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의 지혜

도토리 깍지 2014. 11. 4. 11:16

 

 

 

 

 

 

 

 

 
경기도 고양시 ‘원당헌’뼈 해장국. 돼지 등뼈와 우거지에 된장을 풀어 끓여 내는 이곳 뼈해장국은 숙취를 말끔하게 해소해 주는 건 물론이고 삶에 지쳐 방전된 몸과 영혼을 채워줄 듯 힘차게 끓는 상태로 나온다. /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음식의 계보] (10) 해장국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음식강산' 저자

 

쓰린 속도 사르르… 애주가 녹인 뜨끈한 국물

 

 

 

 

 

 

 

해장국은 술로 인한 숙취를 푼다는 뜻을 가진 '해정(解�)국'에서 온 말이다. 술을 깨는 탕에 관한 가장 오래된 국내 기록은 고려 말 발간된 어학서 '노걸대'에 나오는 성주탕(醒酒湯)이다. 성주탕은 고기 국물에 국수, 산초, 초, 파, 각종 채소를 한데 넣어 끓인 국이나, 한국이 아닌 중국의 해장국이다.

19세기 중반 문헌(1856년 '자류주석')에는 '해졍'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이때는 숙취 해소를 위해 국보다 술을

 

더 마신 모양이다.

 

그래서 해장국보다는 '해정주'가 더 많이 보인다. 이 해장술과 함께 먹던 안주가 해정국이었다.

 

해정국은 장국밥과 결합해 해장국으로 변한다. 해장국이란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인 것은 1950년대 이후다.

소뼈를 곤 국물에 된장을 풀고 우거지를 넣은 것이 외식형 해장국의 초기 모습이었다(다큐멘터리 서울 정도 6백년).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삼태탕(콩나물국)'이 나온다. 콩과 두부와 명태를 넣었기 때문에

 

삼태탕이라 부르는 국은 "술 먹는 사람이 그 전날 취해 자고 깨서 해정이라 하는" 음식이었다.

 

오늘날 해장을 위해 자주 먹는 콩나물해장국, 명태해장국, 두부해장국이 한 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전주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탁백이(막걸리)를 콩나물국과 함께 먹는 해장이 유행했다

 

(1929년 12월호 '별건곤' 전주 콩나물국밥). 평양에서도 "애주가들은 오전 사시경에 해장하는 풍속이 있는데 그때부터

 

소주를 음용하기 시작하는 까닭에"(1926년 9월 11일자 동아일보) 소주 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해장국은 지역의 특색 있는 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형식으로 분화 발전한다.

 

경남 남해군 노량의 '김국'이나 전남 고흥군의 굴로 만든 '피굴'도 각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던 해장국이다.

 

술국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해장국은 보편적인 한 끼 식사가 되었다. 술꾼들의 속을 풀기 위한 음식에서 출발한 만큼

 

해장국은 부드럽고 편한 국물이 중심이다.

 

서울 청진동 선지해장국·용문 소뼈해장국

 

지금 종로구청 주변에 있던 나무시장에 나무를 팔러 온 사람들을 위해 1937년 술국을 파는 노점이 들어선다.

 

소뼈 국물에 우거지, 콩나물, 감자를 넣고 된장을 푼 구수한 국물과 밥을 팔았다.

 

6·25전쟁 이후에 선지와 양 같은 내장을 넣은 해장국으로 진화 발전하면서 인기를 얻게 된다. 선지를 기본으로 한

 

청진동의 해장국은 전국의 선지해장국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용산 전자상가에는 원래 나진상가와 청과야채도매시장이 있었다.

 

주변에 있는 용문시장(1940년대 말 개장)에도 사람이 많았다.

 

사골 우린 국물에 소 목뼈, 선지, 배추를 넣어 얼큰하게 끓이는 것이 용문식 해장국의 특징이다. 해장국 초창기의 소뼈를

 

넣는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음식이다. 청진옥(선지해장국) (02)735-1690, 창선옥(소뼈해장국)

 

(02)718-2878

 

 

경주 콩나물메밀묵해장국

 

경주에는 팔우정 해장국 골목이 있다.

이곳의 해장국은 '콩나물메밀묵해장국'이다. 콩나물에 모자반과 신 김치, 메밀묵이 들어간다.

콩나물메밀묵해장국은 구수하고 시원하다. 팔우정 해장국 문화는 1945년 이후에 생겨났다.

 원래는 경주 염매시장에서 노부부가 새벽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해장국을 팔았다.

 염매시장이 사라지자 팔우정 로터리 길가에서 팔면서 식당가가 형성되었다. 팔우정해장국 (054)742-6515

 

부산 재첩국·복국

 

부산에는 재첩국과 복어국이 해장국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재첩국이 옛 시절을 대변한다면 복어국은 신흥 강자다. 부산의 복어국 역사는 생각보다는 짧은 1970년대 해운대에 재일교포 출신이 복국집을 내면서부터다.

일본식 복지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부산의 복국은 일본과 달리 콩나물, 무, 미나리에 마늘이 들어간다.

원조삼락할매재첩국집 (051)301-5321, 오륙도횟집(복국) (051)621-8054, 할매복국 (051)742-2790

 

하동 재첩국

 

섬진강 하류인 경남 하동은 재첩의 마을이다.

오랫동안 재첩을 잡아 부산 등 대도시에 팔다가 1970년대 초반 하동군청 근처에 '동흥식당'이 들어서면서

재첩 산지의 본맛을 선보였다.

 

투명에 가까운 파란색이 감도는 재첩국은 '동의보감'에 "눈을 맑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특히 간 기능을 개선하고

향상시켜주며, 황달을 치유하고 위장을 맑게" 하는 약이었다.

경상도 사람들은 재첩을 '조개류의 보약'으로 부른다. 동흥식당(동흥재첩국) (055)884-2257, 여여식당

 

(055)884-0080

 

제주 돼지국수

 

3개월 정도 된 돼지 새끼를 다져서 참기름, 마늘, 생강, 후추,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만든 양념에 국물처럼 먹던

 돼지 새끼회는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해장 음식이었다.

 지금은 거의 팔지 않는다.

 제주 돼지를 이용한 돼지국수는 술국이자 해장국이다

 

. 1920년대에 생겨난 돼지국수는 돼지 육수만으로 만들거나 멸치 육수를 혼합해 사용한다.

 살이 단단하고 냄새가 없는 제주 돼지고기 때문에 생겨난 음식이다. 올래국수

(064)742-7355, 삼대국수회관 (064)759-6644

 

원당 뼈해장국

 

1988년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에 있는 '원당헌'에서 돼지 등뼈와 생우거지를 된장에 끓여낸 뼈해장국은 돼지고기

 문화의 대중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서울 외곽을 오가는 버스 기사들과 택시 기사들이 주로 이용하면서 원당식 돼지뼈 해장국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감자탕과 비슷하지만 감자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원당헌 (031)965-0721

 

전주 콩나물국밥

 

콩나물을 이용해 만든 콩나물국밥은 전주를 대표하는 해장국이다. 현재는 멸치국물에 밥과 콩나물을 말아 내는

남부시장 방식과, 뚝배기에 소뼈 국물과 콩나물, 밥을 넣고 끓이는 '삼백집'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막걸리에 계피, 흑설탕을 넣고 달인 모주도 판다.

 콩나물국밥은 상인들을 위해 20세기 초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20년대 말에는 콩나물을 소금물에만 끓여 탁배기(막걸리)와 함께 먹었던 술국이었다.

 현대옥 (063)228-0020, 왱이집 (063)287-6980


	[음식의 계보]
'삼백집' 콩나물국밥. / 조선일보 DB

 

제 황태해장국

강원도 인제와 횡계 용대리는 남한 황태의 중심지다. 1980년대 황태 덕장이 시작될 때 인제에 문 연 '용바위식당'은

자신들이 말린 황태를 황태 정식으로 만들어 판다. 50여개가 넘는 인제의 황태집들은 용바위식당의 영향을 받았다.

푸짐한 황태와 진한 국물에 산채와 젓갈이 나온다. 삼태탕과 비슷한 해장국이다.

 용바위식당 (033)462-4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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