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야기

아따맘마 2012. 3. 27. 15:59

집 앞 마당에서 만난 길고양이

집집마다 담장위로 기어다니더니 사람이 없을 땐 편안한 쉼터 삼아 쉬어가곤 한다.

아랫집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면서도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 흘리거나 흩으러뜨리는 것 없이

얌전히 먹는다.

 

테라스 문을 열고 이른 봄 기운을 쬐고 있던 나와 지난 주 정면으로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헐레벌떡 놀라 도망칠 자세를 취하던 길양이는

조심스레 눈을 마주 본다.

인사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뭐지? 하는 모습으로 한 참을 눈을 맞춘다.

계속 인사를 해주었더니 몸을 반 쯤 낮추고는 조용히 사라진다.

그 뒤 나는 공원의 오리들을 주던 개사료를 한 팩씩 담아 테라스 건너 마당에 놓아두었다.

그 날 낮에 테라스안에서 낮잠 자려 누워있던 내 귀로 빠싹, 빠싹,,,,사료를 한 알씩 한 알씩

조심스럽게 깨어먹는 소리가 난다.

내가 깰 까봐 참 조심스럽다.

 

조금 먹고는 다시 조용히 사라진다....

그러다 밤에 자기전 나가 보니 또 다시 줄어든 사료...

다음날 아침 ...비어있다.

 

그리고 다시 사료를 채웠다.

 

낮에 컴퓨터를 마루에 앉아 무릎에 올려놓고 쓰고 있으니

테라스 앞 사료를 놓은 박스 위로 살콩 올라 엎드리고 사료를 아그작 아그작 먹기 시작한다.

그러다 뒤에서 마루에 앉아 보고 있던 날 보았는지 흠칫 까무러치듯 놀라 테라스 모퉁이에서

놀란 눈으로 안을 들여다 본다. 귀여운 것...

 

몇 초 간 기웃 들여다 보며 놀란 가슴을 슬어내리더니 사료를 남겨두고는 사라진다.

그 날 부터 사람이 자는 밤 마다 조용히 찾아와 사료를 먹고 간다.

낮에 먹어야 될 사료를 밤에 먹으니...좀에 해는 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러고는 어제는 낮에 사료 주는 것을 잊고는 외출....밤늦게 들어와 사료를 주었다.

오늘 오전까지 그대로 있던 사료....

낮 2시나 되어서 줄기 시작한다.

이틀 전 테라스 앞에 나무 화단을 설치했기에 그 건너에 박스를 놓고 사료를 주었다...

난간을 따라 낮은 자세로 웅크리고 나가는 등이 보인다...

오늘 들어 두번째 사료를 먹나보다...

조금 전 사료를 다시 퍼서는 들고 나가니 테라스에서 보이지 않는 안방 앞 난간위에 앉아

쉬고 있다...

현관문 소리에 긴장, 내 모습이 나타나자 다시 조용히 사라진다.

 

사료통에 사료를 채우고는 다시 들어왔다.

박스 입구를 열어 안에 사료통을 두었다...

내 딴에는 박스 안에서 낮잠이라도 자면 좋겠다는 심산이다...

 

왠지 이 길양이는 어려서 사람손에 길러진 것 같은 느낌...

경계는 하나 멀리 가지는 않는...눈도 마주 쳐다 볼 줄도 안다...

 

그러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처럼 사려가 깊다.

먹이 준다고 쉽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비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낮에도 앞 마당에서 머무는 모습이 경계가 조금은 느슨해진  듯...

이름을 어린 왕자속의 여우가 떠오르니 어린왕자라고 붙여야겠다...

여우보다는 어린왕자라는 이름이 더 동화같다.

 

길양이와의 동거...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