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시사

도토리 깍지 2021. 10. 10. 11:09

 

 

 

 

 

[수에스카=AP/뉴시스]17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에스카의 수에스카 석호가 수년째

계속된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이 갈라져 있다. 지류가 없어 빗물에 의존하던, 보고타

인근 인기 관광지였던 이 호수는 심각한 삼림 훼손과 침식에 더해 기후 변화 등으로

수량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2021.02.18.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대형 산불이 발생한 터키 보드럼 지역 코케르트미 마을 상공에서 진화용 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 지구적 기후변화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에 대한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집중호우로 무너져내린 공주 공산성 성곽, 해수면 상승과

폭우로 물에 잠긴 이탈리아 베네치아, 이상 가뭄으로 인한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는 그리스,

집중호우로 무너진 안동 하회마을 고택 담장, 흰개미 피해를 본 덕수궁 중화전의 모습.

자료사진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국가 오만이 수재를 겪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오만에

태풍 샤힌이 상륙해 하루 만에 300㎜ 가량의 비를 뿌리자 웰라얏 알 카부라시에 홍수

가 발생했다.[AFP=연합뉴스]

 

 

 

 

비 안 오는 오만, 하루에 3년치 퍼부었다···초유의 재앙 경고

 

 

 

올여름 서유럽과 중국 중부 지방을 강타했던 기록적인 폭우가 지구촌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또다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준'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와 '비가 오지 않는 나라' 오만에서다.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지난 4일 12시간 만에 742㎜의 비가 쏟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900㎜가 넘는 비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올여름 기록적인 비가 독일 서부를 강타했을 당시 기록된 강우량이 24시간 만에 총 100~150㎜이다. 이는 독일에서 100년 만의 강우량으로 기록됐는데, 이탈리아에서는 네 배 이상의 비가 내린 것이다.

유럽 전역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강우량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날인 3일, 비가 오지 않는 지역으로 유명한 아라비아반도 남부 오만에는 열대성 저기압 샤힌이 상륙해 300㎜가 넘는 비를 뿌렸다.

24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오만 3년 치 강우량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BBC에 따르면 오만에서는 물난리로 4일 7명이 사망하고 4명은 산사태로 사망하는 등 최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도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는 중이다. 오만의 사막도 젖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런 '본 적 없는' 강우량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이번 주 세계기상기구(WMO)가 경고했다. WMO는 지난 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101개국 중 약 60%에 해당하는 국가가 혹독한 날씨로 인한 대대적인 난리를 겪을 수 있어 적절한 예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20년간 전세계 홍수 134% 증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사보나 지역의 강이 폭우로 불어나 있다. [AP=연합뉴스]

 

 

 

 

WMO 보고서에 따르면 물과 관련한 재해는 지난 1970년~2019년 사이 1만1072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수만 200만명이 넘는다.

경제적 손실액은 3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극단적 기후 현상이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극심한 강우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국가는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네팔, 파키스탄, 인도, 유럽 등이다.

수백만 명의 이재민과 수백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에서 홍수는 지난 20년 만에 134% 증가했다.

지난 20년 동안 홍수는 모든 재난 사건의 44%를 차지했다.

전 세계 16억명의 사람이 이로 인한 피해를 겪었다.

2020년 한해에는 연평균 홍수 발생(163건) 수보다 23% 더 많은 홍수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도 연평균(5233명)보다 18% 증가했다.

이런 '물 위기'의 배경은 지구온난화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대기가 약 7% 더 많은 수증기를 보유해, 더 많은 비가 한 번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년간 가뭄도 29% 늘었다. 2000~2019년 가뭄은 14억3000만명에게 영향을 미쳤다.

물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수는 2018년의 36억명에서 2050년에는 50억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한다.

 

110개국 중 60%는 대비돼 있지 않아  

 

 

지난 4일(현지시간) 오만 북부 알카부라시가 물에 잠긴 모습.[AFP=연합뉴스]

 

 

문제는 증가하는 '물 위기'에 많은 국가가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WMO는 101개의 회원국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60%는 충분한 데이터 수집, 물 관리, 예측, 경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앙아메리카 지역은 국가 차원에서의 기상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진국인 독일에서도 올여름 홍수 피해가 컸던 이유로 경보 시스템이 미비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당국들이 주요 강과 달리 작은 규모의 강 수위는 측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환경 당국은 지천이나 소하천에 대한 관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평소 잔잔했던 개울이 급격히 불어나며 집과 차에 이어 다리까지 무너졌다"고 증언했다.

수재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 예측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홍수 발생 9일 전에 이미 재앙의 첫 징후가 라인강 주변 500마일을 도는 위성에 감지됐고, 홍수 발생 최소 24시간 전까지 과학자들은 독일 당국에 라인강과 아르강을 따라 극심한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의 정확한 예측을 전달했다고 한다.

 

유럽의 홍수 예측 시스템을 설계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인 한나 클로크(영국 레딩 대학 수문학 교수)는 "시스템의 중대한 장애가 최소 133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후 독일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재앙을 야기했다"며 "독일이 대비를 완전히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지역은 어떨까.

WMO 보고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1970년부터 2019년까지 3454건의 수재가 발생해 거의 100만명이 사망하고 1조 20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고 전했다.

 

재해의 대부분은 홍수(45%), 폭풍(36%)에서 발생했다.

홍수는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한 해 인도에서는 홍수로 1922명이 목숨을 잃었고 중국에서도 전국에서 발생한 수재로 397명이 사망했다.

 

韓 연평균 강수량 지속 증가 

 

 

지난해 7월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 차량이 침수된 모습. [뉴스1]

 

 

 

한국도 기후변화에 따른 수재에 대비해야 한다. 환경부의 2020년 한국 기후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912~2017년 동안 연평균 강수량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은 10년래 11.6㎜ 증가했다.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수증기를 품으면 언제든 기록적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

독일에서 홍수가 발생하기 한 달 전인 지난 6월 독일의 평균 기온은 19도로 1961~1990년 6월 평균 기온보다 3.6도 높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물 폭탄이 떨어진 지난해 7월 23일 부산 해운대에서는 하루 동안 211㎜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한 달간 부산에 내린 강수량은 796.8㎜로 평년의 2.6배였고 1년 총강수량의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대전에서는 7월 29일부터 이틀간 내린 집중호우로 2명이 숨졌고 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전 역시 7월 강수량이 544.9㎜로 평년 강수량 대비 1.6배를 기록했다.

 

WMO 사무총장인 피테리 탈라스는 "온도 상승은 전 세계, 지역 강수의 변화를 초래한다"며 "이로 인한 강우 패턴과 농업 계절의 변화는 식량 안보 위기를 초래하고 인류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지난 3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 북쪽 에비아섬의 한 마을 뒷산에 화염에 휩싸여있다.

그리스는 최근 기온이 섭시 42도까지 오르는 등 수십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몰아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전국적인 정전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SF 속 미리 가 본 기후재앙, 알고도 막지 못하는 디스토피아

 

 

"아무도 경고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아무도 경고에 귀기울지 않았다.

기온이 상승하고 해류가 바뀌고 빙하가 녹자 기상이변이 속출했지만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 2019년 허리케인ㆍ토네이도ㆍ홍수ㆍ가뭄이 전세계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몇몇 마을이나 해안지역의 피해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사라졌다.

 

이스트강이 맨해튼을 삼켰고, 마드리드에는 폭염으로 하루 만에 200만 명이 죽었다.’

2017년 개봉한 기후재난 공상과학(SF) 영화 ‘지오스톰’의 첫 대사다.

영화 속에서 유엔(UN)은 더 이상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수천 개의 위성으로 이뤄진 세계 인공위성 네크워크를 통해 지구의 기후를 조종할 수 있는 ‘더치보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면서 세계 곳곳에서 쓰나미와 용암 분출, 혹한 등 상상을 넘어서는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기후재난을 소재로 한 SF영화 지오스톰의 한 장면. 여러개의 초대형 토네이도 한꺼번에

발생해 도시를 휩쓸고 있다.

 

 

 

SF영화가 상상한 세상이 현실로 다가온다 

 

2004년 개봉한 ‘투모로우’는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갑작스런 빙하기에 빠져든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온난화로 극강의 한파가 찾아온다는 역설적인 전개지만, 과학자들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얘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의 상공에는 시속 100㎞의 속도로 빠르게 흐르는 제트기류가 있는데, 이게 북극지방의 찬 기운이 중ㆍ저위도로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에어커튼’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게 된다.

최근 수년간 북미 지역 등 북반구 일부에 잦았던 한파와 폭설이 바로 이 때문이다.

 

지오스톰과 투모로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을 소재로 한 대표적 SF영화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 기후위기의 결과를 과장한 측면은 있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아무도 경고에 귀기울지 않았다’는  ‘지오스톰’의 첫 대사처럼 1997년 교토의정서협약, 2015년 파리기후협약 등을 통해 지구온난화 경고가 이어졌지만, 온실가스 상승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기후위기는 인류가 알고도 막지 못하는 디스토피아이고, SF영화는 미리 가본 기후재앙인 셈이다.

 

 

 

 

 

 

 

 

 

SF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극한의 한파가 몰아쳐 미국 뉴욕이 얼음과 눈의

도시로 변했다.

 

 

 

 

과학자들, 티핑포인트를 얘기하다

기후재앙의 역사에서 올해, 2021년은 기록에 남을 만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북미 서부지역의 폭염과 화재는 아직도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이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온도가 섭씨 50도를 웃돌고 있으며, 곳곳에서 산불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극지방의 얼음도 빠르게 녹고 있다.

 덴마크 연구단체 폴라 포털은 지난 5일 “그린란드 빙하가 지난주 폭염으로 미국 플로리다 전역을 5cm 높이의 물로 뒤덮을 정도로 녹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린란드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하루 평균 80억t씩 총 410억t의 빙하가 손실됐다.

 

지난달 중국 정저우에서는 1년치에 해당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292명, 실종자는 47명에 달했다.

2019년 기상관측 사상 최고의 폭염을 경험했던 서유럽엔 올 여름 기록적 폭우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서유럽 폭우로 독일과 벨기에서는 사망자만 210명이 발생했다.

 

 

기후과학자들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티핑 포인트’란 특정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을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총회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경우를 인간이 지구 기후를 통제하기 불가능해지는 티핑 포인트로 지적한 바 있다.

 

북극의 바다얼음(海氷),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 남극 빙상(氷床) 등은 대표적 티핑 포인트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북극 해빙은 태양의 빛과 열의 80% 이상 우주로 반사한다.

해빙이 녹고 바닷물만 남을 경우 반사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서, 지구 기온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투모로우의 설명처럼 북극을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공기가 대거 중위도 이하로 밀려 내려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 아래에서는 메탄이 갇혀있는데, 온난화로 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서 메탄이 방출돼 지구 온난화를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30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 일루리삿 인근 해안에서 한 어선이 빙산 부근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세기 들어 이상기후 재난 급증

 

남극 빙상도 심각하다.

유규철 극지연구소 박사는 “기후모델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평균 2도 올라갈 경우 전 지구 담수의 60%를 차지하는 남극대륙이 녹아내리게 된다”며“그 결과는 전 지구 해수면이 지금보다 3.3m 상승하고 세계 주요 해안도시들이 잠기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이런 침수가 어느 순간 급격히 몰려온다는 것”이라며“남극대륙 위에 있던 초대형 빙상들이 어느 순간 무너져서 바다로 갑자기 흘러 들어가면 1년 안에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의 지난해 10월 발표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재난으로 인해 123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42억 명이 손해를 입었다.

투모로우와 지오스톰 속 기후재난이 더이상 SF영화 속의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팀 렌튼 영국 엑서터대 글로벌 시스템 연구소 소장은 “북극의 해빙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영구 동토층은 이미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방출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기후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거나, 적어도 매우 가까워졌다”고  경고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다 인근 홍해의 산호초 위를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0년 새 서울 면적 20배 산호초 사라졌다… “수온 상승이 원인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10년 새 전세계 산호초의 14%가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산호초감시네트워크는 유엔 환경기금의 지원을 받아 73개국 1만2000여개 지역의 산호초를 관찰한 결과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만1700㎢의 산호초가 사라졌다고 5일(현지 시각) 밝혔다.

 

서울시 면적(605㎢)의 약 20배 수준이다.

산호가 차지하는 면적은 해저의 0.2%에 불과하지만 전 해양 생물의 25%가 서식한다.

연안 지역의 침식을 막고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관광과 해양 생물 보호, 식량 안보 등 산호가 제공하는 가치는 연간 약 2조7000억달러(3214조원)로 추산된다.

연구진은 수온 상승에 따른 백화 현상이 산호초 감소의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산호의 조직 내에 살면서 산호에 색소와 영양을 주는 조류들이 빠져나가면서 하얗게 변하는 현상이다. 심하면 산호 골격이 깎이면서 폐사하게 된다.

 

연구진은 “산호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징후인 조류가 2010년 이후 2019년까지 20% 급증했다”며 “전세계 산호 면적의 감소는 해수 온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높은 수온이 오래 지속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이 밖에 과도한 해안가 개발에 따른 수질 악화와 수산자원의 남획 등도 산호초에 피해를 주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앙아메리카 국가인 벨리즈의 키 코커 섬 인근 산호에 백화 현상이 일어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멈추기 위한 조치를 즉각 취하면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산호 삼각지대’를 포함해 전 세계 산호초의 30%가 서식하는 동아시아 해역에서는 유일하게 1983년 대비 2019년 산호 면적이 증가했고 조류도 덜 관찰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일부 산호는 놀라운 회복 능력을 보여줬지만 기후 변화의 속도가 자연의 적응력을 압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이 산호초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김은경 기자

 

 

 

 

 

 

 

 

 

 

 

 

서울 면적 10배 크기 A68 빙산, 분리 원인 찾았다

 

 

 

 

4년여 전인 2017년 7월 남극에서 네번째로 규모가 큰 라르센C 빙붕에서 서울 10배 크기에 해당하는 면적 5800㎢의 A68 빙산이 분리된 원인은 얼음의 균열을 복구해주는 ‘아이스 멜랑주’(Ice mélange) 층이 얇아진 탓으로 나타났다.

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빙하학자로 이뤄진 공동연구진은 아이스 멜랑주 층이 빙붕 밑의 해수 순환은 물론 기후 변화라는 두 가지 영향 탓에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이스 멜랑주는 빙하 말단부에서 바스러진 유빙의 일종으로 빙산과 눈의 혼합물을 말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라르센C 빙붕에 있는 균열 지역 11곳을 관찰하면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첫째는 빙붕 자체가 녹아 얇아진 경우, 그다음은 아이스 멜랑주 층이 얇아진 경우 그리고 나머지는 빙붕과 아이스 멜랑주 층 모두가 얇아진 경우다.

그 결과 일단 아이스 멜랑주 층이 얇아지면 균열은 76m에서 112m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빙붕과 아이스 멜랑주 층이 모두 얇아지면 균열은 확대하는 수준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아이스 멜랑주 층이 빙붕의 균열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줬을 때 그 틈은 79m에서 22m로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 주저자인 에릭 러로어 JPL 선임연구원은 “아이스 멜랑주 층의 두께가 10m에서 15m밖에 되지 않을 때 그것은 물과 비슷해 빙붕의 균열은 더 커지기 시작한다”면서 “세 가지 시나리오 조건의 차이는 물질의 성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극에서는 겨울에 따뜻한 바닷물이 하부에서 아이스 멜랑주 층을 덮쳐 균열이 빙붕 전체로 확장하게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연구 공동저자인 에릭 리그놋 JPL 연구원은 “남극 반도의 빙산이 분리하는 사건이 증가한 배경에 있는 지배적인 이론은 표면의 용융 웅덩이에 있는 물이 빙붕의 갈라진 틈으로 스며들어 그 물이 다시 얼면서 팽창하는 수압 파쇄(hydrofracturing) 현상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이 이론은 용융 웅덩이가 없던 겨울 남극의 A68 빙산이 라르센 빙붕에서 어떻게 분리됐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NASA의 인공위성 이미지는 A68 빙산이 개개의 파편으로 분해돼 남극 이북 바다를 떠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

빙붕이 빙산이 떨어져 나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스 멜랑주 층의 약화는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해 빙붕을 더욱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리그놋 연구원에 따르면, 빙붕의 커다란 균열을 복구하는 아이스 멜랑주 층이 얇아지는 현상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가 꼽히고 있는데 이는 남극 빙붕의 빠른 후퇴를 유도할 수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둬 우리는 극지 얼음의 소실에 의한 해수면 상승의 시기와 정도에 대해 예상보다 더 빠르고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리그놋 연구원은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에 NASA와 유럽의 인공위성 관측 자료뿐만 아니라 NASA의 항공 빙하 관측 프로젝트 ‘오퍼레이션 아이스브릿지’(OIB·Operation IceBridge), ‘빙상·해수면 모델’(ISSM)의 자료를 사용했다.

자세한 연구 성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채식 위주의 식단이 기후위기 대응의 열쇠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채식 늘리는 게 기후변화 열쇠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우리가 먹은 소고기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다.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인구증가 등에 따라 육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축산업이 대규모 밀집 형태로 발달하고, 이 과정에서 생긴 현상들이 식량난이나 대기오염, 수질 및 토양 오염 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 뿐만 아니라 축산업 자체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도 주장한다.

지난 8월, 광화문에서 비건 채식 촉구를 위한 1인 시위에 나섰던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도 그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분이다.

 

이 대표는 “지구 온실가스의 51%가 축산업에서 나온다”면서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공장식 축산...온실가스 배출의 큰 원인”

이원복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줄이거나 교통수단을 바꾸고 에너지를 전환하는 것이 환경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하지만, 정작 우리가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지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1인시위를 앞두고 언론사에 미리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라젠드라 파차우치 IPCC 의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2008년 세계의 가축 수는 인구의 약 10배인 600억 마리였지만 2050년이면 그 수는 곱절인 1,200억 마리로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세계의 육류 소비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증거다.

육류소비량이 늘어난 것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교통수단에서 13%, 축산업에서 18%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 대표는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에 소개된 자료를 인용했다,

 

그는 “이 조사에서는 축산업 관련 기후위기 문제가 상당부분 평가되지 않거나 저평가됐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인류는 현재 약 700억 마리의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삼림을 파괴하여 사료 작물을 재배하고, 육류를 냉동하고 유통하면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교통수단(13%)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 사람만의 주장이 아닙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 ‘세계 비건의 날’을 맞아 후원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장식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메탄과 이산화질소의 근원”이라고 말하면서 “동물 사료로 쓰이는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라고 경고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우리가 소비하는 엄청난 양의 육류가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다”라고 언급하면서 “지금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번 태풍, 홍수, 산불과 같은 이상기후가 더 자주, 더 격심하게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소고기 400그램 절약 > 6개월 샤워 금지?

숫자로도 한번 보자.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 3월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을 위해 1년 사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 크기가 파괴된다.

브라질에서는 약 7억평의 토지가 사료용 콩을 재배하기 위해 쓰인다.

 

목초지와 경작지 등을 얻기 위해 땅과 숲이 사라지는 사이, 인간의 식량과 주거, 동물의 서식처 등이 위협 받는다는 뜻이다.
서울환경연합은 뉴스레터에서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1만 5,500리터고 토마토 1kg을 기르는데는 단 180리터 밖에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축산업이 전체 담수 사용량의 70%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육류 생산을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소고기 400그램을 먹지 않으면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는 것 보다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해외에서도 이런 지적은 이어집니다. 유명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장식 축산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우리가 날씨다>에서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자”고 주장했다.

포어는 환경적인 효율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인간이 우리가 키우는 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려느라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59%를 이용하고, 인간이 쓰는 담수의 3분의 1은 인류가 키우는 동물에게 간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70퍼센트가 가축에게 사용되며 지구상 모든 포유동물의 60%가 식용으로 키워진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서울환경연합의 지적과 숫자는 다르지만 전체적인 논리는 같다.

‘고기를 먹지 말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채소와 과일은 환경적이라고 주장하려는 기사도 아니다.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비행기 타고 날아온 채소가 우리 땅에서 기른 고기보다 탄소배출이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고기를 먹든 채소를 먹든 그건 개인의 자유 의지에 달린 일이다.

다만, 축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니 그 소리에도 한번 귀를 기울여 보자는 취지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노벨위원회 제공

 

 

 

기후변화 문제로 지평 넓힌 물리학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지구의 복잡한 기후와 무질서한 물질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넓힌 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다.

 

이들 중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은 인위적인 기후변화의 예측과 원인규명 분야를 개척한 기후과학자다. 

 

 

○ 현 기후위기... 인간활동이 극적인 온난화일으켜

 

최근 전 세계는 산불, 가뭄, 폭염, 홍수 등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재해를 겪으며 이미 ‘기후위기’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1실무그룹에서 발표한 6차 과학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전 지구 평균이 약 1.1도 올랐다. 

 

이제는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 때문임이 논쟁의 여지가 없이 명백하다. 또한 앞으로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21세기 말까지의 지구온난화 규모와 그에 따른 기후재해가 결정되며, 온실가스 배출을 즉각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파리협정에서 ‘위험한 기후변화’의 기준으로 채택한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의 온난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웠다.

올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를 앞두고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감축할지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 전 지구 기후모델을 개발토록 길을 연 기후변화 모델 창시자

 

 

2021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스웨덴과학한림원 제공

 

 

 

 

 

마나베 교수는 현재 기후변화의 예측의 필수적인 도구인 '전 지구 기후모델'을 개발하도록 길을 연 기후변화 모델의 창시자다.

그는 1967년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 증가 시의 지표와 대기의 온난화 정도를 추정했다.

기후변화에 중요한 물리 과정들을 최초로 고려한 연구 성과였다. 

 

특히 실제지구에서 나타나는 대류현상의 영향과 온난화에 따라 증가하는 수증기의 온난화 되먹임 효과(수증기도 온실가스다)를 반영함으로써 실제 지구에서 관측되는 기후변화 물리과정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훨씬 현실적인 기후모델이 개발될 수 있게 이끌었다.

 

그는 또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대류권의 온도는 올라가지만 성층권에서는 오히려 냉각이 일어남을 제시했고, 이런 기온 반응 패턴은 향후 실제 관측을 통해 증명됐다. 

 

결국 마나베 교수는 물리학의 기본법칙인 질량, 운동량, 에너지 보존을 바탕으로 가상의 지구를 모의하는 컴퓨터 코드인 전 지구 기후모델 개발에 중대한 기틀을 마련했다.

이는 인간활동의 정도에 따라 미래 기후변화의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축이 됐다.

 

 

 

 

 

 

 

 

 

노벨위원회 제공

 

 

○ 지구온난화 원인이 인간활동에 있음을 처음 밝혀내

 

 

2021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노벨위원회 제공

 

 

 

 

 

 

하셀만 연구원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활동에 있음을 밝혀내는 기후변화 탐지와 원인 규명 분야를 개척했다.

'탐지'는 관측값이 지구의 자연변동성을 벗어났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며, '원인 규명'은 탐지된 기후변화의 실제 요인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는 실제 발생한 기후변화를 지구기후시스템 내부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변동성(자연변동성)과 외부의 힘에 의해서 발생한 반응의 선형 합으로 가정하는 개념 모델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하셀만 연구원은 1979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구 자연변동성의 개념 모델을 제시했다.

 

나비효과 또는 혼돈이론으로 잘 알려진 변화무쌍한 날씨로부터 천천히 변하는 해양의 자연변동성 패턴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기후모델에서 모의된 자연변동성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중대하게 기여했다. 

 

이후 1993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패턴으로 찾아내는 방법인 ‘지문(fingerprints)’ 방법을 제안했다.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태양활동과 화산활동 등의 인위적 또는 자연적인 요인들은 각각 특징적인 기후변화를 일으키며 시공간 패턴을 남기는데, 이 요인별 '지문' 패턴이 실제 관측에 존재하는지를 통계적 검정으로 확인하는 기법이다.

 

이 방법론의 개발로 실제 관측과 기후모델 모의결과의 비교가 가능해졌고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와 에에로졸이 기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노벨위원회 제공

 

 

 

 

 

○ 후대 기후학자들이 발전시키며 기후변화 확증 발견... 예측 정확도 더 높여야

 

그의 연구들은 전 지구 지표기온에 국한됐다.

이후 후대 기후학자들이 방법론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고 다른 변수들로 확장시켜, 강수량을 포함한 물순환 강화, 북극 해빙과 눈덮임 등의 빙권 손실, 폭염과 호우의 강화, 열대지역 팽창 등에서 인간의 ‘지문’을 찾아냈다.

 

이런 인위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들이 차차 모아진 덕분에 IPCC 최근 보고서는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라고 명백하게 결론내렸다.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이 기후물리 분야 개척 연구 성과를 내지 않았다면 기후변화 모델이 개발되거나 인간 활동에 따른 미래 기후변화의 예측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 기후과학자들의 많은 노력으로 개발해 현재 사용되는 기후모델은 탄소순환과 생지화학과정을 포함할 정도로 실제 지구와 매우 흡사해졌다.

이 ‘지구시스템모델’을 활용한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난제들이 남아 있다. 특히 미래 기후변화 예측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찾아내고 이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매우 시급하다. 

 

지구기후시스템은 복잡계로 대기, 지표, 해양, 빙권, 생물권 등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런 상호작용이 미래 기후변화의 정확한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이에 대한 관측, 이론, 모델링을 종합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기후 위기는 폭염, 산불, 호우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큰 재난을 일으킨다.

결국 지구의 자연변동성으로 대표되는 날씨의 특성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 변화가 온난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훨씬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기후 예측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도전과제들의 배경에는 기후와 날씨를 지배하고 있는 물리법칙과 과정이 있으며, 이에 대한 획기적인 이해를 제시하는 응용물리학자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2021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

프린스턴대·막스플랑크연구소·울프재단 제공

 

 

 

 

 

 

노벨물리학상에 기후변화 연구 급물살 만든 복잡계 물리 연구 선구자들 3명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은 지구의 복잡한 기후와 무질서한 물질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넓힌 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 덕분에 복잡한 기후 변화를 분석하는 현대적 기후 모델이 만들어졌고 혼돈과 무질서와 같은 복잡한 물리 세계의 규칙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확장됐다는 평가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마나베 슈쿠로(90)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90)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73)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오전(현지시간)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은 지구의 기후가 어떻게 바뀌고 인류가 기후에 어떤 과정을 통해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는 지식의 토대를 마련했고 파리시 교수는 무질서한 물질과 복잡계 물리 시스템 이론에 대한 혁명을 일으켰다”며 “무작위성과 무질서를 특성으로 갖는 복잡계 물리 시스템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수상자 선정 배경에 대해 밝혔다. 

 

 

 

 

 

 

 

 

 

2021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스웨덴과학한림원 제공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은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관련돼 지구의 기후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마나베 교수는 1960년대 지구 기후의 물리적 모델 개발을 주도하며 1969년 처음으로 기후 모델을 개발,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어떻게 지구 표면 온도 상승으로 연결되는지를 규명했다.

 

지구 복사 균형과 기단의 움직임 간 상호작용을 최초로 연구하기 시작해 현재 기후 변화 예측에 활용되는 기후 모델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하셀만 연구원은 10년 뒤인 1970년대 날씨와 기후를 연결하는 기후 모델 연구를 진행했다.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는 과정에서 기후 모델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하셀만 연구원이 개발한 기후 모델은 지구 대기의 온도 상승이 인간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활용됐다. 

 

기후변화를 추정할 때 복잡한 수식을 기반으로 한 기후모델을 활용한다.

과거 기후변화는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면 된다.

하지만 향후 100년 뒤, 또는 200년 뒤 기후가 어떻게 바뀔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떻게 증가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마나베 교수는 기후가 어떻게 바뀔지 수치모델을 사실상 처음으로 만든 분”이라며 “대기에 구름이 생겼을 때 어떻게 에너지가 변하는지, 지표와 성층권까지 기온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물리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수학적 이론 기반으로만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특히 마나베 교수가 1969년 개발한 기후모델로 추정한 이산화탄소 증가 추이가 실제로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1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BBVA재단 제공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이 중 해양이 흡수하는 양은 약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물리학자인 하셀만 연구원은 이같은 탄소 순환의 메커니즘을 대기뿐만 아니라 해양까지 넓혀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국종성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마나베 교수의 연구성과로 인해 지구 온난화에 대해 미리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배 증가하면 지구 기온이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처음으로 밝힌 분으로 기후변화가 어떻게 이뤄질지를 처음으로 시뮬레이션한 과학자”라고 설명했다.

 

파리시 교수는 1980년대 복잡계 물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인 무질서한 복잡한 재료에서 숨겨진 패턴을 발견했다.

물리학, 수학, 생물학, 신경과학, 기계학습(머신러닝)과 같은 서로 매우 다른 분야에서도 무작위성과 무질서한 현상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가능케 한다. 

 

 

 

 

 

 

 

 

 

2021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조르조 파리시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

홍콩과기대 제공

 

 

 

 

 

 

 

강병남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물리학자들이 연구하는 복잡계는 물리적인 시스템이 아니고 사회연결망이나 생명 현상에서 일어나는 원리를 말하는데 파리시 교수의 업적은 물질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어떤 물리적 성질을 보이는지를 알아내는 데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물질의 상태가 바뀌는 상전이 현상과 같은 복잡한 현상을 파리시 교수가 제안한 방법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시 교수는 이른바 ‘스핀 글라스’ 연구로 유명하다.

스핀 글라스란 비자성체에 자성을 띤 불순물을 섞었을 때 서로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현상이 나타나는 시스템을 뜻한다.

 

굉장히 뜨거운 유리를 액체로 만들고 갑자기 찬물에 집어넣으면 안에 있는 유리 분자들이 갑자기 너무 차가워지면서 제자리를 못 잡고 아무 곳에서 굳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파리시 교수는 유리 분자가 돌면서(스핀) 인근 스핀과만 상호작용하는 게 아니라 전체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정확히 풀어냈다. 

 

박형규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사람이 셋인데 A는 B를 좋아하고 B는 C를 좋아하는데 A와 C가 싫어하는 경우 함께 모아 놓으면 곤란한 경우에서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응용해 요즘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어떤 구조가 생기는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 빈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기훈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파리시 교수는 복잡계 시스템에서 스핀을 이용해 초기 연구를 했는데 이후 복잡계 문제가 기후 문제 뿐 아니라 생물학이나 뉴로사이언스, 머신러닝까지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31년 일본에서 태어난 마나베 교수는 1957년부터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기상학자다.

마나베 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며 일본 출신 과학자의 노벨 과학상은 25번째를 기록했다. 다만 마나베 교수를 포함해 3명의 수상자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국적은 미국이다. 

 

하셀만 교수는 1931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1957년 독일 괴팅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기상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다.

194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파리시 교수는 1970년 사피엔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현재 사피엔자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물리학상은 우리의 지식이 관측에 대한 엄격한 분석을 토대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과학자들에게 수여됐다”며 “복잡한 물리적 시스템의 특성과 진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얻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340만원)의 상금을 나눠 갖는다.

마나베 교수와 하셀만 연구원이 상금의 절반을 나눠갖고 파리시 교수가 나머지 절반을 받는다. 

 

 

 

 

 

 

 

 

노벨위원회 제공

 

 

 

 

 

 

 

 

 

기후위기는 미래로 가는 여러가지 길을 모색할 여지를 없애버렸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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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지난 2019년 9월20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전세계 릴레이 ‘기후 파업’에 참석한 두 소녀가 ‘지구가 불타고 있어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