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또는 감동

생선주세요 2010. 7. 26. 09:12
해피오픈
네오콘의 뿌리는 잔인한 ‘청교도 정신’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미국은 우리 민족의 힘을 얕잡아 보지 말라
 
류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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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떼의 두목이 알렉산더 대왕 앞에 끌려왔다. 대왕은 노하여 물었다.

“네 이 놈, 네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도적이 말했다.
 
“대왕 폐하, 제가 하는 일은 폐하께서 하시는 일과 기본적으로 같은 것입니다. 다만 저는 작게 해서 도적떼의 두목이 되었고 대왕께서는 크게 했기 때문에 대왕이 된 것 뿐입니다.”

사람 하나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 수천 수만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도적 다섯을 꼽으라면 나는 알렉산더와 카이사르, 징기스칸, 나폴레옹, 히틀러를 꼽고 싶다. 그 어떤 숭고한 목적을 앞세우더라도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생각하는 자들에게 영웅 칭호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문제는 그들 큰 도적들이 한결같이 위대한 이념과 이상을 들고 나와 떳떳하게(?) 도적질을 한다는데 있다. 대중이 곧잘 그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는 이유는, 그들 큰 도적들에게는 공통의 통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대중은 인류의 평화와 복지를 내세워 속이면 되고, 소수의 지식인들은 힘으로 누르면 된다는 역사의 공식을 그들은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들 못지않은 큰 도적이 나타나 지구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어린 시절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솔개 떴다. 병아리 감춰라.” 맹금류의 눈을 닮은 그의 매서운 눈을 보고 있노라면, 창공을 빙빙 돌며 낚아챌 동물을 찾는 솔개를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종교인의 길을 걸어온 내가 국제 정치에 대해 논하는 것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건국 정신의 기초를 이룬 ‘종교적 문제’를 필히 짚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위 정치문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보수 논객들이 말하지 않는, 혹은 놓치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미국(의 보수 정치인)이 세계를 ‘선과 악’의 단순 구도로 보는 사고의 밑바닥에는, 그들의 사상적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는 원시적이고 독선적인 기독교 정신(특히 청교도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기독교라는 종교는 예수의 가르침을 떠나 교리화될 때부터 이미 선악의 이중 구도를 갖기 시작했다.

르네상스 이후 서구 세계는 기독교 교리가 갖는 원시적인 흑백논리를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미국이라는 미개한 나라는 아직도 그 답답한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미국의 네오콘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그들 중 다수가 스스로 청교도적 이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확신하는데 있다.
▲네오콘 : 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네오콘의 실체를 밝힌 책     © 이장훈, 미래 M&B, 2003
‘청교도’는 장로교의 사상적 창시자인 쟝 칼뱅의 이론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칼뱅은 신의 절대예정설을 주창하여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한 사람이며, 이 땅에 신의 국가를 창설하기 위해 사상적 반대자들을 가차없이 숙청한 잔인무도한 사람이었다.

그의 신학이 정교하여 기독교 주요 교단인 장로교의 이론적 기초를 세웠고, 그의 이론에 의해 “타협할 줄 모르는 순수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청교도, puritan)”이 자신의 무서운 독선은 보지 못하고 세계를 선악 이중 구도로 보고, 자신을 ‘천사의 군사’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네오콘의 등에 업힌 미국 부시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먹히는 이유는 ‘청교도 정신’에 세뇌된 미국인의 ‘보편적 미개함’에 의존한다. 사리를 제대로 분별하는 일부 미국인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미국인이 하는 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예쁘게 화장하고 곱게 차려입은 부자집 백치 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자집 아이로 태어나, 온갖 특혜를 받으며 자라온 ‘생각 없는 아이’가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꾀죄죄한 이웃 친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지구 전재산의 59%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은 선민국가이고,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 사람들은 게으르고 미개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찰떡같이 믿고 있는 너무나도 무식한 (혹은 순진한) 미국인들이 네오콘의 든든한 성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미국인들, 특히 미국의 부를 거머쥐고 있는 백인들이, 미국이 저지르는 착취와 범죄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조국을 자유와 인권의 나라로 인식하는 한, 미국의 독선과 무모한 패권주의가 쉽게 가라않을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이 보기에, 9.11 테러는 미국의 자유와 인권, 부를 시기하는 망나니들이 저지른 범죄일 뿐이다. 과거 십자군 전쟁때부터 자신들의 조상(백인 기독교도)이 저질러왔던 무자비한 범죄의 역사와, 지난 20세기에 처절하게 이슬람 세계를 비롯한 제3세계에 가했던 착취의 역사를 그들은 모른다.

청교도 정신을 미국의 건국 기초라고 생각하는 (혹은 이용하는) 네오콘들과 그들의 논리에 넘어간 다수의 무식한 대중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건국된 미국이라는 ‘천혜의 나라, 천사의 나라’를 파괴하려는 세력은 오로지 ‘악의 축’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쉽게 동의한다.

그들을 더욱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넘치는 부로 가난한 제3세계에 베푸는 ‘인도주의적 사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근과 전쟁에 허덕이는 불쌍한 나라(?)에 제공하는 무상원조는 제3세계 국가 국민들까지 착각하게 만들었다.

한국전쟁을 통해 한국 대중에게 깊이 인식된 미국은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워준 ‘선한 이웃’이었으며, 굶어 죽어가는 우리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무상으로 제공해 준 ‘천사의 나라’였다. 그 미국을 반대하고 북한 편을 드는 것 같은 한국의 정권과 일부 얼빠진(?) 진보 세력을 네오콘적 사고로 무장한 (혹은 세뇌된) 한국의 보수 세력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악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도적은 별로 무섭지 않다. 적어도 나설 때와 숨을 때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도적은 정말 무섭다. 사명감에 불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덤벼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생각하기에, 아니 대다수의 미국인이 생각하기에 미국은 정당하다. 자유와 인권과 평화를 사랑하는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그들이 지구촌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악의 축, 악마의 나라로 북한을 지목했다. 그 사악한 악의 집단이 핵을 갖고 있으며, 장거리 미사일까지 갖추었다. 알래스카 근처까지 날아올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에 핵이 탑재되면 어떻게 될까. 아직은 미국 본토에 이르지 못하지만, 그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정도로 성능이 향상된다면 어떻게 될까.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이 북한에 경악하는 이유다.

아마도 그들은, 북한의 핵 보유 문제가 국제 사회에 기정사실로 인증받기 전에, 장거리 미사일과 결합되기 전에 손을 쓰고 싶을 것이다. 미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빨리 손을 대는게 낫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경제력이 미국은 물론 남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지만, ‘너죽고 나죽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막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을 계속 압박하여 도저히 더 이상은 살 수 없다고 판단하게 만들고 싶을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곱게 항복하거나 자멸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에, 그런 상황에 몰린 북한이 “나 혼자 죽기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은 9.11을 통해 약자가 독을 품으면 절대강자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지 체험했다. 더 이상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북한에 대해 미리 손을 좀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서든 핵과 장거리미사일이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게 하고 싶은데,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럴 때 남한이 좀 도와주고 손을 잡았으면 좋겠는데, 자꾸 브레이크를 거니 골치가 아프고 화가 나는 것이 아닐까.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김정일을 독재자라고 몰아붙였다가, 얼마 전에는 ‘김정일씨’로 호칭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주한 미국 대사인 알렉산더 버시바우는 북한을 ‘범죄 정권’이라고 또 다시 공격했다. 이런 그들의 혼란은 그들이 마음 속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만일 지금 미국이 북을 궁지로 몰면 어떻게 될까. 북의 핵심 군사시설이나 연구소를 타격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휴전선 근처에 배치되어 있는 북한의 장거리포가 미군 기지를 향해 불을 뿜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의 군사력은 세계 수준이다. 핵 뿐 아니라 화학, 생물학 무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의 군사력 또한 만만치 않다. 남북의 군사력과 주한 미군의 화력, 게다가 태평양에 떠 있는 미 함대의 화력까지 한반도에서 폭발하면 그야말로 ‘너죽고 나죽는’ 일은 현실이 된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생각해 볼만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본토에 가해질 수 있는 미래의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쯤은 포기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북이 붕괴하거나 한반도가 괴멸한다면, 누가 입을 벌리고 달겨들까. 여기까지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중국이 이 시점에서 동북공정사업을 벌이고 고구려를 변방 역사로 편입하려고 혈안을 벌이는 이유도 함께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토록 미련하고 미숙하다고 욕을 먹으면서도 참여정부가 어떻게든 북한을 달래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가려고 애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 우리는 미국과 갈라서거나 싸울 각오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

최강대국을 자랑하는 미국이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약자가 독을 품으면 절대강자에게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미국은, 아니 네오콘들은, 북조선과 대한민국의 힘을, 또한 우리 민족의 힘과 의지를 얕잡아보지 말라.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 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
현재는 다음 카페 ‘불거토피아’(http://cafe.daum.net/bgtopia)를 운영하면서
‘학교종교자유를 위한 시민모임’ 실행위원으로 '생명실천운동'과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를 출간했습니다.






2005/12/31 [08:39]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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