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 and Story

감성으로 그려가는 사진과 여행 이야기

강직성척추염 통증과 함께한 지난 1년.

댓글 9

etc./강직성척추염 이야기

2021. 1. 13.

 

앵글파인더 미러샷

 

며칠전 진료를 받기 위해 어마어마한 한파를 뚫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다녀왔다.

되돌아보니 벌써 1년이다.

허리와 목통증 때문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에 처음 방문한 건 1년이 넘긴 했지만 

재활의학과에서 첫진료날부터 통증의 원인이 강직성척추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고

검사를 한건 1월초부터니까 딱 1년이다. 

그리고나서 류마티스내과에서 확진을 받고

소화기내과까지 의뢰되어 세가지 과에서 치료를 했었다.

다른 일이라면 1주년 기념 파티라도 하겠지만 이걸 기뻐해야 할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재활의학과 선생님에게는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다른 수많은 병원에서 못찾아낸 원인을 최초에 의심해주고

강직성척추염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류마티스내과와 소화기내과 선생님들에게도 당연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꾸준히 진료를 받아서 분명히 처음보다는 현재 몸상태가 좋아졌다.

가장 심할때와 비교해보면 통증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게 원래 끝이 없고 간사하다.

하지만 작은 목표를 설정해놓고 달성하면 또다시 목표치를 높게 잡아나가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니까. 

 

그렇게 1년이 삭제가 되었다.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다.

아마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점점 더 시간이 빨리 흐르는 느낌을 받는 것도 같다.

지난 1년간의 기억은 병원에 다녀오고 또 아파서 집에 누워있고 그런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에게 계속 아프다고 호소한 기억과

재활의학과 선생님에게도 아파요라는 말밖에 안 한 것 같다.

그 와중에 소화기내과 선생님에게 들었던

장 증상의 추적검사 결과 크론병은 아니라는 말은 무척 기쁜 일이었다.

이제는 생일을 맞이하는 것만큼이나 별 감흥도 없어진 새해맞이지만

새해에는 좀 더 통증도 줄고 좋아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예전에 재활의학과 선생님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딱 잘라서 통증이 하나도 없는 그런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어느 순간순간 갑자기 통증이 사악 사그라들어서 오늘은 아프지도 않고 몸상태가 정말 좋다고

느끼는 날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날이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

사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매우 기분이 다운되었는데 이내 사그라들긴 했다.

되돌아보면 맞는 말 이기도 했고 앞으로도 왠지 그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헛된 희망고문보다는 그냥 있는 사실을 바르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는 게

서로 편하다.

나머지는 환자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잠실수중보 위에서 점프를 할지 말지 

결정을 해야 되는 부분이니까.

농담이다. 

통증이 하나도 없는 그런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라기보다는 그냥 애써 부정하고 있다.

 

여하간 이번에 강남세브란스 병원에 다녀와서

지금의 몸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일단 전체적으로는 통증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개선이 있었다.

목과 등부분 통증이 끙끙 앓을 정도로 심했는데 통증이 상당히 경감이 되어서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받기전에 혈액검사를 했는데 검사결과도 좋다고 한다.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은 일단 현재 강직성척추염 치료용 생물학적 주사제와

약 구성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을 해서인지

처방의 큰 틀은 바꾸지 않았고 다만 기존에 쓰던 조금 강한 진통제 중 하나를

약효 지속시간이 좀 더 긴 종류로 바꾸어주었다.

약을 하루 세번으로 먹기에는 약이 너무 강하다고 일단 이렇게 조금더 지켜보기로 한 것 같았다.

지난번에 강직성척추염에 작년 가을에 새로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된 생물학주사제로

주사제 종류를 바꾼 이야기를 했었는데 바꾸고 나서 만 2개월 하고도

조금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약효과가 서서히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아마도 강직성척추염 치료용 생물학적 주사제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주사제는 

가격이 상당히 고가이므로 대부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는 상태로 투약을 받을거라 생각하는데

이번에 바꾼 주사제가 급여적용 개시한 지 2주 만에 본인에게 처방되었으므로

적어도 국내에서는 따끈한 신약이나 마찬가지이다.  

기분이라도 새것의 느낌은 좋다.

 

지난달에는 통증이 상당히 심해서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이번 달 들어 통증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으니 어쨌든 기쁘다.

새로이 바뀐 생물학적 주사제에 회음부와 허리쪽 통증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고

또 가장 드라마틱하게 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를 했었지만 회음부와 치골 안쪽 깊숙한 곳의

둔중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통증이 몇년만에 좋아진 건지 모르겠다. 

100퍼센트 깔끔하게 사라진건 아니지만 강하게 체감할 정도로 

이 부위의 통증이 감소되었다.

특히 의자에 앉을때가 정말 괴로웠는데 이제 그런 고통에서 상당히 해방되었다.

허리 뒤쪽의 통증은 회음부 쪽 통증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유의미한 개선이 있고

부어오르던 무릎 상태도 개선되었다.

발뒤꿈치도 통증이 절반 정도로 줄었고

온몸이 욱신거리고 무언가로 두들겨 맞은듯한 통증도 어느정도 개선이 있다.

다만 통증은 개선이 되었는데 뻣뻣함이라할지 전신에 테이프를 붙여놓은 듯한 

이질감은 아직 남아있다.

상당히 뻐근하고 저릿한 느낌이라 무척 싫은 느낌이다. 

등과 목 쪽 통증은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통증이 제법 남아있어서 괴롭다.

지난달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도 파스류를 써야 할 정도의 통증이다.

검색을 좀 해보면 주사제 사용후에 바로 다음날 드라마틱하게

전신의 통증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들도 보이고 하지만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주사제를 쓰고도 여전히 통증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환자들도 정말 많이 보인다.

 내 경우에는 주사제와 먹는 약도 상당히 강하게 처방이 되고 있는데

류마티스내과 선생님이 그동안 내가 호소하는 통증과 주사제 사용을 고려해서

먹는 약 구성을 잘 구성해준 덕분인지 약을 먹었을 때와 안 먹었을 때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그래서 약기운이 떨어지면 몹시 힘들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항상 저녁 약을 먹는 시간에서 한두시간만 늦게 먹어도

통증이 상당히 강하게 올라온다.

   다음 진료 때까지 통증이 더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소화기내과 처방약을 꾸준히 먹어서 그런지 

설사와 복통이 많이 개선되어서 어떤 주는 복통 설사 없이 지나기도 한다.

한동안 약처방이 없었는데 약간 설사 증상이 시작된데다 류마티스내과에서

소염진통제가 추가 처방되자 소화기내과 선생님이 장 증상 예방차원에서 다시 약을 처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약이 하나더 추가로 처방되었는데

바로 우울증 치료제이다.

소화기내과 선생님과 진료실에서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요즘 잠은 잘 자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아서

잠이 잘 안오고 괴롭다는 답을 했다.

차라리 수면제를 좀 받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수면제 대신 추가된 약이다.

몸 전체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약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한 2주 동안은 효과를 잘 알 수가 없었는데

복용을 시작하고 2,3주가 지나자 조금씩 기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전에는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는데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약간의 행복감이라고 해야 할지 안도감이라고 해야할지

안심감이라고 해야할지 전과는 생각들이 느껴진다.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지만 전보다 기분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조금은 늘어났다.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기 전보다 

좋은 감정을 느끼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그전에는 항상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고 참 불안한 생각이 많았다.

조금 과장하면 단 한순간도 즐겁지 않았다? 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통증이 극에 달하고 거동조차 힘들 정도로 몸상태가 안 좋아졌을 때에는

아무도 없는 집안에 우두커니 혼자 앉아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도 하고

그냥 스스로 이 괴로운 상황을 멈춰버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후 통증과 몸상태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나서도

몸이 벌써 이렇게 되어서 나이가 더 들면 처방에 제한이 생기는 약도 있는데

그때는 통증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며 이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병이 계속 진행이 된다면

결국에는 활처럼 굽어버린 척추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나

나이는 이미 중년에 들어섰는데 나에겐 자식도 없고 앞으로도 생길 가능성도 전혀 없으니

혹시나 거동이 불편해지면 그땐 어떻게하나 라던가.

예를 들면 뭐 그런 불안감들 말이다.

 

실제로 작년에 내 동생의 제일 친한 친구가 큰 사고를 당해 현재까지도

몇 개월간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다.

사고 원인은 본인의 인생 취미이기도 했던 산악자전거(MTB) 라이딩 중에 

산길에서 고속으로 달려내려 오다가 무언가에 강하게 충돌을 한 것 같다.

뒤따르던 사람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경추가 골절된 채

벌써 몇개월째 의식불명 상태이다.

해당 병원 의료진이 혹시나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와도

전신마비의 가능성이 높을거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오던 녀석이라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본인도 20대 초반에 MTB 라이딩 중에 큰 사고로 허리 수술을 하기도 했고

그외에도 여러번 어딘가를 다쳐서 병원에 누워있거나 재활 기간에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게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

더욱 그러한 종류의 불안감들이 강하게 들곤 했는데

처방된 우울증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니까

도저히 떨쳐낼 수 없을 것만 같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조금씩 한순간이나마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작은 안도감이나 행복감을 느낀다.

가능하다면 이쪽 약을 좀 더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추가로 더 처방을 받으려면 정신과쪽 진료를 받아야만 하는건지 다음진료때 상담을 해봐야겠다.

 

 

 

 

kiss kiss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