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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 뜨끈한 순댓국이 생각나는 수요일 저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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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 일상

2020.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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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순댓국의 첫경험

내가 순대굿을 처음으로 맛 본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졸업 후

아빠와 함께 대학교 기숙사를 입소하는 날 아침이었다. 

 

당시 나는 수시 1차로 대전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어 고3 2학기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원없이 놀았던 것 같다. 

 

수시가 되어 맘 편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드라마, 영화를 보며

대학교 입학날짜를 기다렸다. 

시간을 흘러 흘러, 입학 하루 전 날 기숙사 입소하기 위하여

아빠와 나는 새벽바람을 맞으며 대전으로 향했다. 

 

그때부터 이제 내가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아무도 모르는 대전에서 4년을 살아야 한다니 덜컥 겁이 났다. 

평소 같았다면 아빠 앞에서는 티내지 않았겠지만 그날은 

왠지 아빠에게 두렵다고 걱정되는 모습을 보이며 십대의 마지막 투정을 부렸다. 

 

 

아빠와 나는 아침 일찍 출발한 덕에 오전에 기숙사에 도착하여

배정받은 나의 기숙사 방 침대위에 이불, 베게 내 짐들을 올려 놓고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기숙사를 나섰다. 

 

그리고 아빠는 춥다며 따뜻한걸 먹자며 대학교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의 한

순대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앉기도 전에 순대국 두 그릇을 주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묵직한 뚝배기 속에 뽀얀 국물과 들깨가루가 보글 보글 

끓고 있는 순댓국이 나왔다. 

 

아빠와 나는 말없이 순댓국밥을 먹었다. 

그리고 아빠는 정말 대수롭지 않게 대학교 근처도 둘러보라며,

난생 처음 오는 대전 어느동네의 순댓국밥집 앞에 나를 두고 갔다. 

 

나는 천천히 아빠차를 타고 온 길을 되짚어 가며, 일단 내가 4년동안 

다닐 대학교를 찾아갔다.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어 길치인 내 스스로를 기특해 하며

나의 기숙사로 들어가 짐을 정리하기로 했다.

 

하도 일찍 와서 기숙사에는 나밖에 없었다. 

침대보를 매트릭스에 깔고 이불을 펴놓았다.

 

그리고 옷장에 옷을정리하고, 노트북에 랜선을 꽂아 인터넷을 

연결하였지만 긴장된 탓인지 초조해 하며 나의 룸메이트를기다렸다.

 

그렇게 나는 첫 자립의 순간 맛보았던 순댓국이 굉장히 

강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