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의 이야기

풍뎅이 2012. 3. 18. 20:55

 

매일생한불매향  梅一生寒不梅香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모처럼 주말에 산으로 가지 않고 집에서 딩구르며 보냅니다

지난 주 제주도 한라산 산행의 피로가 가시지 않아

좀처럼 회복되지 않습니다

토요일 산행 준비로 일찍 일어났으나...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보길도로 가는 섬산행이여서 가고 싶었으나...ㅠㅠ

 

잔득 흐리다가 오후가 되니 볕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파트 뒤에 있는 매화를 찍으려 나섭니다

개화가 막 시작되는 매화...

 

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

 

매화에 관한 시 몇편 옮겨옵니다

 

 

 

 

 

 

 

매화삼경 梅花三更...이외수

 

그대 외로움이 깊은 날은 밤도 깊어라

문 밖에는 함박눈 길이 막히고

한 시절 안타까운 사랑도 재가 되었다

뉘라서 이런 날 잠들수 있으랴

홀로 등불가에서 먹을 가노니

내 그리워한 모든 이름들

진한 눈물끝에 매화로 피어나라

 

 

 

 

 

一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  - 뜰앞에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風塵湖海夢差池(풍진호해몽차지)  - 풍진의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玉堂坐對春宵月(옥당좌대춘소월)  -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鴻雁聲中有所思(홍안성중유소사)  - 기러기 슬피 울 제 생각마다 산란하네.

....퇴계 이황...

 

 

 

 

매화 앞에서... 이해인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속에 묻어 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곳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매화송...신석초

 

풍설 잦은 차운 골짜기에 봄이 오는가

매화, 네가 아니 핀들

오늘 춘절이 오지 않으랴마는

 

온갖 잡꽃에 앞서

차게 피는 네 뜻은

내가 부러워하노라

 

 

 

 

 

매화... 이은상

 

늙고 묵은 등길

거칠고 차가와도

 

속타는 붉은 뜻이

터져 나온 한두송이

 

열사의 혼이라기에

옷깃을 여미고 본다

 

 

 

 

 

홍매... 정우혁

 

가지마다 눈을 흩고 봄빛을 독차지해

산호로 깍아 낸건가 송이 송이 눈부시다

아리따운 젊은 여인 에교 흠뻑 머금은 듯

향기 바람 절로 일어 정든 임을 애태우네

 

 

 

 

 

꽃샘 추위...오세영

 

어지러워라

첫사랑의 아픔은 항생제로도

듣지 않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체열로 밤을 하얗게

밝힌 아침

 

봄이 오는가 싶더니 문득

눈보라가 몰아친다

벌던 꽃잎을 접고

맨몸으로 오한을 견디어내는

뜰의 홍매화 한쌍

 

 

 

 

매서운 북풍속에서 묻혀오는 실날같은 봄기운을

제일 먼저 알고 두꺼운 껍질속에서

개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꽃...

 

 

 

 

매화는 봄바람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시류에 물들이지 않는 고고함...

벚꽃처럼 요란스럽게 피어나지 않고

언제나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는 꽃...

 

 

 

 

 

 옛날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 장원급제

그 관모의 어사화는 ... 매화입니다

 

 

 

 

 

 

매화는  꽃말처럼 고결하고 기품있는 자태

그래서 " 매일생한불매향 "이라 하였던가...!

 

 

 

 

 

 

" 매화는 한 평생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

오늘날 물질만능의 시대에 작으나마 위안을 주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