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목 시 원(雲木詩園)

나는 나를 찿아 떠나고 있습니다. 출세를 위해 명함을 돌리기위해, 오늘도, 옛 詩友들은 賞을 찿아 퉁방울 눈이 되었네요. 내려 놓을것은 내려놓고 가야 하는데 버거운 짐을 지고 어떻게 요단강을 건너 가려는지? http://blog.daum.net/0504jjk

잊어버린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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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린 고향

2021. 2. 12.

잊어버린 고향

趙 宰 龜 詩集

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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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담긴 詩를 쓴다면

 


  한 사람이 詩를 쓴다는 것은 엄숙 하기만 하다. 조치원에서 木手일을 하는 조재구씨가 시집을 내기 위하여 원고를 들고와 보아 주기를 요청 했다.
이 곳에서 소설을 쓰고있는 백용운 선생을 앞세우고 왔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워 놓고 간 원고를 읽다가 느낀 점이 많았다.
우선, 목수가 시를 쓴다는 사실에서 놀랐고, 또한, 상당한 분량의 시를 썻다는데 놀랐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외형적인 말이고 사실에 있어서는 노력하면 쓸만한 詩人이 될 것이란데 놀랐다. 목수라고 하면 시와는 거리가 멀다. 시와 담을 쌓고 살아가야 할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시 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국내에서 또는, 중동의 현장에서 시를 쓰면서 생활한데 놀랐다.


우선, 원고를 차분히 읽으면서 삶의 자세가 진지해서 마음에 들었다. 목수라고 하면 수입이 높고 대게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일을 하기 때문에 성격이 거칠고 세상 보기를 우습게 하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조재구씨는 그런 흔적이 없어서 좋았다.
혼자 습작 했기 때문에 시로써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것이 있긴 하지만 시가 지은이의 진실한 마음을 담고 있다면 충분한 존재 이유를 발견 한다고 생각되어 몇 마디 격려의 글을 쓰기로 하였다.
짧은 단시에서는 나름대로 시의 형태를 갖추고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있었다.

 

달빛에
꽃이 핀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 향기.

구름에 가려진
그대 얼굴
나는 가슴 조인다.
- (봄 밤) 전문-

 

청순하고 순박하다. 때가 묻지않은 상태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다. 척박하고 거친 세계에서 목수란 직업에 종사 하면서 이만한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평소 시를 손에서 놓지않고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서 자신의 마음 자리를 시를 옮길 수 있도록 꾸준한 정진을 바란다.

1989년 11월.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문학 박사. 시인. 성기조

 

 

 

친정 가는 길

 

꾸불 꾸불, 영을 넘어 친정 가는 길.
갓여린 우리 아가 등에 엎고서
부모형제 뵈오러 친정 가는 길.

분단장 고운 얼굴 얼룩 지으며
가마타고 님따라 시집 가던 길.
눈물이 앞을 가려 말도 못하고,

보채며 등에 우는 예쁜 아가를
얼럴럴러, 달래며 친정 가는 길.

영을 넘어 외갓집 이제 다왔다
외할머님 흉볼라 울지 말아라.
얼럴럴러, 얼럴럴러, 예쁜 아가야.

 

또, 하나의 새벽

 

잠을 깨고 말았구나.
밖엔
비 오는 소리.
처마에 낙수물 소리
성덩에 찬송 예배
새벽 종소리
주여!
여기 또 하나의 당신의 아들이
있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아파합니다.

順아,
잠을 깨고서 이 소리를 들어보자
여기 밝아오는 또 하나의
새벽의 소리를.

 

 

기다림. 1

 

오실 것 같게도 않오시는 님.
오늘도 사림문만 바라 봅니다.

편지라도 띄울까
기다리는 숱한 날들은

날은 저물어 어두운데
까치도 아니울고
오늘도, 우리 님은 아니 오시네.

 

11

나는
소나무

당신은
철새

세월따라 날아온 철새가
소나무에 앉았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철새는 날아가고
소나무 홀로 섰다.

흩날리는
눈은
못잊음인가
두 눈에 맺힌 눈물인가.

철새야
어이가리
어이가리.

눈보라 날려도
강풍이 모아쳐도
그 날 그 모습으로 울지도 않습니다.

한 겨울 내리는
눈은
가슴에 접어둔 그리움인가
두 눈에 진
못잊음인가.

 

 

그렇게 살자

 

괴로운 추억은 말하지 말자
생각지 말자

너와 나
소꿉장난하던 어린시절 같이
아빠되고
엄마되어
내가 숨고 네가 찿으며
네가 숨고 내가 찿으며
꽁꽁 숨어서
어루며 그렇게 살자.

 

 

먹고 살기

 

먹으려고 산다.
살려고 먹는다

똑같은 말을 가지고
어른들은 말한다

우리네는 설려고
피와 땀을 먹는다고.

 

 

人 生

 

살아갈 의욕과 계획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멋과 자존심과 허영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아차!하는 순간의 과오가
일생의 영원한 붉은 십자가니라.

시간은 혈관에 흐르는 피다
그대와 같이 흐르는 시간을 잡아라

인생은 전쟁 속에 산다.

 

 

절실한 친구는

 

그대가
나의 친구라면

나의 손을 잡고
올바로
이끌어 주게나.

 

 

소 쩍 새. 1

그대가
행복해 할 때
그리움에 이 한밤
나는 웁니다.

대가
행복해 할 때

나의 창가에
소쩍새가 웁니다.


11


밤마다 슬피우는 새야
설음을 쪼며 우는
새야

내 마음 네가 알고
네 마음 내가 알아
우리 같이
울어 버릴까.

 

 

갈수 없는 땅

 

빗소리에 머언 하늘 보면은
담배 연기 너머로
고향 마을 보인다.

뒷곁 장독대에 정한수
무운 비는

늙으신 어머님 날 부르는
손짓에

오늘도
한 잔 술에 눈물 짓는다.

 

파 랑 새

 

먼 먼
무지개 뜨는 언덕에
파랑새가 산다기에
초행길 물어 물어 찿아 갔더니
파랑새는 찿을 수 없고
인내와 노력으로
계속 가란다.

 

가을과 향수

 

가을 바람 살랑 살랑
낙엽을 물들이고
노란 단풍은 노란 장갑
빨간 단풍은 빨간 장갑
낙엽은 가을 바람에 날리어 가며
엄마 생각에 향수에 젖었네.

살랑 살랑 가을 바람
밤 한 송이 떨궈놓고
데굴 데굴 굴러서
바람 따라서
밤 송이로 철퇴 만들까
고슴도치 만들까
밤 송이 엄마 생각에
향수에 젖었네.

가을 바람 살랑 살랑
우리 아가 요람 속에
포근히 잠들게
아가도 엄마 생각에
향수에 젖었네.

(1966년 가을 덕소 중학교(현, 중도) 1학년때

중,고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 장원 작품.

 

 

잊어버린 고향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향의 길.
가도 가도 멀어지는
고향의 하늘.

꿈 속에 찿아 헤매 보아도
그,
가슴아픈---
고향이 어데냐 묻지를 마오
어데서 왔느냐
묻지를 마소
지금은.
잊어버린 고향입니다.

눈보라 날리는 추운 겨울에
침실보다 따스한 곳이련만
지금은
잊혀진 고향입니다
잊어버린 고향입니다.

(1971년 {로맨스} 11월호 문예작품에 가작으로 당선 작품.

 

 

타향의 새벽

 

. . . . . .
온 몸에 식은 땀이 난다.

발딱
눈을 뜨고 일어섰다.

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엄마)

 

 

바다의 노래

 

하이얀 모래는
은하수의
꽃가루.

하이얀 파도는 달빛이
빚어놓은
한 조각 구름.

아!
사랑하는 사람아.

 

 

사모친 그리움

 

개구리 울어 울어
깊은 상심에
사모친 그리움.

밤이 길다
밤이 길다
밤 새도록
찢어진 슬픔에
촟불 밝힌다.

 

산 딸 기

산에
산에
산골짝
산딸기 열어
빨간 산딸기
한아름 꺽어

너 하나 먹고
나 하나 먹고
날저무누나.

산에
산에
산딸기 슬픔을 묻고
우리 님 고이 고이 잠든 무덤에
빨갛게
빨갛게

익어가는나.

 

맹 세

                  -아내에게

무엇을 드릴까
가진 것 없어 드릴 것 없고
마음에 깊이
진실을 드리리.

우리 가진 것 없어
호강은 못해도
이해와 노력으로
인내하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조그만 행복을 찿으리
---사랑 합니다----
이 말을 새기며.

 

봄 들. 1

들에
들에 개나리
노란 개나리.

줄기 줄기 뻣을 때엔
봄들을 덮을 듯
다 덮을 듯 하더니
우리집 울타리만 덮고서 말았네.

산에, 산에, 진달래
빨간 진달래

활짝 필적엔
온 산을 덮을 듯
다 덮을 듯 하더니
골짜기 줄기타고 반만 덮었네.


11


들에
들에
봄 들에 나물 캐러
언니 따라 벌거숭이 쫄랑 나섰네.

냉이랑
쑥이랑
벌금자리랑
바구니에 가득찬 언니가 샘나
아가는 쭈그리고 앉아
나물을 캔다.
_언니야,언니야. 이거 보라지.
큰거캤다-

아가는 흔들며 자랑을 하네.

 


111


수즙은 새악시
진당래 꽃은
붉긋 붉긋
붉그레
나들이 간다.

소복한 아낙은
산들성 돌아
맨 발로
절며 절며
봄을 떠난다.

 

都心의 새벽

태양이
꽁 꽁
안개 속에 숨는다.

싸늘한 콩크리트 빌딩
숲도 안개에 가리워
하얀 서리를 쓰고
이따금, 바람에
우수수
몸서리 치고 있었네.

 

가을의 노래. 1

 

쉬이 잉.
쉬이 잉.

가을이
바스락
바스락
밀려간다.

문풍지가
부르르

가만히 귀 기울이고
가을이 이별하는 소리를 듣는다.

쉬이 잉
쉬이 잉
바스락 빠스락
가을이 밀려간다
달가닥 쿵쿵

.

11

 

시월도 중순
처마 밑에 뚝 뚝
붉은 슬픔처럼
밤알이 구른다.

양철 물받이에
와르르 와스락
바람이 떨어진다.



또로로록
쩍.

 

111


꽃 없는 해바라기가
슬픔 노래를 부릅니다.

가을은
앙상하게 마른 해바라기에
앉아
한숨을 쉽니다.

이제
떠나야 합니다.

 

 

Y.R 에게

 

슬픈 과거나 괴로운 추억을
밑거름 하여
당신과 나
마음과 마음에 씨앗을 뿌려
사랑의 나무를 키웁시다.

보라에도
강풍에도 꺽이지 않는
나무를.

잎이 돋고
꽃이 피고
당신과 나의
마음과 마음의 열매
사랑과가 열리면
그늘에 집을 짓고
보금자리를 마련 합시다.

 

버들피리

사금파리 주워모아
엄마
아빠
순이 그리워
삘릴리
삘릴리
고향에 간다.

동구 밖 정자나무는 옛 모습이건만
고향은
고향은
낯모를 딴 세상.

아저씨 말 물어 봅시다
방간 집 순이는 어디로 갔소

삘릴리
삘릴리
시집 갔다네

삘릴리
삘릴리
그리워 찿아온 고향 이건만

삘릴리
삘릴리
낯모를 서글픔에 돌아 섭니다.

 

모래 위에 수놓은 사랑

 

소녀야
기억 하는가
아니면
잊었는가

붉은 태양이
모래 위에
금빛
은빛으로 내려 쬐이면

수즙어 살짝 웃는
네 얼굴을
지웠다가 그리는
사랑의 성표.

그 이름 위에
네 이름이
또렸이 남는구나.

소녀야
기억 하는가
아니면
잊었는가
모래 위에 수놓은 사랑을.

 

수 양 버 들

 

창포에 머릴 풀어
忘却川망각천에 재계하고
속세 떠난 강대 놀음
한 낮에 흠뻑 취해 삼거리를
휘청인다.

과거 낄 장부청운
노새 고삐 잡아주고
낙향 선비 애환 전설
상모줄이 모은다.

 

제 주 도

한라산 굽이 굽이 三無島라
제주도
사방팔방 수평선 三多島라
제주도를
바람안고 돌부리 채이며 찿아 왔소.

인심 좋은 고장이라 거지가 없는가
도둑이 없어서 대문이 없는가.

올때는 울면서 찿아 왔지만
돌아갈땐 웃으며 돌아 갈려도

어허어량, 어러량
말을 몰며 바다 바람에 검게 그을린
아가시 정 못잊어
돌아서는 걸음 걸음 눈물 고인다
걸어 밟는 자욱 자욱 눈물 이어라.

 

철 부 지

맹맥이
코뚜레 길들임

삼백 예순 다섯 번
삼천 육백 오십 번
아니
그보다 더

너만에
초롱한 꿈을 키워라.

 

그 리 움

기다려지는 마음
어제와 내일의 사이에서
굿은 비는 내립니다.

그대는 오지 못하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마음.

부스스 일어나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봄은 왔어도
태양이 밝게 내려 비쳐도
피지못할 꽃봉오리에
그대를 그리는 마음의 증표.

당신
두 뇌가 녹아서 없어진데도
영원한 이름 잊지 않아요.
이몸이 부서져 가루 되어도
영원한 모습 잊지 안아요.

가슴 아픈 풋사랑에 울던때도
철부지 첫사랑에 가슴 조이던 시절도
모두가 가버린 옛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쉽게 잊지못함에 오늘도 밤비에 젖었습니다.

홰치는 닭 소리에
삽살개 짖는 소리에
아침은 오지만
조그만 가슴은 어둠 뿐입니다.

그리워 적셔지는 눈망울에
어이 쉽게 잊으랍니까.

죽어서 밤비되어 당신 창가에
그리운 사연을 흘리렵니다.

어떻게 잊으오리까
어떻게 잊으오리까.

 

아카시아 꽃

아카시아
잎세 그 사이로
수즙은 소녀의 꿈이
살포시
미소 짖는다.

남몰래 바치는
사랑에
가슴 태우며

달싹이는 입술은
끝내 말 못하고

아카시아 꽃잎
한 아름 뿌립니다.

 

失 偶 招

바람아
봄 바람아
어디서 왔니.

산 넘어
물 건너
먼데서 왔지.

내 소녀
소녀는
보았는가.

산 넘어
김서방네
시집 갔데요.

그러면
그렇다면
나는 어이 하라고.

소녀를
소녀를
잊으랍니다.

잊을랴
잊으려도
못잊는데요.

어떻게
그리쉽게
잊으랍니까.

세월이
흐르면은
잊는답니다.

세월에
더러는
잊는답니다.

 

나의 집

물결이 찢겨 오르는
폭포수에
물래를 두고
산새가 사랑하는 숲속에
나의 집을 지을래요.


향기
울안에 들면

병아리 풀어놓고
박을 심어 지붕에 올릴래요.

박꽃이 피고
주렁 주렁 박이 열리면
달빛에 하모니카를 불래요.

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가을을 걸으며

바람이
골짜기에서
기지개를 켠다.

깜짝 놀라
가을이

그만
우수수
울고 말았네.

 

봄 밤

달빛에
꽃이 핀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 향기

구름에 가려진
그대 얼굴
나는 가슴 조인다,

 

허 무

오는 봄
가는 봄
나와 같구나.

슬픔도
즐거움도
청춘도 좋다지.

하마,
속절 없이 죽어가는 것은
인생 아니냐.

 

나는 나의 봄을 위해

나는 나의 봄을 위해
소녀의 창가에 뿌려질 꽃씨가 될레요.

나는 나의 사랑을 위해
함빡
꽃을 피울레요.

햇살 고은 아침이면
이슬 머금고
향기도 곱게
소녀의 침실에 들을레요.
“일어 나세요, 아침 이예요.”

소녀는 창을 열고
나를 보아요.
“어머, 곱기도 해라,
아침 뽀뽀해 줄게,“

그러면,
수즙어 얼굴 붉히며
베시시
입을 열레요.

나는 나의 봄을 위해
소녀의
창가에 뿌려질 꽃씨가 될레요.

 

젊은 날의 꿈은

나이가 차면 알게 될거예요
덕없이 가는 젊음을,

해가 바뀌면 알게 될거예요
가슴 속 깊은 곳에
꿈이 시드는 것을.

꿈 없이 젊음은 가고.

헤어나려 몸부림쳐도
가슴엔 구멍이
뻥 뚤려 있네.
젊은 날의 꿈은
구멍 속에 도사리고
덧없는 세월은 울기만 해요.

 

아 침

안개에 뭄힌 들녘은
새벽에 깨여

고히 잠든 풀잎마다
일어 나라고

 

병 아 리

이 추운 겨울에
라면 박스 안에서 솜털도 가시잖은
병아리 몇 마리가
쉰 소리를 내고 있다.

어떤 놈은 희번덕이며
노란 주둥이로 하늘을 찌르고
땅을 쪼고 있다.

어떤 놈은 게슴츠레 눈을 깔어
쉰 소리도 내지 못하고
두 발로 하늘을 차며
숨을 모은다.

좁은 박스 안에서
죽고
살고
살은 놈은 죽음을 보며
모이를 쪼고 있다.

 

고 뇌

짓쳐오는 채찍에
매를 맞고
속속들이 찟겨
매가리 업이 나동그러지는
몸.

쏟아지는 고뇌에
후줄근히 젖어
휘적 휘적
가슴을 휘젓습니다.

놔 두시오 내가 가는 길을
자근 자근 씹는
오늘을
아무도 모르리.

 

고 슴 도 치

퇴근 길에 식구가
고슴도치를 가져왔다.
알맹이는 까먹고 버린 것을
껍데기만 주워왔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살아있던 것이
오늘은
박제도 아니고
빈 껍데기만 남아
책상 위에 웅크리고 있다.

가시마다 하늘로 찌른
아픔이여.

 

칠월 칠석

칠월 칠석 날은
견우 직녀가 만난다고
까치가
오작교를 놓는다지.

오작교 건너
견우 직녀 일년 상봉
부둥켜 안고 서러워 한다지.

칠석 밤에 내리는 비는
견우 직녀 일년 상봉
이별 서러워
밤이 짧어 애끓는
눈물이라지.

 

소녀의 노래

소녀의 곱디고은 노래소리는

담읋 넘어

달빛 실어 귀에 앉아요.

 

곱디고은 노래소리 듣노라면

그만 시름을 잊고 말아요.

소녀의 노래 소리는 자장가 되어

스르르 스르르 잠이 들어요.

 

잠이 들어 꿈길에 헤매이어도

소녀의 노래소리는 팔벼개 돼요.

 

두 견 새

그리워 그리는 맘이야
오죽 아팟으면
그리다 그리다가 지쳐 죽어도
눈 못감고 죽은 사연 울음 되었구나.

눈 못감고 죽은 마음
오죽 했으면 새가 됐으리
밤이면 님의 창가에서
한맺힌 설음을 풀 수 있을까.

불꺼진 창가에 날아 울어도
님아 님아
함 맺힌 설음을 풀 수 있을까.

 

겨울 나그네. 1


 나뭇가지 바르르 앙상히 떨어
하얀눈 달빛 덮인 오솔길 따라
타박 타박
나그네 길을 떠난다.

오늘도 몇 십리 나그네 길에
밤새 내릴 눈길에 길 서럽겠다.

내일도 몇 십리 나그네 길에

밤새내릴 눈길에 길 서럽겠다.

 

겨울 아침

찬 서리에 묻힌
새벽은,
긴 밤을 달려온
방아 소리에
잔득 움추린 체 기지개를 켜고

부르르
몸살 앓는 나뭇가지 끝엔
참새 한 마리 하품을 한다.

 

그때를 아십니까.1


 아이들은 에어콘을 틀어놓고
TV를 본다.

한아름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으며
아내는 말한다.
“세탁기 돌아갈 때 빨래감을 내놔요”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마시는
나는 생각한다.

주린 배. 부황난 몸으로 빈 화로 끌어안고
넘던 보리고개

송화가루, 독사풀 가루,
천주교에서 배급나온 덩어리 우유, 강냉이 가루

새벽 4시에 다라에다 받아오는
술 찌검지를 사카링 타먹고
꿀꿀이 죽. 씨레기 죽, 비지로 끼니를 때우고

어쩌다 보리 됫박이라도 고지 먹으면
질파내기에 닦아 지은 검은 꽁보리 밥
보리 개떡 한 쪽,


그래도, 배 부르다며 손자, 손녀 나누어 주고
돌아앉아 옥수수대로 등을 긁으시던
할머니.
마루에 앉아 빈 골방대 물고
쌈지 털던 할아버지.

모두가 옛날 이야기가 됐다.
문명이 발달하고 G..N.P가 늘은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가시나무 숲에서 가시에 찔리고

지나온 삼십 수 세월이
꾸깃 꾸깃
주머니에 구겨져 있다.

원망만 하지못할 세상이지만
그래도 더러워서
주머니에
꾸깃 구깃
구겨져 있다.

가시 옆으로 밖을 보고 싶지만
가시를 꺽어 치우고 희롱하고 싶지만
썩은 구린내가 싫어서
그냥
구깃 구깃
주머니에 구겨져 있다.눈물이 웃음마져 삼켜 버려서
웃음을 잃은지 삼십 수 세월을
속으로 갈무리하는

세상이
세상이 구역질나서
그냥,
꾸깃 꾸깃
주머니에 구겨져 있다.

 

 

인생 출납부

 

잠자리에 누워 출납부를 적는다.

착하게 지출 한 것은 얼마며
악함은 얼마인가.

내 장점으로 수입은 얼마며
단점은 얼마인가.

또한,
잔액은

잠자리에 들어
마음을 열고
인생 출납부를 적는다.

 

 

첫 순 정

 

가냘퍼
우수의 눈을 가진
소녀는,

가슴에 살아있는 한 마리
여린 꽃 사슴.

 

 

초가 삼칸 집을 지어

 

아무도 모르는
어느, 이름 없는 산골.

앞에는 송사리 노니는 개울이 흐르고

뒷산에는
빠꾹새 알 픔는 산골에
초가삼칸을 지을레요.

뒤 뜰에는 대나무를 심고
앞 뜰에는 매화, 난초를 심어
몇 포기 박도 지붕에 올릴테요.

달밤에 송실주를 마시며 시를 읆으리.

과일나무도 몇 그루 심고
골방엔 왕겨에 홍시를 묻고
화로에 군밤도 구워야 겠다.

아무도 모르는
이름 없는 산골에
초가 집을 지을레요.

 

 

나는 죄인입니다

 

하늘에서 내실 때
내신 뜻이 크련만
그 뜻을 모르니 하늘에 죄 짐이요.

부모에 불효하니
이 또한
죄짐이요.

식구와 자식을 헐벗기니
죄 않졌다 할 수 없고
세상 구석마다 죄 않진 곳이
없으련만,

가슴에 뜻을 펴지 못함이
자신에게
큰 죄인입니다.

 

 

탕자의 후예

 

어머님
날 나으실 때 탕자되길 원치 않았거늘

아버님
날 기르실 때 둘도 없이 길렀거늘

내 어른되어 돌이켜 생각하니
일거수
일투족이
점점이 후회되어
가슴치는 목장엔들
뉘를 원망하랴.

이제사
부모 말씀 일년으로
고국 하늘 바라보며
만수무강 비옵니다.

 

 

중 동 일 기

 

사막에 불볕이
펑펑
쏟아진다.

검게 탄 살을 후도라에
가리고
썬 그라스 너머로 내일을 엿본다.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다 바람에
가슴을 펴는 중동 나그네.

더위에 찌든 하루를 이끌고
목욕탕에 들어선다.

정수한 바닷물을 끌어안고
샤워에서 들리는 님의 소리를
듣는다.

쏴아아— 쏴아아--
(오늘도 무사히 지내셨나요)

언제나, 그렇듯
등밀이 하던 님의 손결이
머리를 타고 발 끝으로 흐른다.
어느 새, 마음은 고국에 가있다.

 

 

목련되고 학이 되어

                        -考 육영수 여사에게-

님은 갔다.
우리 님은 갔다.

그 날은, 슬픔보다 차라리
애끓는 아픔이어라.무거운 짐을 지고
가신이여.

헐벗고 굶주린 이 에게는
학의 깃털로 김싸시고

웃음을 잃은 이에게는
목련의 미소를 주소서.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을
당신이 인자히 보듬던 이들인데

님은 비록 떠났어도
넋은 살았나니
기린 넋 불꽃되어
가슴마다 타오르니
뉘라서 잊을손가

목련되고 학이되어
삼천리를 살피시고
못다베픈 어진 온정
고루 주옵소서.

 

 

그 리 움. 1

이역만리 님 생각에
홑이불을 둘둘말고
상면 날자 헤이어도

열 손가락 꼽고 꼽아도
마음 달리 아득하니
담배 연기 한숨불어
바다 건너 띄운다.

어젯밤 침대가에 여치 두어놈이
찌륵찌륵 우는 소리가
자명종 울리도록 가슴에 앉는다.

총총히 깔린 어둠
졸린 눈 부비는데
새벽 단잠 어이해
하품 따라 밀어낸다.

 

11


자리 자리 꿈자리
밤새 깔은 꿈자리
새벽이 야속타
새벽이 야속타

고이고이 깔아논 그리는
꿈자리를
새벽은 성큼와서 모조리 걷는구나.

새벽 별 두어개가
졸린 눈 하품하며
초생달 하나가 고국 하늘에 떠 있다.

 

달빛 아래서

 

친구야 친구야
소꼽 친구야
어허야 친구야
고향에 가자.

동구 밖 느티나무
강강 수월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손에 손 맞잡고 호롱불 밝혀
논두렁, 밭두렁에 반딧불 쫓아,

친구야 친구야
소꼽 친구야
어허야 친구야
고향에 살자.

박 넝쿨 초가에 올라 앉으면
대 숲에 놀던 달도 박을 타는 곳,

댑싸리 삽작에
황토 길 마을
삼배바지 적삼에
맥자 모자쓰고
우리 같이 괭이메고
고향에 살자.

달밤에 냇가에 발을 담그고
송실 약주 한 잔에 정을 돈독히 하며

친구야 친구야
소꼽 친구야
어허야 친구야
고향에 살자

뒷산에 노을 물들면
굴뚝마다 청솔가지 저녘연기 피는 친구야
우리 고향일세.

 

 

MAPS에는

 

MAPS에는 年, 月, 日을 가르키는 달력은 없어도
계절은 있다.

봄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
가을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
있다는 것은
오직, 50도의 불볕 더위.

KAPS에는
하루에 사계절이 있다.
아침에 봄이 시작해서 꽃이 피고
한 낯에 여름이 되어 폭염에 ᄉᆞ막을 태우고
저녘은 가을이 되어 꽃이 시들며
밤에는 겨울이 되어 솜이불을 덮는다.

MAPS에는
날마다 사계절이 있다.

* MAPS는 사우디아라비아 젯다 공항에서 홍해바다 쪽으로 있는 소도시.

 

 

빼앗긴 봄

 

부딧혀 멍들다 못해
시커먼 바다.

뭍으로 뭍으로
용트림 하는
파도
파도는 오늘도
바다에 아우성인데,

어제 날던
갈매기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오늘도

터어키인 한 명이 전기 감전사 했다.
아직 젊은 사람인데,

이 곳에는 화장법이 없어서
수분을 제거하여 본국으로 보낸단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는 오늘도 이렇게 사막에 산다.

죽어가는 사람
병신되어 가는 사람
만기에 웃으며 귀국하는 사람

가고
오고
또 가고 오고

먼 훗날
중동인들의 이야기 꺼리로나 되겠지만
입담 좋은 사람은 또, 한 토막의
전설이라도 만들겠지.

우리는 이렇게
사막에서 산다.

 

귀 국

그 날에
널 찿아 가리첫 눈을 함빡 맞으며
한 아름 겨운 정을 포켓에 넣고
그 날에
널 찿아 가리.

그때 그 정 새록 새록 풀어놓고
한 보따리 이야기 얼싸아 보자.

 

아 들 아. 1


아들아
자신을 낮추어 늘 겸손하라.
이웃을 미워말며 선한 자를 악용말라.
또한, 재력을 자랑말며 권력을 남용말라.

아들아
입은 간사 하단다
입은 화의 근원이야
항상, 품행을 단정히 하라
그러면, 禍를 멀리 한다.

불만이 쌓이면 불평이 되고
불평이 쌓이면 자신을 망각한다.
불만을 하기전에 왜 그럴까를 생각하고
불평을 하기전에 해결책을 생각하라.
순간의 잘못은 평생을 후회한다.

아들아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 자랑을 많이 하며
자랑을 많이 하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덮으려 함이다.

11

아들아
오늘을 열심히 살아라
내일에 밝은 빛이 있다
오늘의 괴로움을 피하지 않는
사람만이 행복을 안다.

아들아
조약돌의 인내를 배워라
오늘을 열심히 살면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기다림 또한 즐겁다.

아들아
칭찬을 달아 말아라
오만하고 자만하기 쉽나니.

아들아
어떤 일이던지
나 하나쯤 생각말고
내 할 일은 스스로 하는
사람이 되며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여
善과 惡을 분별하라.

 

111


업수히 여기는 자와 사귀되 가까이 말며
게으른 자와 사귀되 동정을 말며
말을 앞세우는 자와 사귀되 진실을 논하지 말며
간사한 자와 사귀되 경계 할 지며
힘을 앞세우는 자와 사귀 굴하지 마라.

 

 

KARIM은 불이 꺼지고

 

가랑비같은 이슬이 내리는
KARIM에
주야로 태우던 가스불은 꺼지고
석회 암반 뿐인 광야에
새벽은 열린다.


**KARIM+은 O MAN의 무스카트 공항에서 예멘쪽으로
15시간 가량 시속 100km로 가면 있는 작은 기름 저장 도시.

 

 

인도 게리라족 친구에게

 

275OR(리얄)
돈을 훔치지 않았는데
도둑으로 몰리니
양 손을 끊길바에는 죽는다고
억울하여 죽다고
결백 하다고
왕께 유서를 써놓고, 부모에게 유서를 써놓고
롱디
치마만 입고
나이롱 빨래줄을 걸어
콘티나 철골에 목을 매니
밤새 이승을 하직하고
한낮이 되도록 열풍에
흔들린다.

그대가 진범이든
누명을 썻던
타국에 몇 푼을 벌러와서
사막에 윳신을 남겨놓고
영혼만이 고국에 가는구나.

인도
게릴라 족 친구여
잘가거라
극락 하거라.

*인도에는 여섯부족이 있는데 그 중에 게릴라족이 있음.
*OR(리얄)은 화폐 단위. 사우디 리얄은 우리 원화와 245대1리얄.
  OMAN OR은 2400대 1
* 중동에는 절도범에게는 손목을 잘리는 형벌이 가해지며
  손목이 잘린자 한테는 음식도 팔지를 않는다함.

 

 

NIMR KAMP

 

여기는 MUSKAT(무스카트)에서
800km
사막길 이천리.

남예멘 경계에서
350km NIMR.

인가라고는 흔적 조차도 없다.
유목민도 보이지를 않는다.

이따금
몇 마리의 양과 낙타가
메마른 건초와
낮은 가시나무 잎을 씹는다.

사막 몇 백미터 아니,
몇 십미터 앞에 하얀 물줄기와
파란 나무가 보인다.
오아시스인줄 알았더니
신기루 란다.
자꾸가도
앞에 펼쳐있다.

독거미
전갈이 자주 띄는
KAMP.

어제는 C동 3호에서 덫을 놓아
여우를 잡았단다.

* NIMP는 OMAN의 작은 도시.

 

 

버려진 목발

 

며칠 전만 해도
저것을 짚고 다니던 사람이 있었지.
지금은, 막사 밑에 버려져 있다.

며칠 전만 해도
목발에 의지하여
기동하던 동료가 있었다.
빼코에 기름을 넣다가 떨어져
허리를 다쳤다지.

저것 없이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으련만
지금, 콘티나 막사 밑에
아무렇게 버려져 회오리 바람에
휘감긴다.

 

KARIM

어디든
내내 비포장 도로는 모래 먼지 투성이지만
NIMR.A
NIMR.B
NIMR.C 보다는
KARIM 가는 길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조그만 나무 그늘 밑에는
여우 굴도 있다.
토끼 굴,
도마뱀 굴도 있다.

진종일
밤새 꺼질줄 모르고
석유 가스는 열풍에 망나니
칼춤을 추듯 한다.

이른 아침
5시 12분
우리는 KARIM 현장에 도착 했다.
춥다.
한국의 초 겨울 날씨 같다.
조금 후
10시 부터는 푹푹 찌련만
50도의 열기로 숨통을 막으련만.

KARIM에서는
신기루가 가깝고 선명하게 보인다.

 

 

KAMP 로 가는 BUS에서

 

몇 만 머나먼 땅
OMAN.

땅은 석회 암반
날씨는 영상 50도에서 70도.

회오리 바람은 매서워서
버스를 들썩이고
모래를 말아 올린다.

차창 넘어 낙타들은
우리를 구경하고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에
석유 펌프만 즐비한데.

난장이 가시나무가 드문드문 누워서
신기루를 쫓는다.

 

 

입 춘

 

이 아침에
떠나지 않으려는 사연이 있어
울음을 참고
무엇인가 슬픔을 토해냈다.

밤새도록 서리는 내리고

커텐을 열었다
창 밖 소나무 가지 끝에
눈꽃처럼 하이얀 서리가 내리고
참새가 가지 끝에서 재잘된다.

세월은 물 같아
만남과 이별이
이 아침에 어우러지는가.

 

 

들꽃 소녀에게

 

                    -산골 소녀 김옥진에게 보낸 글

전라도 용봉 땅에
아침 이슬로 세수하고
한 송이 들꽃이 피었구나.

노란 들꽃 함박 피워
백마 오면
풀잎파리 치마 폭에
아침 이슬 받아다가
사랑차 끓여오고

착한 아가 찿아오면
젖꼭지를 물리면서
소박하게 살고파서
팔년 희망 기도했소
팔년 소원 적어왔소.

들꽃이여
들꽃이여
숱한 세월 인내쿠나

파랑새는 날으려니
툴툴
병석 털어 새 봄맞이
빗장 열자.

 

가을 산

 

어찌하여
수척하더란 말이냐
퉁퉁히 살찌웠던 계절이
일장춘몽 이었던가.

명절도 아니련만
채색단장을 하고 머언
추운 길을 떠난다.

무거운 이별의 계정에
발가벗은 산이
동그마니 홀로 서 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한 잔술에 해장국 뜨고
새벽 시장을 한 바퀴 돈다.
바람이 차다.

철 지난 오이, 상추가
금방이라도 여름을 부르듯

배추, 무, 파, 갓, 알타리
모두가 풍요로운 가을의 냄새다

싱싱한 생선이 파도를 몰고온다

안개를 헤치며
서리도 몰아내고
모닥불에 앉아서
삶의 한 판 굿을 하는 시장 사람들의
새벽을 여는 얘기가 풍성하다.

 

 

뿌리를 잃은 사람

 

서울에서는 서울 사람
시골에서는 시골 사람
물 설고 낮 설은 것이 타향 이라지만
어느 새, 고향도 타향 이란다.

고향에 산다는 것이
시골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흙을 밟고 산다는 것이
흙을 파고
흙을 묻히며
맑은 공기, 맑은 인심 마시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산에는 나무와 산새의 이야기
들에는 곡식과 들새의 이야기
강에는 물고기와 물새의 이야기
얼마나 좋은지

어제, 꾀죄죄한 노인장의 마지막 말은,
뒷동산 참나무에 목을 매달았다.

 

 

사 랑 은

 

말을 하면 의미를 잃는다.
사랑은
가슴으로 연주하는
멜로디
미움에서 발아하는
이해.

사랑은 단맛 만큼이나
쓴 맛도 지독한 것.

 

 

해바라기 연가



손바닥 만한 땅에서 하늘을 봅니다.
내가 서있는 곳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땅이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

햇살이 부끄러워 하늘을 붙잡고
고개 숙여 마음만 울먹입니다.
슬픈 소년처럼.

 

 

가을 밤의 고독

 

. . . . . . .
그러고는
침묵.

채색되는 갈잎의 앉음 조차도 없는
정막.

원고지에 말아핀 꽁처마져
떨어진지 오래다.

입술에는
자꾸 아쉬운 미소.

광기 어린 광인의
중얼 거리는 독백으로
끝내
붓을 놓는다.

 

 

아버님 전 상서

 

아버님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제 24회 서울 올림픽 대회
개회식의 장엄함을 보십시오.
아버님
가슴이 저며 옵니다.

써치라이트로 만든 보름달이
메인 스타디움에 띄워

오작교의 비리 춤
부채 춤이 어우러져
견우 직녀가 상봉을 합니다.

장고 춤
판 소리 짓부리 춤
청사초롱 둥불 춤
아버님이 얼마나 좋아 하셨나요

160개국 참가에
금메달 12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2개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세계에서 4위.

아버님
강상제 올려
잡은 손마다 배 띄워
이별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십년 더 수면 하셨어도
팔년 장수 하셨어도
아버님 영전에 소자
두 눈을 바치옵니다.

 

 

겨울로 가는 길목

 

된 서리가
잎세를 떨구던 날
옹기 종기
홍시들만이 모여있다.

찬 바람이 마른 가지를
흔들던 날.

배추 밭에서는
두런 두런
참새떼들이
겨울을 걱정하고 있다.

 

 

양파 껍질을 까다

 

속살까지 부패된 망각으로
포장된 내부에는
선명한 기억들로 도피 하고픈
이데올르기의 아픈 기억들.

까고 또 까봐도
회의
의아
분노
언제부터인가 뒤틀려온
세월.

어느 욕망이 있었기에
한사코 베일에 가려있나.

 

 

저 녘 바 다

 

하늘을 몽땅 마시고
해를 통째로 삼키고


진눈깨비
바람도 삼키고
노을마져 삼키고
바다는
성난 파도는 운다.

바다는
바다는
어둠을 거부하고 있다.

밤이 싫어
밤이 싫어
빛을 다오
살고 싶다. 자유를 다오.

그 소리 아득히
병석에서 듣는다.

 

 

고 드 름

 

교회 지붕 처마 끝에
원죄
죄인들이
주절 주절, 매달려 있다.

마음을 몽땅 잘라 가고도
심장에 빨대를 꽂는

아담과 이브의 에덴
선악과의 죄
카인의 붉은 죄
거짓말한 죄
위증의 죄

지붕 꼭대기 십자가 앞에
행대로 심판을 받고 있다.
너는 교수형
낙하

너는 태양불로 꽁지부터
머리 끝까지 녹여 흔적도
못찿게 하리라.

교회 지붕 처마 끝에는
죄인들이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봄의 뜨락

 

웬지
좋은 만남이 있을 것 같은 날
겨울 소식이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밖에 봄이 있어 좋다.
꽃들의 바쁜 율동이 있어 좋다.

새 잎끼리 어우러져
싱그러운 밀어가 두 볼에 전하여 좋다.

스치기만 해도 마냥
자즈러질 것 같은 아지랑이가
기지개를 켠다.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버들 강아지가
졸졸졸
시냇물 소리를 낸다.

나긋히 손짓하는 보리밭에서는
종다리가 크고
한 나절 뜨락에서는 나를 부른다.

 

 

요즘, 세상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공연히 가슴이 뛴다
왜 이리 불안할까

좌불안석
가슴이 후들 거린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혹시--

요즘, 뉴우스를 들으나
신문을 보나 무섭기만 하다

학생시위에 화염병 투척
경찰 진압에 최류탄 발사
인신매매
10대 추행 강간 폭행 살인
히로뽕 대마초
공산당 찬양 서적
밀입북 사건
전교조
도무지 뉴우스 듣기가 겁이난다.
신문 보기가 겁이 난다

혹시
내 가족이---

요즘
세상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끝내면서 작가가 하고 싶은 아주 작은 이야기

 

저의 직업은 木手입니다. 공사장 일용 품팔이입니다.여섯 식구의 가장으로써 육남매의 장남으로써 열심히 살려고 낮에는 현장으로 밤에는 원고지를 잡습니다. 이 (잊어버린 고향) 시집을 낸다는 자체가 몹시 부끄럽군요.
축하를 받을 때마다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드군요. 망치쟁이가 돈이나 벌것이지 무슨 시를 쓴다고 까부느냐고, 노가다 놈은 노가다답게 살라고, 그러나, 노가다도 우리 시회의 건설 역군들이 모인 삶의 일부분이며 정겨운 이웃들이 모여 삶을 영위하는 곳입니다. 그 곳에도 훈훈한 인정도 있고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습니다. 인식이 바뀌어져야 합니다.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특히, 공사판에서는 성격이 날카로워지기 싑습니다. 그러나, 글을 읽고 원고지를 접하다 보면 인내 할 수도 있고 번민도 잊을 수 있고 반성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자신을 꿋꿋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저는, 시라기 보다는 동시를 쓴다고 원고지를 잡은지부터 삽십년 동안 가슴에서 우러 나온 실제 작고 작은 사랑 노래를 모아 본 낙서입니다. 어느 날, 평화스러운 깊은 잠에서 깨어보니 모든 것이 이상하게 변했더군요. 그 이상하게 변한 세상을 현장에서 가정에서 먼 해외에서 직접 대하며 피부로 느껴보며 심연에서 토해낸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또 다시 준비중인 제 2 집 (진달래는 울지 않는다)입니다. 고맙습니다. 이 조그만 모음집에 수고해주신 여러 어르신, 모든 분들께 또한, 고마운 절을 올립니다.


1989년 11월 조 재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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