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오두막 편지

소나무 2022. 4. 15. 08:19

 

 

 

 

 

 

걱정하지 말아라.

오두막 마당이 나의 놀이터인고 친구란다.

일하는 시간보다 마당에 자라는 꽃들을, 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단다. 

물가 다듬잇돌 틈으로 자라는 바위취가 어제보다 몇 잎을 더 피웠고, 연못가에 자라는 앵두나무 꽃이 엊그제 피운듯한데 벌써 지고 있단다.

이 봄에 꽃피우고 새싹 올리는 모든 오두막 마당 식구들을 대견해하며 이 애들과 하루 종일 같이 놀고 있단다.

좋은 친구들과 밤새워 대화하고 술마시고 놀아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뿌듯하잖니, 그런 친구들이란다.

때로는 애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단다.

돌절구에 붙여놓은 돌단풍이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올해는 씩씩하게 꽃을 피워서, 고맙고 대견해서 칭찬을 해줬단다.

우리 집에 와 잘살아줘서, 꽃을 피워줘서 고맙구나 말하면, 다 주인님 덕분입니다 대답한단다.

혼자 말을 걸고 혼자 대답을 한단다.

혹시 누가 보면 치매 걸린 노인처럼 보일까 걱정된다.

이른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 어스름 마당가에 나서면 이 아이들도 반가운지 조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단다.

저도 이제 꽃을 피웠어요 수선화가 말을 걸면, 튤립이 저도요 한단다. 

삼월이는 기지개를 크게 켠 다음 마치 호위무사처럼 내 곁을 따라다닌단다.

때로는 밤에도 이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괜히 오두막 마당을 서성거린단다.

마당가 산기슭에 진달래가 무리지어 피어 저도 여기있어요 하는 듯하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숨죽이며 지켜보는 아이가 있단다.

'서부해당화'라는 아이인데, 붉게 꽃망을 맺더니 한송이 한송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단다.

언제 꽃을 피우는지 궁금해하던 엄마가 보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가장 먼저 피운 할미꽃은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고, 곁에 함께 자리 잡고 있는 민들레가 저도 봐주세요 하듯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오두막 마당 끝에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 조팝꽃도 무리 지어 작은 꽃을 피웠단다.

하루 종일 마당가를 서성거리며, 내가 돌보는 이 아이들과 친구 하며 대화하고 다독이고 생각하며 보내고 있단다.

너희들 걱정하는 마음 충분히 알고 마음으로 와닿는다.

아빠도 가끔 '내가 너무 무리하게 일하고 서둘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 노동중독이 아닐까?' 스스로 걱정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스스로 마음 정했단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며 쉬며 생각을 오래 깊게 하며 일하자고 마음먹고 있단다.

아들아 딸아,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노동을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자주 쉬면서 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즐겁게 일하고 있단다.

오두막 마당은 아빠의 행복한 놀이터이고 친구란다.

 

아들아 걱정해주어서 고맙구나.

아들이, 아버지가 오두막 화실에서 하루 종일 정원가꾸기 노동만 하신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오두막은 어디에 자랑하고 보여줄 공간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편안히 휴식할 곳으로 지금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좋은 공간이라 생각된다고, 즐기고 쉬기 위한 정원인데 너무 무리해서 혹시 병이 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너무 무리하지 마시라고 가족 단톡에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딸아이도 동생말이 백번 맞다며 너무 무리하지 마시라고 맞장구를 칩니다.

아마 아내가 아빠가 하루종일 마당에서 일만 한다고 일러줬는가 봅니다. 

 

아들아 네 말대로 쉬며 쉬며, 그리고 일하는 시간보다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로 했단다.

아들아, 오두막 마당에 또 다른 꽃이 폈는가 보다.

마당에서 아이들이 소리쳐 부르고 있구나.

고맙다.

또 소식 전하마.

딸아 아들아 사랑한다.

 

 

2022년 4월 중순, 박영오 글 사진

 

 

아들 딸은 참 좋은 아버지를 두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무언가를 이룰수있다는것이
진정한 축복이지요

낙엽 구르는 마당을 쓸어
말끔히 정리하고
자리를 잘못앉은 잡초를 뽑아내며
생기잃은 화초에 물을주고

한켠 텃밭을 삽으로 일구어
씨앗을 뿌리고 정성을 보태노라면

그 정겨움으로 가득한 보금자리는
바로 나의 모습이니

이 얼마나 축복됨일까요?


언제나 행복한 날들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