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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기기 전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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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고향) 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2009. 5. 19.

 

제가 올린 글의 거의 대부분 사진들은 클릭해보면 더 큰 사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올리기 작업을 하면서 어쩌다가 제가 실수를 해서 확대가 되지 않는 사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는 조금 적지 싶습니다.

  

사진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에 어릴때 제가 살았던 곳을 다시 한번 더 찾아갔습니다. 이 부근이 댐공사로 인해 물속에 잠긴다는 이야기가 파다했기 때문입니다.

 

 저 멀리 가장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안동지방에서 가장 높은 학가산입니다. 나는 어렸을때 저 산꼭대기에서 반짝이던 불빛을 보고 자랐습니다. 아마 라디오 송신탑에서 반짝이던 빛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부근을 흐르는 내성천에 댐건설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 나는 규칙적으로 이 지역을 방문해서 기록을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나에게는 추억이 서린 소중한 곳이었기에 애정이 남달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살았던 마을은 이미 동네 전체가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동네 뒷산에 수북했던 자갈을 채취한다는 명목으로 1960년대 말부터 철도건설용 골재 채취 공사판을 벌이면서 기차역앞 마을이 모두 이주하게 된 것이죠. 

터잡고 살던 사람들이 흩어져버린 것은 그랬다손 치더라도 내가 살았던 집까지도 그냥 사라져 버린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었습니다. 

 한때 솔개가 날고 송골매가 맴돌던 산꼭대기까지 흉물스럽게 파먹어 들어간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어렸을때 살았던 집 뒤에 제법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저 산에서 굴러 떨어진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젠 기차도 여기에는 서지 않고 지나갑니다. 중학교 이후 시절을 보냈던 곳도 기차가 서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살던 집이 없어져 버렸으니 무슨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부근 어디엔가 댐이 들어서게 되어 이 부근의 상당한 지역이 수몰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현재는 가칭 송리원댐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돌아가신 선친은 여기에서도 일을 하셨습니다. 그러길래 더 안타까운 소식이 된 것이죠.

 

 나는 저 고개를 넘어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이젠 아스팔트로 포장까지 되어 아주 번듯한 길로 변해버렸지만 전에는 그렇게 높아보였던 길이었습니다.

 

 이런 산들은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손님이 끊어진 기차역에는 정적만이 쨍하게 귓전을 때렸습니다.

 

 집찰구와 개찰구로 쓰던 대합실 입구에는 시골 기차역을 통해 오고갔을 사람들의 사연이 묻어있는 것 같습니다.

 

 

 숫자 2로 표시된 부분이 무섬마을이죠. 1번 부근에서 두개의 강이 만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소백산에서 발원하여 영주로 흘러온 물과 봉화쪽에서 흘러온 내성천이 마주치는 곳입니다. 

 

 

강물이 구불구불하게 흐르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산과 들과 마을을 여기저기에 만들어두었습니다. 물이 맑고 금모래가 그득하게 쌓였던 곳이지만 이런 곳이 물에 잠긴다니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역대합실에는 인적이 끊어진지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정지용님의 시 "향수"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도시로 인구가 몰려든다고 아우성치기 전에 시골생활이 즐거울 수 있도록, 가장 기본적인 자녀교육문제로 신경쓰지 않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근무하시던 두분 직원이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사람도 찾아오지 않는 시골역을 지키시느라 노고가 많아보였습니다.

 5월이라고는 해도 일찍 찾아온 무더위 때문에라도 나는 더 맥이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가능한 많은 사진을 찍어두려고 발버둥쳤습니다. 아래 주소를 누르면 항공사진이 첨부된 부근 지도가 뜰 것입니다.

 

 

http://local.daum.net/map/index.jsp?URLX=875968&URLY=902045&URLLEVEL=7&map_type=TYPE_SKYVIEW&map_hybrid=true&SHOWMARK=true&q=%BC%DB%B8%AE%BF%F8

 기차역이야 지대가 조금 높으니까 수몰지역과 관계가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지대가 낮은 곳에 사는 분들에게는 걱정이 늘어졌습니다.

 시대의 흐름이 대규모 댐을 막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기에 높이를 낮추어 소규모 댐을 만든다고 해도 대대로 살아온 농토와 집터가 물에 들어가는 것을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발붙이고 살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아쉬운 법인데...... 

 이 기차역에서 찍은 사진 한장 속에는 젊은 날의 어머니가 들어 있습니다.

 

 

 칡넝쿨이 우거졌던 절벽을 말끔하게 밀어 단정하게 정리를 해두었더군요.

 

 

 철길 가에서는 풀무치와 여치들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얼마나 오랫만에 들어보는 소리인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 배고픔을 해결해주었던 찔레 새순을 꺾어 맛을 보았습니다. 쌉쌀한 기운이 입안에 감돌았습니다.

 저 절벽에 매달려 참나무를 베어 나무짐이랍시고 끌고서 집에 가져갔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모내기를 앞둔 논바닥을 밟아보고 싶어졌습니다만 참기로 합니다. 천만다행으로 강에 흐르는 물이 많아서 저으기 안심이 되었습니다.

 

 경상도 남부지방은 극심한 가뭄으로 안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만 여긴 그래도 물이 많았습니다.

 너무 많은 모래들을 퍼내어 간 것처럼 보입니다.

 

 산을 굽이굽이 감돌아 온 물은 예천부근 저 어디 밑에서 낙동강 본류와 합쳐질 것입니다.

 

 물가에 자라는 버들이 강변으로 휘늘어졌습니다.

 

 이런 경치를 이제 더 이상 못보게 될 것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나는 강변에 멍하게 앉아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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