나무들. 때가 때인지라 생장의 기운이 끊어진 지 오래이다. 지나온 길을 떠올렸다. 잎갈나무들이 우뚝한 길을 지나 활엽수림을 건너자 수북한 풀섶에서 며느리밥풀꽃이나 노란 금불초 등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부연 햇빛에 뜬금없이 그 때의 임지에서 일을 뒷바라지해 주던 순덕이나 계정이, 만숙이, 효정이, 명순이 등이 떠올랐다. 고집들이 세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서도 주어진 일에 골똘히 열중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부끄러움 많은 천성을 감추지 못해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사람들이 나중 돌아오기 위해 짐을 꾸릴 때에는 눈물을 글썽였는데.&lt;BR&gt;
걷는 중에 어떤 기준으로 보고 들은 것을 측량했던가. 떠나오고서야 알았다. 아침부터 쉴새없이 몰아치며 뛰어다녀야 하는 곳에 되돌아온 것을. 그네들은 어떤 면에서라도 여기가 어울리지 않았다. 경쟁이 싫어 물러난 언저리에서 이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늘상 머물러 있는 그네들만의 공간. 누가 잘났느니 못났느니 따질 필요 없이 종일 책상에 박은 눈을 들지 않았다. 무심한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다가는 더께 앉은 자리. 연락조차 않고 덮어둔 날을 문득 떠올리고 있다니~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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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창 밖으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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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9-01T11:11:38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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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보는 풍경은 아다지오Adagio여서 마음에 담기지 않았다. 아침마다 이용하는 지하철, 일부 구간이 지상에 드러나 있어 쫓아나올 때마다 발가벗긴 것처럼 안팎이 밝아진다. &lt;BR&gt;
큰 산 뒤편이 붉으스레하게 물드는 동녘과 미적거리는 해와 미처 숨지 못하고 창백하게 부서지는 중천의 달. 여름 내 산야를 두텁게 덮던 초록 융단도 볼만하지만 비치는 구도가 삐뚜름한게 늘 불만이다. 그래도 하천을 이웃한 채 갈라진 풍경에 자리한 팍팍한 긴장감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건너쪽으로는 신축 아파트가 단장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편으로는 구겨진 단독주택과 단층건물 들이 구한말 빛 바랜 사진 속 서울 풍경처럼 올망졸망 옹색하게 쪼그리고 있다. 여기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봇대를 가로질러 허공에 건 핏빛 구호가 눈에 띈다. 건너편에 저리 우뚝우뚝 짓는다믄 여게도 조만간 바람이 불겄지요. 짬만 나면 주판알을 튕긴다. 기대보다 더 빨리 휩쓸고 지나간 바람들, 그리고 반작용이 엇갈리며 눈에 보이게끔 형성되지 않는 그 무언가에 대한 체념과 분노가 인다. 해갈되지 않는 이 심정을 어케 해야 허남. 폭풍이 지나간 뒤처럼 평온해 보여도 누군가 부욱 성냥불을 그어댈 참이면 기세를 빌어 일어서는 건 시간문제이다. &lt;BR&gt;
업구렁이처럼 하천을 들쑤셔 구불텅구불텅 휘감아간 물길이 외려 평화롭다. 둑을 따라 호박 넝쿨이 박박 기다가 주황색 꽃을 폭죽처럼 터뜨렸다. 해바라기가 갸웃거리며 언저리를 쓰다듬는 멀건 햇빛을 보고 수줍게 웃었다. 흰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는 이른 시간부터 담팍 주저앉은 아지매 둘이 꼬무락거린다. 고추밭을 더듬는 손마디 굵은 손과 주름 패인 얼굴에 까무잡잡한 눈이 그려진다. 이제 막 엉덩이에 닿아 지분거리는 그림자를 따라가면 우람한 갈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밭뙈기에 그늘을 드리워 누차 베어 버리자고 목소리 걸걸한 이들이 침을 튀기며 일갈했겠지. 그럴 듯한 표식이라도 마을에 하나 있어야제, 하며 달랜 점잖은 소리가 있어 그나마 부지한 초록빛 영혼. 지금 마악 끄트머리부터 한 잎씩 노랗게 물들일 참이다. 그 옆 시렁을 타고 오른 능소화는 몇십 일 동안 애쓰고도 아직 꽃 백 개를 채우지 못했다. 목탁처럼 주렁주렁한 석류도 저희끼리 부비며 더 이상 살 찌울 일 없이 신맛만을 갈무리하면 될 것이고, 그런 자질구레한 일이 지겨워 눈 감은 동안 회화나무 꽃은 피고 졌다. 개울물이 흐르던지 말던지, 어릴 적 학교에 오가던 방천에서처럼 오십 년을 견뎌 온 백로 한 마리가 꿈쩍 않은 채 한결같이 날이 밝는 걸 지키고 있었다.&lt;BR&gt;
한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풍경은 지상 구간이 끝나면 뚝 끊겼다. 안 보이는 곳에서도 선선한 바람이 훑으면 꽃은 피고 질게다. 가을이라는 터널을 지나는 동안 변하고 싶은 것은 몸부림을 칠게다. 식별 못하는 동안에도 상전벽해가 이루어지겠지. &lt;BR&gt;&lt;BR&gt;&lt;BR&gt;

코를 높이는 수술을 하겠다는 작은 녀석에게 핀잔을 주었더니, 눈이라도 크게 하도록 해달란다. 대꾸도 않고 지났더니, 인제는 이름을 개명하게 해 달라고 울먹이며 졸라댄다. 고만고만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사실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자글거리는 용광로에 들었다가 속으로만 곪는 뻘에 나앉아 질척이기도 하는 우리.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cfile261.uf.daum.net/image/155354274A95D2D01FC2CA&quot; class=&quot;tx-daum-image&quot; style=&quot;CLEAR: none; FLOAT: none&quot; actualwidth=&quot;778&quot; hspace=&quot;1&quot; width=&quot;778&quot; vspace=&quot;1&quot; border=&quot;0&quot; /&gt;
&lt;BR&gt;&lt;BR&gt;&lt;B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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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MBED&gt;&lt;/FONT&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ruby0129.com.ne.kr/music1/icon-2.gif&quot;&gt;&lt;BR&gt;&lt;BR&gt;&lt;FONT face=&quot;Lucida Handwriting, Cursive&quot; color=steelblue size=2&gt;Falling Leaves * Aequoanimo&lt;BR&gt;&lt;/CENTER&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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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열려라 참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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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garden</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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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26T11:56:04Z</updated>
	    <published>2009-08-26T11:56:04Z</published>
	    <content type="html">
	    	&lt;BR&gt;&lt;BR&gt;&lt;BR&gt;&lt;BR&gt;
&lt;p style=&quot;MARGIN-LEFT: 80px; LINE-HEIGHT: 150%; MARGIN-RIGHT: 80px&quot; align=justify&gt;&lt;font face=&quot;맑은 고딕&quot; size=2 color=#8b6969&gt;
행동이 굼뜨면 생각마저 모자라는 것처럼 비친다. 몽상에 빠져 있는데 문이 왈칵 열렸다. &lt;BR&gt;
야가 뭔 생각을 구래 하노? 몇 번을 불러도 모르게.&lt;BR&gt;
부지불식간에 하달되는 심부름. 혼자만의 생각에서 미처 깨나지 못해 미적거리자 꾸지람이 성난 벌떼처럼 달려든다.&lt;BR&gt;
얼릉 일어나 가잖고 뭐하노? 어깨도 좀 펴고. 사내가 토끼를 잡으러 가도 호랭일 잡으로 갈 때처럼 눈빛이 왕왕해야 하니라.&lt;BR&gt;
채근 아니라도 우리는 민첩하게 움직이게끔 조련되었다. 욕심 많은 엄마는 가끔 발톱을 세우고 으르릉거렸다. 아이들이 주저앉고 잦아드는 걸 싫어했다.&lt;BR&gt;
부리나케 교통카드를 체크하고 뛰어내려가 마악 떠나려는 전동차에 올라타기. 북적이는 칸을 이동하여 다음 환승지 통로에 가장 가깝게 서 기다리기. 어정거리는 인파를 헤치고 누구보다 빨리 지상으로 쫓아나오기. 한눈 팔지 않고 한달음에 목적지에 닿기. 경쟁에서 살아남기 등. 늘상 새기고 있어야 할 일은 백 가지, 천 가지가 넘는다. 죽은 듯이 누워 있다가도 날이 밝아 깨어나면 안광을 돋웠다.&lt;BR&gt;
엄마 말이 백 번 지당하다. 삶이 별건가. 토끼처럼 움직이기는 싫지만 거북이처럼 기기는 더욱 싫다. 제 아무리 꾸준한 거북인들 어떻게 나를 따라 잡을손가. 혹여 내가 토끼일지라도 절대 우화 속처럼 나무 그늘에 들거나 발을 뻗고 누워 오수에 잠겨드는 일은 없다.&lt;BR&gt;&lt;BR&gt;&lt;BR&gt;

힘을 내 걸어. 큰 비가 내릴지도 몰라.&lt;BR&gt;
그렇다. 해가 지기도 전인데 먹장구름이 몰려들어 사방이 컴컴해진다. 그래도 쉬어가자는 아이들. 매정하게 등을 돌렸다.&lt;BR&gt;
이제부터 쉬지 않고 걸어야만 저 산을 넘을 수 있을거다.&lt;BR&gt;
앉으면 드러누울거다. 그 다음에는 일어날 수 있어야지. 다섯 번 쉬어야 할 걸 두 번으로 줄여야 더 많이 걸을 수 있어. 백만 번을 팔굽혀펴기한 다음에도 힘이 남는 차세대 건전지처럼 성큼성큼 걸음을 떼서 아이들 시야에서 멀어진다. 야속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에서는 오직 강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더 힘을 내렴, 악착같이. 저기 보이는 커다란 나무 아래까지만 가자.&lt;BR&gt;
떨어진 아이들. 가볍게 코를 고는게 애처로워 이불을 여민다. 그러다보니 아래 삐죽 나오는 발. 여린 살갗에 물집이 잡혀 있다. 어루만지는 손길이 닿을 때마다 잠결에도 움찔거린다.&lt;BR&gt;
그 날 이후로 아이들은 앓아누웠다. 애들 엄마가 야속한 눈길을 주지만 애써 무시한다. &lt;BR&gt;
거참 나약하기 이를 데 없어서야. &lt;BR&gt;
혀를 차며 벌떡 일어섰다.&lt;BR&gt;&lt;BR&gt;&lt;BR&gt;

일단의 무리들과 뒤섞여 걷는 산길. 재담과 함께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분주하게 발이 뒤엉켜 제대로 걸을 수 있어야지. 이럴 수야 없어. 손짓으로 우리 일행을 골라냈다.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나. 사람들이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서 있었다. 길을 벗어나 숲을 헤치고 올라 암릉을 바로 치기 시작했다. 물기를 지운 손을 암반과 암반 사이 틈에 넣고서는 용을 써서 조금씩 몸을 끌어올렸다.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에 묻었다. 별안간 앞이 트이며 천애 절벽이 드러났다. 성큼 무릎을 올리다가는 눈을 감았다. 아찔하다. 소름이 돋는다. 이곳에 왜 내가 서 있어야 하는가. 불현듯 회의감이 든다. 걸핏하면 앞을 가로막는 벽들. 벽을 넘어서면 뚝 떨어지는 무저갱들. 더듬거리며 길을 헤쳐 나아간다는게 암담하기만 했다.&lt;BR&gt; 
아이들과 해안가를 걸었다. 뙤약볕 아래 맨발바닥이 따끔거린다. 검은콩 흰콩 새콩 완두콩 들, 아이들이 노래를 한다. 콩돌이 몸을 비비며 자그락댄다. 결국은 이렇게 모여 있어야 하는 것을. 산정에서 맞던 외로운 바람을 떠올렸다. 바람에 패인 바위가 날카로운 선을 세우고, 공동으로 잉잉거리는 울음 소리를 낸다. 여기는 낮은 곳, 더욱 낮게 몸을 낮추어 함께 있는 돌맹이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걸음을 빨리 뗄 수 없어 아이들이 뒤뚱거리며 쫓다가 웃었다. 길은 직선만 있는 게 아니었다. 때로 돌아가기도 하고 발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하는 것을. 가로막히는 것마다에 주문을 외우며 문을 열었다. 때가 되면 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억지부채질하며 우격다짐한 날로 채워진 세월이 가엾다.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cfile248.uf.daum.net/image/16715B194A8A12FD32D97F&quot; class=&quot;tx-daum-image&quot; style=&quot;CLEAR: none; FLOAT: none&quot; actualwidth=&quot;752&quot; hspace=&quot;1&quot; width=&quot;752&quot; vspace=&quot;1&quot; border=&quot;0&quot; /&gt;
&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center&gt;&lt;Embed src=&quot;http://cfile203.uf.daum.net/attach/155538234A484C311CC423&quot; type=&quot;audio/x-ms-wma&quot; hidden=true volume=&quot;0&quot; loop=&quot;-1&quot; wmode=&quot;transparent&quot;&gt;&lt;/Embed&gt;
&lt;center&gt;&lt;img src=&quot;http://ruby0129.com.ne.kr/music1/icon-2.gif&quot; /&gt;&lt;BR&gt;&lt;BR&gt;&lt;font face=&quot;Lucida Handwriting, Cursive&quot; color=#8b5a00 size=2&gt;Klaus Jurgen Spannhoff&lt;br /&gt;&lt;/font&gt;&lt;/center&gt;
&lt;center&gt;&lt;/cente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lt;BR&gt;			&lt;br&gt;&lt;br&gt;tag : &lt;a href=&quot;/_blog/tagArticleList.do?BLOGID=02Rv1&amp;amp;tagName=여유&quot; rel=&quot;tag&quot; target=&quot;_blank&quot;&gt;여유&lt;/a&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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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길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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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19T11:40:38Z</updated>
	    <published>2009-08-19T11:40:38Z</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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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에 가 있다는 친구 녀석, 전화기 너머 짭쪼롬한 소금끼가 배어 있다. 주변 소음 때문인지 말이 빨라진다. 휴양 인파로 흥청대는 항구도시가 싫어졌다나. 용호동 뒤편 이기대를 돌아보다가 밤 모기한테 온통 물어뜯겨 근질거린다며 투덜대고, 근방 길목에서 밀리는 차에 갇혀선 한 시간여나 걸려 겨우 주차를 했다고 불평을 늘어 놓는다. 예약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서너 번을 쫓겨나 겨우 자리잡고 앉은 민락횟집. 물 컵이나 소스 그릇을 얼기설기 씻어냈는지 오물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고 욕지기를 낸다. 소주를 달라고 고래고래 목청을 높여도 들은 체 만 체하고, 서울보다 물경 두세 배나 비싼 회를 시켰더니 두어 시간을 넘겨서도 아직 나올 낌새가 없다나.&lt;BR&gt;
정해진 휴가보다 더 많게 연가까지 소용하여 멀리 아프리카에 다녀온 회사 동료는 얼굴이 희멀그레하다. 아프리카 햇볕이 만만한가 했더니, 엄격하기로 정평이 난 트라피스트수도회 일파인 아틀라스수도원엘 다녀왔다고 한다. 설마하며 가벼운 스웨터 정도만 챙겨 갔다가는 따닥따닥 소리내며 이가 맞부딪칠 정도로 한기 드는 돌침대에서 얼어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나. 기도와 노동, 휴식으로 일과를 채우는 수도사들과 세속으로부터의 분리와 절제를 경험하면 나른하던 삶에 윤기라도 덧칠하리라고 여겼다는데. 조과martin에서부터 만과vespers로 이어지는 억압 아닌 억류에서 지체에 따른 턱을 넘어 안도감을 느꼈는가에서는 머리를 흔든다. 지향한 외진 곳에서의 은둔이 어리석은 몸짓이었다며. 사방이 메마른 곳에서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고 한다. 우선 로밍해 간 손전화마저 터지지 않아 나중에는 지구 반대편의 시간을 세며 답답하기 이를데 없었다나. 편식을 않는 식성이 도움 될 줄 알았더니 모래가 씹히듯 음식이 넘어가지 않더란다. 그나마 매끼니 포도주가 지천이어서 위안이었다는데, 상업술로 잘 빚어진 깔끔한 와인을 입 안에 굴리며 즐기다가 텁텁한 수도원의 포도주로 대체한 시간을 떠올리면 우선 끔찍하다고 토로한다.&lt;BR&gt;
친구 녀석이나 동료가 굳이 먼 곳까지 다니러 가서는 이렇게 후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반문하지 않기로 했다. 짐작이야 했지만 부산지방 사람들이 야구에 얼마나 몰입하는지는 들른 가게마다 풍긴다고 했다. 장사야 찾아든 손님이 알아서 챙길 일이다. 주인장은 티브이 화면에 눈길을 박고 루상에 나간 주자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만 관심이어서 어리둥절했다고. 허긴 외계인이 보았을 땐 얼마나 싱거울까. 공을 던지고 이를 받아쳐 겨우 바깥 루를 훔치고 돌아오는 것에 왜 열광하는지 영영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료가 왜 홍콩을 경유하여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까지 돌아 알제리로 들어갔는지, 그리고 황량한 사막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몇날 며칠을 정지된 시간 속에서 허비했는지 어찌 난도 단언할 수 있으랴.&lt;BR&gt;&lt;BR&gt;&lt;BR&gt;

세상에 뜻을 품은 사람이 연단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쳐든다. 손바닥으로 가슴을 탁탁 치며 목청을 높였다. 자기가 없는 세상, 자기가 아닌 체제는 어림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돌아서면 말이 달랐다. 그이가 보이지 않아야 세상은 더 조용해질 텐데. 때로 뾰족한 오만의 송곳일랑 부디 뒤란에서 닳고 닳아 원만해져 나왔으면. &lt;BR&gt;
너도 나도 떠나고 돌아오기를 거듭하는 동안 비우고 채워지기 또한 수 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습관처럼 몽상하고 허망한 신기루라도 쫓는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들 떠나기를 포기할 것인가. 차라리 길에 주저앉아 있을지언정, 그래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일도 즐겁다고 나서는 발길, 낯선 길에서 홀로 됨을 느끼고 헤매다 보면 돌아옴도 더 간절하고 머물러 있던 곳이나 시간의 귀함도 깨달을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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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12T15:42:30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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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에요?&lt;BR&gt;
느닷없이 뾰족하게 찌르는 바람에 말문이 막힌다. 빈둥거리는 것처럼 비쳤는가. 나름대로는 이것저것 궁리하느라 바빴는데 말야. 던지는 말이 일반적이다 못해 막연하지만 농담처럼 받아서는 안되겠지. 대저 저 사람이 나열하는 내 단점이 뭐더라? &lt;BR&gt;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여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무절제와 흥밋거리만 찾아다니는 천박한 습성. 불확실한 미래. 딱 부러지지 못하고 늘어뜨리는 여유. 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좀처럼 주변 말에는 끄덕 않는 고집불통인 병. 총족되지 않는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한 벽. &lt;BR&gt;
냉큼 답을 못하고 눈을 껌벅거리고 있었더니 추궁이 차츰 드세진다. 속을 드러내면 안돼, 다짐하지만 오늘도 나는 판정패 할 것이다. 쏟아낸 말이 줄줄이 이어져 강을 이루면 결국은 이를 막아 버럭댈 것이고, 살을 저미는 잔인한 말을 골라 일지매의 매화표처럼 휘리릭 날릴 것이다. 상대가 찔끔한 다음 나자빠질 정도로. 뻔한 결과를 향해 오가는 전철을 거듭 밟으면서도 아이들처럼 티격태격하는 얘기들을 시도때도 없이 꺼내는 까닭은 무엇인가. 회사일을 마치고 오면 팔을 걷어붙이고 집안일을 도울 것이며, 바둑 등의 잡기로 소일하지 않고, 사 놓기만 하면 가라앉는 주식 나부랑이일랑 이쯤에서 매도하여 그나마 더 이상 거덜나는 것을 피하고,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한 설계를 일단계, 이단계 등으로 구분하여 브리핑 해야만 할까. 막장에서 기댈 언덕도 없으면서 유들유들하여 천하태평인 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행태일랑 싹 접고, 그 어느 때처럼 책과 씨름하던지, 누가 보더라도 건설적인 일에 매진할 거라고 약속이라도 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오늘 저녁 근사한 이딸리안 레스토랑으로 나오라고 은근 슬쩍 흘릴까. 단정한 웨이터의 시중을 받으며 고기를 썰고 유쾌한 농담을 뿌리며 포근한 조명 아래서 선명한 와인을 찰랑이며 낮게 깔리는 칸초네를 한 소절씩 허밍으로 따라 부르는 중에 이탈리아 남자처럼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달래 생활 중 이런저런 일로 재인 노여움을 봄눈 녹이듯 풀어주는 회유책을 써야 하는건지.&lt;BR&gt;&lt;BR&gt;&lt;BR&gt;

춘천 가기가 쉬워졌던데, 마침 시간도 있으니 한번 다녀올까? 근방 휴양림에서 맞는 안개 서린 아침이랑 솔 향기를 맡으며 후루룩 먹는 막국수 어때?&lt;BR&gt;
그냥 넘길 여름은 아니다. 가까운 데라도 다녀와야지. 다짐하고 일러 두었건만 계획은 어긋난다. 이른 열시가 가깝도록 이불을 둘둘 말고 늦잠을 즐기던 사람이 식전에 마파람처럼 없어져 버리지를 않나. 제 아빠가 짐을 챙기자 진작 친구와 약속을 하여 가지 않으면 욕을 먹는다고 딱 부러지게 받아치는 작은 녀석을 보고는, 휴가를 나와 따라나설 듯 우물쭈물하던 큰 녀석이 그제서야 저도 친구와의 약속이 생각났단다. &lt;BR&gt;
다들 무엇으로 사는가. 이러저러할 것이라는 추론에 대한 설명이나 판단을 받아들여야 말이지. 인제는 서로에게서 받는 위안이나 기대감보다 바쁘게 나대는 중에 어쩔 수 없이 대면해야만 하는 서글픈 군상. 집 안 한쪽에 선 전봇대인양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식구들. 우선은 방치하겠지만 마냥 넘어갈 수 없는 괴리감이 뭉쳐 머리 한쪽을 누른다. 당장의 선호나 가부 등으로 단절되는 판국이 씁쓸하기도 하다. 단지 가족이라는 명목으로 유대를 이어가기에는 개인화에 따른 해체가 더 빠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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