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4기 위암환자의 일상다반사

102- 항암 중독

댓글 0

카테고리 없음

2020. 10. 17.

 

항암 몇 년 차에 접어든 환우 가운데 '이 약제 저 약제' 다 쓴 후에 더는 쓸 약제가 없다고

병원에서 선고하면 그때부터 환우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져서 병증도 더욱 나빠집니다.

 

패닉상태에서 갈피를 못 잡고 극도의 불안 심리로 삶의 끈마저 놓아버리기도 합니다.

 

1년을 넘게 진행해온 항암치료 결과가 안 좋았다면 모를까, 한때는 어느 정도 약발을 받고

삶의 희망을 강하게 느껴 내심 기대던 때도 있었지요.

 

그러나 결국은 그것으로 끝입니다.

 

1달 보름 전에 중단한 항암치료는 그리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치료였습니다.

애초부터 항암치료자체를 포기하고 시작한 일이었으니까요.

 

1년 6개월가량 독약에 길들어져 항암을 하질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불안감에

수시로 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지금까지 항암치료중독으로 살아온 환우들은 소위 '국립암센터'라는 무대에서

극약 처방을 받으며 누가 오래 버티나를 실험하고 있는겁니다.

 

처음부터 1~2번의 항암과 진통제 처방만 받고 생활했더라면 어떤 삶의 변화가 있었을까요.

인생자체가 참 한심합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이긴 해도 누군들 하루 뒤에 벌어질 상황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싶겠는지요.

 

암센터의 임상실험자로 수 차례의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많은 항암 중독자를 보았고

나 역시 그 부류였습니다.

 

이번만큼은 암세포가 줄어들겠지 하는 기대심리와 희망에 자신을 사로잡히고

항암 일정에 갇혀서 살았던 시간들이 너무도 무심하게 흘러 갔습니다.

 

나이가 든 암 환자일수록 항암에 강한 집착을 보입니다.

 

마치 항암제가 완벽하게 자신의 암세포를 박멸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퇴원을 종용해도 나가질 않고 암센터 입원실에서 버티는 이들이 그들이지요.

 

눈앞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을 봐도 자기 일이 아닌 양, 암센터의 24시간은 무심히 흘러갑니다.

 

혈액 종양 내과의사가 마치 신처럼 떠받쳐지고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수많은 암 환자들이

의사의 얼굴만 쳐다보며 목을 뺍니다.

 

오늘은 혈중 암 수치가 얼마나 올랐느니, 떨어졌느니 하면서

숫자 놀음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입니다.

 

각각의 수치들 그리고 그것으로 장난치는 병원!

물론 과학적 근거에 의해 참조할 것도 있기는 할겁니다.

 

결과지(結果紙)만이 전부인 양, 그걸로 항암제를 바꾸고 환자의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지막스럽게 진행하는 항암 프로그램과 그들의 업무!

 

마치 거대한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약을 칵테일 하여 인간의 신체에 투입해서

그 반응으로 데이터를 얻고, 연구 논문으로 각종 논문지에 기재하는 그들의 축제만이 존재하지요.

 

그들이야 환자가 죽든 말든 신경 쓸 일이 아니겠지만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의 행복 추구의 권리마저 쥐고 흔드는 암센터와 혈액 종양내과 의사들!

누가 그들에게 그런 막강한 권력과 힘을 주었는가요.

 

환자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거는 아닌지요.

환자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누가 인간의 생명으로 장난질을 치며 합법적 살인 행위를 저지르게 하는가요.

역시 환자들의 책임이 없을 수가 없지요.

 

진정한 이 시대의 의사다운 의사는 없고, 연봉과 연구 실적만이 존재하게 만들어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는 이 시대의 너무도 더러운 곳이 이곳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환자들이 A4 용지 1장에 울고 웃습니다.

종잇조각의 숫자 놀음을 보며 무슨 수치가 높다는 등 무슨 수치가 낮아 위험하다는 등등.

 

그 옛날 채혈조차 힘들고 분석기술조차 낙후했던 시절에는 어떻게 의사 짓을 했을까요.

무슨 퍼즐 게임도 아닌데 똑똑한 척하면서, 한편으론 속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새벽 4시의 일산 하늘은 무슨 영화에나 나올 듯한 검푸른 잿빛 구름으로 덮혀 있습니다.

 

마치 오늘만 살고 인생을 끝낼 것 같은 젊은이들의 괴성과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가

마치 지옥과 천당이 섞인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오늘도 긴밤 긴 시간을 고열과의 싸움에서 무사히 넘겼습니다.

 

근래에 들어 생각지도 않은 고열과의 전쟁이 길어집니다.

누가 이기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요.

 

하도 병원에서 고열로 인한 후유증이 무섭다고 엄포를 놓아서 그런지 괜스레 온몸이 오그러듭니다.

고열이 심하면 면역력에 문제가 생겼거나 어딘가에 큰 염증이 발생한 것이겠지요.

 

고열로 죽어나가는 고령환자들이 적지 않게 늘어선 암병원의 일상입니다.

 

00환우의 암 추적기.pdf
0.09MB

 

▪ ▪ ▪

이 환우는 '00환우의 암 추적기'에서 보듯 2008년 가을부터 암과 싸움을 시작해서

2015.12.7. 오후 5시 30분에 마감하였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에서 더러운 꼴 그만 보고 편안한 영면을 누리시길!

 

일반항암제는 암세포를 박멸하는 치료제가 아닙니다.

암세포가 더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약제입니다.

 

이걸 분명히 알고 항암(화학)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암세포도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겠지요.

 

항암(화학)치료는 이게 비극입니다.

더도 덜도 없어요. 그걸로 끝입니다.

05 꿈의 면역 항암 치료제.pdf
0.2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