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배낭여행, 초등교육, 경주, My Way, 영화, et cetera

경주 안심 미나리

댓글 14

경주, 야생화, 맛/맛을 찾아서

2016. 2. 27.

이른 봄을 대표하는 채소를 꼽아보라고하면 누가 뭐래도 미나리다. 미나리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북 청도의 한재미나리를 떠올릴 것이다. 남도사람들이라면 남원미나리를 떠올릴 것이고 서울쪽 사람들은 왕십리미나리나 개성미나리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미나리를 많이 먹어왔다고 한다. 배추가 널리 일반화되기 이전에는 우리 조상들이 미나리를 굉장히 많이 먹었던 것으로 역사기록에도 나온다고 하니 미나리의 맛과 효능에 대해서는 자질구레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난 겨울에 배낭여행을 함께 다녀왔던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경주 내남에 맛난 일품 미나리가 생산되고 있으니 한번 찾아가서 식사라도 하는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오셔서 따라나섰다. 그렇게 나섰다가 현지에서 생산되는 이른 봄 미나리를 먹어보고는 그만 홀랑 반하고 말았다.

 

 

경주에서 울산쪽으로 내려가다가 내남면 소재지를 지난 뒤 안심이라는 마을을 찾아갔는데 지방도로 바로 곁에 몇동의 비닐하우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에 청도 한재미나리를 먹으러 간 적이 한번 있었기에 분위기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비닐 하우스 안에는 손님들이 가득했다. '이런 데를 어찌 알고 다들 찾아오셨을까'하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알고보니 그동안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살아왔던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하우스 안에는 삽결살 굽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차 있었다.

 

 

그렇다. 봄 미나리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으로는 돼지고기 삼겹살을 꼽아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보통 미나리와 복어가 찰떡궁합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겠지만 돼지고기와 미나리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삼겹살의 고소한 맛과 미나리의 상큼한 맛이 어우러지면 삼겹살과 미나리가 보약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를 데리고 간 분이 주인과 안면이 있어서 그런지 알아서 돼지고기 삼겹살부위와 미나리를 차려오셨다. 

 

 

다른 손님들을 서빙하느라고 한참 바쁘게 돌아다니시던 주인이 우리들 자리에 잠시 찾아오셨다. 슬쩍 짬을 내어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고는 참으로 정직하고 양심적인 분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사람이라고 하는 존재는 모두들 자기 기준에서 자기미화를 하며 이야기하는 법이지만 듣는 나도 어지간히 인생을 살았기에 이제는 사람구별 정도는 제법 할 줄 안다. 

 

 

몇년 전에 퇴직을 하고 고향에 돌아와서 미나리 농사를 짓게 되었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으셨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프로 정신으로 똘똘 뭉친 분이다. 첫해의 작은 성공에 힘입어 미나리 농사를 우습게 보았다가 이듬해에 실패한 이야기하며, 여름 미나리 농사는 왜 안짓는지 같은 그런 이야기를 정직하게 말씀하시는데 깊은 인간미가 풍겨나왔다.

 

 

신선하고 깨끗한 미나리와, 내남면 이조에서 생산된 삼겹살과 된장찌개를 곁들인 밥으로 배를 채운 뒤 미나리가 생산되는 비닐하우스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미나리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 아니던가? 이른 봄에는 아직 봇도랑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러니 물은 지하수를 퍼올려 사용한단다. 

 

 

비닐 하우스가 엄청 길어보여서 규모를 물었더니 200평짜리가 두개 동이란다. 그렇다면 미나리 재배용 하우스가 400평이라는 말이 된다. 중국인들의 과장법으로 비유를 한다면 비닐 하우스 길이만큼 길고 통통하게 살오른 향취 훌륭한 미나리를 생산하고 있었다.

 

 

엄청난 물량같지만 한달 정도 장사를 하면 곧 사라져버리고 만단다. 미나리가 다 떨어지고나면 장사를 더 하고 싶어도 더 이상 할 재주가 없다고 하는데 들어보니 다 맞는 말이다.

 

 

내가 갔던 날 낮에만 해도 손님이 가득했었다. 그 바로 다음날, 이번에는 내가 다른 손님을 모시고 찾아갔는데 같은 현상이었다. 봄미나리를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음식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굳이 제철 음식을 찾아서 먹는 이유는 제철에 나오는 것이 제일 맛있고 싱싱하기 때문이다. 

 

 

미나리라고 해서 그게 어디 예외이겠는가? 제철에 찾아먹는 미나리가 향과 맛이 뛰어나다는 것은 상식이다. 미나리가 미세먼지와 중금속에 오염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해독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같은 서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식으로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어떤 이들은 미나리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과장되게 말하기도 하지만 현대인의 몸에 축적된 중금속 제거와 해독작용에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는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의학적인 사실은 옆으로 밀쳐내어두고서라도 한번은 제철에 먹어볼 만한 음식이라는 사실에는 나도 동의한다. 주인양반은 고향마을을 바로 앞에 두고 농사를 짓는 분이니 더더욱 믿어볼만 하다. 고향마을에 돌아와서 평생 살아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장님 성함은 최병호씨다.  얼굴 모습은 글 속 사진에 나타나있으니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휴대전화번호는 010-3523-3623 이다. 처음 찾아가는 분들을 위해 지도를 첨부해드린다.

 

 

 

 

 

식사를 하고 난 뒤에는 현장에서 잘 다듬어 손질한 미나리를 사가지고 갈 수도 있다. 가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미나리농장이 있는 안심리에는 수질오염시설이 거의 없어서 아직까지는 청정지역이라고 할만하다.

 

 

주말 낮이 되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라는 사실도 미리 알아두자. 경주남산이 지척에 있으므로 등반을 즐긴 뒤 찾아가도 된다. 그럴 경우에는 반드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안심으로 들어가는 시내버스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운행편수가 적으므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이다.     

 

 

비닐하우스 바로 앞으로 지방도로가 지나가는데 자동차 통행이 워낙 뜸한 곳이므로 주차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한가지 빠뜨린 것이 있다. 내남 이조에서 잡은 돼지고기 삼겹살의 품질도 보통이 넘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