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RoydnNaim 2019. 12. 22. 11:52

지난 번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우리집엔 마루가 있다. 2살이 다 돼가는 러시안블루 고양이.


고양이가 맞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오늘 아침에도 강아지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니다 뭐라뭐라 말을 해서 꼬옥 안아주었다. 녀석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상태로 한참을 안고 있어도 꼼짝하지 않아 사진을 찍으니 그 소리에 반응한다. 눈꼽을 떼어 주어도 얼굴을 가만히 내어주고 목욕을 시켜도 그자리에 꼼짝하지 않는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내 책상 아래로 어슬렁거리더니 이내 커튼사이 창문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오가는 차들을 구경하고 있다.


"마루 이리와!" 하면 어디서든 냐옹 하며 뛰어온다. 그 마루를 안고 가 오랜만에 간식을 주었다. 잘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주말에만 마루를 보니 무언가 해주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내가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간식을 챙겨 주었었는데 처음에 간식을 줄 때는 받을 때까지 너무 냐옹거려서 "조용히 해!" 라고 하고는 조용히 하는 순간에 맞춰 간식을 주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간식을 주면서 마루가 간식을 기다릴 때 늘 앉아서 조용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난 조용히 할 때만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마루는 그때마다 앉아있었던거다. 내가 약간이라도 움직이면 그 앉은 채로 엉덩이를 끌며 따라온다. 처음 봤을 때 그 광경이 얼마나 재밌고 귀엽던지... 아무튼 나의 마루는 내가 간식을 손에 드는 순간 앉아서 조용히 아무소리도 내지 않고 나를 바라본다. 이쯤 되면 고양이가 맞는지 의심스럽지 않겠나? 생긴건 확실히 고양이처럼 생겼다.


마루를 안았을 때 온기의 여운이 남았나보다. 무언가를 온기가 느껴지도록 따뜻하게 꼬옥 안아본게 오랜만이었나보다. 가끔 딸아이를 안아주긴 하지만 막 다녀와 겨울의 한기가 가시지 않은 채로 늘 안아서인지 온기를 느끼지 못했나보다.


내겐 따뜻한 심장이 아직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남김없이 함께 공감하고 느끼며 나의 일처럼 기뻐하거나 눈물흘릴 수 있는... 내 온기가 다하기 전에 전해주고픈 또 다른 the 온기가 오늘 무척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