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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법대로” 외쳤는데 법원 제동…스타일 구긴 ‘이재명은 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17 05:00

심새롬 기자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지역화폐·골목상권살리기 운동본부 농성 현장을 방문해 자영업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일들에 사법부가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이 “이 후보의 지사직 마지막 업무”라고 홍보한 일산대교 무료화 처분과, 지난 4월 이 후보와 남양주시 사이의 갈등에서 촉발된 남양주시 공무원 징계 요구 처분에 대해 법원이 이달 들어 취소 가처분 인용을 결정했다.

“법대로”란 표현을 즐겨쓰는 이 후보 주변에서는 “본 소송에서도 지면 스타일을 구길 수 있다”(수도권 재선)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되자 “그건 법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가 지자체장 연차 휴가 내용 공개를 요구한 걸 두고서도 “기본적으로 국회는 지방자치 사무에 대해 감사 권한이 없다. 국회가 법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무료화’에…法 “다툼의 여지”

법원이 멈춰 세운 일산대교 무료화를 이 후보 측에선 "경기도에서의 마지막 업적"이라고 홍보해왔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사퇴 직전인 지난달 25일 ‘1차 공익처분’ 관련 결재를 했고, 이틀 뒤 일산대교 통행료는 사라졌다. 무료화 당일엔 “도로는 공공재다. 앞으로도 국민들의 교통기본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16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요금소에서 통행료 징수 재개를 알리는 문구가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민간 사업시행자인 일산대교㈜가 이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지난 3일 법원은 “따져 볼 기회조차 없이 (이익) 활동에서 배제되는 희생을 감수하라는 것은 가혹해 보인다”며 일산대교㈜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도가 즉시 2차 공익처분으로 맞섰지만, 법원은 15일 재차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할만한 경기도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본안에서 상당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판시했다.

비록 가처분 결정이지만 “형법적으로 봤을 때 일산대교 유료화는 배임행위”라는 경기지사 재임 시절 이 후보의 주장이 법정에서 일단 힘을 잃은 것이다. 경기도는 “불가피하게 내년 본안 판결까지 (무료화를) 보류한다”고 물러섰고, 일산대교는 18일 0시부터 1200원~2400원의 통행료를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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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자 16일 민주당에서는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 공익을 위해 주무관청이 민자도로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박상혁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3주 전 경기도를 떠난 이 후보를 대신해 이한규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이날 고양시·김포시·파주시 지자체장들과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일산대교의 항구적 무료화를 이뤄내겠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보복 징계’에도 법원 제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들 듣고 있다. 2021.11.16 국회사진기자단

남양주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 처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수원지법 행정3부는 남양주시 감사관 등 직원 16명이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낸 ‘징계 요구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올 4월 경기도가 남양주시에 종합감사 사전자료를 요구했다 거부당하자 해당 직원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는데, 법원이 이를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징계 처분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며 “효력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남양주 간 불협화음은 이 후보와 조광한 남양주시장 간 갈등이 원인이다. 남양주시는 경기도의 감사 요구에 대해 “지역화폐 방식의 재난지원금 지급 등 이재명 지사의 정책을 따르지 않는 데 대한 보복 감사”라고 주장했다.

‘이재명은 합니다’…시험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의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거는 일이 잇따르자 민주당 선대위 주변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추진력’과 ‘결단력’이 오히려 ‘불안감’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또 “일산대교 통행료를 내는 경기 서북부 지역 유권자 입장에선 얼마나 당황스럽겠냐. 지역 숙원사업이고 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경기도 의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경기 지사직을 내려놓은 이 후보 입장에선 직접적으로 일산대교 무료화 취소 처분이나 남양주시 공무원 징계 처분 효력 정지에 대해 대응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 지방행정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일산대교 통행요금과 관련해선, 경기도와 고양·김포·파주 등 3개 시가 16일 유감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일산대교㈜와 유료화 재개 시점을 조절하는 협의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실행력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전 국민 방역지원금 등 이 후보가 꺼낸 정책 어젠다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논의될 정기국회가 첫 시험대로 꼽힌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그간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가 힘을 얻은 건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과감한 정책을 시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며 “전 국민 방역지원금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이 후보가 꺼낸 의제를 당이 관철해, 국민들이 ‘이재명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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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