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9시 기준 신규확진자 4천명…19일 0시 5천명 중반 예상 확진자 수 급증 예상 속 '위중증 환자' 관리가 관건 전문가 "재택치료 인프라 취약…환자 급증 대응 체계 갖춰야"
미국, 영국 등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쓰나미가 곧 우리나라에도 들이닥칠 전망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지금은 '폭풍 전야'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오미크론이 확산한 지 한 달 만에 신규 확진자가 7배 증가한 8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18일 3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만명대에서 뛰는 데 걸린 기간은 단 나흘이다.
영국은 이달 초 역대 최대치인 21만8천명을 찍은 후에야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차를 두고 한국도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된 가운데 확진자가 얼마나 불어날지 예상하기 어렵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위험 정도의 중요 지표인 위중증 확진자수의 관리가 오미크론 대응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이한형 기자
18일 하루 5천명 넘을 듯…조만간 오미크론 비상 단계
18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모두 4846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같은 시간 집계치 3334명보다 1512명 많은 수치다.
집계를 마감하는 자정까지 시간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19일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이보다 더 늘어 5000명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확진자 5000명대는 지난달 30일 5037명을 기록한 지 20일 만이다.
지난달 15일 역대 최대인 7850명까지 기록했던 확진자 수는 강화된 거리두기와 부스터샷 접종 증가로 3천명대까지 줄어들었다가 오미크론의 확산과 맞물려 다시 증가하는 모양새다. 확진자가 5000명을 넘으면 정부는 방역체계를 '오미크론 대비 단계로 전환하도록 준비하게 된다.
대비 단계는 이후 7000명이 넘길 때 시행되는 '대응' 단계의 준비 단계다.
대응 단계에서는 크게 병원·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 진료에 참여하고 확진자 격리기간은 기존 10일에서 7일로 단축된다.
미국·유럽, 오미크론 환진자 폭증에 의료체계 과부하
지금의 추세대로면 이번 주 안에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제치고 우세종이 될 것으로 방역당국은 예측한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해외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델타 때와 비할 수 없는 속도로 확진자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오미크론 유행을 먼저 경험한 나라들은 전례 없는 코로나 확진으로 의료체계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수일 째 평균 신규확진자가 8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은 오미크론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뉴욕시의 경우 의료진 부족으로 군 의무팀까지 공공병원 지원에 나섰고, 캘리포이나주는 검사소에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약한 의료진은 병원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4일 역대 최대치인 21만8000명을 찍고 감소세에 돌아섰지만 누적 사망자 15만명을 세계에서 7번째로 넘었다.
오피크론 약해도 확진자 폭발땐 위중증 환자도 급증
확진자 수 만큼이나 위중증 환자수가 얼마나 늘어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증화율이 비교적 낮은 오미크론 특성 상 유행 초기에는 델타 유행에 대비해 위중증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거나 줄 수도 있다는 게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그러다 오미크론의 확산 규모가 델타 대비 몇 배로 늘어난다면 위중증 환자는 오히려 기록적 수준으로 오를 수도 있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14일 기준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15만7272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미크론이 중증을 덜 유발한다 해도 확진자가 폭증하면 위중증환자도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위중증 환자는 최근 감소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수치는 2~3주 전 일일 확진자가 감소한 후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후행지표'인 만큼 한숨을 돌리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먼저 확진 규모가 증가하면서 위중증 환자와 입원 환자가 후행적으로 증가하는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외국의 사례들에 대해서도 계속 면밀하게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072명 발생한 18일 오전 서울역
(영종도=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 신규
확진자가 381명으로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12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2.1.12 kane@yna.co.kr
[코로나 2년] 델타 가고 오미크론…'마지막 고비' 될까
오미크론 대비 방역체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전환
내달 말 1만∼3만명 확진 전망도…전문가들 "종식 예단 이르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박규리 기자 =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잇단 변이 출현과 함께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2년이 되는 20일쯤이면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국내에서도 델타를 제치고 우세종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또다시 하루 1만명 이상씩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보고, 방역체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주말께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제치고 감염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속도가 델타 변이의 3배 정도로 알려진 만큼, 당국은 거리두기 완화 수준에 따라 다음달 말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에서 최대 3만명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하루 확진자가 수만명씩, 유례없는 규모로 쏟아지게 되면 지금처럼 최대한 많은 확진자를 찾아 검사하고 일일이 격리하는 '델타'식 방역·의료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지난 2년간 유지해 온 'K-방역'의 핵심, 즉 '신속한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이 한계에 다다르게 되는 셈이다.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염 취약층을 조기에 찾아 치료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폭증해 PCR(유전자증폭) 검사 역량의 한계치(일 85만건)를 넘는다면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65세 이상 연령층,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부터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역학조사도 진단검사처럼 60대 이상과 기저질환자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환자가 많아지면 이들도 독감(인플루엔자) 환자처럼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각 의료기관에서는 결과를 30분 내 받아볼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를 우선 시행해 검사 속도가 크게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당국은 방역체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확진자와 접촉자의 격리기간도 10일에서 7일로 줄이기로 했다.
중증·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미크론 변이 특성상 경증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중증 환자에게 썼던 주사제 '렘데시비르'를 경증 환자에게도 투여할 수 있게 하고, 경구용(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도 6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으로 점차 넓혀갈 예정이다.
또 경증 환자가 격리생활을 할 수 있는 거점 생활치료센터에 병상 1천200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먹는치료제[연합뉴스 자료 사진]
전문가들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 하루 확진자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방역·의료 대응체계 전환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시 유행 규모에 대해 "앞서 2월 말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 정도 갈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예상 데이터는 계속 수정되고 있는데, 2만명이 되는 시점이 이보다 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방역이 점점 완화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집중도도 떨어지다 보면 2월 중순에 (신규 확진자는) 1만2천∼1만5천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고, 2월 말∼3월 초가 되면 2만∼3만명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지금껏 추가적으로 병상 확보를 했고 '팍스로비드'라는 (먹는)치료제가 있어서 지금 의료체계로 신규 확진자가 1만2천∼1만5천명 발생하는 것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지만, 2만∼3만명 넘어간다면 대응이 어렵지 않을까"라며 "중증병상도 그렇지만, 재택치료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검사 받는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코로나19 유행의 '마지막 고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이 가능성에 대해 속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확진자가 2만∼3만명 단위로 나오면 (여파가) 6∼7월까지 갈 것이고, 그 사이 세계에서 큰 유행이 일어나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며 "이에 해외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오미크론이 끝이 아니고, 이를 대체할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 역시 "아직 예단이 어려운 단계"라고 답변했다.
방역당국 역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오미크론을 두고 일각에서는 '팬데믹 종료의 신호'라고 판단하는 낙관론도 있지만, 이마저도 고통스러운 대유행을 겪고 나서야 가능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현실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오미크론의 폭발적 확산세를 견디다 못해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에 이르고 사회 필수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이런 상황까지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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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형기자
전문가들 "경증 확진자·치료제 배달체계 개선" 목소리
미국, 유럽 같은 해외 같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선 위중증 환자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뽑힌다.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늘어난 경증 환자가 위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치료제 전달과 병원 이송 체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재택치료 인프라가 아직 취약한 만큼 하루 확진자가 2만명 정도 나온다고 하면 치료제를 전달하는 배송 등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치료가 지연될 수록 경증 확진자도 상태가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치료제 배송 시스템 등에서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도 "먹는 약을 빠르게 공급하고 아울러 주사를 통한 렘데시비르 투약을 늘리기 위해 외래진료센터와 생활치료센터에 주사 놓는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약을 수령하는 방법도 배송을 기다리다가는 5일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어 보호자를 통하는 방법 등으로 빠르게 수령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