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 2019. 4. 6. 11:03

고향 집 뽕나무들은 다 무사하신가


                                   민문자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고향 집은

바깥 마당가에 뽕나무가

빙 둘러 울타리를 이루고

그 아래에는 물 졸졸 흐르는

작은 도랑이 있지


내 어릴 제 우리 집은 봄부터

농사 준비와 누에를 치느라 늘 분주했지

뽕잎을 따다가 물행주로 잘 닦아서

잘게 썰어 어린 누에 먹이로 주다가

석 잠 잔 후부터는 뽕잎 통째로 던져 주었지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까맣게 익으면

그 달콤한 걸 따먹느라 입 주위가

까만 줄도 모르던 어린 시절이 그립네

뽕나무 높은 곳에 매달린 것까지 욕심내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져 큰 일 날뻔하기도 했었지


우리 남매가 싸우거나 잘못이 있을 때에는

어김없이 뽕나무 나뭇가지를 꺾어다

어머니께 회초리로 바치곤 하던 매서운 추억과

‘뽕뽕뽕 뽀오옹 뽕나무’하며

방귀소리 흉내내며 놀던 벗들 몹시 그립네


여름 내 친 누에가 고치를 만들면

어머니는 작은 솥에서 명주실을 뽑아내고

물레에 잘 감아 베틀에 걸어놓고

오랫동안 명주를 짜서 할아버지 겨울옷을 만들었지

아직도 고향집 마당가 뽕나무들은 안녕한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