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 하다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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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난 시간 --/읽고·서평 모음

2013. 7. 29.

 

우물쭈물 하다 이럴 줄 알았다

저 자 김진영

고현숙 (국민대 교수, 코칭경영원 대표) 서평

 

수명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리스크라는 말이 있지요? 수명만큼 길어지는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준비, 얼마나 하고 계십니까?

 

하산 길 같은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자면 은퇴는 하산 길에 해당합니다. 산을 올라갈 때와는 다른 주의가 필요하지요. 자산을 모을 때는 눈사람 굴리듯이 돈을 열심히 모아서 저축하고 투자하며 더 큰 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은퇴 후에는 뭉쳐진 돈을 어떻게 유용하게 펼치면서 활용하느냐가 중요해 집니다. 돈이 있지만 거래가 안 되는 부동산에 묶여 있거나 수익이 없는 투자처에 잠겨 있어서 막상 쓸 돈이 없는 리치 푸어도 많고, 은퇴 후 뛰어든 창업에서 퇴직금까지 모두 날리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투자와 실패는 젊은 날에는 불가피하고 좋은 경험으로 남기도 하지만 하산길에는 피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하산길에 피해야 할 다섯 가지 크레바스(crevasse)

산악 등반 영화에 자주 나오는 크레바스는 정상 주변 빙하에 있는 갈라진 틈새 낭떠러지를 말하는데요, 눈 깜짝할 사이에 숙련된 등반가들을 집어 삼켜버리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긴 은퇴 생활의 입구에는 은퇴 크레바스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창업 크레바스입니다. 대표적인 소자본 창업 아이템인 치킨집은 일년에 7천 곳이 생기고 7천 곳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커피전문점과 제과점도 프랜차이즈 본사 말만 믿고 창업했다가 손해보고 나오는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현실적인 기대와 자신감,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손쉽게 참여하지만 살아남을 가능성은 10개 중 1, 2개에 그친다고 합니다. 둘째는 사기 크레바스입니다. 왜 똑똑한 은퇴자들이 뻔 한 사기에 잘 넘어갈까요? 사기꾼 말만 믿고 전망 좋다는 사업에, 부동산에, 금융업 등에서 사기로 돈을 날리는 이유는 은퇴자들이 투자처를 절실히 찾고 있기 때문이고, 사기의 세계에 살아보지 않아서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똑똑하고 논리적인 사람은 그럴 듯한 논리만 있으면 오히려 사기에 잘 넘어간다고 하네요. 셋째는 건강 크레바스로 본인이나 가족이 중병에 걸리거나 사망하여 몸과 돈이 모두 병원에 묶이는 케이스입니다. 넷째는 부부 크레바스로 황혼 이혼 등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있고, 다섯째는 자식 크레바스로 은퇴 생활의 보루가 되어야 할 자식이 결혼도 취직도 못해 빈둥거리거나 사업을 한다며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자금을 집어 삼키는 경우입니다.

 

은퇴 5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는 은퇴 준비를 더 어렵게 만드는 데요, 저자는 0% 금리, 10% 체감물가, 30% 세금 폭탄, 50% 반토막 난 집, 100세 장수를 은퇴 5적이라고 합니다. 비유하자면 보트를 타고 육지를 향해 가는데, 갑자기 모터가 덜덜거리며 추진력을 잃는 것이 0%로 가는 금리입니다. 거기서 배 바닥에서 물이 올라오는 데 구멍이 점점 커지는 것이 10% 체감 물가요, 갑자기 배에 호랑이가 나타나는 것이 30% 세금 폭탄이라 계속 절세의 숨바꼭질을 해야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람의 힘을 받아야 할 돛대가 반으로 뚝 부러지는 것이 반 토막 난 부동산이고, 썰물이 되면서 배가 해안선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이것이 길어진 수명 즉, 100세 시대의 돌입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금리가 높았던 과거에는 목돈을 만들어 넣어놓고 이자로 생활하면 은퇴 후 생활이 어느 정도 되었지만 세계 각국의 금리는 0%로 수렴되고 우리나라도 3%대이니, 빨리 다른 기준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저자는 은퇴자산관리의 새로운 기준은 금리가 아니라 지수(index)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코스피 같은 주가지수나 금, 통화, 곡물 등의 수많은 지수는 위험을 분산하고 물가를 반영하는 면에서 금리를 대체한다고 말합니다.

 

둘째는 물가인데요, 9퍼센트 대의 체감 물가 상승이 지속된다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6퍼센트인 셈이고, 그 결과 현재의 자산은 12년 뒷면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겁니다. 마치 커피 몇 잔 마실 돈을 아껴 저축했는데, 몇 년 뒤에는 그 돈으로 한 잔 밖에 사먹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세금은 더 이상 부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중산층의 이슈가 되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어디가 바닥인지를 모르게 하락하고 있고, 상가 투자의 경우도 수익률이 일정 정도 나오지 않는다면 보유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반드시 지켜야할 은퇴 5

저자는 은퇴 5계명을 제안하는데요,

 

첫째가 머리를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배우라는 겁니다. 이미 웬만큼 안다는 생각이나 어떤 일을 창피하게 느끼는 식의 자기 과신이나 고정관념, 안이함은 실패로 이어집니다. 과거에 금리를 보고 쫓아갔다면 이제는 지수를 쫓아가야 합니다.

 

둘째는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하는 겁니다. 비재무적인 요소까지 고려하는 은퇴설계,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배우자까지 2인분의 은퇴설계를 하되, 5년 단위로 지속적으로 설계를 하라고 권합니다. 흔히 은퇴설계를 해준다고 하면서 은퇴후 필요할 생활비 규모와 그걸 위해 지금 필요한 저축이 얼마라는 식의 초보적인 은퇴설계는 별 의미도 없으면서 기운만 빠지게 합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으려면 내 자산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로 돌아가고 있는지 분석을 해줄 수 있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셋째는 놀고 있는 자산을 찾으라는 겁니다. 수익이 안나는 부동산, 이자도 별로 없는 곳에 넣어둔 예금, 상황에 잘 안 맞는 보험, 손해가 난 펀드 등을 방치하지 말고 최대한 조정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겁니다.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언젠가 다시 오를 것 같아서, 원금 손해가 나서 등의 미련 때문인데 이를 버려야 합니다.

 

넷째는 은퇴자산을 나만의 은퇴 계좌로 모으라는 것입니다. 나의 전 자산이 은퇴자산이 아닙니다. 자녀 결혼자금이나 유학자금 등은 빼고 실질적으로 은퇴후 사용할 자금을 관리해 나가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재산을 최대한 분산하라는 것입니다. 절세 전략의 기본은 분산이므로, 상속이나 증여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소득이 많은 곳으로 모이지 않도록 세금이 없거나 적은 곳으로 분산하고, 어차피 세금을 내더라도 한 번으로 끝내고 다른 자산이나 소득에 합산하지 않는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