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Blog Book

권영의 2020. 11. 13. 12:38

네 안에 활짝 핀 넝쿨장미에 찔려
함부로 가시를 닮아가지 마라

도자기도 요강으로 쓰면 요강이 될 일이다
요강을 도자기로 쓰면 도자기가 될 일이다
그 어떤 그릇이라도 꽃을 꽂아 놓으면 꽃병이 될 일이다
내 마음에 무엇을 담아 놓을까를 생각하는 일은
나를 지극히 아끼며 사랑하는 일이다
채워진 풍경만큼 세상은 아름답고
담겨진 풍경만큼 그릇도 달라지게 보일 일이다

세상에 순종하며 사는 나무를 심어
가시 없는 꽃을 피우게 하며 내가 살 일이다

온갖 풀꽃들이 담긴다한들 야박하게 굴 일 없고
흔하디흔한 물 한바가지 정갈하게 담아
문전박대하지 않고 찾아오시는 님 맞이하는 일
꽃병 속에 담긴 너는 꽃이다


- 권영의 〈꽃병이 있는 풍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